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평짜리 사랑방

김영태2007.10.31
조회20
어느 허름한 여인숙에서 한 사내와 여인이 나옵니다.
여인은 지갑에서 몇 푼의 돈을 꺼내어
사내에게 건네지만 그는 사양하며 길을 나섭니다.

그는 가진 것도, 가진 기술도 없지만...
튼튼한 몸이 있기에 공사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일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시각 여인은 식당에서 일을 합니다.
모두들 그녀에게 밥이 맛있다며 칭찬을 하지만
그녀는 웃으며 손사래를 칩니다.

다시 시간이 흘러 해질 무렵엔
그 길목에서 그들은 다시 만납니다.
둘만의 보금자리로 들어가 사랑을 속삭였죠.
몇날 며칠 같은 날이 반복되는 걸 보니
그 둘은 부부인 것 같습니다.

집은 없지만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하던
어느 날, 운전면허시험에 합격한 사내는
그녀에게 달려갔습니다.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말했습니다.
"이제 좋은 직장 얻어서
좀 더 나은 생활 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좋은 직장을 얻기란 그리 쉽지 않았고
집이 없었던 그들은 숙식이 제공되는
카센터로 자리를 옮겨 또 열심히 일했습니다.

아이들의 아빠 엄마가 된 부부는
고된 삶 속에서도 행복했습니다.

30여년이 흐른 지금...

사내는 깊게 패인 주름과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노동의 대가로 왼쪽다리에 철심을 박았고
여인은 디스크라는 치유할 수 없는 고통과
장애인 수첩이라는 것을 갖게 되었죠.

사랑이 무엇이기에...
자식이 무엇이기에...
그렇게 희생하며 살아왔을까요.
두 눈에 이슬이 맺혀 옵니다.

그들은 저희 부모님입니다.

어머니의 거친 손은 자식을 위한
희생의 대가라는 것을 못난 아들은
이역만리 이라크에서 이제야 깨닫습니다.

현지 주민의 가옥을 정찰하던 중이었습니다.
전쟁으로 황폐한 이 땅에도 사랑은 싹트고 있더군요.

두 평 남짓한 콘크리트 벽돌 사이로
인기척이 들려 긴장하고 들여다보니
그곳에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있는 것이라고는 바닥에 깔린
카펫 한 장에 담요가 전부였어요.
젊은 부부의 밝은 인사에 제 자신이 부끄러웠죠.

우리나라도 그러했듯이 전쟁이라는 뼈아픈
상처가 모든 이에게 시련을 겪게 했지만
어디에나 사랑은 있고 그 사랑은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씨앗과도
같은 존재임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이곳 자이툰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저는 뒤늦게 철이 드나봅니다.
자이툰의 추억이 모든 장병들에게
삶의 교훈이 되고 힘이 됩니다.

부모님의 한없이 크신 사랑에
다 보답할 수는 없겠지만
이제는 부모님께 먼저 달려가 안길게요...

오늘도 그리움에 눈물을 훔치며
하늘을 바라봅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