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움이 좋는 나는...

예농200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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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움이 좋는 나는...

여기 지금 살던 곳으로 이사오기전...

아파트 단지 옆의 주택에서 한 2년을 살았었다.

택지를 조성하였지만 아직까지 집을 짓지 않은

공터들이 곳곳에 있었기에 부지런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작은 텃밭을 일구시곤 하였다.

 

고향이 시골이라도

한번도 농사짓는 것을 직접해 본적도..

가까이 구경한 일도 없던 나에게는

먼빛으로 바라보는 그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여유로움이 참 소박하고 아름다워 보였었다..

 

임자가 있지만....비어둔 그 집터에는

자잘한 돌들로 경계를 이룬 파밭..상추밭

들깨밭...배추밭.. 수를 헤아릴수 없는 많은 야채들이

싱싱하게 자라나서 나의 눈을 즐겁게 하여 주었는데...

 

어느날...이웃에 살고 있던 한 친구가

우리도 같이 텃밭 가꾸어 보자고 하였다..

얼마나 멋있는가...

내가 직접 농사라고 지어서 무얼 수확해서 먹을수 있게 된다는 것이...

 

그 친구와 나는 농사지을 작은 터를 찾기 위해

며칠을 서성이며 찾다가...알뜰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한치의 땅도 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놀라고 말았다...

그리하여..친구와 나는 꾀를 낸것이...

집터로 조성된 곳 말고...

그 집터밖의 길이 될곳에다 땅을 일구기로 하였는데...

 

그 다음날 당장 호미를 사가지고

둘이서 두평 정도 되는 공간을 땅을 파기 시작 하였었다.

사람들이 수없이 밟고 다녔던 길이기에

호미질도 잘 되지 않고...집터에서 농사짓는 분들이

건져낸 돌들은 어찌 그리도 많던지....

 

한 일주일은 땅만 파고 돌만 건져내었던거 같다...

그  불볕더위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악착같이 땅을 일구었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픽 웃음이 나는건

그 열정이 어디에서 나왔을까 하는 것이다.

 

땅을 다 고르고...

친구와 씨앗을 사기 위해 종묘상에 갔을때의 그 기분이란....

상치 오백원...배추 오백원...열무 오백원...실파...조금 얻고..

열심히 심을것을 선별하여 씨앗을 조금씩 사는 우리들을 보고

그 아저씨도 빙긋 웃으면 덤을 주기도 하였었다.

 

그날....

친구와 일구어 놓은고랑을 살살 파 헤치고...친구가  씨앗을 뿌리는 모습을

따라서 하면서...벌써 내 마음은 싱싱한 야채로 가득찬 그림을 그리기에

바빴다....둔턱을 만들어 돌나물도 캐다 심어두고....이웃의 텃밭에서

결명자 싹도 하나 슬쩍해다 심었다...아마도...그때 처럼

무언가 신나 했던 적이 살면서 없었던거 같았다..

 

아침이면 조리에 물을 받아다가 몇번씩이나 뛰어 다녀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던 그해...얼굴은 온통 깜둥올미가 되어서

웃고 다니는 우리들을 보고 친구들은 촌스럽게 왜 그러냐고

그냥 시장에서 사다 먹고 말지...그랬지만..

그 촌스러움이 얼마나 뿌듯하였던지...

 

지금도 텃밭만 지나면...발길을 멈추고 자세히 살피는

나는...역시 촌스러운 아줌마 인가 보다..

촌스러워도 좋을 그 곳에 문득 가 보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