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ce

이영의200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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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e

 


 


감독 : 존 카니


주연 : 글렌 핸사드, 마케타 잉글로바, 앨리이스테어 폴리 외


개봉 : 2007. 09. 20.


 


 


ㅡ 리 뷰 ㅡ


 


<원스> 일상의 조각들로 짜여진 기적의 퀼트처럼 사람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안겨주는 소박하지만 잊을수 없는 영화.


 


예전에 어떤 자리에서 한 선배가 "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고 말했다. 나도 공감했다. 내 자신의 내부를 골똘히 들여다 보고 있자면, 사람에 대한 믿음을 버릴수 밖에 없다. 순간순간 일어나는 배신과 훼절과 변태의 충동들 !! 다른 사람들의 처지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정말 사람은 믿을것이 못되는거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또 다음 순간, 그 욕망의 도발을 잠재우고 정리하는 힘이 어김없이 작동하곤 한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라는 게 또 믿을만한 구석이 있는거로구나, 하고 생각을 고쳐먹게 된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도 이 영화를 보다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원스>같은 영화를 볼때, 욕망과 충동의 지뢰밭 위에서 날밤 새우는 나의 슈퍼 에고가 마치 적진에서 구원병을 만난것처럼 반가워한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사랑이라는 것. 마르고 닳도록 써먹은 그 진부한 재료를 가지고 여전히 전혀 손을 타지 않은, 그처럼 산뜻한 물건을 만들어낼수 있다니. 사랑은 투명하다. 별로 가진것 없는 사람들 사이엔 이해관계의 덧칠이 없으니 모든것이 투명하다. <원스>의 주인공 남자는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진공청소기 수리공이다. 그것이 나는 의아했다. 전자 회사들의 A/S 시스템이 눈부시게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수 없는 직업이다. 아마도 아일랜드에는 냉장고수리공, 세탁기수리공도 따로 있을듯 싶다...^^


 


<원스> 가 주는것은 할리우드 역사에 즐비한 '웰 메이드 무비' 속에 들어있는 '컨벤셔널' 한 희망이나 감동과는 다르다. <원스>는 <원 나잇 스탠드>의 근육질과는 물론 다르고 <비포 선라이즈>의 발랄 상큼과도 다르다. <원스>에는 기적처럼 반짝이는 뭔가가 있다. 사랑을 기적의 판타지로 끌고 간 극점에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 가 있지만 <원스>에서 기적의 일상의 조각들로 퀼트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원스>의 존 카니 감독은 15만 달러의 제작비로 영화를 찍었고 이 영화는 배급사에 100만 달러에 팔려서 1천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고작 17일 동안 디지털 캠코더로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또 다른 에피소드로는 <원스>의 상영관 입구에는 '화면상태가 고르지 않습니다' 라고 양해를 구하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감독은 유럽의 네오리얼리즘 감독들처럼 세트도, 전문 배우도 없이 거리에서 영화를 찍은것이 틀림없다. 1972년생인 존 카니 감독이 유럽의 좌파감독들과 정치적 견해 및 영화 철학을 공유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양자 사이의 공통점은 어쩌면 '가난하다'는 한 가지였는지 모른다. 할리우드에서도 멀리 떨어진 아일랜드에서 비디오 캠코더 달랑 메고 헤매는 게릴라 작가, 그 시스템의 자유지대에서 꿈틀대는 상상력은 유럽의 좌파감독들의 혁명적인 상상력과 만날수도 있다. 변방에서 혁명이 싹트듯이. ..


 


뮤지컬 영화의 역사에 새로운 스타일 하나를 추가하는 이 영화의 입지도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하다. 과장된 제스처, 작위적인 연출 등 전통적인 뮤지컬 영화의 관습을 가뿐히 젖히고 감독 자신의 표현대로 '일종의 비주얼 앨범과 같은 느낌의 현대적인 뮤지컬' 을 만드는데 성공한것 같다.


 


<원스>에는 몇번의 완전한 화음이 있다. 삶이 온갖 어긋남들 투성인것처럼 이 영화도 그렇다. 대화가 어긋나고 관계가 어긋나고 기대가 어긋나고 행로가 어긋나고. 런던에 함께가서 밴드를 결성하고 곡을 쓰고 노래 부르고 피아노 치고 앨범 녹음을 하자.. 던 이들의 약속도 어긋난다. 하지만 그 어긋나고 또 어긋나고 하는 사이사이에 완벽함에 가까운 몇번의 화음이 있다. 소리의 완전한 화음, 그리고 사람 사이의 완전한 상태. 거리의 가수가 체코 여자를 두번째 만나는 날 피아노 가게에서 기타와 피아노 반주와 함께 화음을 맞추던 바로 그 시간. 데모 CD 녹음을 마친 날 새벽 너무나 아름다운 아일랜드다운 황량한 바닷가에서 멤버들이 원반 던지기를 하며 놀던 시간. 그 완전한 순간들. 결국 지나가고 마는 것일지라도, 결국 깨어지고 마는 것일지라도. .. 나는 <원스>의 그 순간들을 떠올릴때마다 아주 잠깐씩 마음의 평화가 찾아올것이다.


 


이 영화를 잊을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흘러야 될것 같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영화를 내 마음속에서 잊혀지게 하는것이 싫어서, 나는 영화속의 여자 잉글로바의 목소리로 를 듣는다. 불법 다운로드 추방캠페인에 서명도 하고 ost 음악을 몇번이고 듣고 있다.


 


<원스>의 주인공 글렌 핸사드는 실제로 아일랜드의 팝/인디 락 밴드인 더 프레임즈의 리드 싱어라고 한다. 영화속 잉글로바 또한 체코 출신 싱어송라이터. 2007년 말에 와 이들의 공동 앨범이 나오면 꼭 사야겠다. ..


 


영화를 보는 내내 음악이 영화의 대사를 대신하여 아름다운 보석을 감상한듯 매력적이였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