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세상을 바꾸자’ 11.11 범민중총궐기 대회

이장연2007.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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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세상을 바꾸자’ 11.11 범민중총궐기 대회
노무현 정부 집회 원천봉쇄에도, 민중대회 성사시켜

인천시 도시계획위의 결정으로 롯데가 기정사실화 시키고 있는 인천 계양산 골프장 예정 부지를 둘러보고, 부랴부랴 서울시청으로 향했다. 무거운 등짐을 지고 산길을 오르락내리락하는 통에 몸은 땀범벅이었지만, 집에 갈 수는 없었다. 한미FTA 저지, 반전평화,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100만 범민중총궐기 대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산에서 내려와 인천지하철 계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부평역에서 용산행 급행열차로 환승했다. 다행히 자리에 앉을 수 있어, 잠시 눈을 붙였다. 서울시청에 가면 열심히 뛰어 다녀야하기 때문에 산행으로 지친 몸을 조금이라도 회복시켜야 했다.

과거 군부독재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노무현 정부가 국민들의 기본권인 결사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범민중총궐기 대회를 ‘불법집회’라 규정하고 원천봉쇄하겠다는 소식을 들은바 있었지만 괘념치 않았다. 전날 전야제도 많은 이들이 모여 범국민총궐기대회를 성사시키자고, 비정규직 철폐시키자고 상암동 월드컵 홈에버서 투쟁하는 모습과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선후보와 당원들이 대회 성사를 위해 밤샘 철야 농성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알고 있었다.

오후 3시50분경. 시청역에서 도착해 정거장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서울시청을 가득 메우고 있을 대오를 상상하며.

그런데 서울시청은 수십 대의 경찰버스로 정말 완전 봉쇄되어 있었다.
광화문거리까지 모조리 봉쇄시켜 놓고, 곳곳에 전투경찰들이 배치해 있었다. 범민중총궐기 대회 대오는 남대문 방향 대로에 모여 있었고, 그 대오를 향해 살수차와 전경버스, 그리고 곤봉과 방패로 무장한 전투경찰들이 서울시청을 에워싸고 있었다.

계엄령 방불케하는 서울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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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버스와 전투경찰 틈바구니를 뚫고 민중대회가 열리는 대로에 나가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깃발이 서울하늘 위에 펄럭이고 있었고, 농민, 노동자, 빈민, 청년, 학생 참가자 모두가 하나 되어 한미FTA 저지, 자이툰부대 철군, 미군기지 철수,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고 있었다. ‘세상을 바꾸자’는 글귀가 새겨진 거대한 현수막이 사람들 머리위로 펼쳐져 파도처럼 흘러나가기도 했다. 민중대회 참가자들 중에는 외국인들, 특히 일본 노동자들의 깃발이 눈에 확 들어왔다. 일본 노동자대회에 민주노총 서울지부가 연대하러 갔었다는 소식을 듣긴 했는데, 일본 노동자들도 이번 민중대회에 연대하러 온 것 같았다.

그렇데 수만 민중들이 서울 한복판 대로에서 민중대회를 성사시킨 뒤, 사람들은 광화문으로 행진했다. 그 행렬과 전국에서 올라온 깃발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장관을 이루었다. 87년 6월 민주화 투쟁 사진 속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그런 뜨거운 행진이었다. 그런 행진을 가로막기 위해 경찰은 헬기를 동원해 행진중인 사람들을 위협하고, 경고 방송을 내보내고, 채증을 했다. 특히 경찰 헬기는 고층빌딩 사이를 저공비행하며 시민들을 위협했다.

평화행진하는 범민중대회 참가자들과 시민 위협하는 경찰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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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찰은 민중의 힘에 무기력했다.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 집결한 참가자들은 강제해산 시키려 물대포를 쏘아대는 경찰버스에 사다리를 타고 올랐다. 소화기를 뿌려대고 곤봉과 방패로 찍어댔지만, 성난 민중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그러자 경찰은 언제나 그렇듯이 공권력이란 미명하에 폭력을 자행했다. 날 세운 방패를 무기삼아 전투경찰 수십 명이 갑자기 대호 참가자들에게 돌진해 오는 바람에, 사람들은 소스라치게 몸을 피했고 몇몇 사람들은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인해 피를 흘리고 거리에 쓰러져 있었다. 그 위에는 헬기가 빌딩 아래까지 내려와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사람들 머리위를 선회했다.

교보문고 앞 광화문 사거리에서 성난 민중, 경찰과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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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시위대 강제해산 시키려 폭력 휘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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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잘살기 위해 비자금을 모으고, 로비를 일삼는 모리배들과 달리, 더불어 살기 위해 맨 몸으로 투쟁하는 민중들을 향해 늘 그래왔듯이 국가와 정부는 경찰을 앞세워 폭력을 일삼았다. 불법집회 운운하며 참여정부와 노무현 정권은 임기말에 그 추악한 본성을 드러냈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과 자유를 묵살, 갈취하는 불법을 일삼으면서 말이다.

다시금 정부와 국가, 정치에 대한 미련을 더욱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결국 세상을 바꾸고 제 삶을 온전하게 지킬 수 있는 길은 끊임없이 저항하고 모두와 연대하는 그길 밖에 없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밀려온다. 민중대회는 성사되었지만, 이후 어떻게 세상을 바꿔나갈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모색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구태의연한 방식의 투쟁과 몸을 던지는 저항이 필요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게 없는 것은 역시나 아쉬운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서울거리로 광장으로 뛰쳐나와 외치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이 암울하기만 하다. 그 가운데 언론답지 않은 언론들은 또 다시 가을 나들이 나온 시민들 교통불편, 교통혼잡이라고 지겨운 딴지를 걸고, 폭력시위, 전쟁터 타령이시다. 수고 보수 꼴통 찌라시들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다. 수만의 농민, 노동자, 빈민, 학생, 시민들이 무엇을 외치는지 저들의 귀에는 들지지 않나 보다. 보청기라도 사줘야 하나?

하여간 싸우지 않을 수 없다.
끊임없이 저항하지 않고서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