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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200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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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 깊은 곳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사는 공간이 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 전에 사랑했던 사람,

앞으로 사랑하게 될 누군가를 위해.

그들은 제각각 다르지만 모두 하나의 사랑이기도 하다.

 

그를 위해 화분의 꽃을 예쁘게 키우고,

두어 편 서정시를 외우고,

 

그를 위해 아침과 밤에 들을 음악들을 고르고,

늘 섬유린스 향이 나는 촉감 좋은 이불 홑청을 마련하고,

 

그를 위해 새로운 요리를 배우고, 그를 위해

아침마다, 밤마다 얼굴을 씻고 가르마를 곧게 탄다.

 

그를 위해 정말 좋은 사람들을 사귀어 놓고, 그를 위해

맛있는 식당들을 알아 놓고, 그와 이야기하기 위해

책을 골라 읽고 영화도 보아 두고 철새와 뱀과 고래와

사슴벌레의 습성들에 귀 기울여둔다.

 

그를 위해......

잎 지는 가을 숲길과 칠월의 가로수가

그늘을 드리운 시골 국도를 발견해놓고

배들이 섬으로 떠나는 항구의 시간표를 알아놓는다.

 

그를 위해 내 일기장을 정리하고 사진들을 연대순으로 꽂아 놓고,

지도 위에서 그와 함께 갈 먼 나라들의 순서를 정한다.

 

그를 위해, 어쩌면 다음 생에나 만날 그를 위해,

이 부재의 적막한 순간을 더 힘껏 사랑하면,

그는 어느 사이 나 자신이 된다.

 

 

 

글  전경린, 붉은 리본

사진  영화 o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