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성당에> - 조동익

이수연2007.10.11
조회89
<엄마와 성당에> - 조동익

 

 

그게, 언제 쯤이였을까?

 

방안 가득, 

자면서 내뿜은 달콤하고 시큰한 숨이 가득하고,

하루 종일 뛰어노느라 녹작지근한 몸뚱아리를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깊은 잠에 빠져든 새벽 미명...

 

'수연아, 수연아.. 일어나.'

엄마는 우리 셋 중에서 꼭 날 깨우셨다.

 

아마도 국민학교 3학년? 4학년?

글쎄,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응? 응?' 까무룩 감기는 눈을 비비면서

엄마 손에 이끌려, 나는 새벽 길을 걸었다.

 

그리고 겨울이였다.

단단히 여민 점퍼 사이로,

매서운 바람이 휘번득거렸다.

엄마와 나는 묵묵히 빠른 발걸음으로 걸었다.

 

이제 막 지옥같은 술집에서 빠져 나온듯한 취객이

어기적거리며 우리 맞은 편으로 걸어올라치면,

엄마는 내 손을 꼭 잡고, 고개를 숙인 채

멀치감찌 돌아서 길을 걸었다.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그렇게 우리는 교회에 도착했다.

 

엄마가 교회 뒷자리, 구석진 곳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작은 소리로 소곤대며 기도하시는 동안,

나는 엄마와 조금 떨어진 긴 의자에 누워,

아직 다 못 잔 잠을 더 자거나,

나도 함께 고개를 숙이고 손을 모은 채,

엄마의 기도와는 좀 다를 나만의 기도를 하기도 했다.

 

엄마는, 매번, 기도 중에, 우셨다.

힘겨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던 때 였고,

그 때 엄마는 고작 지금의 나보다

서 너살쯤 더 많은 나이였다.

 

나는 엄마의 그 울음을 감당할 힘이 없었다.

함께 울 수도, 짐짓 모른 척 할 수도,

위로할 수도..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의자에 길게 누워,

나는 잠을 청했다.

엄마의 눈물젖은 기도소리를 자장가삼아.

 

그리고 기도를 다 마친 엄마와

동이 튼 교회 앞 골목을 지나오면서,

엄마가 내 손에 들려준게 호빵이였든가?

아이스크림이였든가?

 

엄마와 그렇게 새벽마다 기도하러,

교회에 간건 며칠이였지?

아니, 몇달이였나?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실로 오랜만에, 이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와서

듣다가 왈칵_ 눈물이 났다.

 

그리고,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과

함께 폐기처분당한 옛 풍경이 뚜벅뚜벅, 내게 걸어왔다.

 

3학년인지, 4학년인지

호빵인지, 아이스크림인지

며칠이었는지, 몇달이였는지..

 

그 어떤 것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엄마의 간절함이 어렴풋이나마

어린 나에게도 전해진것처럼,

신에게도, 전해졌을거라고 혼자 믿어버렸던 기억.

 

뒷좌석 아무데서나 구겨져 자던 나를 업고,

자박자박, 집으로 돌아가던 엄마의 따뜻한 등.

 

 

언제나 내게,

나쁜 일들만 있었던 건 아니지.

이상한 건 잊고 싶은 기억들이 많아질수록,

행복하고 그리운 추억들도 어느틈엔가

이렇게 그 그림자 속에 가리워진다는 사실이다.

 

기억을 배반하는 것은 늘 나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