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식의 글을 남길까 말까 고민하다가 혹시나 나중에 다른 식으로라도 영국에 올 친구들을 생각해서. 그리고 영국에 다녀온 사람들을 변호하기 위해서.
타지에, 특히 우리가 흔히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곳에 공부든 여행이든 하러간 친구들을 생각하면 흔히 그곳에만 있는 높은 문화생활을 흠뻑 즐기고 있을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 동원이가 영국에 다녀왔을때, 내 첫질문은 "프리미어 리그 경기는 많이 봤냐"였고, 동원이가 "펍에서 봤다"고 대답했을때 나는 영국에서 뭐했냐고 조낸 비난을 쏟아놓았었다ㅋㅋ 영국까지가서 술집에서 축구를 본단말가! 프리미어리그의 본고장에서! 이런 호좁 찌질이! 수많은 뮤지컬과 높은 수준의 전시회들, 공연들이 항시 열리는 대도시 런던에서 문화를 즐기지 않으면 무엇을 하겠냐고 쉽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역시 직접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게 많다. 내가 얼마나 쉽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살아보며 절실히 깨닫게 된다.
그냥 일반 식당에 들어가서 밥 한끼를 시키면 그냥 5파운드. 좋고 화려한 음식말고, 그냥 일반적인거 시키면 5파운드 가볍게 넘어주신다. 그 말인 즉은 점심 간단하게 사먹는데 우리돈 만원이 넘는다는 뜻이다. 간단히 먹는데. 맥도날드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5파운드 가볍게 만들어 주실 수 있다. 왠만한 세트메뉴 시키면. 결론은 사먹을 수 없다는 거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날이 갈수록 내 요리실력은 좋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늘 좋은 반찬을 만들 수 있느냐? 그것도 그럴 수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재료라고 무턱대고 싸라는 법은 없으니까. 최대한 싸게 구입한 유통기간 다되어가는 빵에 잼을 발라 가져가는게 점심인 경우가 많다. 하루는 아침에 라면 한개를 끓이고 밥을 좀 한 다음에, 라면에 밥을 말아서 반쯤 먹고, 나머지를 도시락으로 싸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배가 자주 고프고, 가끔은 점심 도시락을 보며 욕지기가 나오기도 한다.
아주 싸게 뮤지컬을 보면, 대략 25파운드 정도로 표를 구할 수 있다. 그냥 인기없는건 더 싸게도 구하지만 보고 싶은건 이정도는 줘야 구할 수 있다. 25파운드면, 대략 2주를 먹을 수 있는 식비. 밥을 굶어서 뮤지컬을 본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닌거다. 뮤지컬을 보고 싶다면 2주가량 라면국물에 밥만 말아서 먹을 각오를, 심지어 라면도 비싸니까 빵에 잼만 발라서 버틸 각오를 해야하는게다.
같이 다니는 친한 한국형은 나보다 더 경제적으로 산다. 우리는 어디서 얼마나 더 싸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밥먹듯이 하고, 유통기한이 "최대한" 안 남은 음식을 어디서 싸게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젊은이들의 열정이지만, 이게 TV에 나오는 것처럼 활기차고 역동적인 것만은 아니기도 하다. 가끔은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구차하고 남루한 생활을 견뎌야 하는가 회의가 드니까.
3파운드짜리 햄버거를 사고 학생증을 제시하면 맥도날드에서는 햄버거를 하나 더 준다. 하지만 우리는 그 3파운드가 아까워서 몇분가량 사니 마니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은 "집에 가서 각자 밥 먹자"고 결론을 낸다. 배가 고파서 화가 나는데 앞에 있는 음식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기분이라는 것도 꽤나 신기한 것이다. 여기서 발견한 것 중에 하나는, 배가 고파서 화가 나기도 한다는 사실. 아, 그리고 내가 고작 1000원을 가지고도 기분이 심하게 나빠진다는 사실.
나 역시 웨스트엔드에 가고 싶다. 뮤지컬을 보고, 공연을 즐기고, 달리 전시회에 가고 싶다. 영국식 애프터눈 티를 즐기며, 가끔은 선데이 로스트를 먹고 펍에서 피쉬 앤 칩스를 먹어도 좋겠지. 하지만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을때엔 저런 상상조차도 호사로 느껴진다.
혹시나 외국에 잠깐 여행이 아니라, 정말 어느 정도 살다온 친구가 문화적 경험을 적게 했다고 하더라도 비난을 쏟아놓을때까지 어느 정도의 기간을 두는 것도 좋겠다ㅎㅎ 물가와 싸우고 배고픔과 싸우고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문화적 경험일 수도 있으니까.
내가 우울하게 먹을 것만 생각하며 사는 것이 아니다. 젊은이는 희망으로 사는 것이 아니던가.(내가 젊은이인가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해보도록 하자ㅋㅋ) 나는 아직까지 걍 25파운드짜리 공연을 보고 굶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굶더라도 보고 싶다. 전시회도 가고 싶고. 그리고 그걸 견디어 낼 나를 생각한다. 남루하거나 구차하기 보다는 기특하기조차 하다.
나는 내일도 점심 도시락을 싸고, 간식으로 먹을 도시락을 싼다. 역시나 유통기간 다 된 빵에 잼을 바르겠지만, 그래도 내게는 누구도 가지지 못한 반찬이 하나 더 있다. 희망.
[영국일기] 습지생태 보고서.
이런식의 글을 남길까 말까 고민하다가 혹시나 나중에 다른 식으로라도 영국에 올 친구들을 생각해서. 그리고 영국에 다녀온 사람들을 변호하기 위해서.
타지에, 특히 우리가 흔히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곳에 공부든 여행이든 하러간 친구들을 생각하면 흔히 그곳에만 있는 높은 문화생활을 흠뻑 즐기고 있을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 동원이가 영국에 다녀왔을때, 내 첫질문은 "프리미어 리그 경기는 많이 봤냐"였고, 동원이가 "펍에서 봤다"고 대답했을때 나는 영국에서 뭐했냐고 조낸 비난을 쏟아놓았었다ㅋㅋ 영국까지가서 술집에서 축구를 본단말가! 프리미어리그의 본고장에서! 이런 호좁 찌질이! 수많은 뮤지컬과 높은 수준의 전시회들, 공연들이 항시 열리는 대도시 런던에서 문화를 즐기지 않으면 무엇을 하겠냐고 쉽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역시 직접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게 많다. 내가 얼마나 쉽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살아보며 절실히 깨닫게 된다.
그냥 일반 식당에 들어가서 밥 한끼를 시키면 그냥 5파운드. 좋고 화려한 음식말고, 그냥 일반적인거 시키면 5파운드 가볍게 넘어주신다. 그 말인 즉은 점심 간단하게 사먹는데 우리돈 만원이 넘는다는 뜻이다. 간단히 먹는데. 맥도날드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5파운드 가볍게 만들어 주실 수 있다. 왠만한 세트메뉴 시키면. 결론은 사먹을 수 없다는 거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날이 갈수록 내 요리실력은 좋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늘 좋은 반찬을 만들 수 있느냐? 그것도 그럴 수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재료라고 무턱대고 싸라는 법은 없으니까. 최대한 싸게 구입한 유통기간 다되어가는 빵에 잼을 발라 가져가는게 점심인 경우가 많다. 하루는 아침에 라면 한개를 끓이고 밥을 좀 한 다음에, 라면에 밥을 말아서 반쯤 먹고, 나머지를 도시락으로 싸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배가 자주 고프고, 가끔은 점심 도시락을 보며 욕지기가 나오기도 한다.
아주 싸게 뮤지컬을 보면, 대략 25파운드 정도로 표를 구할 수 있다. 그냥 인기없는건 더 싸게도 구하지만 보고 싶은건 이정도는 줘야 구할 수 있다. 25파운드면, 대략 2주를 먹을 수 있는 식비. 밥을 굶어서 뮤지컬을 본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닌거다. 뮤지컬을 보고 싶다면 2주가량 라면국물에 밥만 말아서 먹을 각오를, 심지어 라면도 비싸니까 빵에 잼만 발라서 버틸 각오를 해야하는게다.
같이 다니는 친한 한국형은 나보다 더 경제적으로 산다. 우리는 어디서 얼마나 더 싸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밥먹듯이 하고, 유통기한이 "최대한" 안 남은 음식을 어디서 싸게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젊은이들의 열정이지만, 이게 TV에 나오는 것처럼 활기차고 역동적인 것만은 아니기도 하다. 가끔은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구차하고 남루한 생활을 견뎌야 하는가 회의가 드니까.
3파운드짜리 햄버거를 사고 학생증을 제시하면 맥도날드에서는 햄버거를 하나 더 준다. 하지만 우리는 그 3파운드가 아까워서 몇분가량 사니 마니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은 "집에 가서 각자 밥 먹자"고 결론을 낸다. 배가 고파서 화가 나는데 앞에 있는 음식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기분이라는 것도 꽤나 신기한 것이다. 여기서 발견한 것 중에 하나는, 배가 고파서 화가 나기도 한다는 사실. 아, 그리고 내가 고작 1000원을 가지고도 기분이 심하게 나빠진다는 사실.
나 역시 웨스트엔드에 가고 싶다. 뮤지컬을 보고, 공연을 즐기고, 달리 전시회에 가고 싶다. 영국식 애프터눈 티를 즐기며, 가끔은 선데이 로스트를 먹고 펍에서 피쉬 앤 칩스를 먹어도 좋겠지. 하지만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을때엔 저런 상상조차도 호사로 느껴진다.
혹시나 외국에 잠깐 여행이 아니라, 정말 어느 정도 살다온 친구가 문화적 경험을 적게 했다고 하더라도 비난을 쏟아놓을때까지 어느 정도의 기간을 두는 것도 좋겠다ㅎㅎ 물가와 싸우고 배고픔과 싸우고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문화적 경험일 수도 있으니까.
내가 우울하게 먹을 것만 생각하며 사는 것이 아니다. 젊은이는 희망으로 사는 것이 아니던가.(내가 젊은이인가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해보도록 하자ㅋㅋ) 나는 아직까지 걍 25파운드짜리 공연을 보고 굶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굶더라도 보고 싶다. 전시회도 가고 싶고. 그리고 그걸 견디어 낼 나를 생각한다. 남루하거나 구차하기 보다는 기특하기조차 하다.
나는 내일도 점심 도시락을 싸고, 간식으로 먹을 도시락을 싼다. 역시나 유통기간 다 된 빵에 잼을 바르겠지만, 그래도 내게는 누구도 가지지 못한 반찬이 하나 더 있다.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