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커밍 제인

이영주200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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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커밍 제인 (Becoming Jane, 2007)

감독 : 줄리언 재롤드

 

제인 오스틴을 모르는 일자무식이 제인 오스틴을 만났을 때

 

영화를 보아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릴 때가 왔다. 무슨 영화를 봐야 하나? 곳곳에서 "이건 아니"라는 탄식이 들려오는 허진호의 행복을 볼까 말까 갈등하던 중, 영문학을 하는 친구분이 비커밍 제인을 추천한다.

무엇보다 추천의 말이 재미있다. "저는 비커밍 제인을 안 볼 예정이어요. 왠지 불쾌할 것 같아서이지요. 보시고 까칠한 칼날을 갈아주셨음 해요."

왜 친구분은 이 영화가 불쾌할 거라 예상했을까, 내 영화리뷰를 쭉 봐왔던 분이 내게 까칠한 칼날을 주문하다니 뭔가 재미있는 씹을 거리가 있지 않을까, 호기심이 발동했다. 보고나서 까칠한 칼날을 갈아줘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마저 생겼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다 보고나서 극장을 나오면서 친구분이 한참 잘못 짚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생각해 보니 난 제인 오스틴의 그 유명한 오만과 편견조차 읽지도 보지도 않았다. 가물가물하니 TV시리즈를 본 것 같은 기억이 나기는 하는데 그것이 상상인지 실제인지 분간하기도 어렵다.

친구분이 이 영화를 두고 불쾌할 것 같다고 짐작한 데는 제인 오스틴에 대한 친구분의 생각이 있었을 텐데, 그 생각에 비추어 이 영화가 꽤 불쾌하게 그려졌을 거라 예상했다는 이야긴데, 나는 제인 오스틴에 대해 문외한이었으니 불쾌하고 자시고 할 꺼리가 전혀 없었다.

 

물론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본 적이 없는 내게도 제인 오스틴은 매우 익숙했다. 18~19세기 영국의 로맨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제인 오스틴의 이미지는 같았다. 초등학교 때 책장 가득 전집류를 채워둔 친구집에 놀러가 한창 독서놀이에 빠져지낼 때 어린 나는 제인에어나 폭풍의 언덕 같은 영국을 배경으로 한 나름의 로맨스소설을 특히 좋아했다. 비밀스러운 백작의 저택이라든지 그 안에서 벌어지는 괴팍한 성격의 부유한 남자와 독립적인 성격의 여자가 티격태격 부딪히며 만드는 로맨스는 강한 흡인력으로 어린 나를 끌어들였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만나본 적도 없으면서 어쩌다가 그렇게 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녀는 그때 그 흥미진진했던 로맨스와 같은 느낌으로 각인돼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제인 오스틴의 로맨스를 마치 논픽션인 양 다룬 은 어릴 적 내가 가졌던 영국 귀족사회 로맨스의 이미지와 많이 닮아 있었다. 오만한 남자 주인공과 그 시대가 요구하던 순종적인 여성상과는 거리가 먼 여자 주인공이 티격태격 부딪히다 사랑에 빠지고,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그들의 사랑은 갈등을 겪고... 물론 소설 속에서는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은 역경을 딛고 '결혼하여 행복하게 잘살았습니다'라는 해피엔딩이지만 의 제인은 홀로 글을 쓰며 가난한(오만과 편견이 대박났으니 말년엔 가난을 면했겠지만) 노처녀로 남겨지는 차이점은 있지만 말이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모르니 뭐라 떠들 자격은 없지만 제인 오스틴의 작품 스타일 그대로 제인 오스틴을 재현한 것이 이 영화의 성과가 아닐까 주제넘는 추측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앞서 누누이 말했듯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모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추측밖에 안 된다. 그러니 더 이상 떠드는 건 할 짓이 못 된다. 다만 초등학생 어린 시절 강한 흡인력으로 나를 잡아끌던 18~19세기 영국 귀족사회 로맨스가 더 이상 내게 흡인력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말의 전부다.

그 시대에 돈이나 사랑이 아닌 펜을 선택한 제인을 두고 영국의 허난설헌쯤 되는 것 아니냐는 일행의 소감에 "남자랑 눈맞아서 도망까지 다녀온 판에 혼자서 살고 싶어서 혼자 살았겠냐? 그 시대에 결혼하기는 불가능했던 게지. 제인의 언니도 약혼했다가 약혼자 죽으니까 결혼 안 하고 혼자 살았다며? 결혼하기 불가능했던 자매였던 거지, 용감한 선택이라 할 수 있겠어?" 뭐 이런 까칠한 대답이나 하고 있으니 로맨스에 빠져들 준비가 안 된 인간인 게다.

 

참나... 제인 오스틴도 몰라, 로맨스에 빠질 준비도 안 돼, 이렇게 준비 안 된 관객이 을 만나다니 이건 완전 잘못된 선택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재미없다거나 완전 꽝이라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다. 나름 재미도 있고 화면도 예쁘고, 그런데 관객이 준비 안 되다 보니 몰입이 안 되더란 얘기지. 정말 멀찍이서 남의 집 불구경하듯 영화를 보고 나오다니... 쩝.

영화를 보려면 뭔가 좀 준비하고 극장에 가야겠다, 오늘의 교훈이다. ^^;;

 

p.s. 보고 나서 욕을 하든 칭찬을 하든, 그다지 땡기진 않지만, 이 영화로는 글을 쓸 수가 없으니, 아무래도 허진호의 행복을 봐야할 것 같다.

 

 

덕에 역사공부

 

 

제인 오스틴에 대해 문외한인 채로 을 본 뒤, 그 영화를 추천했던 친구분과 인터넷상에서 영화에 대한 수다를 떨었다. 웹상의 수다였지만 마치 책 한 권을 읽은 듯 배부른 만족감이 느껴져 수다를 정리해 보았다. ^^

제인 오스틴 Jane Austen 1775.12.16~1817.7.18       나 : 제인 오스틴에 대해 전혀 몰라서 그런지 이 영화는 제게 무미무취무감했어요. 그러니까 까칠하게 칼날을 갈 수 있을 만한 건덕지가 없었던 거죠. ^^;;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알았어요. 지금까지 제인 오스틴의 소설 한 편 읽은 적이 없더군요. ㅡㅡ;;
이 영화를 추천했던 이유가 궁금해요. 그리고 제인 오스틴이 살았던 시대가 대략 언제죠?

친구 : 중세나 르네상스기의 연애담은 대개 '열정'을 매커니즘으로 하죠. 열렬한 사랑이 대개는 연인 둘을 서로 죽이든지 그도 아니면 혼자 죽든지 하는데, 제인 오스틴은 결혼을 엔딩으로 하는 게 특징이예요. 결혼에 대한 강박이 연애를 짓누르는 형국이랄까? 그런데 (영화를 안 봤으니 소설만 가지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네요) 소설에서는 연애를 짓누르는 결혼에 대한 강박이 굉장히 경제적인 문제예요. 노동이 아닌 유산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밖에 없던 산업화 이전 시기 서구에서, 여자들에게 결혼은 현대 여성들의 취직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니니까요.
그 시기 여성들에게 결혼은 '밥과 지위를 법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보장해줄 남자를 만나는 것'이었죠. 이것이 현실적인 결혼의 의미이고 소설에서는 이런 경제 사회적 관점이 매우 정확하게 나타나 있어요. 그래서 마르크스주의 비평가들도 제인 오스틴의 리얼리즘을 높이 평가하죠.
제가 이 영화를 보지 않을 거면서도 굳이 추천하면서까지 궁금했던 것은 경제사회적 리얼리즘과 로맨스가 과연 어떻게 만나는지, 그리고 그 리얼리즘이 영화에서는 느껴지는지, 정확한 리얼리스트의 가능성을 가진 여인네의 사랑은 어찌 펼쳐지는지, 뭐 이런 것들이 궁금했어요. 그런데 리뷰를 보니 아무래도 이런 점들을 느끼기에 충실한 영화는 아닌었나 봐요. 역시 로맨스 대가의 로맨스로 귀결됐나 보군요.

나 : 제인 오스틴은 결혼 대신 펜을 선택해 소설을 쓰고 그게 대박을 터뜨렸잖아요. 그럼 현실적인 결혼이 가져다 줄 수 있었던 밥과 지위를 펜이 가져다 준 셈이 된 건가요?

친구 : 제인 오스틴은 아마도 소설 나부랭이나 쓰면서 평생 오빠한테 얹혀 살았을 걸요. 게다가 그녀의 소설에 대한 당시의 평가도 지금처럼 열렬하진 않았던 걸로 알아요.
시대적 배경으로 봤을 때 설사 소설이 대박났다 하더라도 그 인세를 여자인 제인이 소유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예요. 셰익스피어 시대처럼 예술가가 궁정이나 귀족의 후원의 받던 시기도 아니고 출판으로 수입이 보장되던 시기도 아닌 어정쩡한 시절인지라... 아주 귀족취향이거나 아주 대중취향이 아니면 글로 먹고 살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나 : 아, 그렇군요. 제인이 살았던 시대에 대해, 그리고 제인 오스틴의 문학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영화를 봤더라면 훨씬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는 것이 힘' 맞아요. ^^;;;
영화 속에서 혼기가 꽉 찬 처자인 제인에게 닥친 결혼은 경제적인 문제로 그려진 것은 맞아요. 그러고 보니 이웃집 부자귀족인 그리샴가와 결혼하길 강요하는 집안 분위기나 "돈 없는 노처녀는 하녀보다도 못하다"는 어머니의 잔소리나 모두 결혼=경제문제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네요.
하지만 영화만 보고 그런 시대적 분위기를 읽기는 어려웠어요. 왜냐하면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는 가난한 귀족 처자인 제인이 결혼문제에 직면해서 취한 태도가 그다지 심각하게 그려지지 않았거든요. 제인은 오로지 사랑에 목을 매요. 부자귀족 남자의 청혼을 받고 조금도 주저함 없이 사랑하는 가난한 남자와 도주를 결심하죠. 오히려 애인 톰이 더 주저하고 몸을 사리는 형국이었어요.
더구나 제인 주변 사람들 역시 결혼=경제가 아니라 결혼=사랑이었어요. 제인의 부모도 사랑해서 결혼한 가난한 귀족이고 제인이 사랑한 남자인 톰의 부모 역시도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 하나로 결혼해 쪽박찬 아일랜드-영국 귀족집안이죠. 주인공도 사랑에 목매고 주변인물들도 사랑에 목을 매니 그 당시 결혼이 가졌던 경제적 계급적 위치가 관객들에게 전달되기는 어려웠던 것 같아요.
누누이 말씀드렸지만 영화를 볼 당시 제인 오스틴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어요. 제인이 어느 시대의 인물인지 몰랐죠. 대략 빅토리아 시대이지 않을까 추측만 했거든요. 그래서 의아했어요. 제가 책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빅토리아 가족이 저렇게 부부간의 사랑을 전제로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하던데 왜 제인 주변의 인물들은 온통 사랑밖에 난몰라 부부밖에 없을까? 그게 궁금하긴 했어요.

친구 : 제인 오스틴의 시대는 빅토리아 이전이죠. 의회정치가 확립되기 전, 프랑스에서 막 나폴레옹이 사전에서 불가능이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할 무렵, 낭만주의가 싹트기 시작할 무렵었어요. 그러니까 신의 섭리가 물러나고 계몽사상과 이성+합리주의가 도래한 시점었어요. 그래서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다른 19세기 소설들과 비교한다면 (제인에어나 폭풍의 언덕 또는 괴테의 소설들)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랑을 하죠. 자상하고 지체있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대개 비효율적 에너지 소모가 없는 로맨스죠.
덧붙여 설명하자면, 부르조아적이라기 보다는 지방 젠트리들의 신분상승 내지 유지가 가문의 절대과제인 시점, 엔클로저 운동으로 양이 사람을 먹고 난 시점이지요.

나 : 이런, 전혀 시대를 잘못 읽은 셈이군요. 역시 무식하면 고생이예요. ㅠㅠ;;
그럼, 또 하나 질문할게요. 저는 제인의 사랑보다 제인의 오빠인 헨리의 결혼에 더 눈길이 갔어요. 헨리는 사랑하지는 않지만(헨리 속마음이 드러난 장면은 없없지만 추측컨대) 돈 많은 과부인 사촌누이와 결혼을 해 팔자가 펴거든요. 가난한 귀족이 돈 많은 과부랑 결혼해 팔자 편 헨리의 결혼이 훨씬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거기서도 의아한 지점은 남아요. 그 당시에 과부와 총각 남자가 연애하는 건 가능했을 것 같은데 결혼까지도 가능한가요? 그리고 제인의 사촌이자 올케인 엘리자가 원래는 프랑스 부자 귀족과 결혼했다가 남편이 자코뱅당에 의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뒤 재산을 챙겨 영국으로 건너온 과부였거든요. 부자 남편이 죽은 뒤 그 재산을 챙겨 과부 혼자 소유하는 게 그 시대에 가능한 이야기인가요?
아, 그리고 제인의 롤모델인 성공한 여류소설가 리드클리프 부인이 나오는데, 그녀는 경제력이 있으면서 집에서 권력이 있어요. 자세히 묘사되진 않았지만 불행한 듯 보였어요. 남편이 돈 잘 버는 부인을 싫어한다는 거죠. 그건 오히려 현대사회를 반영하는 듯했어요. ^^ 그것도 가능한 이야기인가요?

친구 : 총각이 과부랑 결혼하는 게 가능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돈 많은 과부가 일가친척들에게 재산을 빼앗기지 않고 합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합법적인 남편이 필요했던 걸로 알아요.
인류학적으로 결혼을 부족간의 물물교환으로 정의한다면, 결혼이란 거래에서 여성은 의지와 욕망을 지닌 교역물이기 때문에 그 틀을 깨거나 벗어나지 않는 한 현실에 대한 실존적 고뇌가 없을 수가 없겠죠. 물론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 역시 결혼 문제로 실존적 고뇌를 하긴 하죠. (그런 점에서 현대에도 여전히 여성은 의지와 욕망을 지닌 교역물로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어요. ^^;;)
빅토리아조의 천사같은 여성이 독신과 함께 펜을 고집했다는 건 개인적으로 그 틀을 벗어난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인 오스틴에 대한 평가 역시 높은 것이구요. 물론, 그런 걸로 따지자면 홍석중의 황진이야말로 최고지만요. ㅋㅋ

나 : 사랑에 목매던 제인이 열정 빼면 시체인 톰이란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새벽도주를 결행하다가 중도에 포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요. 물론 남자와 야반도주했던 행적은 온동네에 소문이 파다하게 나고 제인에게 청혼했던 그리샴가와의 결혼 역시 무산되죠. 스스로 선택했든 어쩔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든 제인이 사랑도 결혼도 아닌 펜을 선택한 셈이 되는 거지요.
그런데 사랑에 목매던 제인이 사랑를 포기하는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았어요. 부자 귀족집안과 결혼하라는 부모의 압력에도 꿋꿋하기만 했던 제인인데, 경제적인 이유따위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사랑밖에 난 몰라였던 제인이었는데, 도주를 중단한 이유가 경제적인 문제였어요. 자신이 아닌 애인 톰의 경제문제. 톰이 제인과 결혼할 경우 톰의 후견인이었던 외삼촌의 경제원조가 끊기게 되고 그러면 톰의 부모와 형제자매는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는 걸 알게 되면서 제인은 톰과 헤어져요.
자신의 경제적 문제는 사랑 앞에 별것 아니었는데 애인의 경제적 압박은 사랑의 열정을 포기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현재 이 시대가 바라는 여성상을 제인에게 대입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혐의를 지우기 어렵더군요.

나 : 제인이 살았던 시대에 대해 좀 더 세밀한 설명을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때 귀족사회의 부부는 대체로 어떻게 맺어졌으며 배우자와의 관계는 대략 어떠한 계약관계였는지, 또 평민사회는 어떻게 달랐는지.

친구 : 오스틴 가문은 엄밀히 말해 타이틀 있는 귀족이라기 보다는 땅을 기반으로 한 젠트리 계급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이들이 빅토리아시대로 들어서면서 바야흐로 영국 경제와 정치의 주체인 중산층이 되죠.
그녀의 소설에서 본 것만 떠올린다면, 당시 가부장제 법률에 따라 여성들에게는 한정상속만 가능해요. 부친이 사망하면 딸은 직접 상속받는 것이 아니라 남편을 통해 유산상속을 받기 때문에 미혼인 상태로 부친상을 당할 경우 부친이 아무리 부자였다 해도 딸은 알거지가 되고 부친의 유산을 받은 삼촌이나 다른 친척 남자들에게 빌붙기 허용권을 타서 살아야 했던 걸로 알아요. 물론 부친이 사위를 못마땅해 할 경우에도 역시 상속해주지 않으므로 알거지가 되어야 했죠. 남녀가 만나 부부의 연을 맺는건 소위 사교계에 입문해야 가능했는데, 별볼일 없는 젠트리 딸이 사교계에 들어가려면 부잣집에 시집간 고모님한테 잘 보여 고모님이 주선하는 모임(파티)에서 내숭떨고 호호거리다 돈많고 타이틀(작위) 있는 참한 총각에게 구애받아야 결혼할 수 있었던 걸로 알아요. 그래서 노처녀들도 상당히 많았다던데요.
제 분야가 아니라서 (전 오로지 낭만주의 ㅋㅋ) 그저 읽은 소설책에 나온 만큼만 알아요. 그러니까 제 얘기를 너무 신뢰하지는 마세요. ^^;;;

나 : 아니오, 정말 감사드려요. ^^ 무진장 신뢰할 거예요. ㅋㅋ

친구 : 개인적으로 저는 제인 오스틴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소설이라고 죄다 결혼에 안달난 처자들 이야기인지라. 그런데 나이먹어 생각해 보니 결혼하지 않으면 완전히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던 18세기 부르주아 영국 처녀에게 결혼은 매우 경제적이고 계급적일 수밖에 없었겠다 싶긴 하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인 오스틴에게 공감은 그다지 안 되지만요. ㅡㅡ;;
하지만 제인 오스틴은 현재 로맨틱 멜로의 틀을 잡아놓은 장본인이기도 해요. 만약 앞으로도 여성영화를 계속해서 읽어야만 하는 팔자시라면 제인 오스틴을 알아두시는 것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뭐... 모르겠어요. ㅋㅋㅋ
어쨌든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대학 가려면 읽어야 할 고전 백선 같은 데 꼭 들어갈 만큼 대중화됐어요. 다만 이 영화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를 듣자면 버지니아 울프를 그렸던 와 비교하는 평들이 있더군요. 제인 오스틴도 버지니아 울프만큼이나 당대 최고 소설가였는데 맨날 연애만 했을까, 하는 거죠. ㅋㅋㅋ

나 : 설명을 듣다 보니 시간이 허락한다면 제인 오스틴을 읽어봐야 하나 고민도 생기긴 해요. ^^;; 적어도 제인 오스틴이 살았던 시대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사전지식이 조금만이라도 있었더라면 영화를 훨씬 더 재미있게 볼 수도 있었겠다는 때늦은 아쉬움은 생기네요. 어찌 됐든 감사드려요. ^^

  수다후기

수다를 떨고 나니 제인 오스틴이 살았던 시대의 사회 경제적 배경에 대해 제대로 보여줬더라면 이 정말 재미있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영화에서는 오로지 제인의 로맨스밖에 안 그려졌는데, 그게 아주 닳고 닳은 이야기구조니 흥미롭지도 않고 그렇다고 심리묘사에 공을 들인 것도 아니어서 공감도 안 됐다. 실존인물의 사랑을 그린 바에야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를 제대로 설명했더라면 구태의연한 연애행각마저도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생겼을 텐데, 아쉽다. 역사적인 인물의 사랑을 그리는 소설이나 영화를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타산지석으로 삼아도 되지 않을까?

올해는 황진이가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된 해이기도 하다. 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드라마와 영화 황진이를 평가해 보자면, 보다야 훨씬 잘 만들었지만(순전히 개인적 평가일 따름이지만. ㅋㅋ) 여전히 미흡한 부분은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영화 의 원작이라는 홍석중의 소설을 읽어보아야겠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