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둑

김은정200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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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

소위 번듯한 사람들이 살고 있어 고급스러운 풍경을 대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분당이란 동네에서 내 발길이 소리없이 머물고 미소가 실소가 되어 터뜨리게 된 풍경....

 

그 순간 쏟아지던 모래시계는 급하게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멈춰버리고 나와 그 자전거는 다른 풍경 속에서 격리된다. 그러나 그 괴리감은 하나도 적적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지그시 눈을 감아버리고 싱그럽게 한숨을 들이쉴 수 있을만큼 내겐 여유로운 순간이 된다.

 

어린시절 내 고향 시골에서 커다란 막걸리통을 커다란 자전거에 싣고 일터를 좇아가시던  턱수염이 거뭇했던 건장한 그 아저씨들은 이제 60대 이상의 노장이 되셨다.

 

어린 시절 유난히 모험심이 많아 다리에 흉터 아물날이 없었던 나는 그날도 여지없이 자전거를 배우고 말겠다며 커다란 엿장수 가위같은 그 자전거에 폐달을 힘차게 굴러본다. 그러나 힘찬 도움닫기에도 불구하고 내 다리는 높다란 안장까지 닿기에는 역부족이었으며 그대로 그 자전거와 하나가 되어 넘어지고 만다. 또다시 까진 무릎을 훈장처럼 달고 집으로 들어와 빨간약으로 보기좋게 포장해 버리면 그뿐.... 어쩌면 내일이면 기적처럼 한뼘이나 키가 자라 그 안장까지 닿을 수있을테지.... 자전거를 향한 나의 의지는 딱지도 앉지 않는 생채기처럼 결연하다.

 

난 지금 그 자전거와 마주하고 있다. 아무도 없는 곳에 자물통도 채우지 않고 세워져 있는 자전거라.... 당연히 그 자전거를 훔쳐갈 사람은 없을것이라는 확실한 가정을 세우고 꽤나 흡족해하셨을거야.  저 자전거 주인님...

 

근데 어쩌죠? 난 이 순간에 자전거와 멈춰있었어요. 시간을 거슬렀어요. 웃기도 했어요. 울기도 했어요. 난 그 자전거를 간절히 훔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훔치기로 작정했어요.

 

이대로 이야기가 끝나면 어느 좀도둑의 단편선이 되겠죠?

이대로는 아녜요.

 

대신 자전거 주인님한테 부탁하고 싶은게 있어요. 자물통을 채우지 않은 그 자전거를 내 추억과 상상속에서는 언제든 훔쳐서 달아나도 될까요?

그 추억의 여행을 스치는 빛처럼 내 가슴속에 쏟아붓고 나면 다시 그자리에 조용히 되돌려 놓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