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노랑.주황.연한 갈색.연두.그리고 이 모든 게 적

이현옥200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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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노랑.

주황.

연한 갈색.

연두.

그리고 이 모든 게 적당히 어우러진 색.

 

단풍이 곱다.

정말 곱다.

가로수 이파리들이 그렇게 하나하나 색이 입혀지는 게

신비롭다.....

 

그런 단풍과 묘한 대조를 이루는 게 있다.

진료실에서 남대천을 바라보노라면 감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두 그루.

남동쪽으로 난 창이라 항상 햇살이 가득한 곳이다.

그 감나무에 옅은 주황색 단풍(?)이 주렁주렁하다.

여름 내내 푸른 이파리 그늘에 숨어 알음알음 영글던 감이

이웃들이 화려한 옷으로 치장하는 동안

수확의 손길을 바라고 익어가고 있다.

 

꽤 많은 감들이 열렸는데도 감나무의 가느다란 가지는 휘지 않는다.

생명을 잉태한 엄마의 위대함 같은 가지의 유연함이다.

굳이 만져보지 않아도 그 가지엔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자만이 가진 의연함과 긴장감이 넘치리라.

마지막 수확의 시간까지

주렁주렁 매달린 생명들을 붙잡고 영양분을 공급해야 하는,

임산부의 위대함,

그건 가히 존경스러울 뿐이다.

 

누가 그 생명을 소유하게 될까?

눈으로야 나도 벌써 수십 개의 생명을 가져왔다.

감나무 스스로 그 생명들을 내려놓기 전에 인간이 손을 안 댔으면

좋겠다.

인간의 판단은 항상 자연보다는 무디다.

욕심 때문에.

 

우리에게 허락된 생명, 자식들.

그들을 향하는 우리의 마음에, 시선에, 사랑에

제발

욕심이 먼지처럼 달라붙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