Angel [ 01.나비 ] - 제 6화 -

김혁건2007.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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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를 만난 적이 있는가.

보통 천사라 하면 날개 달고 날아다니는 흰 옷 입은 여자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진짜 천사는 날개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천사는 오히려 우리의 주변에 평범한 인간의 형상을 한 모습으로 흩어져 있다.

당신도 얼마든지 천사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천사를 만나면 당신은 몇 가지 징후를 느끼게 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계심과 긴장을 풀게 되고 원인 모를 행동을.............."

 

끼익 - 쿵!

 

"어! 형님!!!!!!"

 

방금 전까지 연습실에서 스포츠 신문의 미스터리면을 소리내어 읽던 진권은 황급히 신문을 내리고 큰 소리로 혁건을 맞았다. 약간은 쫄은 듯 커다랗게 과장된 말투다.

 

"뭘 그렇게 오버를 해. 야한 잡지 보다 걸린 고삐리처럼."

 

"아, 아니, 스포츠 신문 보고 있었습니다. 꽤나 흥미로운 기사가 있길래..."

 

"뭐, 오컬트야? 아니면 경마?"

 

"일단은... 오컬트 계열입니다만.. 직접 보세요. 천사에 관한 기사라니까."

 

"천사... 별 관심 없다.

그런데 너, 신문 읽는 걸 꼭 동화책 읽듯이 한다. 비밀문서나 지령도 그런 식으로 하면 곤란해.

소리가 조금이라도 새어 나가면 그날로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게 킬러다. 목소리는 웬만하면 아껴."

 

"알겠습니다. 형님. 소리내어 책이나 신문 읽는 건 사실 개인적인 취미라서리..."

 

"본업을 잊지 마라. 아무리 북 치는 게 좋아도 우리의 본업은...."

 

촤르르륵 -

 

"조직이지. 킬러고. 하지만 뭐, 조금은 즐겨도 나쁠 건 없잖아?"

 

"남호선..."

 

한쪽 어깨에 통기타를 맨 채로 커튼을 열어젖히며 등장하는 호선.

둥글둥글한 눈매, 콧수염을 약간 기른 얼굴에는 조금은 능글한(!)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그는 기타리스트다.

기타리스트 중에서도, 심하게 기타리스트다운 사람이다.

일렉트릭 기타 속주를 기가 막히게 잘 하지만

언제나 품에 안고 있는 건 (그의 손에는) 약간 서투른 통기타.

하지만 그는 언제나,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은 낡아빠진 기타로 '로망스'를 치곤 한다.

 

"사람이 언제나 굳어있을 수야 없지. 적당히 까칠하라구."

 

띠디딩 -

 

"어디, 한 곡 쳐 볼까? 진권아! 드럼 빡세게 맞춰라!"

 

"통기타에 빡센 드럼은 좀.... 형은 정말 오묘해요. 항상."

 

"오묘할 것까진 없어.

원래 인생이란 게 다 그런 거니까.

진짜로 빡세게 보여지는 인간이라도, 다른 한 쪽에서는 부드러운 선율이 싹을 틔우기 마련이다.

다만 그 자신은 모르는 이들이 더 많다는 것 뿐."

 

"남호선, 또 시작이냐."

 

"품 안엔 베레타. 가슴엔 기타. 임마, 너도 좀 새겨 둬."

 

 "필요 없다. 오늘 안젤루스는 열어?"

 

안젤루스. Angelus.

3년 전, 혁건이 우연히 뜯어진 벽보를 보고 찾아낸 단어에서 탄생한 이름이다.

어감이 좋아서 선택했을 뿐, 별 의미는 없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글쎄다. 재경 형님이 오셔야 열든가 말든가.....

목금토일마다 오픈이긴 한데 요즘엔 일정이 너무 빡빡하잖아.

설명은 이따가 들어도 되니까,그 때까지 이 남기타님의 백만불짜리 연주나 듣고 있어.

사람이 너무 타이트하면 병들어.

그러다가 긴장이 한 순간에 다 풀려 버리는 때가 찾아오면 견디지 못할 수도 있다고."

 

"그러던지."

 

별 생각 없이 툭 던지는 한 마디였다.

 

남이야 무얼 하든지 말든지 아랑곳하지 않고 기타를 둥당거리는 호선.

 

그러나 진권은 북 치기가 어색했던지 신문만 계속 읽고 있다.

 

"야, 야. 그래도 조직 일도 좋지만, 음악도 버릴 만한 건 아니라고. 같은 밴드면서 왜들 그래?"

 

"샤우팅이라도 지르리?"

 

"형님..."

 

"음악은 어차피 위장술이야. 우리가 하는 청부업의 일을 감추기 위한 도구. 다들 좋아서 하는 짓이긴 하지만, 그것만 바라보고 살 순 없다는 건 남호선 니가 더 잘 알잖아."

 

"그래. 조직에서 해 주는 눈꼽만큼의 배려라고 볼 수 있지. 평생 조직을 벗어나기 힘들다면 말야. 그래도, 꽤 즐길만은 하잖아? 안 그래?  영혼을 울리는 소리. 베레타 속에 빨려들어간 영혼들의 슬픔을 타고 흘러나오는 노래. 그래서 나는 기타가 좋다 이 말이야. 기타에는, 그래도 낭만이 있잖냐. 낭만. 사람은 사랑과 낭만 없인 살 수 없는 존재야. 너는 동의 못 하지?"

 

"미친놈."

.

.

.

.

.

.

.

 

"어이!!! 다들 왜 이렇게 조용해? 오늘 가게 연다!"

 

재경의 목소리다. 오늘은 의뢰가 없는 날인가 보다.

의뢰가 들어오면 그는 가게 문을 닫는다. 완벽한 일처리와 뒷처리를 위해서이다.

 

"형님, 오셨습니까."

 

"그래. 별 일 없었지?"

 

"형님, 이 기사 한 번 읽어 보세요. 엄청나게 흥미로운 기사입니다."

 

"그래?? 어디 한 번.."

 

재경은 진권이 내미는 신문을 받아 들었다. 신문의 지면은 스포츠지답게 조잡했고 하단에는 여러 민망한 광고들이 붙어 있었다. 언뜻 보기엔 별 흥미 없는 것 같은 내용들 뿐인 기사.

 

"어떤 기사가 좋다는 거야? 죄다 성인 광고밖에 안 붙어 있잖냐. 아직도 한창 나이라서 성인 광고가 재밌다는 건가?"

 

"아, 아뇨. 지면을 잘못 보셨습니다. 이 뒷면이에요. 천사에 관한 기사."

 

"흐음.. 천사라.... 어디....."

 

"요즘엔 뭔가 오컬트 쪽이 끌리는지라... 구라 같겠지만 재미는 있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

 

"으음.. 이 대문짝만한 기사 말이지??? 천사에 관한 단상???? 별 웃기는 얘길 다 들어 보겠네. 진권아, 니가 이런 데 관심 있을 줄은 몰랐다."

 

"아, 아니 그냥 재밌어서.... 별 의도는 없습니다."

 

"첫째............................. 하게 된다........ 둘째....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그 사람한테만은 숨겨두었던 마음을 연다.............. 셋째.... 안 하던 짓을 자주 한다................................ 그 이유는 그 사람이 감춰두었던 모든 것들이 긴장이 풀리면서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흐음....."

 

"혀... 형님...????"

 

"재밌는 기사긴 하네. 근데 말이야, 조금 말이 안 되는 얘기 같다."

 

"왜...????????? 아이, 그럴 수도 있지 않겠어요? 사람이?"

 

여전히 코드를 잡고 있으면서 옆에서 진권을 거드는 호선.

 

"진짜로 천사라는 게 있으면, 그리고 누구한테나 나타난다면 불행한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천사라는 건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서 있는 거니까.

 

하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어둠 속에서 허우적대는 인간들이 많다.

개중엔,

구원 따위는 이미 포기해버리고 스스로 나락으로 들어간 작자들도 있어.

지금 이 곳은 그런 이들의 일부가 모이는 스튜디오지.

천사, 그런 건, 얌전하게 흰 옷 입고 기도나 해대는,

착하고 불쌍하고 나약한 종족들에게나 있는 거다. 예쁘고도 얄팍한 허상이자 희망이야.

그러니까, 이런 거 함부로 믿지 마라. 진권아. 너같이 어린 놈이 싸이비적인 거에 끌리면 골치아프니까.

 

자, 다들 가게 오픈 준비나 하자고!"

 

"네! 형님!"

 

띵동 - 띵동 -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바삐 문 앞으로 뛰어가는 호선.

 

인터폰으로 무어라고 말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진권아!!!! 손님 오셨다!!!!!! 짭새 아니니까 나가봐."

 

"네! 형님!"

 

투타타타타탁-

 

"짜식... 저렇게 활달하고 순진한 놈이 왜 조직에 들어왔나.. 아직도 모르겠단 말이야."

 

"일이나 하지, 남호선."

 

"그래. 귀여운 데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놈."

 

"제발 진권이로 족해라. 아니면 어린이집에 가서 취직을 해."

 

"알았으니까, 이제 비품 좀 옮기자. 간만에 오픈인데 좀 잘 하자구."

 

"..."

 

대답이 없는 혁건. 말없이 호선보다 먼저 가서 세팅을 한다.

 

그는 원래 이런 사람이다.

말이 많지도, 다정하지도, 장난스럽지도 않은.

딱 검은 양복을 입고 폼잡는 느와르 영화에 어울리는 사람.

도무지 변하지 않는 사람이다.

호선이 보기에는 그랬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인을 해도, 피를 보아도 그는 동요가 없었다.

그에겐 실수가 없다. 치밀하고, 냉철하고, 잔혹하다. 그는 엘리트이다.

 

그 세계의 엘리트.

 

그 세계의 마스터.

 

그래서 그의 성격을 이해하기 힘든 호선조차도 혁건의 킬러다운 모습과 실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그래, 지금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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