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한 7년 전 스타일? 예전 MBC 프로그램 보는 느낌이 있으시네요.” 모든 것이 변했다. 김국진이 MBC <황금어장>의 ‘라디오 스타’에서 돌아온 첫 날, ‘라디오 스타’의 윤종신은 그의 진행 스타일을 조롱했고, 김구라는 “나 때문에 방송하기 편해진 거다”라며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리고 그 복귀무대에서 김국진이 한 첫 번째 행동은 김구라의 멱살을 잡는 것이었다.
야생의 생존싸움, 그것이 ‘예능의 세계’
‘닥쳐’ 로 대변되는 최신 버라이어티의 살벌함.‘국진이 빵’이 나올 정도로 아이들에게 까지 사랑받았던 김국진이 인터넷의 독설로 공중파 TV에 올라온 김구라의 멱살을 잡아서라도 웃기는 것. 그것이 지금 ‘예능의 세계’다. 김국진이 전성기 시절 출연했던 MBC <테마게임>처럼 게스트를 추켜세우며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는 버라이어티 쇼는 더 이상 없다. MBC <무한도전>의 박명수는 틈만 나면 “닥쳐”를 외치고, 같은 시간대 SBS <라인업>은 출연자들의 사인을 일반인들에게 경매, 높은 금액이 나온 순으로 출연자를 우대한다. 출연자들을 돈 없이 전국을 돌리며 노숙을 시키는 ‘야생 버라이어티 쇼’ KBS <해피 선데이>의 ‘1박2일’처럼, 지금 버라이어티 쇼는 출연자가 생존을 걸고 서로 물고 물리는 야생의 세계다. ‘큰 웃음’을 줄 수 있다면 한 밤 중에 차가운 강물 속으로 뛰어들 수도 있고, 발라드 가수로 1990년대를 풍미했던 윤종신은 SBS <일요일이 좋다-옛날 TV>에서 개그 연기를 배우려고 노력한다.
왜 그래야 하냐고 묻는다면, <라인업>의 룰이 간단하게 설명해 준다. 메인 MC를 제외한 9명의 출연자들 중 가장 못 웃기는 사람은 인터넷 투표를 통해 방송에서 퇴출된다. <라인업>의 이경규와 김용만 같은 메인 MC들은 그래도 여유가 있다. 유명 스타 게스트들은 한 번 수다를 떨고 가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 있는 이 ‘2인자 후보군’들은 오락 프로그램에서 언제 잘릴지 모를 계약직 직장인들이다.
‘라인’이 움직이는 버라이어티의 세계MBC <무한도전>, MBC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왼쪽부터)
지금 방송사들은 이 2인자 후보군들을 버라이어티 쇼에 가득 모아놓고, 그들을 생존경쟁 시킨다. MBC <무한도전>의 시청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을 때만 해도, 오락 프로그램은 KBS <상상플러스>처럼 몇 명의 고정 패널에 게스트를 더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러나 MBC <무한도전>이 고정 출연자만으로도 시청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MBC <지피지기>가 MC들이 게스트를 직접 섭외하는 것을 하나의 코너로 만들 정도로 중량감 있는 게스트의 섭외가 어려워지면서 버라이어티 쇼의 패널들은 하나의 직업군이 됐다. 버라이어티 쇼의 고정 출연자들은 스스로를 어필하는 캐릭터를 통해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프로그램 안팎에서 형성된 ‘라인’을 형성해 보다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할 수도 있다.
<무한도전>의 ’유반장‘과 ’거성‘의 관계는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나 KBS <해피투게더>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이 SBS <일요일이 좋다>의 ‘X맨’과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등에 출연하면서 ‘라인’이라는 말이 시청자에게도 익숙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과거에는 무대 뒤에서 작용하는 것으로만 추정됐던 예능계의 인맥이 이제는 일종의 버라어티 쇼 전문 팀 역할을 하면서 프로그램의 재미를 좌우하는 요소가 된 것이다.
무슨 수를 쓰든 웃겨야 사는 사람들MBC <황금어장> ‘무릎 팍! 도사’, KBS <해피 선데이> ‘1박 2일’.(왼쪽부터)
오직 웃기는 것만이 존재 이유가 되는 새로운 직업군의 등장은 버라이어티 쇼의 성격 자체를 바꾼다. 과거 버라이어티 쇼는 거의 반드시 모든 출연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고정된 형식의 게임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무한도전>을 4주 만에 따라잡겠다고 하던 SBS <작렬! 정신통일>은 출연자를 김용만과 현영의 팀으로 나눠 일종의 ‘라인’을 형성했지만, 프로그램을 이끈 것은 ‘두뇌의 벽’같은 게임들이었다. 그러나 <작렬! 정신통일>이 폐지된 뒤 등장한 <라인업>에는 고정된 게임도 없고, 출연자들은 게임에 이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들은 일부러 케이크에 얼굴을 파묻어서라도 ‘큰 웃음’을 유발하려 한다. 게스트는 그들이 게임을 하며 망가지는 것만으로 웃길 수 있지만, 이 ‘직장인’들은 게임만을 믿고 기다릴 수 없다. 그들은 수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자신을 부각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라디오 스타’는 게스트를 초대하지만, 이 코너의 진짜 목적은 게스트를 게임의 도구 삼아 어떻게든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틀이 아니라 프로그램 안에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웃기는 이들의 생존이다. 형식은 파괴되고, 대신 무엇이든 웃음의 소재로 만드는 캐릭터가 강조된다. <무한도전>과 <일요일이 좋다-옛날 TV>는 매회 새로운 게임이나 미션을 들고 나오면서 거기에 대응하는 출연자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해피 선데이>의 ‘1박 2일’은 ‘야생’의 환경에 출연자들을 풀어놓다시피 하며, <라인업>은 출연자들이 얼마나 웃길 수 있고, 얼마나 인기 있는가가 곧 게임의 소재가 된다. 이제 오락 프로그램은 인기 MC의 영향력이나 게스트의 지명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예능의 세계는 1인자를 염원하는 이 2인자 후보군들의 끓어오르는 욕망으로 움직인다. 어떻게든 웃겨야 한다. 웃겨야 살아남는다.
그리하여 탄생한 버라이어티 쇼의 새로운 형식SBS <라인업>의 출연진들.
그러나 고정 출연자의 캐릭터가 중요시되고, 형식이 파괴되는 요즘 버라이어티 쇼의 등장은 ‘무형식의 형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외적인 형식이 사라지고, 웃겨야 살아남는 출연자들의 욕망이 프로그램의 동력이 되면서 모든 프로그램은 근본적으로 토크쇼다. 현재 버라이어티 쇼 중 가장 정해진 형식이 없는 <황금어장>의 ‘라디오 스타’는 결국 토크쇼가 된다. 조금이라도 더 웃기려는 욕망을 가진 출연자들이 쉴 새 없이 서로의 말을 끊고, 상대방의 모든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하는 사이 주제는 없지만 웃기기는 하는 토크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토크쇼는 과거의 토크쇼와 전혀 다르다. ‘라디오 스타’나 <라인업>의 토크는 기존 토크쇼가 아닌 일종의 리얼리티 쇼다. ‘라디오 스타’와 <라인업>은 ‘라인’으로 형성돼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이 서로의 사생활과 방송가의 뒷얘기를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김구라가 현재 연예인 중 가장 많은 시간동안 출연한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김구라는 인터넷 방송 시절 했던 인신공격적인 욕설로 인해 지금도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역설적으로 김구라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웃겨야 하는 버라이어티 쇼 전문 출연자들의 욕망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유재석이 다양한 콘셉트의 게임과 메인 MC로서의 통제력을 통해 <무한도전>을 리얼과 버라이어티 쇼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유지하도록 하고(정준하 사건 이후의 <무한도전>이 그것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강호동은 ‘무릎 팍! 도사’라는 캐릭터의 콘셉트와 토크쇼의 질문과 답변 형식을 통해 게스트에게 공식적인 답변을 끌어낸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실제 모습이 캐릭터가 돼 버린 김구라는 메인 MC가 되지 못한 네 명의 남자가 모인 ‘라디오 스타’와 2인자 후보군이 대거 모인 <라인업>에서 상대를 가리지 않고 공격하면서 공과 사, 실제와 쇼의 영역 자체를 모호하게 만든다. 웃겨서 성공해보겠다는 욕망으로 가득한 2인자들과 인터넷과 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의 ‘라인’까지 파악하고 있는 시청자들이 만나 웃겨야겠다는 의지만으로도 한 시간을 채울 수 있는 오락 프로그램들이 탄생했다.
이 2인자들은 1인자가 될 수 있을까
현재 대한민국 예능계의 1인자 유재석.그러나 이 2인자 후보군들을 내세운 버라이어티 쇼, 혹은 리얼리티 쇼, 혹은 토크쇼, 혹은 뜨려는 목적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의 뒷담화 쇼가 한국 오락 프로그램의 미래가 될지는 미지수다. 웃겨서 성공하고자 하는 버라이어티 쇼의 직장인들이 그 욕망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서로의 뒷얘기를 하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이 쇼들은 김구라와 신정환 같은 소수의 출연자들이 몇 개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출연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제 버라이어티 쇼 시장에는 전직 개그맨들뿐만 아니라 가수와 탤런트 출신들도 유입되고 있다. 모든 프로그램에 각기 다른 ‘라인업’이 필요한 상황이 왔을 때, 몇 개의 ‘라인’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지금과 같은 재료로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무엇보다 성공을 욕망하는 에너지로 움직이는 이들의 프로그램은 그들끼리 치고받을 때 앞으로 움직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2인자 후보군들은 그들이 아직 큰 의무도 지지 않는 2인자 후보군에 있기 때문에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다. 누군가 그 자리에서 벗어나 메인 MC로 올라가려 한다면, 그는 유재석과 강호동처럼, 혹은 이경규와 김용만처럼 ‘뒷담화’가 아닌 ‘공적인 진행자’로서의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10여년 이상 몇 명의 메인 MC들이 굳건한 자리를 지키고, 스타 게스트의 콧대는 점점 더 높아지는 현실에서 그들은, 그리고 한국 오락 프로그램은 어쨌든 살기 위한 에너지로 쇼 프로그램을 끌고 나가는 이상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중인 것인지도 모른다. 이 직장인들은 승진이란 걸 할 수 있을까.
버라이어티 업계의 비정규직들
“약간... 한 7년 전 스타일? 예전 MBC 프로그램 보는 느낌이 있으시네요.” 모든 것이 변했다. 김국진이 MBC <황금어장>의 ‘라디오 스타’에서 돌아온 첫 날, ‘라디오 스타’의 윤종신은 그의 진행 스타일을 조롱했고, 김구라는 “나 때문에 방송하기 편해진 거다”라며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리고 그 복귀무대에서 김국진이 한 첫 번째 행동은 김구라의 멱살을 잡는 것이었다.
야생의 생존싸움, 그것이 ‘예능의 세계’왜 그래야 하냐고 묻는다면, <라인업>의 룰이 간단하게 설명해 준다. 메인 MC를 제외한 9명의 출연자들 중 가장 못 웃기는 사람은 인터넷 투표를 통해 방송에서 퇴출된다. <라인업>의 이경규와 김용만 같은 메인 MC들은 그래도 여유가 있다. 유명 스타 게스트들은 한 번 수다를 떨고 가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 있는 이 ‘2인자 후보군’들은 오락 프로그램에서 언제 잘릴지 모를 계약직 직장인들이다.
‘라인’이 움직이는 버라이어티의 세계지금 방송사들은 이 2인자 후보군들을 버라이어티 쇼에 가득 모아놓고, 그들을 생존경쟁 시킨다. MBC <무한도전>의 시청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을 때만 해도, 오락 프로그램은 KBS <상상플러스>처럼 몇 명의 고정 패널에 게스트를 더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러나 MBC <무한도전>이 고정 출연자만으로도 시청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MBC <지피지기>가 MC들이 게스트를 직접 섭외하는 것을 하나의 코너로 만들 정도로 중량감 있는 게스트의 섭외가 어려워지면서 버라이어티 쇼의 패널들은 하나의 직업군이 됐다. 버라이어티 쇼의 고정 출연자들은 스스로를 어필하는 캐릭터를 통해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프로그램 안팎에서 형성된 ‘라인’을 형성해 보다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할 수도 있다.
<무한도전>의 ’유반장‘과 ’거성‘의 관계는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나 KBS <해피투게더>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이 SBS <일요일이 좋다>의 ‘X맨’과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등에 출연하면서 ‘라인’이라는 말이 시청자에게도 익숙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과거에는 무대 뒤에서 작용하는 것으로만 추정됐던 예능계의 인맥이 이제는 일종의 버라어티 쇼 전문 팀 역할을 하면서 프로그램의 재미를 좌우하는 요소가 된 것이다.
무슨 수를 쓰든 웃겨야 사는 사람들오직 웃기는 것만이 존재 이유가 되는 새로운 직업군의 등장은 버라이어티 쇼의 성격 자체를 바꾼다. 과거 버라이어티 쇼는 거의 반드시 모든 출연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고정된 형식의 게임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무한도전>을 4주 만에 따라잡겠다고 하던 SBS <작렬! 정신통일>은 출연자를 김용만과 현영의 팀으로 나눠 일종의 ‘라인’을 형성했지만, 프로그램을 이끈 것은 ‘두뇌의 벽’같은 게임들이었다. 그러나 <작렬! 정신통일>이 폐지된 뒤 등장한 <라인업>에는 고정된 게임도 없고, 출연자들은 게임에 이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들은 일부러 케이크에 얼굴을 파묻어서라도 ‘큰 웃음’을 유발하려 한다. 게스트는 그들이 게임을 하며 망가지는 것만으로 웃길 수 있지만, 이 ‘직장인’들은 게임만을 믿고 기다릴 수 없다. 그들은 수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자신을 부각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라디오 스타’는 게스트를 초대하지만, 이 코너의 진짜 목적은 게스트를 게임의 도구 삼아 어떻게든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틀이 아니라 프로그램 안에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웃기는 이들의 생존이다. 형식은 파괴되고, 대신 무엇이든 웃음의 소재로 만드는 캐릭터가 강조된다. <무한도전>과 <일요일이 좋다-옛날 TV>는 매회 새로운 게임이나 미션을 들고 나오면서 거기에 대응하는 출연자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해피 선데이>의 ‘1박 2일’은 ‘야생’의 환경에 출연자들을 풀어놓다시피 하며, <라인업>은 출연자들이 얼마나 웃길 수 있고, 얼마나 인기 있는가가 곧 게임의 소재가 된다. 이제 오락 프로그램은 인기 MC의 영향력이나 게스트의 지명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예능의 세계는 1인자를 염원하는 이 2인자 후보군들의 끓어오르는 욕망으로 움직인다. 어떻게든 웃겨야 한다. 웃겨야 살아남는다.
그리하여 탄생한 버라이어티 쇼의 새로운 형식그러나 고정 출연자의 캐릭터가 중요시되고, 형식이 파괴되는 요즘 버라이어티 쇼의 등장은 ‘무형식의 형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외적인 형식이 사라지고, 웃겨야 살아남는 출연자들의 욕망이 프로그램의 동력이 되면서 모든 프로그램은 근본적으로 토크쇼다. 현재 버라이어티 쇼 중 가장 정해진 형식이 없는 <황금어장>의 ‘라디오 스타’는 결국 토크쇼가 된다. 조금이라도 더 웃기려는 욕망을 가진 출연자들이 쉴 새 없이 서로의 말을 끊고, 상대방의 모든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하는 사이 주제는 없지만 웃기기는 하는 토크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토크쇼는 과거의 토크쇼와 전혀 다르다. ‘라디오 스타’나 <라인업>의 토크는 기존 토크쇼가 아닌 일종의 리얼리티 쇼다. ‘라디오 스타’와 <라인업>은 ‘라인’으로 형성돼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이 서로의 사생활과 방송가의 뒷얘기를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김구라가 현재 연예인 중 가장 많은 시간동안 출연한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김구라는 인터넷 방송 시절 했던 인신공격적인 욕설로 인해 지금도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역설적으로 김구라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웃겨야 하는 버라이어티 쇼 전문 출연자들의 욕망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유재석이 다양한 콘셉트의 게임과 메인 MC로서의 통제력을 통해 <무한도전>을 리얼과 버라이어티 쇼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유지하도록 하고(정준하 사건 이후의 <무한도전>이 그것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강호동은 ‘무릎 팍! 도사’라는 캐릭터의 콘셉트와 토크쇼의 질문과 답변 형식을 통해 게스트에게 공식적인 답변을 끌어낸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실제 모습이 캐릭터가 돼 버린 김구라는 메인 MC가 되지 못한 네 명의 남자가 모인 ‘라디오 스타’와 2인자 후보군이 대거 모인 <라인업>에서 상대를 가리지 않고 공격하면서 공과 사, 실제와 쇼의 영역 자체를 모호하게 만든다. 웃겨서 성공해보겠다는 욕망으로 가득한 2인자들과 인터넷과 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의 ‘라인’까지 파악하고 있는 시청자들이 만나 웃겨야겠다는 의지만으로도 한 시간을 채울 수 있는 오락 프로그램들이 탄생했다.
이 2인자들은 1인자가 될 수 있을까무엇보다 성공을 욕망하는 에너지로 움직이는 이들의 프로그램은 그들끼리 치고받을 때 앞으로 움직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2인자 후보군들은 그들이 아직 큰 의무도 지지 않는 2인자 후보군에 있기 때문에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다. 누군가 그 자리에서 벗어나 메인 MC로 올라가려 한다면, 그는 유재석과 강호동처럼, 혹은 이경규와 김용만처럼 ‘뒷담화’가 아닌 ‘공적인 진행자’로서의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10여년 이상 몇 명의 메인 MC들이 굳건한 자리를 지키고, 스타 게스트의 콧대는 점점 더 높아지는 현실에서 그들은, 그리고 한국 오락 프로그램은 어쨌든 살기 위한 에너지로 쇼 프로그램을 끌고 나가는 이상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중인 것인지도 모른다. 이 직장인들은 승진이란 걸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