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감-와인 익는 맛고을 '청도-07.10.19

청도사랑2007.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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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와인 익는 맛고을 ‘청도’…

투덕투덕 장대질 까치가 멀리서 맘 졸이네

 

[국민일보]감-와인 익는 맛고을 '청도-07.10.19


싸움소의 입김처럼 하얀 수증기를 내뿜는 증기기관차가 씩씩거리며 달리던 경북 청도의 옛 남성현터널. 먼 기적소리와 함께 청도 마을을 질주하던 철마가 어둠의 공간 저편으로 사라진 지도 어언 70년이 흘렀다. 그리고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그곳은 가을하늘을 온통 주홍색으로 채색한 감나무 천지의 마을과 항온항습의 터널 속에서 그윽한 향의 감와인을 생산하는 명소로 거듭났다.

영남대로의 청도 옛길 시작점이자 끝점인 팔조령 정상.
문경새재 다음으로 험해 장정 8명이 한 조가 돼 고개를 넘었다고 해서 팔조령(八助嶺)으로 불리는 고갯길의 가을아침은 시간이 멈춘 듯 괴괴하다. 나그네들로 흥청거리던 주막은 흔적조차 없다. 그 자리엔 청도 선교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93년에 세운 '청도기독교 100주년 기념비'가 까치 떼와 더불어 청도 이서면과 대구 달성군을 잇는 해발 497m 높이의 팔조령 정상을 지키고 있다.

팔조령에서 맞는 청도의 가을아침은 황홀하다. 솜이불처럼 두터운 운문호 물안개가 스러지고 가지산(1240m)을 넘느라 지각한 태양이 투명한 가을햇살을 쏟아내면 감 익는 고장은 온통 주홍색으로 물든다. 돌담이 멋스런 마을과 산비탈은 물론이요 경부선 철도와 국도 주변도 주홍색 일색으로, 초록색 도화지에 주홍색 물감으로 점을 찍은 거대한 점묘화를 발아래 펼쳐놓은 듯하다.

시나브로 가을이 익어가는 청도는 어디를 가도 가지가 휘어지도록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 천지다. 감나무는 여느 고을처럼 울안이나 텃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창문을 열어도 주홍색 감만 보이고 고갯길 차창 밖도 감나무 가로수 일색으로 이색적 풍경을 그린다.

전국 감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청도 감은 생긴 모양이 둥글납작해서 반시(磐枾)로 불린다. 청도반시는 전국 유일의 씨 없는 감으로 육질이 연하고 당도와 수분이 높아 홍시 중 최고로 꼽힌다. 460여 년 전인 조선 명종 1년(1545년)에 이서면 세월마을 출신인 박호 평해군수가 중국에서 전래됐다는 감나무 접수를 무속에 꽂아 와서 청도 감나무에 접목하자 씨 없는 감이 열렸다고 한다. 지금도 청도에는 당시에 심은 수령 450년의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청도반시에 씨가 없는 까닭은 무엇일까. 학자들은 청도의 감나무가 암꽃만 피어 수분(가루받이)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감꽃이 피는 5월엔 운문댐에서 피어오른 짙은 물안개가 벌과 나비의 활동을 방해함으로써 더욱 수분이 불가능해 먹기에 좋은 씨 없는 감이 열린다고 한다.

청도반시는 곶감이나 단감이 아닌 달착지근한 홍시로 먹는다. 씨가 없어 곶감을 만들면 모양이 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곶감 대신 껍질을 깎은 감을 네 조각으로 쪼개 꼬들꼬들하게 말린 감말랭이다. 최근에는 껍질을 깎아 반만 말린 반건시, 얼린 아이스홍시, 감식초, 감화장품 등이 잇달아 선을 보이면서 지난달 이곳이 '청도 반시나라 지역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청도반시의 무한변신을 무기로 청도가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청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화양읍 송금리에 위치한 와인터널. 감와인 저장고로 이용되는 1015m 길이의 와인터널은 1904년 완공된 경부선 남성현터널이 변신한 것.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남성현터널은 1937년 아랫마을에 복선 터널이 생기면서 폐쇄됐다. 그러다 2004년에 청도반시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감그린'이란 브랜드의 감와인을 생산한 이후 이 터널이 와인창고로 활용되면서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내부 온도가 사시사철 15도 정도를 유지하는 터널은 천혜의 와인 숙성고이자 저장고. 남성현재를 관통하는 터널은 특이하게도 아치형 천장이 콘크리트가 아닌 붉은 벽돌로 만들어져 운치를 더한다. 터널 입구에는 감와인 카페도 등장해 와인의 향을 맛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쪽빛 하늘을 배경으로 펄럭이는 감물염색천도 청도를 대표하는 가을 풍경이다. 청도에서 감물염색을 하는 공방은 30여 곳. 감물염색에 매료돼 화양읍 유등리에서 11년째 '꼭두서니' 공방을 운영하는 김종백(55)씨가 독자적 감물염색법을 개발해 청도 전역에 보급한 덕분이다. 감물옷을 입은 사람이 괜스레 정감이 가는 것도 감물색이 한국인의 얼굴색을 닮았기 때문이리라.

청도에는 마음씨가 가을 하늘처럼 고운 이가 있다. 이서면 고평리의 복숭아밭에 '가송'이라는 이름의 아담한 찻집을 지어놓고 무료로 개방하는 신미애(49)씨가 그 주인공. 창밖으로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들을 훤히 볼 수 있는 찾집 안에는 피아노와 기타 등의 악기는 물론 온갖 종류의 차와 다기가 준비돼 있다. 누구든지 쉬어갈 수 있도록 연중 문을 여는 찻집에는 주인의 고운 마음씨에 감사하는 메모지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긴 장대로 홍시를 따다가도 나그네를 만나면 먹음직스런 홍시를 손에 쥐어주는 마을. 청도는 넉넉한 정을 권하는 감마을이다.

청도=글·사진 박강섭 기자 kspark@kmib.co.kr

 

 

[여행메모―청도] 홍시 따고, 맛도 보고…

10월 26일부터 사흘간 ‘반시축제’

[국민일보]감-와인 익는 맛고을 '청도-07.10.19


지난해 개통한 대구부산고속도로 청도IC에서 내린다. 서울역에서 동대구까지 고속열차를 타고 이동한 후 동대구역에서 청도역까지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해도 된다. 동대구역에서 청도역까지 30분.

청도군은 26일부터 사흘간 청도역 앞에 위치한 청도천 둔치 등에서 '청도반시축제'를 개최한다. 반시 쌓기, 홍시 빨리먹기, 반시 길게 깎기, 반시 무게 맞추기, 감물 패션쇼 등의 이벤트가 열린다. 이밖에 감말랭이 만들기, 감물 탁본, 감팩 체험, 감물 염색, 홍시 따기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가 곁들여진다(청도반시축제위 054-370-6376).

체험관광 전문업체인 농부와닷컴(www.nongbuwa.com, 054-373-5565)은 축제 기간을 전후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28일까지 접수하는 '고구마 캐기와 감 따기' 체험료는 1만원. 고구마 3㎏과 감 20∼30개를 가져갈 수 있다. 11월 중순까지 계속되는 '감 따기' 체험료는 5000원. 감을 따가는 것은 물론 현장에서 홍시를 실컷 먹을 수 있다.

와인터널에서 감와인을 생산하는 청도와인(054-371-1904)은 '감그린'이라는 브랜드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감물염색 공방인 꼭두서니(054-371-6135)는 예약을 하면 감물염색 체험을 할 수 있다. 무료찻집 가송은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내비게이션에 '청도군 화양읍 고평리 248번지'를 입력하면 된다.

청도에는 감나무가 인상적인 고택들이 유달리 많다. 9동 88칸으로 이뤄진 금천면 신지리의 운강고택은 바깥사랑채와 안채를 연결하는 방이 인상적이다. 사랑채를 비롯해 화장실에까지 아기자기한 장식을 만들어 놓았다. 임당리 김씨고택은 조선시대 궁중내시로 정3품 벼슬에 올랐던 통정대부 김일준의 고택. 사랑채에 앉아 안채를 감시하는 독특한 구조로 지어졌다.

화양읍의 용암온천은 지하 1008m의 암반에서 솟아나는 섭씨 43도의 게르마늄 유황온천수로 천연 그대로의 수질을 자랑한다. 용암온천관광호텔(054-371-5500)의 용암웰빙스파는 사우나와 바데풀, 그리고 독립된 수(水)치료탕인 아쿠아테라피를 갖춘 온천테마랜드. 여성전용 아쿠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청도군 문화관광과 054-370-6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