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퍼스 스타일

이지연2007.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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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퍼스 스타일조퍼스 스타일장식 미술의 극치이자 심리학의 보고인 슈즈. 하지만 우리는 그저 구석구석의 아름다움에, 취향대로 빠질 뿐이다. 삼각형으로 다듬어진 이브 생 로랑의 나무 굽, 성격 나쁜 바나나처럼 휘어진 프라다 굽, 오리 엉덩이 같은 미우미우 굽, 레오파드 송치, 크리스털, 오색 물감으로 치장한 굽들. 굽들이 마치 ID처럼 성격을 드러낸다면 앞코의 장식들은 애교가 넘친다. 소리 내지 않으면 큰일나는 종달새처럼 뭐라도 있어야 생기발랄해지기 때문이다. 큼직한 벨벳 리본이든, 단추든. HJS 조퍼스 스타일조퍼스 스타일스키니 팬츠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그 좁디 좁은 바지통 속에 허벅지를 구겨 넣을 때, 나는 스키니 팬츠 외에는 지구상에 그 어떤 것도 생존하지 못할 줄 알았다. 패션 스트리트라도 걸을라 치면 ‘스키니 팬츠’가 아니고선 ‘절대 출입불가’란 안내문이라도 붙인 양, 다리를 꽉 조인 남녀들이 바글바글. 하지만 유행의 속성은 변덕스러운 여자의 마음처럼 한 자락 바람에도 흔들리는 법.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변심한 애인처럼 스키니에 쌀쌀맞게 등을 돌렸다. 오호통재라고? 천만의 말씀. 대퇴골에서 아킬레스건까지 내 모든 단점들을 드러내는 천박스러운 스키니가 지구상에서 잠시 사라져준다니 그저 고마울 수밖에! 스키니 파워를 잠재운 바지는 바로 발렌시아가 게스키에르가 선보인 진짜 ‘스따~일리시한’ 조퍼스(좀 멋부린다면 ‘조퍼쉬’!). 물론 뚱땡이 시절 맥퀸이 ‘힙허거’ 진을 처음 내놓아 바지 밑위 기장의 일대 혁신을 일으켰고, 그 후 피비 필로와 마크 제이콥스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비슷한 ‘슬라우치’ 팬츠를 선보여 우리 여자들의 심박수를 높여 놨지만, 이처럼 ‘필’이 딱 꽂히는 바지는 아니었다. 그때 파리에 간 프레스들은 쇼가 끝난 후 발렌시아 이야기로 죽도록 수다를 떨었을 정도. “에스닉 프레피 룩이라! 정말 죽이지 않니?” “나 그 바지랑 재킷 정말 입고 싶어. 엉덩이, 허벅지 지방흡입술이라도 할까 봐!” 나 역시 월급을 몽땅 투자해서라도 그 멋진 룩을 그대로 따라 입고 싶었으니 쇼핑의 욕구를 활활 불사르는 룩이라 할 수밖에. 그 중에서 딱 하나만 고른다면 당연히 조퍼스! 허리에 걸쳐 입으며, 힙 부분에 주름을 넣어 여유를 준, 거기에 밑위가 길어 활동이 편하면서도 허벅지엔 라이딩 팬츠처럼 라인을 넣어 날씬하게 보이게 한 그 새로운 바지! 90년대 그룹 ‘소방차’가 즐겨 입던 바지를 살짝 닮긴 했어도 감도에선 극과 극인 그 세련된 ‘똥싼 바지’! 어쨌든 이 요상한 생김새의 바지와 사귀려면 요령과 용기가 필요한 듯하다. 사이즈 O 정도로 깡마르지 않는 한 여유분을 넣어 넉넉해진 힙선과 좁아진 발목, 길어진 밑위 길이로 인해 다리가 짧아 보이며 힙이 납작해 보임은 물론, 살쪄 보이는 착시 효과마저 있으니까. 내게도 뭐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똥싼 바지’를 입고 출근한 나. 괴상한 셰이프의 팬츠를 보고 던지는 동료들의 반응은 극과 극을 달렸다. “스키니가 지긋지긋 했는데, 아주 신선한걸?” “근데 바지 때문인가? 아님 주말에 많이 먹었어?” “다리가 너무 짧아 보여 난 안 되겠다!”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똥싼 바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편안한데다, 유행의 최첨단을 달리듯 스타일리시해 보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지난 9월, 뉴욕 컬렉션 기간 중 그 조퍼스를 쿨하게 스타일링한 채 전 세계 내로라하는 멋쟁이란 멋쟁이는 죄다 모이는 뉴욕 브라이언 파크에 입장한 나는 패션 피플들의 모습에 그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밑위가 긴 그 ‘똥싼 바지’들이 여기저기 목격되었으니까. 물론 신체 조건이 유리한 그들의 팬츠들이 훨씬 더 스타일리시하고 시크해 보였지만, 내 ‘똥싼 바지’도 이에 못지않았던 것 같다. 흘깃흘깃 쳐다보는 그들의 눈엔 “저건 어느 브랜드지?” “발렌시아가보다 편해 보이는데?”라는 표정이 역력했으니까. LJA 조퍼스 스타일조퍼스 스타일“얼마예요?” 쇼핑을 할 때 가장 자주 쓰는 말. 당신은 가격을 묻기도 전에 카드를 꺼낼 정도로 속단속결 하는 타입? 혹은 가격을 안 후에도 기회 비용을 따지며 심사숙고 하는 타입? 모든 쇼핑의 상황에선 ‘지갑’이 주연 배우로 등장한다. 물론 핵심은 그 안에 있는 ‘돈’이겠지만. 이제 가장 맘에 드는 지갑을 들고 머릿속엔 쇼핑의 지혜를 가득 채운 후 매장에서 스태프에게 “얼마죠?”라고 물을 것. HJS - 자세한 내용은 <보그> 11월호에서 확인하세요!
- 에디터 / 황진선, 이지아
- 포토 / JI SUP AN, MI KYUNG CHOI
- 일러스트 / snowcat
- 출처 / www.vogue.combe Fashionable with Mur-M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