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 보여 주는 귀족적이고 우아하며 활기찬 가난! 궁핍하면서도 나보다 먼저 타인을 생각하고, 한 끼의 식사 를 나누기 전에도 활짝 핀 미소와 함께하는 가난! 이딴 게 실제로 세상에 존재한다고 말하는 작자가 있다면 이현은 그를 죽을 만큼 팬 다음에, 그냥 한 대 더 때려서 죽 여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세상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아주 살기 힘든 구조였다. 국회에서 개정된 근로복지법에 의해 미성년자는 어떠한 일자리도 구할 수 없게 되었다. 불법적이지만 이현은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14세 때부터 제봉 공자에서 실밥을 땄다. 월급이라고 해 봐야 보잘것없었지만 그래도 밥은 공짜로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하에서 환풍기 2대 달랑 틀어 놓고 하는 일이라 서 건강이 극도로 나빠졌다. 덕분에 폐에 이상이 생겨서 병원비만 더 많이 나갔다. 그다음으로 주유소에 취직하고, 심지어는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재활용품을 모아서 팔기도 했다. 아무리 일을 해 봐야 손에 쥐는 돈은 어차피 푼돈. 미성년자인 그는 불법적으로 취직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것을 이용해서 고용주들은 지독하게 그를 부려먹었다. 20세 때까지 착취만 당하고 살아온 인생인 것이다. 덕분에 이현은 돈의 가치를 아주 잘 알았다. 그렇지만 이 제는 조금 달라질 것이다. 드디어 성인이 되어서 주민등록증이 나왔으니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민등록증을 지갑에 넣으면서 이현은 중얼거렸다. "몸이 부서지도록 일을 해야겠지. 하루에 3개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그의 가족이라고는 할머니 와 여동생 1명뿐이었다. "후후. 이제부터 부자가 되어 줄 테다." 이현은 그렇게 다짐을 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이제 오느냐?" 할머니는 이불을 끌어안고 누워 계셨다. 며칠 전에 계단에 서 굴러 떨어진 이후로 허리를 삐끗해서 일을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약을 쓰고는 있었지만 없는 살림에 병원으로 가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는 힘들었고 이렇게 집에서 쉬고 있었다. 밤마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치료를 받지 않았다. 이현은 집에 들어올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다. 겉도는 여동생과 늙은 할머니만 있는 집에는 활기가 없었 다. 어쩌면 그 때문에 더더욱 집에 들어오기 싫은 건지도 모 른다. "혜연이는요?""몰라. 나가서 안 들어왔따. 또 불량배 녀석들과 어울리지 는 않을는지." 이혜연은 그의 여동생. 얼굴을 볼 때보다 안 볼 때가 더 많았다. "괜찮을 거예요. 무슨 일이야 있겠어요." "네가 하나뿐인 오빠다. 여동생은 오빠가 지켜 주는 거야." "예." 이현은 씁쓸하게 웃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어디서 막노동을 하거나, 택시를 운전하더라도 여동생만 큼은 대학에 보내고 싶었다. 지금은 잠시 방황을 하고 있지만, 이현 자신과는 달리 머 리가 좋고 총명한 아이다. 대학만 간다면 좋은 남편을 만나서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할머니도 더 이상 고생을 시키지 않고 모시고 싶었 다. 할머니가 늙고 병든 것은 전부 이현과 이혜연을 기르기 위해서였다. "내일부터 일거리를 찾아봐야겠지. 취직 시험도 봐야 할 테고……." 이현은 중얼거리면서 컴퓨터를 켰다. 오래된 컴퓨터가 우우웅거리면서 부팅이 된다. 인터넷이 연결되자, 습관적으로 게임에 접속했다. 그가 하던 게임은 마법의 대륙. 출시된 지 20년도 넘은 고전 게임이었다. 한때 대한민국 을 온라인 게임에 미치게 만들었던 게임.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위치에 있었던 게임. 여기저기 부품을 조합해서 만든 이현의 구닥다리 컴퓨터 로는 돌아가는 게임이 많지 않았고, 마법의 대륙만이 깨끗하 게 돌아갔다. 처음 배운 게임이었지만, 게임을 하는 도중에는 유일학 즐겁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이현의 플레이는 굉장히 독특했다. 주변의 사람들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았고 하루 종일 사냥 만 했다. 몬스터가 나타나면 죽이고, 레벨을 올려서 더 높은 사냥터로 향했다. 공성전이나 길드전에도 전혀 참여를 하지 않았다. 캐릭터의 능력치를 조금씩 향상시키고 장비를 갖추는 재 미로 게임을 했다. 200시간 동안 잠도 안 자고 사냥만 했던 적도 있었고, 레 벨 하나를 올리기 위해서, 몹 한 마리를 잡기 위해서 1달간 고생했던 적도 많았다. 남들은 무슨 재미냐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캐릭터가 강해 지는 것이 재미있고, 전에는 못 잡던 몹을 잡을 수 있는 재미 에 푹 빠져 들었다. 어느새 이현은 최고 레벨에 오를 수 있었다. 더 이상 레벨 이 올라가지 않는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수십 년 마법의 대륙 역사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록될 만한 일이었다. 주변을 돌아보아도 이현, 자신만큼 강한 캐 릭터는 없는 것 같았다. 남들은 파티로 와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냥터에서 혼자 사냥을 하며 몹들을 쓸고 다녔으니 까 말이다. 최고의 레벨에 오르고 나서 드래곤을 포함한 최강의 몹들 도 혼자서 한 번씩 잡아 보았다. 하지만 이현은 별로 감흥도 없었다. 요즘에는 기술이 발전해서 모든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라 고 하는 가상현실 시스템이 갖추어졌다. 특히 '로열 로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게임은 정말로 대단하다. 가상현실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세상을 완벽하게 구현 한 것을 비롯해서, 수천만의 이종족들과 유저들이 함께 게임 을 한다. 수만 가지가 넘는 직업과 수십만의 기술. 원하는 대로 모험을 즐길 수도 있었고, 친구들과 함께 몇 날 며칠 바다낚시에 빠져도 된다. 변덕스러운 태풍만 만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자유도와 방대한 규모도 놀라울 뿐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백미는 놀라운 게임 시스템에 있었다. 인간이 게임에서 즐길 수 있는 재미를 가장 궁극으로 유도 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로열 로드'. "어차피 나에게는 모두 그림의 떡이니까." 조금만 복잡한 웹페이지도 느리게 뜨는 컴퓨터로 무엇을 바라겠는가. 가상현실을 구현해 주는 기기를 설치하려면 대중화가 되 었다고 해도 1천만 원이 넘는 돈이 든다. 그럴 돈이 있다면 할머니의 병원비로 쓰든지, 아니면 여동생의 학비로 주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지금은 열심히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접 어야 할 때였다.
- 계정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이현은 마우스 커서를 '예'에 가져다 댔다. 이제 마우스 를 한 번만 누르면 애지중지 키워 온 캐릭터는 여영 사라지 게 된다. 막 손가락에 힘을 주려는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 가는 생각이 있었다. '캐릭터를 팔면 돈이 된다고 했지? 계정 매매가 있다고 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았다. 신문 등에서 캐릭터를 사고파는 경우가 흔히 있다고. 그리고 그것이 돈이 된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이현으로서는 어차피 삭제할 캐릭터라면 남에게 파는 것 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현은 인터넷을 뒤져서 캐릭터 거래 사이트를 찾기 시작 했다. 한 번의 검색에 수십 개의 사이트가 떴고, 그중에 가 장 크고 거래량이 많다는 곳을 찾아서 들어갔다. "여기다 내 캐릭터를 올려놓으면 되겠지?" 이현은 자신의 캐릭터를 사진과 함께 올렸다. 마법의 대륙 만렙, 용들에게서 나온 최고의 장비들, 소유 금 30조 마르크. 초기 경매 시작 금액은 5만 원으로 정했다. 너무 큰 금액으로 올려놓으면 아무도 입찰을 하지 않을까 겁이 났던 것이다. 경매 기한은 하루. 오랫동안 기다린다고 해서 그리 큰 돈이 들어올 것 같지도 않았고, 취직을 하려면 그래도 괜찮은 옷 한 벌 정도는 있어 야 할 테니 당장 돈이 급했던 것이다. 캐릭터나 아이템을 거리할 때에도 보통으 시세라는 게 있 다. 다른 사람들의 경매 내용은 유료 회원만이 볼 수 있어서 이현은 접근할 수가 없었다. 이현은 글을 올리고 잠을 잤다. 다음 날에는 일찍 일어나 서 근로자 대기소라도 가 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현이 글을 올리고 나서 1시간도 되지 않아 네티즌들이 만드는 가상의 공간, 인터넷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 경매 글을 본 사람들은 누구도 믿지 않았다. 그들은 마법의 대륙에 마지막 패치가 이루어지면서 레벨 상향 선이 대폭 높아진 것을 알았다. 최고 레벨 200 제한. 전 서버에서 단 한 명도 이루지 못한 경지로 알았다. 도저 히 인간으로서는 힘든 수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경매 글에는 최고 레벨에 오른 캐릭터를 판매 한다고 한다. "또 어디서 누가 장난을 치는 거군." "대체 이런 시시한 글을 누가 올리는 거지?" "자주 당해서 재미도 없어." 사람들은 그런 의미에서 한 번씩 댓글을 달았다. 이런 글 에는 아무도 속지 않을 거라는 조언과, 덕분에 한 번 웃어 본 다면서 지나쳤다. 21세ㅣ 초반부터 유행한 낚시 글들에 워낙 많이 속아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경우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네티즌들은 경매 글을 무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한 번씩은 그 글에 들어가 보았다. 경매 글은 무조건으로 캐릭터가 나온 화면을 함께 올리 게 되어 있었다. 그 글에 첨부된 사진 파일들을 한 번씩 열어 보았다. 캐릭터 정보란은 실로 대단했다. 각종 능력치들은 최고로 올라가 있었고, 장비한 아이템들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이런 무기들이 어디 있어?" "적룡 갑옷 풀 세트와 적룡의 등뼈로 만든 방패? 이거야 원……." "검은 무신이 직접 하사한 거라는데." 사람들은 그러면서도 제법 감탄을 했다. 아무래도 낚시 글치고는 보통 공을 들인 것 같지 않아서였 다. 저토록 세밀한 사진을 위조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노 력이 필요하다. "시간 제법 많이 썼겠는데요?""인터페이스는 마법의 대륙인데, 이 장비들은 어디 게임 의 장비들을 가져온 걸까요?" 경매 글을 본 사람들 중에는 현직 그래픽 디자이너들도 있 었다. 그들은 자료 사진의 허점을 찾아내려고 했다. "아무리 잘 조작된 사진이라도 미세한 흔적은 남습니다. 일반인들의 눈에는 완벽해 보이더라도 최신 기술을 적용하 면 잘못된 부분이 나옵니다." 디자이너들은 사진을 1만 배까지 확대하고, 픽셀을 추적 하고, 음영과 화소, 심지어는 3D로 스캔해서 사진 파일의 위조를 밝혀내려고 했다. 그러나 모든 수고가 허사였다. 마침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자료 사진은 모두 진짜입니다." "제 업은 LK 사의 수석 디자이너입니다. 이 사진에는 어 떠한 조작도 없음을 보장합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역으로 사진이 진품임을 증명해 주었 다. 실제 아직도 마법의 대륙을 하는 사용자들도 몰려들었다. 그들은 사진을 보자마자 탄생을 내질렀다. 처음부터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진짜가 맞습니다. 캐릭터 이름 위드. 이 유저 굉장히 유 명해요." "그 사람의 장비들이 맞습니다. 하지만 지존 레벨까지 올 렸다니 정말로 대단하군요." 이현은 늘 혼자 플레이를 했고, 사람들이 많은 사냥터는 의도적으로 피해 다녔다. 공성전에 참가한 적도 없고, 사소한 시비도 웬만하면 다 무시하고 지나쳤다. 하지만 소문이 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이었다. 단신으로 무적으로 알려져 있던 용과 크라켄을 잡고, 최고 레벨의 사냥터를 혼자 휩쓸면서 다니는 위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이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유저들 가운데에 그는 이미 하 나의 전서링 되어 있었던 것이다. 오로지 이현만이 자신이 유명인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러면 이 장비들이 진짜?" "그렇다면 이건 대박이라고밖에는……." 경매의 시작가는 5만 원. 캐릭터의 가치나 장비들은 제외하고 소유금만 해도 현재 의 시세대로라면 턱도 없이 낮은 금액이었다. 사람들은 서둘러서 금액을 적어 내기 시작했다. 5만 원에서 30만 원, 70만 원까지는 순식간에 치고 올라 갔고, 100만 원도 1시간이 되지 않아서 넘겨 버렸다. 장비 하나만 팔아도 그 정도의 가격은 되는 것이었으니 주 저할 필요가 없었다. 경매가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이때쯤에는 이 경매가 최소한 어느 정도 가격에 마감이 될 지 짐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포자기하고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마법의 대륙을 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들어 있었지만, 무료화가 되고 하나의 서버로 통합을 한 이후에도 여전히 꽤 많은 유저들이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마법의 대륙을 하던 사람들이 가격을 올렸고, 그 이후에는 돈이 많은 직장인들이 가격을 올려 댔다. 마법의 대륙이라면 한때 대한민국의 밤을 지새우게 만들 었던 게임. 그 게임의 최고 레벨의 캐릭터를 소유한다는 것 은 골동품적인, 남에게 과시할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일이었 다. 특히 순발력 있는 직장인들은 재빨리 나이 많은 상사에 게 전화를 걸었다. "이사님이십니까?" - 이 늦은 밤중에 무슨 전화인가? 자네 그만 퇴사하고 되고 싶나? "예? 그게 아니라……. 이사님, 예전에 마법의 대륙 하셨 었죠?" - 그랬지. "그 마법의 대륙의 최그 레벨 캐릭터가 경매에 올라왔습 니다. 꼭 부장님께서 아셔야 할 것 같아서……." - 뭐라고! 위, 위드 말인가? "예. 이사님도 알고 계셨군요. 그 캐릭터의 레벨은 200. 최대로 다 채운 상태이고 장비는……." 그 뒤로 주절주절 설명이 이어졌다. - 질러. 일단 자네 돈으로 3천만 원 정도 질러 놔. 내가 지금 바로 집에 가서 확인을 해 볼 테니 우선 입찰부터 해. 현재 나이를 먹고 회사의 요직에 있는 인물들 가운데에는 젊어서 온라인 게임을 해 봤던 세대가 있었다. 그들이 가격대를 더욱 올려놓았다. 대형 포털 사이트나, 게임 관련 홈페이지마다 마법의 대륙 최고 레벨의 경매에 대한 이야기가 핫이슈로 올라오고, 몇몇 사람들이 검색을 시작하면서 어느새 검색어 순위로 치고 올 라가게 되었다. 이때부터 진정한 경매의 시작이었다. 그때까지도 이현은 아무것도 모르고 잠만 자고 있었다. "노가다… 일당 5만 원. 음식점 설거지 3만 원. 아침엔 신 문 배달, 우유 배달. 저녁엔 족발……."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내일부터 할 일들을 정리하면서 말 이다. 사람들의 집중적인 관심이 모인 이후부터 경매 가격은 급 등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마법의 대륙의 최고 레벨이 누구였는지 아는 사 람은 없었지만, 얼마 전까지 최고의 게임의 캐릭터를 영구 소유한다는 과시욕이 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매 가격은 마침내 1억을 넘어섰다. 이제는 소유하고 있는 자금과 장비의 시세를 초과한 것이 다. 몇몇 사람들은 돈이 부족함을 안타까워하면서 경매에서 떨어져 나갔다. "이 캐릭을 파는 사람도 참 지독하군." "어떻게 이렇게 귀한 캐릭터의 경매 기간이 단 하루에 불 과할 수 있지?" "값을 최대한 높여서 받을 자신이 있는 건가?" 사람들은 경매 글에 댓글 놀이를 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어느새 댓글만 900개가 넘어가고 있었다. 자동으로 경매는 몇 차례나 연장이 되었고, 3억 원을 넘을 때에는 몇몇 회사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다. 이번 경매 건은 비단, 아는 사람들로만 끝나는 일이 아니다. 거액으로 거래가 된다면 뉴스나 입소문을 타고 수많은 사 람들이 듣게 될 테니 홍보 효과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광고를 한 번 싣기 위해서는 큰돈이 들고, 또 사람들은 애 써 돈을 들여 만든 광고를 잘 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최고 레벨의 캐릭터가 고액에 팔렸다는 뉴스는 어 떨까?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다. 각 회사의 홍보부에서는 그러한 관점으로 접근했다. 경쟁이 치열해진 디지털 미디어나, 게임 방송사들은 이 최 고 레벨의 캐릭터를 인수하길 원했다. 캐릭터의 가치나 시세 따위가 문제가 아니다. 그 캐릭터를 가지고 과거에 유명했던 게임에 대해 특집으 로 편성해서 몇 차례 방송을 한다면 방송사의 신뢰도나 대외 이미지가 높아진다. 치열한 경쟁에 가격은 폭등했고, 방문자 수가 급증한 아이 템 거래 사이트에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마침내 경매는 종료가 되었다. 다섯 개의 게임 방송사들이 겨루었지만 모든 경쟁을 뚫고 CTS미디어에서 캐릭터를 낙찰받았다. 최근 급속도로 사세를 확장하면서 방송 점유율을 높여 가 는 유망한 곳이었다. 회장 비서실의 개입으로 마지막 낙찰가를 써내면서 경매 가 끝이 났다. "여보세요." 이현은 아침에 자다가 일어나서 전화를 받았다. 그 전날 공사판에서 일을 하고 지쳐서 잠이 들었다. 그래 서 번 돈은 3만 원. 일을 잘 못한다면서 조금만 준 것이었다. - 안녕하세요. 뜻밖에도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아리따운 여 자의 것이었다. "저기… 전화를 잘못 거신 것 같습니다." 이현은 그의 집으로 절대로 이런 전화가 올 리가 없을 테 니 수화기를 놓으려고 했다. 그러나……. - 혹시 계정을 판매하려고 인터넷에 올리지 않으셨나요? "맞습니다만." - 여기는 주식회사 CTS미디어입니다. 저는 회장 비서실의 윤 나희구요. 현재 낙찰된 경매 금액을 입금하였으니 아이템 거래 회사에 확인해 보시고 저희에게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자, 잠깐만요. 낙찰이 되었다구요? - 네. 그렇습니다. 아직 확인을 안 해 보셨나 봐요? "예. 제가 조금 바빠서……." CTS미디어의 윤나희. 회장 비서실에서 근무할 정도의 재원이라면 보통 여자가 아니었다. 8개 국어를 할 줄 알고, 주위에서는 그녀를 추켜 세우기 바쁘다. 하지만 이런 거액의 경매를 확인도 안 해 봤 다는 말은 윤나희를 충분히 질리게 만들고 있었다. "얼마나 낙찰이 된 거죠?" 이현은 조마조마했다. 최소한 20만 원은 넘어서 병원비라 도 냈으면 하고 물어봤지만 들려오는 음성은 이현을 기절할 정도로 놀라게 만들었다. - 30억 9천만 원입니다. 본래 이현의 캐릭터인 위드의 시세는 약 1억 5천만 원이었 다. 요즘 한창 인기가 있는 게임이라면 장비 하나만 해도 1억 이 넘기도 했지만, 오래된 게임의 경우에는 시세 자체가 극 도로 낮은 편인 것이다. 그러나 한정된 경매 기한에 하나밖에 없는 희소성, 유명세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해서 결국 30억을 넘기게 되었 다. 이 자체가 하나의 뉴스거리였고 CTS미디어가 노린 바이 기도 했다. 그러나 이현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장난치는 거죠?" - 네?"겨우 그 정도의 얘기나 하려고 제게 연락을 하신 건가요? 이만 전화 끊겠습니다." 이현은 수화기를 놓은 후에 씁쓸하게 웃었다. "경매에 올린 건 어떻게 안 거지. 내 번호는 또 어떻게 알 아서 장난을 치고 있어." 이현은 믿지 않았다. 터무니없는 소리로 여긴 것이었다. 그러나 사이트에 접속해 본 순간 그가 올렸던 경매 글이 아이템 거래 사이트의 메인 화면에 떴다. 수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고 있었고, 경매 낙 찰 금액은 그녀의 말대로 30억 9천만 원! 이현이 기절하지 않았던 것은, 독한 집념 때문이었다. '꿈이라면 영영 깨지 마라.' 하루 뒤에 이현은 정말로 자신의 계좌에 30억이 넘는 돈이 입금이 된 것을 확인했다. 피가 나도록 살을 꼬집어 보았지만 틀림없는 현실! 이현은 할머니에게 달려가서 통장을 보여 주었다. 아직까 지 긴가민가해서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할머니, 제가 돈을 벌었어요." "그래." 할머니는 힘없이 대꾸했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나서 3일도 지나지 않았다. 벌어 봐야 얼마나 벌었으랴. "아무튼 수고했다, 현아." "수고했다 정도가 아니에요, 할머니." 이현이 통장을 내밀었다. "이건 뭐니?" "보세요. 여기 제가 번 돈이에요." 할머니는 침침한 눈을 몇 차례 비빈 뒤에 통장을 보았다. 그리고 통장에 찍힌 액수에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너, 너 도둑질했니? 아, 아니, 도둑질로 벌 수 있는 돈이 아닌데……." "제가 하던 게임의 계정을 팔았어요." "계정?" "설명하자면 복잡한데… 아무튼 합법적으로 번 돈이에요." "그 그럼 정말로……." 할머니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가늘게 흐느꼈다. "현아, 이제 우리도 남들처럼 수도세, 전기세 걱정 안 하 고 살아도 되는 거니?""그럼요. 우리 집도 가질 수 있어요." "너도 다시 공부를……. 그리고 혜연이도 대학도 가고, 남 부럽지 않게 살 수 있겠구나." 할머니는 어찌나 감격스러웠던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이현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수없이 고생하고, 설움받았던 기억들. "이제는 우리도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할머니." "암, 그래야지." 힘겨운 시간들을 함께 이겨 냈던 만큼 두 사람은 더욱 감 격하고 있었다. 며칠 동안 그들은 새로 살 집을 구하고, 병원에서 치료도 받았다. 할머니는 허리 외에도 안 좋은 곳이 많아서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여동생 혜연이도 함께 기뻐해 주었다. 그러나 행복은 아주 잠깐이었다. 검은 정장 차림의 그들. 가장 보고 싶지 않은 그들이 병원으로 찾아온 것이다.
검은 정장 차림의 사내들은 신발을 신은 채로 병실 안까지 그대로 밀고 들어왔다. 체격이 좋은 자들이라 5명만 들어왔 는데도 병실이 가득 찬 것 같았다. 다른 환자들은 모두 공포에 질려서, 간병인의 부축을 받아 조용히 빠져나갔다. 병실에는 이현과, 할머니 그리고 사내들만 있었다. 이현은 여동생이 마침 나가 있었을 때 저들이 온 것이 다 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 사내들이 와서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에도 역시 그럴 것이다. "이현. 너희 집에 좋은 일이 있다고 들었는데……." 머리색을 노랗게 염색한 사내가 물었다. 이현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그래서" "예전에 너희 아버지가 빌린 돈 받으러 왔다." "빚?""그래. 이제 돈은 준비가 되었으리라 믿는데." 이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부모님들이 돌아가셨을 때, 그분들이 남긴 1억의 빚이 이 현에게 이어졌다. 상속 포기를 했더라면 괜찮았겠지만 당시에 이현은 어려 서 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였다. 할머니 또한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유산이 상속되고 나서 3개월 내에 법원에 상속 포기를 신청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서 이현은 1억을 사채업자들에게 빚을 지게 된 것이었다. 저들이 얼마나 포악한 인간인 줄 알고 있지만 수중에 돈 이 있었다.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빚이라면 갚겠다. 얼마지?" "갚겠다? 말이 좀 짧구나. 아무튼 좋아. 고객님인데 소중 히 모셔야지. 네가 갚아야 할 돈은 30억이다." 사내의 말에 이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런 터무니없는……. 아버지가 빌린 돈은 분명 1억이었 는데." "이봐, 8년이나 지났잖아. 시간이 흐르면 이자가 붙는 거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경찰에 신고하겠어." "신고? 마음대로 해. 경찰이 너희들의 편을 들어 줄까?""경찰은 민중의 지팡이야." "푸하하하하." 사내들이 이현의 말에 크게 웃었다. 특히 노랑머리의 사내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대소했다. 그러자 뒤에 조용히 서 있던 사내가 말했다. 분위기로 보 아서 그들의 대장 같았다. "꼬마에게 똑바로 설명해 줘라. 공연히 쓸데없는 사고 일 으키지 말고." "예, 형님. 죄송합니다. 그럼 꼬마야, 똑똑히 들어 두어라. 우리들이 하는 일들은 법에 어긋나지 않아. 우리는 합법적인 이자만 받거든. 먼저 알려 줄 건 이자는 1년에 원금의 5할이 불어나. 어디 한번 계산을 해 줄까? 첫해에 1억이 1억 5천으 로 늘었고, 2년째에는 대충 2억 2천 정도, 3년째에는 3억 3천 이 넘었고, 4년째에는 거의 5억에 가깝게 되지." 이현은 계산을 해 보고 눈앞이 캄캄했다. 4년 만에 5배로 늘어난 빚. 8년이 지났으니 25억이 되었을 테고, 정확히 8년하고도 얼마간 시간이 더 지났으니 30억이라는 말은 그리 틀린 게 아니었다. 그동안 이현은 조직 폭력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아직까지 빚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지 못하였다. 한데 무려 30억이나 되는 거금으로 불어나 있었던 것이다. 파산! 남들이라면 30억이나 되는 빚이 있다면 어떻게든 파산을 했을 것이다. 아마 빚이 몇천만 원이 되어도 파산을 했겠지. 이현도 파산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다만 파 산을 하는 데에도 돈이 든다. 법원과 법무사들. 그들에게 돈 을 내고 절차를 밟아야만 파산을 할 수 있었다. 이현은 그 돈도 없어서 파산을 하지 못하였다. 사실 돈이 있었다고 해도 저 악독한 사채업자들이 파산 신청을 하는 것 을 곧이곧대로 내버려 두었을 리도 만무하지만. "30억을 내놔라." "시, 싫어." "싫어? 그러면 마음대로 해. 싫으면 내일 또 받으러 오지. 그때에는 갚아야 할 이자가 조금 더 늘어 있겠지만 말이야." 검은 정장 차림의 사내들에게서는 여유가 엿보였다. 가진 자의 여유, 힘이 있는 자의 여유다. 그리고 또한, 빚을 갚지 않으면 어찌 되는지 이현은 잘 알 고 있었다. 돈이 있는 걸 알고 저들이 찾아온 이상 선택권이 란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사내들은 빙긋빙긋 웃기만 했다. "할머니가 다쳐서 입원을 한 것 같은데, 병원이 편한가 봐. 저 복도에는 여동생도 있었던 거 같고. 여동생이 예쁘던 데 섬에 팔려 가면 꽤나……." "혜연이를 건드리면!" "아아, 아직은 아무 일도 없어. 지금 우리 애들이 이야기 를 하고 있을 뿐이야. 그런데 단란한 세 가족이 동시에 병원 에 입원을 하면 어떨까. 그것도 참 보기 좋은 광경일 텐데." 은근한 협박에 이현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어쩔 도 리가 없었다. 저 사내들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 돈을 빌려서 갚지 못하는 이들, 돈을 주지 않는 이들이 어 떤 꼴을 당하는지 빈민가에서 숱하게 봐 왔던 것이다. 애초부터 죄가 있다면 저들의 돈을 빌렸다는 것. 법에도 기댈 수가 없었던 이현은 통장을 내놓아야 했다. 사내들은 그 자리에서 통장을 받고, 가방에서 현금 9천만 원을 꺼내 주었다. 8년 전에 이현의 부모님이 작성했던 1억 원에 대한 차용증도 함께였다. 애초부터 모든 걸 알고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온 것이다. "고맙다. 그럼 수고해라." 사내들은 병실에서 나갈 때, 이현이 외쳤다. "잠깐!" "왜, 꼬마. 무슨 일이냐?" "언젠가 반드시 되갚아 주겠다." "뭐를?" "돈은 다 갚았으니까, 그동안 너희들에게 다한 일들. 그걸 나중에 되돌려 주겟다는 뜻이다." 사내들은 또다시 웃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현의 눈빛을 보 고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아직 어린 맹수라고 할까. 독기를 품은 눈빛이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네가 아직 정신을 덜 차린 모양이로구나. 너 같은 겁 없 는 꼬마에게 세상을 알려 줄 필요도 있겠지." 사내들이 옷소매를 걷었다. 하지만 이현은 조금도 겁을 먹 거나 움츠러들지 않았다. "됐다. 돈 받았으면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가자." "하지만……." "병원에서 소란을 피울 생각이냐?" "알겠습니다, 형님." 사내들이 우르르 빠져나갈 때였다. "그리고 꼬마야." 대장 격의 남자는 이현을 보며 충고하듯이 말했다. "나는 명동의 한진섭이다. 어디 네 독기가 세상에도 통할 거라고 생각하느냐? 억울하면 5년 내로 한번 30억을 만들어 와 봐라. 그러면 내가 너를 형님으로 모시도록 하지." 사채업자들이 떠났다. 이현은 힘없이 땅에 주저앉았다. 복도에서 여동생이 우는 소리와 할머니가 한숨을 쉬는 소리들. 30억이란 거금을 강탈당하고 난 이후로 뭘 해도 힘이 나지 않았다. 극도의 허무감이 엄습해 왔다. 그러나 3일째 되는 날 이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희망이 있었다. 그러니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이현의 입가에는 뜻밖에도 미소가 감돌았다. 눈물을 흘리 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잠깐이지만 거액의 돈을 만져 본 경험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 조금은 깨우친 것만 같았다. '그래. 한 번 벌었으면, 두 번도 벌 수 있다.' 이현은 바쁘게 움직였다. 빼앗기지 않은 9천만 원이라고 해서 전부 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미 계약해 놓은 집 때문에 5천만 원의 용도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취소하려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위약금도 물어야 한다. 위 약금을 물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결국 쓸 수 있는 금액은 4천만 원! 21세기 초반에 있었던 부동산 폭락 덕분이었다. 남아 있는 돈의 일부로 이현은 검도장과 합기도, 태권도 같은 무술관들에 등록했다. 하루에 무려 6군데를 순회하는 강행군. 몸이 부서지도록 각종 체육관에서 무술을 익혔다. 사범들은 그를 독종이라고 불렀다. 하루 종일 손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검을 휘두르고, 체력을 길렀다. 가상현실 게임! 그곳은 사람이 직접 몸을 움직이면서, 실제의 생활처럼 행 동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술을 익히고, 게임의 시스템에 대해서 조금이 라도 더 많이 공부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무술을 익힌 사람이 전적으로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 이다. 하지만 자기 레벨보다 1할이라도 더 강해진다면, 무술 을 익히는 편이 좋다. 게임을 하는 내내 강한 1할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난 효과 를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현은 아침과 낮에는 무술을 익히고, 저녁에는 가상현실 게임에 대해서 공부했다. 어떤 게임이 가장 많은 이용자를 가지고 있는지, 게임 시 스템은 어떤지에 대해서 철저하게 분석했다. 각 직업들이나 도시, 기술 등은 분석표를 만들어 이현의 방의 벽에 붙여 놓을 정도였다. 이현의 방에는 기록된 종이들로 도배가 되어 있다시피 했다. 1년. 이현은 무술을 익히고, 가상현실 게임에 대해서 공부를 했 다. 1년이라는 시간은 준비의 기간이기도 했지만 로열 로드, 의 행보를 지켜본 시간이기도 했다. 가상현실 게임은 결국 예상대로 로열 로드가 이름처럼 황 제의 길을 걸으며 평정을 했다. 전 세계 게임 ㅣ시장의 점유율은 75% 이상. 한국 게이머들은 9할 이상이 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거의 예정된 수순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왕들의 전쟁이 있는 날의 시청률은 다른 지상파를 압 도할 지경이 되었다. 게임 하나만으로도 명예와 권력, 돈을 가질 수 있는 세상 이 온 것이다. 로열 로드의 독창적인 시스템과 가상현실이 맞물린 결과 였다. "좋아. 모든 게 나의 계획대로군." 이현의 차가운 눈이 모니터를 주시했다. 그날 1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써서 로열 로드에 접속할 수 있는 캡슐을 구매했다.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아까웠지만 투자였다. 모든 준비를 끝냈다. 승부의 시작이었다. 전쟁터로 나가는 병사의 기분마저 들었다.
제1화 다크 게이머의 탄생
[다크 게이머의 탄생]
드라마에서 보여 주는 귀족적이고 우아하며 활기찬 가난!
궁핍하면서도 나보다 먼저 타인을 생각하고, 한 끼의 식사
를 나누기 전에도 활짝 핀 미소와 함께하는 가난!
이딴 게 실제로 세상에 존재한다고 말하는 작자가 있다면
이현은 그를 죽을 만큼 팬 다음에, 그냥 한 대 더 때려서 죽
여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세상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아주 살기 힘든 구조였다.
국회에서 개정된 근로복지법에 의해 미성년자는 어떠한
일자리도 구할 수 없게 되었다.
불법적이지만 이현은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14세 때부터 제봉 공자에서 실밥을 땄다. 월급이라고 해
봐야 보잘것없었지만 그래도 밥은 공짜로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하에서 환풍기 2대 달랑 틀어 놓고 하는 일이라
서 건강이 극도로 나빠졌다.
덕분에 폐에 이상이 생겨서 병원비만 더 많이 나갔다.
그다음으로 주유소에 취직하고, 심지어는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재활용품을 모아서 팔기도 했다.
아무리 일을 해 봐야 손에 쥐는 돈은 어차피 푼돈.
미성년자인 그는 불법적으로 취직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것을 이용해서 고용주들은 지독하게 그를 부려먹었다.
20세 때까지 착취만 당하고 살아온 인생인 것이다.
덕분에 이현은 돈의 가치를 아주 잘 알았다. 그렇지만 이
제는 조금 달라질 것이다.
드디어 성인이 되어서 주민등록증이 나왔으니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민등록증을 지갑에 넣으면서 이현은 중얼거렸다.
"몸이 부서지도록 일을 해야겠지. 하루에 3개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그의 가족이라고는 할머니
와 여동생 1명뿐이었다.
"후후. 이제부터 부자가 되어 줄 테다."
이현은 그렇게 다짐을 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이제 오느냐?"
할머니는 이불을 끌어안고 누워 계셨다. 며칠 전에 계단에
서 굴러 떨어진 이후로 허리를 삐끗해서 일을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약을 쓰고는 있었지만 없는 살림에 병원으로 가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는 힘들었고 이렇게 집에서 쉬고 있었다.
밤마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치료를 받지 않았다.
이현은 집에 들어올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다.
겉도는 여동생과 늙은 할머니만 있는 집에는 활기가 없었
다. 어쩌면 그 때문에 더더욱 집에 들어오기 싫은 건지도 모
른다.
"혜연이는요?""몰라. 나가서 안 들어왔따. 또 불량배 녀석들과 어울리지
는 않을는지."
이혜연은 그의 여동생.
얼굴을 볼 때보다 안 볼 때가 더 많았다.
"괜찮을 거예요. 무슨 일이야 있겠어요."
"네가 하나뿐인 오빠다. 여동생은 오빠가 지켜 주는 거야."
"예."
이현은 씁쓸하게 웃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어디서 막노동을 하거나, 택시를 운전하더라도 여동생만
큼은 대학에 보내고 싶었다.
지금은 잠시 방황을 하고 있지만, 이현 자신과는 달리 머
리가 좋고 총명한 아이다.
대학만 간다면 좋은 남편을 만나서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할머니도 더 이상 고생을 시키지 않고 모시고 싶었
다. 할머니가 늙고 병든 것은 전부 이현과 이혜연을 기르기
위해서였다.
"내일부터 일거리를 찾아봐야겠지. 취직 시험도 봐야 할
테고……."
이현은 중얼거리면서 컴퓨터를 켰다.
오래된 컴퓨터가 우우웅거리면서 부팅이 된다. 인터넷이
연결되자, 습관적으로 게임에 접속했다.
그가 하던 게임은 마법의 대륙.
출시된 지 20년도 넘은 고전 게임이었다. 한때 대한민국
을 온라인 게임에 미치게 만들었던 게임.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위치에 있었던 게임.
여기저기 부품을 조합해서 만든 이현의 구닥다리 컴퓨터
로는 돌아가는 게임이 많지 않았고, 마법의 대륙만이 깨끗하
게 돌아갔다.
처음 배운 게임이었지만, 게임을 하는 도중에는 유일학
즐겁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이현의 플레이는 굉장히 독특했다.
주변의 사람들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았고 하루 종일 사냥
만 했다. 몬스터가 나타나면 죽이고, 레벨을 올려서 더 높은
사냥터로 향했다.
공성전이나 길드전에도 전혀 참여를 하지 않았다.
캐릭터의 능력치를 조금씩 향상시키고 장비를 갖추는 재
미로 게임을 했다.
200시간 동안 잠도 안 자고 사냥만 했던 적도 있었고, 레
벨 하나를 올리기 위해서, 몹 한 마리를 잡기 위해서 1달간
고생했던 적도 많았다.
남들은 무슨 재미냐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캐릭터가 강해
지는 것이 재미있고, 전에는 못 잡던 몹을 잡을 수 있는 재미
에 푹 빠져 들었다.
어느새 이현은 최고 레벨에 오를 수 있었다. 더 이상 레벨
이 올라가지 않는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수십 년 마법의 대륙 역사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록될
만한 일이었다. 주변을 돌아보아도 이현, 자신만큼 강한 캐
릭터는 없는 것 같았다. 남들은 파티로 와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냥터에서 혼자 사냥을 하며 몹들을 쓸고 다녔으니
까 말이다.
최고의 레벨에 오르고 나서 드래곤을 포함한 최강의 몹들
도 혼자서 한 번씩 잡아 보았다.
하지만 이현은 별로 감흥도 없었다.
요즘에는 기술이 발전해서 모든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라
고 하는 가상현실 시스템이 갖추어졌다.
특히 '로열 로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게임은 정말로
대단하다.
가상현실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세상을 완벽하게 구현
한 것을 비롯해서, 수천만의 이종족들과 유저들이 함께 게임
을 한다.
수만 가지가 넘는 직업과 수십만의 기술.
원하는 대로 모험을 즐길 수도 있었고, 친구들과 함께 몇
날 며칠 바다낚시에 빠져도 된다. 변덕스러운 태풍만 만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자유도와 방대한 규모도 놀라울 뿐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백미는 놀라운 게임 시스템에 있었다.
인간이 게임에서 즐길 수 있는 재미를 가장 궁극으로 유도
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로열 로드'.
"어차피 나에게는 모두 그림의 떡이니까."
조금만 복잡한 웹페이지도 느리게 뜨는 컴퓨터로 무엇을
바라겠는가.
가상현실을 구현해 주는 기기를 설치하려면 대중화가 되
었다고 해도 1천만 원이 넘는 돈이 든다. 그럴 돈이 있다면
할머니의 병원비로 쓰든지, 아니면 여동생의 학비로 주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지금은 열심히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접
어야 할 때였다.
- 계정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이현은 마우스 커서를 '예'에 가져다 댔다. 이제 마우스
를 한 번만 누르면 애지중지 키워 온 캐릭터는 여영 사라지
게 된다. 막 손가락에 힘을 주려는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
가는 생각이 있었다.
'캐릭터를 팔면 돈이 된다고 했지? 계정 매매가 있다고
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았다.
신문 등에서 캐릭터를 사고파는 경우가 흔히 있다고.
그리고 그것이 돈이 된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이현으로서는 어차피 삭제할 캐릭터라면 남에게 파는 것
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현은 인터넷을 뒤져서 캐릭터 거래 사이트를 찾기 시작
했다. 한 번의 검색에 수십 개의 사이트가 떴고, 그중에 가
장 크고 거래량이 많다는 곳을 찾아서 들어갔다.
"여기다 내 캐릭터를 올려놓으면 되겠지?"
이현은 자신의 캐릭터를 사진과 함께 올렸다.
마법의 대륙 만렙, 용들에게서 나온 최고의 장비들, 소유
금 30조 마르크.
초기 경매 시작 금액은 5만 원으로 정했다.
너무 큰 금액으로 올려놓으면 아무도 입찰을 하지 않을까
겁이 났던 것이다.
경매 기한은 하루.
오랫동안 기다린다고 해서 그리 큰 돈이 들어올 것 같지도
않았고, 취직을 하려면 그래도 괜찮은 옷 한 벌 정도는 있어
야 할 테니 당장 돈이 급했던 것이다.
캐릭터나 아이템을 거리할 때에도 보통으 시세라는 게 있
다. 다른 사람들의 경매 내용은 유료 회원만이 볼 수 있어서
이현은 접근할 수가 없었다.
이현은 글을 올리고 잠을 잤다. 다음 날에는 일찍 일어나
서 근로자 대기소라도 가 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현이 글을 올리고 나서 1시간도 되지 않아 네티즌들이
만드는 가상의 공간, 인터넷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 경매 글을 본 사람들은 누구도 믿지 않았다.
그들은 마법의 대륙에 마지막 패치가 이루어지면서 레벨
상향 선이 대폭 높아진 것을 알았다.
최고 레벨 200 제한.
전 서버에서 단 한 명도 이루지 못한 경지로 알았다. 도저
히 인간으로서는 힘든 수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경매 글에는 최고 레벨에 오른 캐릭터를 판매
한다고 한다.
"또 어디서 누가 장난을 치는 거군."
"대체 이런 시시한 글을 누가 올리는 거지?"
"자주 당해서 재미도 없어."
사람들은 그런 의미에서 한 번씩 댓글을 달았다. 이런 글
에는 아무도 속지 않을 거라는 조언과, 덕분에 한 번 웃어 본
다면서 지나쳤다.
21세ㅣ 초반부터 유행한 낚시 글들에 워낙 많이 속아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경우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네티즌들은 경매 글을 무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한 번씩은 그 글에 들어가 보았다.
경매 글은 무조건으로 캐릭터가 나온 화면을 함께 올리
게 되어 있었다.
그 글에 첨부된 사진 파일들을 한 번씩 열어 보았다.
캐릭터 정보란은 실로 대단했다. 각종 능력치들은 최고로
올라가 있었고, 장비한 아이템들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이런 무기들이 어디 있어?"
"적룡 갑옷 풀 세트와 적룡의 등뼈로 만든 방패? 이거야
원……."
"검은 무신이 직접 하사한 거라는데."
사람들은 그러면서도 제법 감탄을 했다.
아무래도 낚시 글치고는 보통 공을 들인 것 같지 않아서였
다. 저토록 세밀한 사진을 위조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노
력이 필요하다.
"시간 제법 많이 썼겠는데요?""인터페이스는 마법의 대륙인데, 이 장비들은 어디 게임
의 장비들을 가져온 걸까요?"
경매 글을 본 사람들 중에는 현직 그래픽 디자이너들도 있
었다. 그들은 자료 사진의 허점을 찾아내려고 했다.
"아무리 잘 조작된 사진이라도 미세한 흔적은 남습니다.
일반인들의 눈에는 완벽해 보이더라도 최신 기술을 적용하
면 잘못된 부분이 나옵니다."
디자이너들은 사진을 1만 배까지 확대하고, 픽셀을 추적
하고, 음영과 화소, 심지어는 3D로 스캔해서 사진 파일의
위조를 밝혀내려고 했다.
그러나 모든 수고가 허사였다.
마침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자료 사진은 모두 진짜입니다."
"제 업은 LK 사의 수석 디자이너입니다. 이 사진에는 어
떠한 조작도 없음을 보장합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역으로 사진이 진품임을 증명해 주었
다. 실제 아직도 마법의 대륙을 하는 사용자들도 몰려들었다.
그들은 사진을 보자마자 탄생을 내질렀다.
처음부터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진짜가 맞습니다. 캐릭터 이름 위드. 이 유저 굉장히 유
명해요."
"그 사람의 장비들이 맞습니다. 하지만 지존 레벨까지 올
렸다니 정말로 대단하군요."
이현은 늘 혼자 플레이를 했고, 사람들이 많은 사냥터는
의도적으로 피해 다녔다.
공성전에 참가한 적도 없고, 사소한 시비도 웬만하면 다
무시하고 지나쳤다. 하지만 소문이 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이었다.
단신으로 무적으로 알려져 있던 용과 크라켄을 잡고, 최고
레벨의 사냥터를 혼자 휩쓸면서 다니는 위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이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유저들 가운데에 그는 이미 하
나의 전서링 되어 있었던 것이다.
오로지 이현만이 자신이 유명인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러면 이 장비들이 진짜?"
"그렇다면 이건 대박이라고밖에는……."
경매의 시작가는 5만 원.
캐릭터의 가치나 장비들은 제외하고 소유금만 해도 현재
의 시세대로라면 턱도 없이 낮은 금액이었다.
사람들은 서둘러서 금액을 적어 내기 시작했다.
5만 원에서 30만 원, 70만 원까지는 순식간에 치고 올라
갔고, 100만 원도 1시간이 되지 않아서 넘겨 버렸다.
장비 하나만 팔아도 그 정도의 가격은 되는 것이었으니 주
저할 필요가 없었다.
경매가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이때쯤에는 이 경매가 최소한 어느 정도 가격에 마감이 될
지 짐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포자기하고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마법의 대륙을 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들어
있었지만, 무료화가 되고 하나의 서버로 통합을 한 이후에도
여전히 꽤 많은 유저들이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마법의 대륙을 하던 사람들이 가격을 올렸고, 그
이후에는 돈이 많은 직장인들이 가격을 올려 댔다.
마법의 대륙이라면 한때 대한민국의 밤을 지새우게 만들
었던 게임. 그 게임의 최고 레벨의 캐릭터를 소유한다는 것
은 골동품적인, 남에게 과시할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일이었
다. 특히 순발력 있는 직장인들은 재빨리 나이 많은 상사에
게 전화를 걸었다.
"이사님이십니까?"
- 이 늦은 밤중에 무슨 전화인가? 자네 그만 퇴사하고 되고
싶나?
"예? 그게 아니라……. 이사님, 예전에 마법의 대륙 하셨
었죠?"
- 그랬지.
"그 마법의 대륙의 최그 레벨 캐릭터가 경매에 올라왔습
니다. 꼭 부장님께서 아셔야 할 것 같아서……."
- 뭐라고! 위, 위드 말인가?
"예. 이사님도 알고 계셨군요. 그 캐릭터의 레벨은 200.
최대로 다 채운 상태이고 장비는……."
그 뒤로 주절주절 설명이 이어졌다.
- 질러. 일단 자네 돈으로 3천만 원 정도 질러 놔. 내가 지금
바로 집에 가서 확인을 해 볼 테니 우선 입찰부터 해.
현재 나이를 먹고 회사의 요직에 있는 인물들 가운데에는
젊어서 온라인 게임을 해 봤던 세대가 있었다.
그들이 가격대를 더욱 올려놓았다.
대형 포털 사이트나, 게임 관련 홈페이지마다 마법의 대륙
최고 레벨의 경매에 대한 이야기가 핫이슈로 올라오고, 몇몇
사람들이 검색을 시작하면서 어느새 검색어 순위로 치고 올
라가게 되었다.
이때부터 진정한 경매의 시작이었다.
그때까지도 이현은 아무것도 모르고 잠만 자고 있었다.
"노가다… 일당 5만 원. 음식점 설거지 3만 원. 아침엔 신
문 배달, 우유 배달. 저녁엔 족발……."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내일부터 할 일들을 정리하면서 말
이다.
사람들의 집중적인 관심이 모인 이후부터 경매 가격은 급
등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마법의 대륙의 최고 레벨이 누구였는지 아는 사
람은 없었지만, 얼마 전까지 최고의 게임의 캐릭터를 영구
소유한다는 과시욕이 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매 가격은 마침내 1억을 넘어섰다.
이제는 소유하고 있는 자금과 장비의 시세를 초과한 것이
다. 몇몇 사람들은 돈이 부족함을 안타까워하면서 경매에서
떨어져 나갔다.
"이 캐릭을 파는 사람도 참 지독하군."
"어떻게 이렇게 귀한 캐릭터의 경매 기간이 단 하루에 불
과할 수 있지?"
"값을 최대한 높여서 받을 자신이 있는 건가?"
사람들은 경매 글에 댓글 놀이를 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어느새 댓글만 900개가 넘어가고 있었다.
자동으로 경매는 몇 차례나 연장이 되었고, 3억 원을 넘을
때에는 몇몇 회사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다.
이번 경매 건은 비단, 아는 사람들로만 끝나는 일이 아니다.
거액으로 거래가 된다면 뉴스나 입소문을 타고 수많은 사
람들이 듣게 될 테니 홍보 효과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광고를 한 번 싣기 위해서는 큰돈이 들고, 또 사람들은 애
써 돈을 들여 만든 광고를 잘 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최고 레벨의 캐릭터가 고액에 팔렸다는 뉴스는 어
떨까?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다.
각 회사의 홍보부에서는 그러한 관점으로 접근했다.
경쟁이 치열해진 디지털 미디어나, 게임 방송사들은 이 최
고 레벨의 캐릭터를 인수하길 원했다.
캐릭터의 가치나 시세 따위가 문제가 아니다.
그 캐릭터를 가지고 과거에 유명했던 게임에 대해 특집으
로 편성해서 몇 차례 방송을 한다면 방송사의 신뢰도나 대외
이미지가 높아진다.
치열한 경쟁에 가격은 폭등했고, 방문자 수가 급증한 아이
템 거래 사이트에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마침내 경매는 종료가 되었다.
다섯 개의 게임 방송사들이 겨루었지만 모든 경쟁을 뚫고
CTS미디어에서 캐릭터를 낙찰받았다.
최근 급속도로 사세를 확장하면서 방송 점유율을 높여 가
는 유망한 곳이었다.
회장 비서실의 개입으로 마지막 낙찰가를 써내면서 경매
가 끝이 났다.
"여보세요."
이현은 아침에 자다가 일어나서 전화를 받았다.
그 전날 공사판에서 일을 하고 지쳐서 잠이 들었다. 그래
서 번 돈은 3만 원. 일을 잘 못한다면서 조금만 준 것이었다.
- 안녕하세요.
뜻밖에도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아리따운 여
자의 것이었다.
"저기… 전화를 잘못 거신 것 같습니다."
이현은 그의 집으로 절대로 이런 전화가 올 리가 없을 테
니 수화기를 놓으려고 했다. 그러나…….
- 혹시 계정을 판매하려고 인터넷에 올리지 않으셨나요?
"맞습니다만."
- 여기는 주식회사 CTS미디어입니다. 저는 회장 비서실의 윤
나희구요. 현재 낙찰된 경매 금액을 입금하였으니 아이템 거래
회사에 확인해 보시고 저희에게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자, 잠깐만요. 낙찰이 되었다구요?
- 네. 그렇습니다. 아직 확인을 안 해 보셨나 봐요?
"예. 제가 조금 바빠서……."
CTS미디어의 윤나희.
회장 비서실에서 근무할 정도의 재원이라면 보통 여자가
아니었다. 8개 국어를 할 줄 알고, 주위에서는 그녀를 추켜
세우기 바쁘다. 하지만 이런 거액의 경매를 확인도 안 해 봤
다는 말은 윤나희를 충분히 질리게 만들고 있었다.
"얼마나 낙찰이 된 거죠?"
이현은 조마조마했다. 최소한 20만 원은 넘어서 병원비라
도 냈으면 하고 물어봤지만 들려오는 음성은 이현을 기절할
정도로 놀라게 만들었다.
- 30억 9천만 원입니다.
본래 이현의 캐릭터인 위드의 시세는 약 1억 5천만 원이었
다. 요즘 한창 인기가 있는 게임이라면 장비 하나만 해도 1억
이 넘기도 했지만, 오래된 게임의 경우에는 시세 자체가 극
도로 낮은 편인 것이다.
그러나 한정된 경매 기한에 하나밖에 없는 희소성, 유명세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해서 결국 30억을 넘기게 되었
다. 이 자체가 하나의 뉴스거리였고 CTS미디어가 노린 바이
기도 했다.
그러나 이현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장난치는 거죠?"
- 네?"겨우 그 정도의 얘기나 하려고 제게 연락을 하신 건가요?
이만 전화 끊겠습니다."
이현은 수화기를 놓은 후에 씁쓸하게 웃었다.
"경매에 올린 건 어떻게 안 거지. 내 번호는 또 어떻게 알
아서 장난을 치고 있어."
이현은 믿지 않았다. 터무니없는 소리로 여긴 것이었다.
그러나 사이트에 접속해 본 순간 그가 올렸던 경매 글이
아이템 거래 사이트의 메인 화면에 떴다.
수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고 있었고, 경매 낙
찰 금액은 그녀의 말대로 30억 9천만 원!
이현이 기절하지 않았던 것은, 독한 집념 때문이었다.
'꿈이라면 영영 깨지 마라.'
하루 뒤에 이현은 정말로 자신의 계좌에 30억이 넘는 돈이
입금이 된 것을 확인했다.
피가 나도록 살을 꼬집어 보았지만 틀림없는 현실!
이현은 할머니에게 달려가서 통장을 보여 주었다. 아직까
지 긴가민가해서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할머니, 제가 돈을 벌었어요."
"그래."
할머니는 힘없이 대꾸했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나서 3일도 지나지 않았다. 벌어
봐야 얼마나 벌었으랴.
"아무튼 수고했다, 현아."
"수고했다 정도가 아니에요, 할머니."
이현이 통장을 내밀었다.
"이건 뭐니?"
"보세요. 여기 제가 번 돈이에요."
할머니는 침침한 눈을 몇 차례 비빈 뒤에 통장을 보았다.
그리고 통장에 찍힌 액수에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너, 너 도둑질했니? 아, 아니, 도둑질로 벌 수 있는 돈이
아닌데……."
"제가 하던 게임의 계정을 팔았어요."
"계정?"
"설명하자면 복잡한데… 아무튼 합법적으로 번 돈이에요."
"그 그럼 정말로……."
할머니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가늘게 흐느꼈다.
"현아, 이제 우리도 남들처럼 수도세, 전기세 걱정 안 하
고 살아도 되는 거니?""그럼요. 우리 집도 가질 수 있어요."
"너도 다시 공부를……. 그리고 혜연이도 대학도 가고, 남
부럽지 않게 살 수 있겠구나."
할머니는 어찌나 감격스러웠던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이현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수없이 고생하고, 설움받았던 기억들.
"이제는 우리도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할머니."
"암, 그래야지."
힘겨운 시간들을 함께 이겨 냈던 만큼 두 사람은 더욱 감
격하고 있었다.
며칠 동안 그들은 새로 살 집을 구하고, 병원에서 치료도
받았다. 할머니는 허리 외에도 안 좋은 곳이 많아서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여동생 혜연이도 함께 기뻐해 주었다.
그러나 행복은 아주 잠깐이었다.
검은 정장 차림의 그들.
가장 보고 싶지 않은 그들이 병원으로 찾아온 것이다.
검은 정장 차림의 사내들은 신발을 신은 채로 병실 안까지
그대로 밀고 들어왔다. 체격이 좋은 자들이라 5명만 들어왔
는데도 병실이 가득 찬 것 같았다.
다른 환자들은 모두 공포에 질려서, 간병인의 부축을 받아
조용히 빠져나갔다.
병실에는 이현과, 할머니 그리고 사내들만 있었다.
이현은 여동생이 마침 나가 있었을 때 저들이 온 것이 다
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 사내들이 와서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에도 역시 그럴 것이다.
"이현. 너희 집에 좋은 일이 있다고 들었는데……."
머리색을 노랗게 염색한 사내가 물었다.
이현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그래서"
"예전에 너희 아버지가 빌린 돈 받으러 왔다."
"빚?""그래. 이제 돈은 준비가 되었으리라 믿는데."
이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부모님들이 돌아가셨을 때, 그분들이 남긴 1억의 빚이 이
현에게 이어졌다.
상속 포기를 했더라면 괜찮았겠지만 당시에 이현은 어려
서 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였다.
할머니 또한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유산이 상속되고 나서
3개월 내에 법원에 상속 포기를 신청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서 이현은 1억을 사채업자들에게 빚을 지게 된
것이었다.
저들이 얼마나 포악한 인간인 줄 알고 있지만 수중에 돈
이 있었다.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빚이라면 갚겠다. 얼마지?"
"갚겠다? 말이 좀 짧구나. 아무튼 좋아. 고객님인데 소중
히 모셔야지. 네가 갚아야 할 돈은 30억이다."
사내의 말에 이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런 터무니없는……. 아버지가 빌린 돈은 분명 1억이었
는데."
"이봐, 8년이나 지났잖아. 시간이 흐르면 이자가 붙는
거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경찰에 신고하겠어."
"신고? 마음대로 해. 경찰이 너희들의 편을 들어 줄까?""경찰은 민중의 지팡이야."
"푸하하하하."
사내들이 이현의 말에 크게 웃었다.
특히 노랑머리의 사내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대소했다.
그러자 뒤에 조용히 서 있던 사내가 말했다. 분위기로 보
아서 그들의 대장 같았다.
"꼬마에게 똑바로 설명해 줘라. 공연히 쓸데없는 사고 일
으키지 말고."
"예, 형님. 죄송합니다. 그럼 꼬마야, 똑똑히 들어 두어라.
우리들이 하는 일들은 법에 어긋나지 않아. 우리는 합법적인
이자만 받거든. 먼저 알려 줄 건 이자는 1년에 원금의 5할이
불어나. 어디 한번 계산을 해 줄까? 첫해에 1억이 1억 5천으
로 늘었고, 2년째에는 대충 2억 2천 정도, 3년째에는 3억 3천
이 넘었고, 4년째에는 거의 5억에 가깝게 되지."
이현은 계산을 해 보고 눈앞이 캄캄했다.
4년 만에 5배로 늘어난 빚.
8년이 지났으니 25억이 되었을 테고, 정확히 8년하고도
얼마간 시간이 더 지났으니 30억이라는 말은 그리 틀린 게
아니었다.
그동안 이현은 조직 폭력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아직까지 빚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지 못하였다.
한데 무려 30억이나 되는 거금으로 불어나 있었던 것이다.
파산!
남들이라면 30억이나 되는 빚이 있다면 어떻게든 파산을
했을 것이다. 아마 빚이 몇천만 원이 되어도 파산을 했겠지.
이현도 파산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다만 파
산을 하는 데에도 돈이 든다. 법원과 법무사들. 그들에게 돈
을 내고 절차를 밟아야만 파산을 할 수 있었다.
이현은 그 돈도 없어서 파산을 하지 못하였다. 사실 돈이
있었다고 해도 저 악독한 사채업자들이 파산 신청을 하는 것
을 곧이곧대로 내버려 두었을 리도 만무하지만.
"30억을 내놔라."
"시, 싫어."
"싫어? 그러면 마음대로 해. 싫으면 내일 또 받으러 오지.
그때에는 갚아야 할 이자가 조금 더 늘어 있겠지만 말이야."
검은 정장 차림의 사내들에게서는 여유가 엿보였다.
가진 자의 여유, 힘이 있는 자의 여유다.
그리고 또한, 빚을 갚지 않으면 어찌 되는지 이현은 잘 알
고 있었다. 돈이 있는 걸 알고 저들이 찾아온 이상 선택권이
란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사내들은 빙긋빙긋 웃기만 했다.
"할머니가 다쳐서 입원을 한 것 같은데, 병원이 편한가
봐. 저 복도에는 여동생도 있었던 거 같고. 여동생이 예쁘던
데 섬에 팔려 가면 꽤나……."
"혜연이를 건드리면!"
"아아, 아직은 아무 일도 없어. 지금 우리 애들이 이야기
를 하고 있을 뿐이야. 그런데 단란한 세 가족이 동시에 병원
에 입원을 하면 어떨까. 그것도 참 보기 좋은 광경일 텐데."
은근한 협박에 이현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어쩔 도
리가 없었다. 저 사내들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
돈을 빌려서 갚지 못하는 이들, 돈을 주지 않는 이들이 어
떤 꼴을 당하는지 빈민가에서 숱하게 봐 왔던 것이다.
애초부터 죄가 있다면 저들의 돈을 빌렸다는 것.
법에도 기댈 수가 없었던 이현은 통장을 내놓아야 했다.
사내들은 그 자리에서 통장을 받고, 가방에서 현금 9천만
원을 꺼내 주었다. 8년 전에 이현의 부모님이 작성했던 1억
원에 대한 차용증도 함께였다.
애초부터 모든 걸 알고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온 것이다.
"고맙다. 그럼 수고해라."
사내들은 병실에서 나갈 때, 이현이 외쳤다.
"잠깐!"
"왜, 꼬마. 무슨 일이냐?"
"언젠가 반드시 되갚아 주겠다."
"뭐를?"
"돈은 다 갚았으니까, 그동안 너희들에게 다한 일들. 그걸
나중에 되돌려 주겟다는 뜻이다."
사내들은 또다시 웃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현의 눈빛을 보
고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아직 어린 맹수라고 할까.
독기를 품은 눈빛이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네가 아직 정신을 덜 차린 모양이로구나. 너 같은 겁 없
는 꼬마에게 세상을 알려 줄 필요도 있겠지."
사내들이 옷소매를 걷었다. 하지만 이현은 조금도 겁을 먹
거나 움츠러들지 않았다.
"됐다. 돈 받았으면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가자."
"하지만……."
"병원에서 소란을 피울 생각이냐?"
"알겠습니다, 형님."
사내들이 우르르 빠져나갈 때였다.
"그리고 꼬마야."
대장 격의 남자는 이현을 보며 충고하듯이 말했다.
"나는 명동의 한진섭이다. 어디 네 독기가 세상에도 통할
거라고 생각하느냐? 억울하면 5년 내로 한번 30억을 만들어
와 봐라. 그러면 내가 너를 형님으로 모시도록 하지."
사채업자들이 떠났다.
이현은 힘없이 땅에 주저앉았다. 복도에서 여동생이 우는
소리와 할머니가 한숨을 쉬는 소리들.
30억이란 거금을 강탈당하고 난 이후로 뭘 해도 힘이 나지
않았다. 극도의 허무감이 엄습해 왔다. 그러나 3일째 되는
날 이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희망이 있었다. 그러니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이현의 입가에는 뜻밖에도 미소가 감돌았다. 눈물을 흘리
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잠깐이지만 거액의 돈을 만져 본 경험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 조금은 깨우친 것만 같았다.
'그래. 한 번 벌었으면, 두 번도 벌 수 있다.'
이현은 바쁘게 움직였다.
빼앗기지 않은 9천만 원이라고 해서 전부 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미 계약해 놓은 집 때문에 5천만 원의 용도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취소하려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위약금도 물어야 한다. 위
약금을 물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결국 쓸 수 있는 금액은 4천만 원!
21세기 초반에 있었던 부동산 폭락 덕분이었다.
남아 있는 돈의 일부로 이현은 검도장과 합기도, 태권도
같은 무술관들에 등록했다.
하루에 무려 6군데를 순회하는 강행군.
몸이 부서지도록 각종 체육관에서 무술을 익혔다.
사범들은 그를 독종이라고 불렀다. 하루 종일 손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검을 휘두르고, 체력을 길렀다.
가상현실 게임!
그곳은 사람이 직접 몸을 움직이면서, 실제의 생활처럼 행
동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술을 익히고, 게임의 시스템에 대해서 조금이
라도 더 많이 공부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무술을 익힌 사람이 전적으로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
이다. 하지만 자기 레벨보다 1할이라도 더 강해진다면, 무술
을 익히는 편이 좋다.
게임을 하는 내내 강한 1할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난 효과
를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현은 아침과 낮에는 무술을 익히고, 저녁에는 가상현실
게임에 대해서 공부했다.
어떤 게임이 가장 많은 이용자를 가지고 있는지, 게임 시
스템은 어떤지에 대해서 철저하게 분석했다.
각 직업들이나 도시, 기술 등은 분석표를 만들어 이현의
방의 벽에 붙여 놓을 정도였다.
이현의 방에는 기록된 종이들로 도배가 되어 있다시피 했다.
1년.
이현은 무술을 익히고, 가상현실 게임에 대해서 공부를 했
다. 1년이라는 시간은 준비의 기간이기도 했지만 로열 로드,
의 행보를 지켜본 시간이기도 했다.
가상현실 게임은 결국 예상대로 로열 로드가 이름처럼 황
제의 길을 걸으며 평정을 했다.
전 세계 게임 ㅣ시장의 점유율은 75% 이상.
한국 게이머들은 9할 이상이 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거의
예정된 수순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왕들의 전쟁이 있는 날의 시청률은 다른 지상파를 압
도할 지경이 되었다.
게임 하나만으로도 명예와 권력, 돈을 가질 수 있는 세상
이 온 것이다.
로열 로드의 독창적인 시스템과 가상현실이 맞물린 결과
였다.
"좋아. 모든 게 나의 계획대로군."
이현의 차가운 눈이 모니터를 주시했다.
그날 1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써서 로열 로드에 접속할 수
있는 캡슐을 구매했다.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아까웠지만 투자였다.
모든 준비를 끝냈다. 승부의 시작이었다.
전쟁터로 나가는 병사의 기분마저 들었다.
- 로열 로드에 접속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안내 메시지가 나왔을 때, 이현은 망설이지 않고 '예!'라
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