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청초한 영화 ; 청춘극장

님프이나200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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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청초한 영화


  요술같이 기분이 산뜻하도록 몽롱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아침저녁으로 동원과 은영은 베란다에서 서로가 바이바이를 함으로써 하루가 시작되고 마무리 되었다.

 

  타이밍과 장소는 신기하게도 잘 맞아 떨어졌다.


  “바이!”

  “바이!”


  방금 전에도 서로가 우연히 베란다에 나왔다가 서로를 발견하고 아래  위로 서로 바라보며 인사하였다. 한 인물이 서로의 인생에 각각 등장한 것이다.


  은영은 몽롱한 기분에 거실 건너 반대편 다른 베란다로도 걸어갔다. 그곳 베란다의 풍경은 동원과 매일 아침 만나는 베란다 쪽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동원과 만나는 베란다 쪽의 풍경이 보통 평범한 아파트 1층으로 베란다 밖이 그냥 푸른 잔디와 수풀 진 나무의 풍경이라면 다른 쪽 베란다의 풍경은 1층 더 올라간 듯 세상이 꽤 아래로 보인다. 아파트가 지면 보다 우뚝 세워진 탓에 각각 1층씩 더 높아진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꽤 까마득 내려 보이는 베란다 밖으로 펼쳐지는 길가에 한 청년이 그림과 같이 지나갔다.


  아랑드롱, 타이런파워, 캐리그란트! 그들은 모두가 대단한 미남이지만 늙거나 죽었다. 또한 반대로 생각하면 그들에게 빛나는 청춘의 시절이 있었듯이 어린시절도 있었을 것이다. 길 위의 청년처럼.


  청년은 어려보이면서도 쭉쭉한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뽀얀 피부에 안경을 끼고 있어 다소 지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청년은 캠코더를 돌리며 단지아래 길 위에 펼쳐지는 풍경들을 찍는 모습이 여간 화사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순수함만이 보일 만큼 고지식하고 촌스런 차림새도 아니었다. 청년은 제법 멋있었다.


  은영은 갑작스럽게 은영의 인생에 등장한 양동원이라는 남자의 어린 청춘도 이와 흡사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

  은영은 본격적으로 청년이 궁금해졌다.


  “한유랑.”

  청년은 순순히 답했다.


  “나이?”

  “스무살.”


  은영은 재밌었다.

  “학교?”

  너무 재밌어서 시니컬한 오렌지 하나를 캠코더 가방 안으로 툭 집어던졌다.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2학년!”


  ‘어쭈!’ 청년은 자신을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2학년이라 말하며 은영을 향해 엄지손가락으로 굿사인을 해가며 은영을 향해 캠코더를 돌리더니 은영의 시야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은영은 청년의 세련된 포즈에 자신이 안젤리나졸리 같은 S라인 스타라도 된 것처럼 우쭐해졌다.


---요즘 내가 왜 이럴까 시도 때도 없이

    그녀석의 얼굴만 떠올라(떠올라 자꾸자꾸 떠올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물 네 시간 그녀석이 온통 차지해버렸어

    자아 이제 일을 시작 해볼까

    하지만 알미운 그녀석이 자꾸만 떠올라

    그럼 안돼안돼안돼안돼 정신을 차려봐

    하지만 벌써 그녀석의 포로가 되었네.

    자나깨나 그녀석이 보고 싶어 자나 깨나 그녀석이 생각나네.


    대체 내맘 왜 이럴까


    하지만 그녀석이 없으면 왔다 갔다 그녀석이 없으면 안절부절

    내맘을 뺐어가 버렸어~

    루이루이루이루이루이루이루이~  [수퍼갤즈]


   “해진아!”


  은영이 멋진 청년의 모습을 탐색하는 사이 어느새 조카 해진이 학교에서 돌아와 친구 새롬과 함께 수퍼갤즈(애니메이션) 오프닝곡을 좋아 어쩔 줄을 몰라 부르는 것이다. 커다란 LCD TV에 수퍼갤즈를 틀어놓고는 신나는 파라파라 댄스까지 추어가며 부르는 모습이 둘 다 보통은 아니었다.


    “있잖아요? 우리 이근처에서 너무 잘생긴 오빠를 봤어요.”

    “글세, 그 오빠 진짜 쨩이야. 옷쨩, 얼쨩, 댑다 멋있다.”

  새롬과 해진은 번갈아가며 말했다.

 

   “음! 이 근처에서 그 정도 멋진 인간이라? 너희들이 열광할 만한 나이에? 혹시?”

   은영은 혹시나 하는 맘에 방금전 은영이 발견한 청년의 모습을 후다닥 캐리커쳐하여 해진과 새롬에게 보여줬다.


  “ 와하! 똑같다.”

   해진과 새롬은 캐리커처를 사진이라도 보는 것처럼 감격하였다.


  “ 나 얘 알어.”

  “ 누군데?”


  “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2학년 한유랑.”


  해진과 새롬은 은영의 자료제공에 서로 얼굴을 번뜩이게 바라보더니 후다닥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해진과 새롬이 방으로 뛰어 들어간 다음에는 냐옹이가 따라 들어갔다. 아주 잠시 몇 초가 지났다.


  냐옹이가 무슨일이라도 난 것처럼 먼저 거실로 다시 뛰어나왔고 그 다음엔 해진이와 새롬이가 다시 뛰어나왔다.


  “ 이모 글쎄 연세공과대학 오빠들 오늘 나이트 간데!

    오빠들 카페에 잠깐 손님으로 들어 가봤다지요.

    그래서 우리 오빠들 찾으러 강남역에 갈 거야.

    이모 기대해!”

  

  은영은 좀 벙쪘다.

  “ 그래 잘들 갔다 와!”

  반대할 이유도 없었다. 요즘 기분도 좋고 해진이가 원한다면 뭐든 해주고 싶었다. 매일매일이 요술같은 하루가 아니던가?


  은영이 반대하지를 않자 해진과 새롬은 하이파이브를 하며 가방을 들어 맺다.

  “ 아비요! 이제부터 중학생 형사 나가긴다.”


  “ 탕!”

 


  “ 내가 뭘 허락한거지?”

  

  해진이 친구 새롬과 함께 현관문을 뛰어나가고 나서야 은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세상은 알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