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부천, 고양. 우린 반드시 일어선다!

김우섭200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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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부천, 고양. 우린 반드시 일어선다!
'가볍게 때로는 무겁게' 여러 분야, 여러 팬들과 함께 화젯거리에 대해 얘기해보는 시간, 이슈 & 토크. 오늘은 연고이전과 승격거부로 가슴 아파하는 축구팬들을 만나봤다. 안양, 부천, 고양. 경기장에서 열정적인 응원을 쏟아내야 할 그들은 리그 경기가 열리던 날 경기장이 아닌 한적한 공원에 모여 앉았다. 그렇다. 그들을 기다리는 경기장은 이제 없다.

안양 - 김정현(34세 ,안양ASU레드 회장)

부천 - 안영호(27세, 자영업)

고양 - 안세민(26세, 학생)

연고이전과 승격거부 당시의 심정은 어땠나?

안양 - 2003년 말부터 연고이전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우리의 모토가 무조건적인 '신의'였다. 구단에서 어떠한 제스처가 나오기 전까지는 절대 움직이지 말자는 생각이었고 언론 보도를 통해 연고이전의 구체적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2003년 12월 12일 구단을 방문했는데 그 때에도 구단 단장은 " 연고이전은 절대 없다. 맹세코 안양을 배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고 했다. 그 후 2004년으로 넘어와 연고이전이 사실로 확인됐다. 그 때의 심정? 부모님에게 배신당한 느낌이었다.

부천 - 우리는 안양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제주로의 연고이전 당시 전혀 낌새를 채지 못했고 연고이전 며칠 전까지도 SK 구단에서는 '팬과의 만남'을 주최하며 다가올 시즌 준비를 위해 서포터스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불과 시즌 개막을 한 달 앞둔 상태에서 전광석화처럼 연고이전을 감행했다. 나 역시 인터넷 기사를 보고 알았을 정도다. (한참을 생각하더니)그 당시의 심정을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다.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너무 답답했다. 지금도 가끔 내 팀이 없다는 게 믿겨지지 않고 주말이면 허전하고 그렇다.

고양 - 그동안 우리가 하부리그 팀을 지지해왔던 것은 승격을 전제로 한 게 아니었다. 우리가 처음 고양을 지지했을 당시에는 승격에 대한 이야기도 없을 때였다. 단지 내 고장의 팀이 좋아서였지 그 팀의 수준은 우리에게 중요치 않았다. 지금 가장 화가 나는 것은 국민은행이 고양 시민들에게 허황된 꿈을 꾸게 만들었고 시민들과 지역 사회와의 신뢰를 깨뜨렸다는 것이다. 챔피언 결정전 직전까지도 '기다려라 K-리그 고양 KB가 간다'고 홍보해 놓고 정작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부터 승격이 힘들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자신들의 홍보와 이익은 다 챙겨가고 결정적인 순간에 신뢰를 저 버렸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고 허탈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나 순간은 언제였나?

안양 - 아시안클럽축구 챔피언십 동부지역 풀리그에서 가시마 앤틀러스전이 기억에 남는다. 이 경기에서 우리는 폭우 속에서 인저리 타임 때 안드레의 프리킥골로 동점을 이루며 본선에 올랐다. 안드레가 감격에 겨워 울고 있는 우리들에게 다가와 " 울지마라. 우리가 해냈다. " 며 박수쳐 줬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한 2003년 시즌 마지막 포항과의 경기도 잊을 수 없다. 한 시즌동안 수고한 선수들과 구단 프런트에게 보답하겠다는 의미로 사비를 털고 회비를 총동원해 100여개의 홍염으로 경기장을 붉게 물들였다. 그리고 남은 돈은 구단 프런트의 회식비로 썼다. 하지만 그게 안양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부천 - 10년간 부천을 지지해 왔는데 그 기간 동안 딱 한 번의 우승밖에 보지 못했다. 2000년 5월 5일 잠실에서 벌어진 대한화재컵에서 전남과의 결승전이었다. 1-0으로 지고 있다가 이임생의 동점골과 조진호의 역전골로 우리가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 그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경기장 관리 요원이 나가라고 할 때까지 울면서 노래를 불렀고 잠실역에 나와서도 행진을 하며 좋아라했다. 비록 리그 우승도 아니었고 자그마한 컵대회였지만 너무 좋았다.

고양 - 작년 8월 경남FC와의 FA컵 8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극적인 승부 끝에 골키퍼 김태영의 신들린 선방으로 4강에 갔을 때, 우리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울산현대, 광주상무에 이어 경남까지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K-리그 팀들을 바짝 긴장시키던 순간이었다. 또한 작년 11월 내셔널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어렵사리 김포 할렐루야를 이기고 K-리그 승격이 확정되는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만 여 명의 시민 모두 " 우리도 이제 더 큰 무대로 가는구나. " 라고 기쁨을 같이 나누었던 기억도 잊을 수 없다.

지금 그 팀을 바라보는 심정은 어떠한가? 정도 많이 들었을텐데

안양 - 안양 시절 뛰었던 FC서울 선수들이 작년 경기에서 우리에게 인사를 하러 온 적이 있었다. 선수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눈물을 흘리는 건 그 날이 마지막이라고 다짐했다. 이제 그 팀과의 관계는 다 끝이 났고 이제는 검을 갈아 베어야 할 적이 됐다. 나는 연고를 옮긴 FC서울이 잘 됐으면 좋겠다. 마케팅이나 구단 성적 모두 말이다. 1년이 됐건, 10년이 됐건 우리가 다시 팀이 생겼을 때 진짜 꺾을만한 팀이 돼 있었으면 한다. FC서울의 응원단 역시 덩치를 더 키워 쓰러뜨리는 맛이 있는 그런 조직으로 컸으면 좋겠다. 그 때는 정말 속된 말로 '박살'을 내주고 싶다.

부천 - 제주유나이티드는 인정하고 싶지도 않은 팀이다. 연고이전 후 처음에는 그 팀을 따라다니며 욕도 하고 소란도 피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3~4대에 걸쳐 좋아할 수 있는 '진짜 부천'팀이 생길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제주와 맞붙어 경기 결과와 서포팅 모두에서 반드시 복수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은 많이 안정됐고 그 날만을 바라보고 있다.

고양 - 안타까운 건 승격거부 사태 후에도 좋게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를 국민은행에서 날려버렸다는 것이다. 여러 차례 대화의 기회도 있었지만 국민은행은 그 때마다 형식적인 변명만 늘어놓았다.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미안하다. 경기장에서 안티운동을 펼치는데 가뜩이나 텅빈 내셔널리그 경기장에 나타나 '국민은행 해체하라, 고양에서 나가라'는 우리의 목소리를 듣는 선수들의 심정은 오죽했겠나. 지금도 가끔씩 경기장을 찾을 때마다 감독님이 우리에게 더 미안해한다. 그들도 피해자인데 충성심을 보였던 우리마저 등을 돌리는 상황이 됐다. 지금의 선수들과 감독님, 코치진 모두 그대로 '진짜 고양'을 위한 팀에서 같이 뛰는 날이 왔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현재까지의 창단 준비 과정을 설명해달라

안양 - 부천은 공단이 형성되어 있지만 우리 안양시는 정부의 정책으로 안양 기업들이 지방으로 옮겨가는 추세여서 어려움이 많다. 현재에는 안양시와 협회에서 그나마 관심을 갖고 일을 추진 중이다. 시장님의 공약 중 하나가 " 시민들과 융합할 수 있는 실업팀으로 K-리그에 다시 올라가는 것 " 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부단히 노력 중이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부천 - 내년 시즌 K3리그 진입을 목표로 일을 추진 중이다. 스포츠 토토에서 작은 돈이나마 '부천시민모임'이 법인화가 되면 금전적 지원을 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 K3리그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우리팀이 생긴다는 신념으로 창단 작업을 천천히 준비 중이다.

고양 - 지역 사회에 재투자하고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면 기업 구단도 우리가 생각하는 시민구단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K3리그 참여를 목표로 다수의 시민들이 '시민구단창단'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기업 구단이라도 진정 고양 시민들을 위하겠다고 하면 충분히 그들에게 협조할 의향도 있고 시청 팀이라도 시의 정치적 도구만 아니라면 힘을 모을 용의가 있다. 현재는 '고양FC창단조직위원회'를 구성해 스폰서를 다각도로 찾고 있는 중이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아직 밝히기 어렵다. 비록 적은 수이긴 하지만 구단을 위해서 직접 후원하겠다는 사람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의 힘으로 자발적 창단 운동을 펼치는데 가장 힘든점은 무엇인가

안양 -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자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축구에 대한 애정도와 충성도로 봤을 때 시민구단은 거의 힘들다고 본다. 일반인들은 자기 입에 들어가고 몸에 걸치고, 주식이나 도박처럼 결과물이 이익으로 나타나는 것들이 아니면 절대 지갑을 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2~300명이 모여 한 푼, 두 푼 모은다는 것은 힘든 일이고 설령 모았다고 하더라고 그 돈으로 구단이 유지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지지자들과 일반 시민들을 독려해가면서 앞장서야 할 지자체나 지역 축구협회가 오히려 서포터스와 같은 소수 모임의 결과물을 기다리고 있는 경향도 크다.

부천 - 안양, 고양도 그렇고 우리도 마찬가지다. 서포터스들이 주축이 돼서 팀을 만들려 하고 있는데 솔직히 말해 서포터스들이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축구가 좋고 내 팀이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정말로 맨땅에 헤딩하고 있는 꼴이다. 서포터스는 직업이 아니다. 생업이 있고 먹고 살아야 하는데 그런 사람들만 전면에 나서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어렵다.

고양 - 그동안 국민은행의 승격거부와 시민구단 창단 준비 과정에서 국민은행의 행위에 온갖 비난과 욕설들이 난무했다. '고양시민구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던 축구팬들과 네티즌들도 많았다. 하지만 막상 일을 추진하고 움직이는데 참여하는 사람들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시민구단은 시민들의 힘으로 만드는 것인데 " 시민구단을 만들어 달라. " 는 사람들이 있다. 안타깝다.

구단 창단에 관한 의지나 시의 관계, 지원은 어떤가

안양 - 2002년부터 안양시의 지원을 끊었다. 시의 지원을 받으면 종속관계가 될 수 있어 우리가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지금은 평행한 관계다. 프로 경기를 치름에 있어서 전혀 손색없는 안양 경기장이 주인 없이 놀고 있다는 사실에 시에서도 다각적으로 구단 창단에 대해 노력중이고 우리와 한 달에 한 번씩 대표자 회의도 지속하고 있다.

부천 - 사실 연고이전을 승인해 준 것도 부천시였다. 시에 좋은 감정이 있을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내 팀이 생기려면 시와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시에서 좋은 소식이 점차 들려오는 중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구단 창단시 연고지 협약과 경기장 무료 사용을 승낙받았다. 하지만 시는 창단에 적극적인 움직임 대신 " 만들어 오면 승인해주겠다. " 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고양 - 시와의 관계는 안티운동 때에도 나쁘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구단 운영만 맡고 홍보를 비롯한 나머지 사항은 고양시에서 다 담당했는데 시 역시 승격거부의 피해자 중 하나여서 우리들과 공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에서는 관(官)에서 사람을 주도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해 부천시와 마찬가지로 민(民)에서 구단 창단이 확정되면 그 때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으로의 목표와 꿈은 무엇인가

안양 - 안양 시절 우리의 1차 목표는 수원의 그랑블루였다. 안양 경기장의 분위기를 남미 경기장 분위기로 만들고 인원수도 그랑블루를 압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은 다른 꿈을 꾼다. 여기 모여 있는 세 사람 모두 똑같은 꿈을 꾸지 않겠나? 정말 진심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을 바쳐서 지지할 수 있는 클럽을 되살리는 것. 그런 클럽을 가질 수만 있다면 나의 소중함을 모두 포기할 수 있다.

부천 - 내 팀. 내 시대에서 뿐만 아니라 3~4대에 걸쳐 같이 응원할 수 있는 팀이 부천에 생겼으면 한다. 그게 나의 꿈이고 목표다. 내 팀을 다시 갖는 것. 앞으로 다시는 연고이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

고양 - 1992년 20만 인구의 고양군이 고양시로 승격했고 이제는 90만이 넘는 인구로 대도시가 됐다. 그러면서 많은 이주민들이 들어왔는데 그런 이주민들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클럽이 생겼으면 한다. 이런 목표에 무대가 어느 리그인지는 크게 중요치 않다. 더 큰 무대로 올라갈 수 있는 희망만 있다면 그 희망을 가지고 10년이고 20년이고 살 수 있다. 그게 나의 목표이자 꿈이다.

마지막으로 누구에게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양 - 서울과 제주를 제외한 12개 구단 지지자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그 동안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잊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지나가는 이야기로 " 아, 옛날에 안양, 부천애들이 있었지. 2층에서 90분 내내 뛰면서 열심히 했어. " 라고 추억만 할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우리를 잊지 않고 돌아와 주길 바라고 있어 참으로 고맙다. 꼭 돌아와 다시 한번 멋지게 붙어보고 싶다. FC서울에도 한마디 하겠다. 그 쪽 구단과 응원단에서 걸어오는 싸움은 절대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름대로의 꿈을 만들어 가는 우리를 건드릴 생각은 말라. 그 사람들이 시커먼 연못 속에 있는 우리를 들여다 볼 때 우리는 물속에서도 물 밖의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 얼마가 걸릴지는 몰라도 우리가 받은 것 이상의 응징을 할 것이다.

부천 - 다른 나라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우리나라 축구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 우리 팀이나 한번 옮겨볼까? " 하고 상상하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는 축구계가 됐으면 한다. 연고이전 당시 당사자들과 타 서포터스들이 힘을 합쳐 집회를 하고 시위를 벌였지만 이는 대한민국 전체로 따지자면 극소수다. 1%도 안 되는 사람들이 모여 내는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연고이전이나 승격거부 같은 말도 안 되는 일은 앞으로 '절대' 없어야한다.

고양 - 그동안 같이 뛰어왔던 많은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도 우리의 목표를 향해 끝까지 함께 했으면 한다. 또한 진정한 고양시민구단을 원하는 분들은 언제든지 열려있으니 오프라인으로 나와 줬으면 한다. 지금은 온라인에서의 천 명보다 오프라인에서의 한 명이 정말 필요한 시기다. 어떠한 조건도 없다. 축구와 고양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함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