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Once)]를 보고....

김대중2007.10.29
조회59
[원스(Once)]를 보고....


 

 

 

사랑하는 사람과 보냈던 시간들중, 어떤 때가 가장 즐겁고 기쁘고 행복했으며, 기억에 남는 시간으로 남았을까요?


세상 사람들 모두 서로 다른 답을 내놓을 것입니다.


처음으로 손잡고 영화를 보았을 때.

첫 키스를 했을 때.

첫눈을 같이 맞으며 길을 걸었을 때.

잊지 못할 둘만의 여행을 갔을 때.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 처음으로 고백했을 때.

조금 응큼한 사람이라면 아마 처음으로 아침에 같이 눈떴을 때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


저는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비록 실력은 없지만, 마구 틀려가며 서투른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었던 순간이 제일 행복했었고, 그 순간이 가장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음악을 통해 서로 의사소통을 하며 사랑을 키우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원스(Once)]는 - 물론 제 경우와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 이라는거 잘 압니다.. ^^ - 제 가슴속에 사무치도록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사랑하는데 무슨 특별한 방식이나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음악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특별한 ‘소통’을 선사합니다.


말(言)은 그 무게가 너무나 무겁고 직설적이어서 - 물론 그 말의 무게를 인지하지 못하고 아무 때나 남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 쉽사리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음악을 통해 상대방에게 은유적이고, 간접적으로 고백을 하게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 영화 [원스]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소통, 특히 음악을 통한 소통에 관해 섬세하게 그린 영화입니다.


줄거리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고 간단명료합니다.



남자는 아버지의 청소기 수리점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거리에서 기타 하나를 달랑 메고 노래를 부르는 ‘거리의 악사’입니다.


어느날 남자 앞에 여자가 나타납니다.


아직은 앳된 ‘소녀’같은 여자.


그녀는 그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다음날 고장난 청소기를 고쳐달라며 나타난 그녀와 같이 식사를 하게 되고,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다는 그녀와 함께 새로운 곡을 연주해보기 위해 피아노가게에 들어가게 됩니다.


화음을 맞추며, 음악을 통해 서로 소통하게 되는 그와 그녀.


남자는 떠나간 옛 애인을 아직 잊지 못하고, 그녀는 체코에 별거중인 남편이 있습니다.


앨범을 준비하는 그를 도와 그녀는 그의 곡에 가사를 붙여주기도 하고, 앨범 녹음에 참여하게 되며, 음악을 통해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 영화는 시종일관 음악을 통해 그들의 감정을 표현하며, 남자와 여자가 처음 만나 사랑을 느끼게 되기까지의 섬세한 감정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아일랜드의 유명한 인디밴드 [더 프레임즈(The Frames)]의 리드 보컬 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사랑에 상처받은 남자의 감정을 절절하게 잘 표현해 내었고, 그의 너무나 좋은 곡들은 이 영화를 한층 빛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더 프레임즈]의 게스트로 앨범제작에 참여했다는, 실제 체코 출신의 또한 사랑에 갈등하는 여자의 모습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히 연기해내었고, 이 영화를 찍으며 두 사람은 실제 연인관계가 되었다고 하니, 비(非)연기자 출신의 두 배우가 어떻게 이런 절절한 연기를 보여주었는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저에게 큰 감동을 주게 된 것은, 음악도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의 엇갈림, 그리고 상투적인 다른 영화의 결말과 다른 이 영화의 결말 때문입니다.


이런 장르의, 대부분의 영화가 늘 그렇듯이 주인공 남녀는 숱한 대립과 갈등, 그리고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장벽을 극복하고 사랑의 결실을 맺으며 영화는 끝나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 [원스]는 너무나 현실적인,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과 인생을 보여줍니다.


여자는 체코에서 그녀와 다시 인생을 함께 하기 위해 찾아온 남편을 버릴 수가 없고, 딸을 생각해서라도 그와 런던으로 갈수 없습니다.


남자도 떠나간 옛 애인과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런던으로 자신의 첫 앨범을 들고 출발하게 되며, 이 두 사람은 각자의 인생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결말에 있어서 우리는 자칫 놓칠만한 중요한 사건 하나를 떠올려야만 합니다.


그가 그녀에게 오토바이로 드라이브를 제안하고 바닷가에 가서 서로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의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남편을 아직도 사랑하냐고 물어봅니다.


그때 그녀는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밀루유 떼베(Miluju tebe)....”


체코어로 “너를 사랑해” 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남자는 그녀의 이 말을 못 알아들었고, 만약 이 뜻을 알게 되었다면 영화의 결말은 바뀌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미묘한 감정의 엇갈림.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숱한 감정의 엇갈림 속에 살고 있습니다.


타인과의 ‘소통’은 그만큼 어려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로의 인연이 닿아 그 소통이 원활하게 되었을 때, 서로의 사랑은 결실을 맺게 될 것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한편의 잘 만든 러브 스토리, 그리고 음악영화 [원스] 였습니다.




사족(蛇足)....


음악이 너무나 훌륭해서 OST를 듣고, 또 듣는 중인데 문득 이 영화를 소극장 뮤지컬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웨스트엔드, 또는 브로드웨이 어디에서건 추진 중이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