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인간

고상우2007.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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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인간

어떤 사람은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 라고 말하기도 하고 혹은 '신은 죽었다' 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해보자. 위의 말을 하는 사람들 중 자신, 혹은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상황에서 신을 찾지 않을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신에 대해 쉽게 단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신이 존재하는가와는 상관없이 인간이 죽음이라는 한계 상황을 거부할 수 없는 한 신은 늘 우리의 화두이다.

 

기독교로 얘기를 좁혀보자. 사람들은 '신보다 인간이 중요하다' 라고 말한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억눌러선 안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 종교인들은 (불행히도)이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건 대단히 두려운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그 말은 마치 시험에 든 아브라함이 이삭을 내리치지 못하고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들은 진심으로 인간보다 신을 우위에 놓고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발생하는 세상의 수많은 문제가 대부분 이러한 원인에 기인한다.  

 

문제는 이러한 종교관의 원인이 단순히 '잘못된 기독교인' 뿐만 아니라 기독교 자체에 어느정도 있다는 것이다. 신약성서의 예수와는 달리 구약성서의 신은 인간을 억누르는 신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독교인은 구약성서의 야훼를 믿고, 야훼를 믿는 방식을 예수에게도 그대로 적용하여 예수를 믿는다. 그 쪽이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 '신을 믿으면 모든 것을 부여받는다'는 교리는 대단히 편하고 좋다. 심지어 그것은 죽음도 견디어 낼 수 있다. 신은 자신을 믿을 경우 우리에게 모든것을 주겠노라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교리를 가르치는 교회에 20여년을 다녔고 결국 접었다. 일단 나는 신이 있는지 없는지 실증할 수 없다. 그렇다면, 만약 신을 믿는 경우 그것은 '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신을 믿어야 할 어떠한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죽음이라는 한계 상황이 있기 때문에 그런 필요성(혹은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 지불해야 할 가치 역시 크다. 인간을 버려야 한다. 신 앞에 무릎꿇어야 하고 죽음 앞에서 나약해져야 한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존재를 상정하여 거기에 나 자신을 고스란히 내주어야 한다. 난 그것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난 앞으로 어떤 죽음을 맞이하게 될까. 죽기 직전까지도 이런 고민을 할까. 그 고민의 결론은, 결국 신의 무릎꿇는 쪽일까 아니면 신과 마주하는 쪽일까. 죽음을 그저 긍정하고 웃으며 잠들듯이 맞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