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란>

주용현200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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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란>  

거침없이 발칙한 그녀가 온다!

감독 : 나나가와 미카

출연 : 츠치야 안나(키요하) / 안도 마사노부(세이지)

 

영화 초반부터 강렬한 색채에 금붕어들이 활개를 치며 돌아다닌다. 요란할 정도로 원색적인 색감으로 금붕어와 유곽 게이샤들을 교차편집하면서 그네들의 삶에 표면적인 역동성이 드러난다. 꽃단장을 하고, 교태를 부리며 손님들을 불러모으는 유곽의 게이샤들. 원색으로 도배된 감각적이며 탐미적인 오프닝시퀀스는 사쿠란의 미적 분위기는 이렇다고 강조한다. 역시나 감독은 사진작가 출신의 나니가와 미카.

 

고상을 떨며 머리로 주류객들을 농락하던 인텔리 게이샤들 혹은 순종적이고 연약하기만 하던 기존의 게이샤들과는 다른 느낌의 주인공은 특이하게도 '반항'하며 몸부림치고 까이고 대이면서 자신의 고집스런 성격을 드러낸다. 이는 일본의 게이샤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대표되는 '황진이'라는 인물이 세속적인 관습을 조롱하고, 자신을 당당히 세웠던 그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을 일본판 '황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황진이는 예인으로 평가받을만큼 있어보이는 캐릭터인데 반해 에 주인공 키요치는 분명 게이샤로서가 아닌 여자로서 혹은 그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강해져야만 하는, 자신에게 화를 내면서도 오기로 버티는 왈가닥 캐릭터다.

 

에서 정말로 인상적이었던 특별한 캐릭터를 보여주었던 츠치야 안나의 캐스팅은 탁월하다. 이국적인 생김새로 머리를 틀어올리고 그 위에 장식들을 꽂아대고 기모노를 칭칭동여 입고 게다를 신고 돌아다니는 그녀는 일본의 전통적인 그것과는 다르다. 당연히 연출의도였을 것이다. 그녀는 이질적인 환경에서 탑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캐릭터니까 말이다. 이렇듯 영화는 캐스팅에서부터 퓨전의 옷을 입는다. 원색적인 일본색을 내세우면서 시이나링고의 애절한 가사가 영어로 흐르는 음악적 퓨전코드 또한 여러 면에서 조화롭게 먹혀 들어간다.

 

내용면에선 한 여자의 자아 성찰기 그 이상은 없다. 결말은 역시 모든 것에 대한 내려놓음이다. 황진이의 그것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적어도 역사속의 황진이가 아닌 문화속에 그려진 황진이는 판타지에 가깝고 그렇게 그려져 왔기에- 서브로만 머물러있던 안도마사노부가 결말에 이르러 뜬금없게 부각된 것은 어쩌면 ‘키요하’라는 인물이 감성적인 사랑에만 할애하기에는 아까운 캐릭터였기 때문일 것이다. 유곽에서 대표되던 ‘키요하’의 적대적인 인물들은 둘 중에 하나에 자신의 영혼을 저당잡힌 캐릭터들이었다. 맹목적인 ‘사랑’ 혹은 ‘출세’다. 가장 근원적인 적대적 인물들로써 주인공은 이들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말았어야 했다. 그 결과가 안도 마사노부를 철저히 우정출연 수준에 머물게 하는데까지 갔지만.

 

뛰어난 게이샤는 상대방에게 자신이 원하는 말을 내뱉게 할 수 있다, 그것이 농간질이다.

 

감독은 연출의도를 분명히 했고, 그 농간질은 확실히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원색짙은 포스터 때문에 전통적인 일본영화로 혹은 로망포르노 비슷한 에로물로 받아들여지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사쿠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