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열기
리포트 | 1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2007.10.08 / 부산취재팀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두 번째 가을을 맞았다.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빗속의 축제로 부산영화제의 화려한 여정이 시작됐다.
10월 부산의 가을은 덥고, 습하고, 부산했다. 10월 4일 1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을 앞두고 있던 오후. 휴가철이 한참 지났지만 꽤 많은 인파가 해운대 주변을 메웠다. 쾌청하던 하늘은 삽시간에 비를 쏟을 것처럼 잔뜩 흐려졌고 오후가 되면서 비는 오다 말다를 반복했다. 그러나 거칠어진 파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시무룩하진 않다. 해운대 곳곳에 걸려 있는 휘장과 지난해부터 해운대 백사장 심장부에 자리한 PIFF 파빌리온 주변을 부산하게 움직이는 자원봉사자들이 영화제 열기를 대변해준다.
개막식이 시작되기 두어 시간 전부터 시작된 교통체증은 비 때문에 더욱 심해졌다. 궂은 날씨로 복잡해진 수영만 요트 경기장 입구부터 경기장 안 개막식 무대로 들어가는 길엔 우산과 일회용 우의, 젖은 신문지가 레드카펫보다 더 두텁게 깔렸다. 오후 7시에 시작될 개막식을 기다리며 다섯 시간 전부터 식장 안에 신문지를 깔고 앉은 열혈 관객들은 자그마한 초대권으로 머리 위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겨우 가리면서도 환호했다.
개막식 사회자인 장준환, 문소리 부부를 필두로 신성일, 엄앵란, 남궁원, 강수연, 박중훈, 임하룡 등 중견 배우들과 윤은혜, 장혁, 김태희, 다니엘 헤니, 수애, 김주혁, 김지수, 주진모 등 젊은 스타들이 레드카펫을 밟아 환호성을 자아냈다. 해외에선 로 국내에 알려진 대니얼 대 킴, 제이슨 스캇 리, 대만 여배우 양귀메, 싱가포르 여배우 범문방, 말레이시아의 가수 피트 테오 등이 영화제를 찾았다. 영화인들의 지지를 얻으려는지 이명박, 정동영, 권영길 등 각 정당의 대선후보들도 함께 자리했다.
굵은 빗줄기로 예정보다 40분 가량 늦게 시작한 우중 페스티벌. “어느덧 12년의 연륜을 자랑하는 아시아영화의 허브, 부산국제영화제가 이제 지역과 장르를 넘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자 한다”는 허남식 조직위원장의 개막 선언에 이어,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이 자신의 밴드와 부산 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을 협연했다. 지난해 아카데미영화제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모리꼬네는 지난 10월 2, 3일의 서울 내한공연을 마치고 부산에 내려와 핸드프린팅을 한 후 개막식 VIP로 참석했다. 객석에서 전제덕이 연주하는 자신의 대표곡 ‘Gabriel's Oboe'(영화 삽입곡)과 ’Cinema Paradiso Love Theme‘(영화 테마곡)를 감상하느라 고령의 몸으로 흠뻑 비를 맞았다.
보통 사람들의 전쟁 이야기
화려한 축포에 이어 물기 가득한 밤하늘을 채운 건 개막작 다. 중국 감독 펑 샤오강()이 만든 블록버스터 전쟁영화 는 1948년 겨울 중국 인민해방군 9연대와 구즈디 중대장, 그리고 그가 이끄는 46명의 전우들이 잔인한 전쟁 가운데 잊히고 다시 기억되는 기나긴 과정을 그린다. 지축을 뒤흔드는 포탄의 사운드와 피와 살로 뒤덮인 참혹한 포화의 현장, 그 속에서 잊혀져간 사람들의 아픈 비명과 눈물이 수영만 요트 경기장 가득 메웠다.
는 극한의 전쟁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중대장 구즈디가 전사한 자신의 부대원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평생을 바치는 과정 속에 중국의 현대사와 보통 사람들의 위대함을 전달하려 애쓴다. 전반부의 끔찍할 만큼 사실적인 전투 신은 스탭들이 참여한 솜씨다. 오프닝부터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투 장면은 인간보다 특수효과 테크닉이 더 돋보이지만 에서 증명했듯 펑 샤오강의 시대 재현이나 스타일리시한 화면 연출은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 스탭과의 협작 형식으로 제작된 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김동호 위원장은 “아시아 영화인들의 연대를 꿈꿔온 부산영화제의 목표에 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영화제의 테마가 ‘경계를 넘어서(Beyond frame)’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해가 간다. 개막작 기자회견과 무대인사에서 펑 샤오강 역시 아시아 영화인의 연대를 강조한 바 있다. 외형적으로 돋보이는 시도인 건 분명하나 중국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구즈디 역 배우 장한위의 열연은 돋보이지만 전쟁영화의 새로운 스타일을 개척하진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다양한 변화, 경계를 넘어서
올해 부산영화제는 지난해 상영작 편수에 30편을 더해 64개국 275편의 영화 상차림을 마련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영화가 세계 속에 더 크게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월드 프리미어도 지난해보다 1편이 늘어난 66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6편이 늘어난 26편이다. 특히 세계 최초로 거장들의 화제작을 공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주목할 만한 신인들을 발굴, 소개하는 플래시 포워드가 신설된 건 디지털과 아날로그,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포용력을 선보이려는 영화제의 의지로 읽힌다.
예년과 달리 올해 칸과 베니스의 화려한 라인업들을 부산에서 그리 많이 만나볼 수는 없지만 지난 6월 타계한 에드워드 양 감독의 전작 8편이 모두 포함된 특별전 ‘에드워드 양: 타이베이의 기억’, 한국영화 회고전 중 배우 김희라의 부친이자 50~60년대 명배우 김승호를 기리는 ‘김승호: 아버지의 얼굴, 한국영화의 초상’도 눈길이 가는 부문이다. 피터 그리너웨이, 폴커 슐뢴도르프, 클로드 를루슈 등 유럽 거장들의 마스터 클래스와 부산의 단골인 펜엑 라타나루앙, 아오야마 신지, 미이케 다카시,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신작도 포진해 있다. 영화제를 찾는 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예년과 비슷하다. 현재까지 접수된 게스트 인터뷰만 해도 250건. 의 여배우 양자경과 올해 뉴커런츠 심사위원이자 을 들고 온 감독 크리스티안 문주에게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예년과 달라진 풍경도 많다. 대형 스폰서 업체들의 홍보성 전시물들이 PIFF 파빌리온과 해운대 근방을 과도하게 점령한 듯한 인상도 풍기지만 감독과 배우, 관객의 만남부터 영화인들의 사진전, 주요 행사의 정보 제공 등 나름의 방식으로 영화제 속에 녹아들기 위한 노력들이 한창이다. 취재진을 위해 프레스 스크리닝을 따로 마련하는 한편, 게스트를 위한 공간이었던 파빌리온은 일반인들의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해졌다는 것도 지난해와 다른 변화다. 특히 파빌리온은 모바일을 이용해 영화제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는 u-PIFF 체험관, 관객 라운지, 게스트 라운지 등 다양한 서비스 공간으로 거듭났다. 얄궂은 날씨로 시작됐지만 서서히 달궈질 열기는 오는 12일까지 이어질 것이다. 색다른 발견, 여전한 소통, 꾸준한 지원이 뒤섞일 부산의 가을이 깊어간다.
"사명감으로 찍었다" 개막작 펑 샤오강 감독 인터뷰
중국에서 등 코미디영화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는데 라는 전쟁 블록버스터를 만든 이유는 뭔가. 처음 원작 소설을 보고 너무 큰 감동을 받아 영화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내년쯤에는 코미디영화를 다시 한 번 선보일 계획이다.
중국역사를 그렸지만 보편적인 인간애에 비중을 실었다. 아시아 영화시장을 고려한 기획이었나? 1948년 인민군과 국민당의 회해전투라는 중국의 역사를 다뤘기 때문에 중국 이외의 해외 관객들이 좋아하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해외 시장이 어떻든 감독으로서 꼭 다뤄야 할 소재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시작했다.
전반부 대규모 전쟁 신과 후반부 드라마로 구성이 극명하게 나뉘었다. 영화 전반부에는 전투 장면에 대한 묘사에 힘을 실었다. 전쟁이 얼마나 비참한지 자세한 묘사를 하려고 노력했다. 반면 중심 내용은 후반부의 드라마에서 나온다. 그러나 후반부의 휴먼 드라마가 감동을 전하려면 전쟁이 얼마나 참혹하고 비극적인 것인가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즈디’ 역 배우 장한위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우리가 서로 알게 된 지는 오래됐다. 장한위는 중앙 희극학원을 졸업한, 기초가 탄탄한 좋은 배우이자 인기 성우다. ‘구즈디’ 역으로 7~8명을 고려했는데, 장한위만큼 적합한 배우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사랑하고 완전히 몰입하는 스타일이다. 장한위 부인이 그러는데, 그는 요즘도 악몽을 꾼단다. “난 전우들을 찾아야 해!”라고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깬다더라.(웃음) 그 얘길 듣고 내가 “이제 꿈에서 깰 때가 됐다. 영화는 다 끝났다”고 말해줬다.
에 스탭들을 참여시켰는데. 제작 당시 좋은 모델로 삼은 것이 였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강제규 감독을 만났는데, 전쟁영화를 제작하고 싶은데 할리우드 스탭을 고용하기엔 제작비가 부족하다고 했더니 걱정 말라며 한국 스탭들을 소개해줬다. 그래서 에 특수효과, 특수분장, 미술, 음향효과 네 부분에 걸쳐 한국 스탭 25명이 참여했다. 그들은 지난겨울 중국에서 가장 추운 지방인 동북구 지방에서 4개월 동안 100% 야외촬영을 했는데도 아무 불평 없이 따라줬다. 또 화재 장면에서 상황이 어려워져 촬영이 중단된 적 있는데 한국 특수효과 스탭들이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며 나를 설득했다. 결국 하루 전에 준비해서 촬영을 마치는 경이적인 일이 벌어졌다. 그 스탭들은 현재 오우삼 감독의 에도 참여하고 있다.
가 한국과의 긴밀한 교류의 결과물이란 건가? 는 한국뿐 아니라 영국, 오스트리아와도 기술을 교류했다. 그러나 한국과의 관계는 오래됐다. 을 만들 당시 제작, 배급과 관련해 한국 회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을 만들 때는 강제규 감독이 촬영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나 역시 도와주고 싶다. 최근 한국 특수분장팀이 북경에 지사를 냈다던데, 이러다 너무 많은 중국 영화 제작사들이 한국 스탭들만 찾을까봐 걱정된다.(웃음) 개인적으로 나는 아시아 영화인들이 가장 총명하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인들이 힘을 모은다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영화가 나올 거다.
[축제]2007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두 번째 가을을 맞았다.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빗속의 축제로 부산영화제의 화려한 여정이 시작됐다.
![[축제]2007 부산국제영화제](https://www.film2.co.kr/images/feature/feature_M/2007/feature_4877_9168_M.jpg)
화려한 축포에 이어 물기 가득한 밤하늘을 채운 건 개막작 다. 중국 감독 펑 샤오강()이 만든 블록버스터 전쟁영화 는 1948년 겨울 중국 인민해방군 9연대와 구즈디 중대장, 그리고 그가 이끄는 46명의 전우들이 잔인한 전쟁 가운데 잊히고 다시 기억되는 기나긴 과정을 그린다. 지축을 뒤흔드는 포탄의 사운드와 피와 살로 뒤덮인 참혹한 포화의 현장, 그 속에서 잊혀져간 사람들의 아픈 비명과 눈물이 수영만 요트 경기장 가득 메웠다.
![[축제]2007 부산국제영화제](https://www.film2.co.kr/images/feature/feature_M/2007/feature_4877_9170_M.jpg)
중국에서 등 코미디영화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는데 라는 전쟁 블록버스터를 만든 이유는 뭔가.
[10월 부산의 가을은 덥고, 습하고, 부산했다. 10월 4일 1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을 앞두고 있던 오후. 휴가철이 한참 지났지만 꽤 많은 인파가 해운대 주변을 메웠다. 쾌청하던 하늘은 삽시간에 비를 쏟을 것처럼 잔뜩 흐려졌고 오후가 되면서 비는 오다 말다를 반복했다. 그러나 거칠어진 파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시무룩하진 않다. 해운대 곳곳에 걸려 있는 휘장과 지난해부터 해운대 백사장 심장부에 자리한 PIFF 파빌리온 주변을 부산하게 움직이는 자원봉사자들이 영화제 열기를 대변해준다.
개막식이 시작되기 두어 시간 전부터 시작된 교통체증은 비 때문에 더욱 심해졌다. 궂은 날씨로 복잡해진 수영만 요트 경기장 입구부터 경기장 안 개막식 무대로 들어가는 길엔 우산과 일회용 우의, 젖은 신문지가 레드카펫보다 더 두텁게 깔렸다. 오후 7시에 시작될 개막식을 기다리며 다섯 시간 전부터 식장 안에 신문지를 깔고 앉은 열혈 관객들은 자그마한 초대권으로 머리 위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겨우 가리면서도 환호했다.
개막식 사회자인 장준환, 문소리 부부를 필두로 신성일, 엄앵란, 남궁원, 강수연, 박중훈, 임하룡 등 중견 배우들과 윤은혜, 장혁, 김태희, 다니엘 헤니, 수애, 김주혁, 김지수, 주진모 등 젊은 스타들이 레드카펫을 밟아 환호성을 자아냈다. 해외에선 로 국내에 알려진 대니얼 대 킴, 제이슨 스캇 리, 대만 여배우 양귀메, 싱가포르 여배우 범문방, 말레이시아의 가수 피트 테오 등이 영화제를 찾았다. 영화인들의 지지를 얻으려는지 이명박, 정동영, 권영길 등 각 정당의 대선후보들도 함께 자리했다.
굵은 빗줄기로 예정보다 40분 가량 늦게 시작한 우중 페스티벌. “어느덧 12년의 연륜을 자랑하는 아시아영화의 허브, 부산국제영화제가 이제 지역과 장르를 넘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자 한다”는 허남식 조직위원장의 개막 선언에 이어,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이 자신의 밴드와 부산 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을 협연했다. 지난해 아카데미영화제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모리꼬네는 지난 10월 2, 3일의 서울 내한공연을 마치고 부산에 내려와 핸드프린팅을 한 후 개막식 VIP로 참석했다. 객석에서 전제덕이 연주하는 자신의 대표곡 ‘Gabriel's Oboe'(영화 삽입곡)과 ’Cinema Paradiso Love Theme‘(영화 테마곡)를 감상하느라 고령의 몸으로 흠뻑 비를 맞았다.
보통 사람들의 전쟁 이야기
는 극한의 전쟁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중대장 구즈디가 전사한 자신의 부대원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평생을 바치는 과정 속에 중국의 현대사와 보통 사람들의 위대함을 전달하려 애쓴다. 전반부의 끔찍할 만큼 사실적인 전투 신은 스탭들이 참여한 솜씨다. 오프닝부터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투 장면은 인간보다 특수효과 테크닉이 더 돋보이지만 에서 증명했듯 펑 샤오강의 시대 재현이나 스타일리시한 화면 연출은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 스탭과의 협작 형식으로 제작된 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김동호 위원장은 “아시아 영화인들의 연대를 꿈꿔온 부산영화제의 목표에 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영화제의 테마가 ‘경계를 넘어서(Beyond frame)’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해가 간다. 개막작 기자회견과 무대인사에서 펑 샤오강 역시 아시아 영화인의 연대를 강조한 바 있다. 외형적으로 돋보이는 시도인 건 분명하나 중국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구즈디 역 배우 장한위의 열연은 돋보이지만 전쟁영화의 새로운 스타일을 개척하진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다양한 변화, 경계를 넘어서
올해 부산영화제는 지난해 상영작 편수에 30편을 더해 64개국 275편의 영화 상차림을 마련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영화가 세계 속에 더 크게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월드 프리미어도 지난해보다 1편이 늘어난 66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6편이 늘어난 26편이다. 특히 세계 최초로 거장들의 화제작을 공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주목할 만한 신인들을 발굴, 소개하는 플래시 포워드가 신설된 건 디지털과 아날로그,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포용력을 선보이려는 영화제의 의지로 읽힌다.
예년과 달리 올해 칸과 베니스의 화려한 라인업들을 부산에서 그리 많이 만나볼 수는 없지만 지난 6월 타계한 에드워드 양 감독의 전작 8편이 모두 포함된 특별전 ‘에드워드 양: 타이베이의 기억’, 한국영화 회고전 중 배우 김희라의 부친이자 50~60년대 명배우 김승호를 기리는 ‘김승호: 아버지의 얼굴, 한국영화의 초상’도 눈길이 가는 부문이다. 피터 그리너웨이, 폴커 슐뢴도르프, 클로드 를루슈 등 유럽 거장들의 마스터 클래스와 부산의 단골인 펜엑 라타나루앙, 아오야마 신지, 미이케 다카시,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신작도 포진해 있다. 영화제를 찾는 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예년과 비슷하다. 현재까지 접수된 게스트 인터뷰만 해도 250건. 의 여배우 양자경과 올해 뉴커런츠 심사위원이자 을 들고 온 감독 크리스티안 문주에게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예년과 달라진 풍경도 많다. 대형 스폰서 업체들의 홍보성 전시물들이 PIFF 파빌리온과 해운대 근방을 과도하게 점령한 듯한 인상도 풍기지만 감독과 배우, 관객의 만남부터 영화인들의 사진전, 주요 행사의 정보 제공 등 나름의 방식으로 영화제 속에 녹아들기 위한 노력들이 한창이다. 취재진을 위해 프레스 스크리닝을 따로 마련하는 한편, 게스트를 위한 공간이었던 파빌리온은 일반인들의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해졌다는 것도 지난해와 다른 변화다.
특히 파빌리온은 모바일을 이용해 영화제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는 u-PIFF 체험관, 관객 라운지, 게스트 라운지 등 다양한 서비스 공간으로 거듭났다. 얄궂은 날씨로 시작됐지만 서서히 달궈질 열기는 오는 12일까지 이어질 것이다. 색다른 발견, 여전한 소통, 꾸준한 지원이 뒤섞일 부산의 가을이 깊어간다.
"사명감으로 찍었다"
개막작 펑 샤오강 감독 인터뷰
처음 원작 소설을 보고 너무 큰 감동을 받아 영화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내년쯤에는 코미디영화를 다시 한 번 선보일 계획이다.
중국역사를 그렸지만 보편적인 인간애에 비중을 실었다. 아시아 영화시장을 고려한 기획이었나?
1948년 인민군과 국민당의 회해전투라는 중국의 역사를 다뤘기 때문에 중국 이외의 해외 관객들이 좋아하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해외 시장이 어떻든 감독으로서 꼭 다뤄야 할 소재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시작했다.
전반부 대규모 전쟁 신과 후반부 드라마로 구성이 극명하게 나뉘었다.
영화 전반부에는 전투 장면에 대한 묘사에 힘을 실었다. 전쟁이 얼마나 비참한지 자세한 묘사를 하려고 노력했다. 반면 중심 내용은 후반부의 드라마에서 나온다. 그러나 후반부의 휴먼 드라마가 감동을 전하려면 전쟁이 얼마나 참혹하고 비극적인 것인가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즈디’ 역 배우 장한위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우리가 서로 알게 된 지는 오래됐다. 장한위는 중앙 희극학원을 졸업한, 기초가 탄탄한 좋은 배우이자 인기 성우다. ‘구즈디’ 역으로 7~8명을 고려했는데, 장한위만큼 적합한 배우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사랑하고 완전히 몰입하는 스타일이다. 장한위 부인이 그러는데, 그는 요즘도 악몽을 꾼단다. “난 전우들을 찾아야 해!”라고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깬다더라.(웃음) 그 얘길 듣고 내가 “이제 꿈에서 깰 때가 됐다. 영화는 다 끝났다”고 말해줬다.
에 스탭들을 참여시켰는데.
제작 당시 좋은 모델로 삼은 것이 였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강제규 감독을 만났는데, 전쟁영화를 제작하고 싶은데 할리우드 스탭을 고용하기엔 제작비가 부족하다고 했더니 걱정 말라며 한국 스탭들을 소개해줬다. 그래서 에 특수효과, 특수분장, 미술, 음향효과 네 부분에 걸쳐 한국 스탭 25명이 참여했다. 그들은 지난겨울 중국에서 가장 추운 지방인 동북구 지방에서 4개월 동안 100% 야외촬영을 했는데도 아무 불평 없이 따라줬다. 또 화재 장면에서 상황이 어려워져 촬영이 중단된 적 있는데 한국 특수효과 스탭들이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며 나를 설득했다. 결국 하루 전에 준비해서 촬영을 마치는 경이적인 일이 벌어졌다. 그 스탭들은 현재 오우삼 감독의 에도 참여하고 있다.
가 한국과의 긴밀한 교류의 결과물이란 건가?
는 한국뿐 아니라 영국, 오스트리아와도 기술을 교류했다. 그러나 한국과의 관계는 오래됐다. 을 만들 당시 제작, 배급과 관련해 한국 회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을 만들 때는 강제규 감독이 촬영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나 역시 도와주고 싶다. 최근 한국 특수분장팀이 북경에 지사를 냈다던데, 이러다 너무 많은 중국 영화 제작사들이 한국 스탭들만 찾을까봐 걱정된다.(웃음) 개인적으로 나는 아시아 영화인들이 가장 총명하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인들이 힘을 모은다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영화가 나올 거다.
사진 김주영, 강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