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소풍경 2007 마산마을 (열하나)

장형준2007.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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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정미소 일을 하다보면 우리 면 거의 모든 마을을 다 돌아다닙니다.
들르다 보면 유난히 정이 가는 그런 마을이 있습니다.
오늘 얘기할 마산마을이 그런 마을입니다.
마을 산이 있고, 작은 냇가가 흐르고, 맞은 편은 비탈진 밭이 있는 마을입니다.
작은 냇가 옆에 있는 정자와 당산나무도 멋있습니다.

며칠 전에 마산마을이라며 방아를 찧자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몇 년째 방아를 찧다보니 아는 분이었습니다.
이 분은 예전 어렸을 적에 우리 마을에서 살았던 분입니다.
결혼을 하면서 이곳 마산마을로 오신 분입니다.

집이 오르막에 있어 짐을 싣고 나오기 편하게 후진으로 차를 집앞에 댔습니다.
대문 바로 안에 콤바인 포대에 벼를 쌓아 놨습니다.
토요일이라서 일을 도우러 온 동생과 함께 부지런히 포대를 실었습니다.
짐을 싣고 있는데 몸이 불편하신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보고 계십니다.

"잘 지내셨죠?"
"잘 지냈제라"
"건강하시죠?"
"일이 많아 논께 삭신이 모두 아픙만요"
"일을 쬐끄만 허시지요"
"나 혼자 일을 헐랑께 ..."

"올해는 따님이 안 오시나요?"
"바빠서 못 오고 대신 사우가 온다고 허덩만요"
"그래도 그 딸이 효자네요"
"자석이 다섯인디 모도 다 소자지라우"

"어르신이 아프셔서 고생이 많으셨겠네요"
"내가 말도 못허고 징헌 시상을 살았지라우"
"어린 자식을 두고 먼저 간 부모는 죄가 많다던디"
"우리 부모는 정말로 죄가 많은 양반들이었능가보요"
"내 나 여섯에 부모 죽고 놈의 집 일허러 갔응께"
"거그서 일허다 이곳으로 시집 왔는디 와서 본께 신랑이 아픕디다"
"군대에서 총을 맞았는디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허고.."
"자기 자식이었으먼 어디 이런 데다 보냈을라고"

"그래도 지금은 자식들도 잘 하고 괜찮으시죠?"
"지금이야 옛날에 비하면 좋아졌제"
"그만치 내가 고상을 많이 허기도 혔고"

정미소에 도착해 방아를 찧고 있으니 사위가 왔습니다.
사위와 함께 방아를 찧고 쌀 몇 포대를 주어 보냈습니다.

2007년 가을 정미소 풍경은 농촌 할머니의 평생 회한(懷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