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 지하철에서 생긴일...

전지선2007.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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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아침 출근길 1호선 지하철에서 만나게 된 한 남자아이.

앳되보이는 얼굴에 호리호리한 체구의 그 아이는 혼자서 이리저리 분주하게

지하철 안을 계속해서 뛰어 다니고 있었다.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것처럼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산만하게 움직여 댔다.

지하철에서 신문을 주워다 한 곳에 모으는 걸 보니,

폐지를 팔아 생활하는 듯 보였다.

처음에는 이 아이가 옷 매무새도 반듯하고, 깨끗했으며, 외형적으로 봤을때 

너무 멀쩡해 보여서, " 왜 이 아이는 젊은 나이에 이런일을 할까.." 라는

약간의 호기심이 섞인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 아이가 자꾸 신경을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바람에 나는 그 아이에게서 시선을 뗄수가 없었고, 주위 깊게 관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가 관찰해 본 결과 그 아이는 어딘가 좀 이상했다.

그 아이는 정서 불안 증세와 약간의 정신 지체가 있어 보였다.

허우대는 멀쩡했지만 뭔가 좀 모잘라보였다.

갑자기 신문을 줍다 말고, 

헉헉 거리며 금방이라도 죽을듯 거친 숨을 몰아쉬기도 하고,

신문을 수거하러 지하철 안을 이리저리 달리기라도 하듯 뛰어다니기도 하고,

내 앞에서 얼쩡대며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타잔놀이 하듯 서 있기도 하고,

갑자기 뭔가에 화가 났는지 씩씩 대며 지하철 문을 주먹으로 쾅쾅 쳐 대고..

그래서 그런지 주먹에 상처가 많았다.

지하철 문을 쾅쾅 쳐 대는 일이 이번이 처음인것 같지는 않았다.

자기 생각만큼 신문이 없어서 괜히 분하고 승질이 난듯 했다.

좀 더 일찍 나온 다른 폐지 줍는 사람들이 신문을 거의 다 수거해 갔나보다.

 

난 사실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을 잘 도와주지 않는다.

거의 안 도와준다고 보면 된다.

내가 아주 어렸을때는 구걸하는 사람들 바구니에 500원, 100원 코 묻은 돈을

넣어주곤 했지만, 내 나이가 들고 가짜가 많다는 걸 알고나서 부터는 이젠

왠만해선 절대 돈을 함부로 주지 않는다.

근데 이 남자아이는 좀 예외였다.

뭔가 내 가슴 깊숙한 곳에서 동정심이 일어났다.

사지 멀쩡한 이 젊은 아이가 이런데서 폐지를 줍고 있다는게 너무 안쓰러웠다. 누군가가 그 아이에게 아침은 먹었냐고 묻자, "빵하고 우유로 때웠어요"라고 하는걸 난 들었다. 그래서 그 아이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니는 것 같아서.. 내가 먹고 있던 뻥튀기 봉지를 주면서.. 당연히 고픈 배를 채우기엔 역 부족이겠지만 그래도 난 생각해 주는 마음에..  " 이거 드세요 " 라고 아주 작게..

하지만 용기내서 말했다.

이런 사람들은 이런거에도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자존심이 상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뭔가 이렇게 물어보기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걸 어떻게 줘야하지... 어떻게 말을 시킬까...

그냥 신문지 모아둔 곳에 뻥튀기를 놔둘까 생각 하다가..

엄청 고민을 한 끝에 나온 말이였다.

쑥쓰러운듯 그 아이는 "아니요.." 라고 대답했고..

난 잠시.. 할말을 잃었다.

난 그냥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얘기 한것 뿐인데... ㅠㅠ; 

근데 그 아이의 얼굴을 보니, 머리카락 사이로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참 안쓰러웠다. 

이리저리 지하철 안의 신문들을 수거하러 뛰어다니느라 땀이 난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용기 내어 천원짜리를 하나 꺼내 건네주며..

" 그럼, 더우실텐데 이거로 이따 음료수 라도 하나 사 드세요 "

라고 했더니, 그 아이가 수줍은 미소를 띄우며 덥석 천원을 받아들었다.

목이 정말 말랐나 보다. 음료수가 정말 먹고 싶었었나 보다. ^^

갑자기 누군가를 도왔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용기내어 그 아이에게 좀 더 말을 걸어 보았다.

"몇살이에요?"

"21살이요."

"이거 해서 하루에 얼마 벌어요?"

"하루에 2500원이요.."

하루에 2500원....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폐지 모아서..

하루에 2500원.... ;; 후...;;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 그 아이는 지갑을 꺼내 자랑이라도 하는듯이 천원짜리들을 꺼내들며

이거 이번주에 번 거에요! 하고 자랑이라도 하듯 다소 흥분된 말투로 말했다.

기껏해야.. 많아야.. 내 눈에 만원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 천원짜리들...

4일 내내 꼬박꼬박 폐지를 모으며 만원을 번다는 그 아이...

아아.. 나는 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를 느낄수 있는 순간이였다.

하루에 2500원.. 그리고 일주일에 많이 벌어야 20000원정도..;

그것도 꼬박 하루종일 고생해서..;;

젊은 나이에 할머니 할아버지나 할 법한 일을 하고 있는 그 아이가

참 안돼보였다.

아까 했던 행동들을 보면 약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였지만,

언어 소통 하는데는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였으며,

약간의 정신지체가 있는 듯 싶었다.

그냥 약간 모자르는..아이.. 라고 해야할까..;

약간은 모자르지만..

언어 소통도 완전하게 가능한걸 보니,

이런데서 하루종일 폐지 주워서 하루에  2500원 버는것 보다..

좀 만 더 신경쓰면, 더 좋은 환경에서 일 할수도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일 하지말고 다른데서 일해봐요." 

"무슨일요?"

"뭐.. 마트나 그런데서 일하면 이런걸로 돈 버는 것보다 훨씬 많이 벌어요"

"마트에서 일할려면 어떻게 하는거에요?"

"인터넷이나... 아.. 음...  혹시 인터넷 할 줄 아세요?"

"인터넷은요, 내 친척 성우가 잘해요"

흠...; 저 대답에 아.. 뭔가..귀여웠다.ㅎㅎㅎ;;;;;

이 아이가 정상적인 지능을 가진 아이가 아니라는 걸 느낄수 있게 해 준

결정적인 대답이였다.

이런 아이에게 어떻게 마트에 들어가서 일을 하라고 해야할지 막막했다.

마트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심지어 롯데마트, e-마트를 모르는 이 아이..;;

더 이상 뭔가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내가 노트북이 있는것도 아니였고..;;

설사 노트북이 있어서 내가 채용 공고를 찾아 마트 전화 번호를 적어주며

마트에 혼자 찾아가서 면접을 보라고 하기에도..  뭔가 이 아이 혼자로는

너무 어려워 보였고, 내가 같이 면접을 볼수 있게 도와줄 여건도 안됐고,

나도 나대로 바쁜일이 많으니까..

그리고 내가 내릴 역이 가까워 왔다.

뭔가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한것 같아서.. 미안했다.

아직 젊고, 사지 멀쩡한 건강한 청년이니까..

이런데서 폐지 줍지말고.. 더 좋은 환경에서 일 하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았다.

 

내리기 전에, 그 아이에게 뻥튀기를 주며 "이따 음료수랑 같이 먹어요~^^ "

하면서 내리기 위해 지하철 문으로 갔다.

지하철 문 유리로 비치는 그 아이의 얼굴을 보니,

뻥튀기를 받아들고 환하게.. 너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런 사소한 뻥튀기 하나에 저렇게 활짝 웃는걸 보니, 괜히 가슴이 찡했다.

그리고 그 웃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더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래도 오늘은 왠지 내 자신에게 뿌듯한.. 

그리고 내 자신을 잘했다고 토닥여주고 싶은 기분 좋은 출근길이였다. ^-^

 

 

제 다이어리에 썼던 글 그대로 옮겨온거라서 좀 글이 이상할수도 있어요 ㅋ;;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