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014] 대전 vs 수원, 꿈을 꾸는 퍼플 아레나.

김민숙200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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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4일, 그날은 퍼플 아레나의 오랜 꿈이 이루어진 날입니다. 대전 시티즌은 창단 이후 처음으로 5연승을 이루었고, 그 승리들 덕분에 창단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에 동참하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1997년 최초의 시민 구단이라는 이름 아래 창단되었으나 이후 몇 년의 시간 동안 대전 시티즌이 얻은 것은 만년 최하위 팀이라는 오명뿐이었습니다. 2003년, 최윤겸 감독이 부임한 이래 더 이상 꼴찌 팀이라고는 불리지 않게 되었지만 가을 잔치에 초대받기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대전 시티즌은 리그에서 가장 가난한 팀이었고, 때문에 마음껏 가질 것이라고는 꿈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대전 시티즌의 꿈은 언제나 이루어질 듯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렇게 눈앞에서 달아나는 꿈 때문에 대전 시티즌은 울기도 참 많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꾸는 일을 그만두지 않은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나의 팀이 객관적으로 약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더라도, 그러므로 나의 팀이 승리보다는 패배를 자주 만나야 한다는 걸 모르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내 팀이 행복해질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았던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대가로 하여, 우리는 마침내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대전 시티즌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축하해 주십시오.’라는 경쾌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벤치를 지키고 있던 선수들이 그라운드 안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잔디 위에는 갓 경기를 끝낸 선수들과, 방금 그라운드 안으로 뛰어 들어온 선수들이 한데 어우러져 자신들의 기적 같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자축했습니다. 그러한 선수들 곁으로 다가선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의 격려가 이어졌습니다. 누군가는 번쩍 두 손을 치켜들었고, 또 누군가는 커다란 박수를 쳤습니다. 

 

일렬로 줄을 선 채 관중석으로 다가오는 대전 선수들의 손에는 6강행을 자축하는 플랜 카드가 들려 있었습니다. 결승골을 터트렸던 슈바는 유니폼을 벗어 위아래로 흔들며 기쁨을 표현했고, 팬들의 것이었을 깃발을 손에 든 김형일은 팔짝팔짝 뜀박질을 뛰면서 깃발을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온 관중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라운드에 선 선수들을 향해 박수갈채를 보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퍼플 아레나에는 한 바탕 축제가 벌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퍼플 아레나를 찾은 모든 사람들이 축제의 주인공 같았고, 이 축제는 쉬이 끝날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물론, 고작해야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을 뿐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경기들이 많고, 이 경기들이야말로 정말 힘든 경기가 될 거라는 것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누군가는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것 아니냐고 묻겠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이 기쁨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일을 가능하게 했으므로,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일어섰으므로, 너무나 힘들었던 올 시즌의 끝에 이렇게 다함께 웃을 일을 만들었으므로

 

2007년 10월 14일, 퍼플 아레나의 사람들은 순수한 기쁨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잦은 패배와, 많은 시련. 끊이지 않았던 좌절 속에서도 여전히 아름다운 퍼플 아레나에서, 이렇게 즐거운 날을 맞아 행복합니다.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 승리가 아니라 패배라 해도, 울거나 주저앉지 않을 자신이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이토록 눈부신, 꿈을 꾸는 퍼플 아레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승리를 선물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대전 시티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