삑삑거리면서 세차게 부는 바람소리때문인지 어쩐지 오늘은 움직이기가 싫다. 책갈피를 끼워두워 읽다 만 표시를 낸 박완서 선생님의 신작 "친절한 복희씨"를 집어 든다 이불속에서 한참이라도 더 비비고만 싶은 그런 날이다. 아빠 엄마는 사이좋게 새벽 일찍 등산에 가신 듯하다. 이리도 추운 날에.. 바람소리만 들리는 싸늘한 고요함이 소름끼쳐 다시 책갈피를 끼워 두고 책을 덮는다. 로봇마냥 매우 건조하게 방에서 나와 커피를 내린다. 블루마운틴에 파퓨아기니산 원두를 1:1 배율로 섞고 물을 적량치보다 덜 붓는다. 덜그덕 소리를 내며 커피내려지는 소리와 향긋한 커피향이 느껴진다.. 조금전의 싸늘한 고요함은 난데없이 사라지고 혼자만의 자유세상이 된 듯하여 마음이 편해졌다. 오후에는 "선"이 랄지 "소개팅"이랄지 하여튼 그런 일정이 한 개있다. 한 치의 설레임도 없고, 털끝만한 기대조차 없다. 마땅히 치뤄내야할 오늘의 일정이라고 밖에는 안여겨지는.. 새까맣게 내려진 커피를 머그컵에 가득 따라 성급히 마셔버린다. 그리곤 다시 책을 집어든다. 여전히 바람소리가 거슬린다. 약속은 오후 두 시.. 여유있게 집을 나선다. 읽다 만 책의 내용 뒷부분이 자못 궁금하다. 새로 만날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조금 일찍 커피숍에 들어가 책을 펼쳐든다. 맛있다. 박완서 선생님은 글을 참 맛있게 쓴다. 시대를 묘사하는 것도 그렇고, 심리를 묘사하는 것도 그렇고, 생김새를 묘사하는 것도 그렇고. 새로운 사람이 오든 말든 책에 열중한다. 목 뒷곁에서 조인숙씨세요? 하며 묻는다. 황급히 생각한다. - 왜 뒤에 대고 인사람. 읽던 책에 책갈피를 끼워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뒤의 내용은 어떻게 될까. 새로운 사람이 앞에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내 머리속은 여전히 책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난 그이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다. 이름이랑 나이랑 어떤 조그만 사업을 한다는 것 밖엔.. 내 앞에 앉은 그인 꽤나 당황한 듯하다. 무슨 뜻일까 내가 마음에 안드는 걸까? 아니면 내가 마음에 들어 부끄러움을 타는 걸까. 시켜낸 커피의 따뜻한 김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그이는 하얀 설탕을 무려 세스푼이나 넣고 가볍게 훌쩍훌쩍 마셔낸다 허공을 맴도는 대화가 공기중에 부딪힌다. 여전히 바람은 세차게 분다. 낙엽들이 휘휘 날리는 것을 보니. 그런듯하다. 할수만 있다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다. 나가서 사우나를 하든, 읽던 책을 읽든, 어찌했든 그 자리에선 벗어나고 싶었지만... 건방지다는 이미지는 주고싶지 않았다. 그이는 체크무늬 셔츠에 검은 가죽자켓을 입었다. 목을 졸라매는 듯한 목걸이는 왜 했을까. 물이 빠질대로 빠진 청바지에 검은색 구두를 신었다. 크로스로 포개어진 다리가 어쩐지 나는 순수하다. 라고 발설하고 있는 듯했다. 어색한 침묵을 깨고 그이가 질문을 했다 취미가 뭐예요 흘러나오는 "엘리제를 위하여" 곡의 피아노 소리가 너무 탕탕거리며 요란하다. 마치 치밀하게 답안을 준비해온 것처럼 책읽기요 라고 단숨에 말해버렸다. 책읽기요. 풉 - 이건 무슨 고전답안도 아니고. 유치하고 민망하다.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그인 아랫입술을 씰룩거리는 버릇이 있나보다. 거슬린다. 쉴새없이 눈동자를 굴리다 빤히 그이를 쳐다보고 있는 내눈과 마주치면 무척 당황하며 시선을 천장으로 올린다. 지루하다. "엘리제를 위하여" 곡이 끝나고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가 울려퍼진다. 다시 침묵을 깨고 질문이 들어왔다. 아까 읽던 책은 뭐예요? 박완서가 새로 낸 소설책이예요. 아. 저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거 읽었어요 네. 메마를 때로 말라 비틀어진 황무지 벌판 같은 대화다. 갈증이 역하게 치밀어 올라 물을 벌컥 들이켰다. 그인 여전히 안절부절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겐 낯가림이 있다고한다. 앞에 놓인 커피와 물잔까지 깨끗하게 비워둔 상태이다. 아무것도 없는 커피잔을 자꾸만 후루룩 소리를 내며 마지막 끝방울까지 들이킨다 언뜻 걸린 시계를 보니 10분이 모자른 3시였다. 한시간은 있어야겠지. 아무래도 그런정도까지는 해야겠지. 강요한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없는 가운데, 나혼자서 규칙을 정해 놓고 기준을 정해 놓고있다. 한 시간은 채워야 한다는 얼토당토않은.... 2시가 되도록 점심을 못먹었다고 한다. 근처 맛있는 집을 하나 둘 열거한다. 같이 가자고 하면 어떤 말로 정중하게 거절할지 머리속 세포들이 분주해진다. 그러는 사이 피아노 연주곡은 두세 곡이 지나친 듯하다. 격하게 빠른 속도로 가장 높은 옥타브부터 차례로 거칠게 내려오는 소리가 잠시 숨쉬는 타이밍을 놓치게 만들었다. 가슴이 갑갑하다. 기지개를 한번 쭉 피고 수줍게 웃었다. 그이도 따라 웃으며 말을 건다. 장소 옮길까요? 아. 이제야 호흡이 순서대로 질서정연해졌다. 계산을 하는 그를 뒤로 하고 무심히 로비로 걸어나온다. 곧 뒤따라 나온 그는 어디로 가실까요. 상기된 얼굴로 묻는다. 단어 하나하나, 숨소리 하나하나 세세하게, 정중하게, 예의바르게, 그리고 단호하게 오늘은 이만 들어가는게 좋겠습니다. 라고 대꾸한다. 당황한 그이 낯빛이 심하게 떨렸다. 상관할바 아니라는 듯. 이미 나는 정중하게 인사까지 마친 찰나였다. 조심히 들어가라는 그를 뒤로 하고 다음의 일정이 빠릿하게 머리속에 그려진다. 일단 사우나에 갔다가 집에 가서 다시 커피를 내리고 마져 책을 읽어야지. 모든 게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온 기분이다. 숨쉬는 것도 잊은채 서둘러 사우나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뜨거운 탕속에 들어갔다. 여태껏 참아온 숨이 큰 숨이 되어 한거번에 뜨거운 수증기 속으로 사라진다. 지루하고 고독했던 대낮의 만남의 기억도 함께. 후두두둑 -
11월 어느 날..
삑삑거리면서 세차게 부는 바람소리때문인지 어쩐지 오늘은 움직이기가 싫다.
책갈피를 끼워두워 읽다 만 표시를 낸 박완서 선생님의 신작 "친절한 복희씨"를 집어 든다
이불속에서 한참이라도 더 비비고만 싶은 그런 날이다.
아빠 엄마는 사이좋게 새벽 일찍 등산에 가신 듯하다. 이리도 추운 날에..
바람소리만 들리는 싸늘한 고요함이 소름끼쳐
다시 책갈피를 끼워 두고 책을 덮는다.
로봇마냥 매우 건조하게 방에서 나와 커피를 내린다.
블루마운틴에 파퓨아기니산 원두를 1:1 배율로 섞고 물을 적량치보다 덜 붓는다.
덜그덕 소리를 내며 커피내려지는 소리와 향긋한 커피향이 느껴진다..
조금전의 싸늘한 고요함은 난데없이 사라지고 혼자만의 자유세상이 된 듯하여 마음이 편해졌다.
오후에는 "선"이 랄지 "소개팅"이랄지 하여튼 그런 일정이 한 개있다.
한 치의 설레임도 없고, 털끝만한 기대조차 없다.
마땅히 치뤄내야할 오늘의 일정이라고 밖에는 안여겨지는..
새까맣게 내려진 커피를 머그컵에 가득 따라 성급히 마셔버린다.
그리곤 다시 책을 집어든다. 여전히 바람소리가 거슬린다.
약속은 오후 두 시..
여유있게 집을 나선다.
읽다 만 책의 내용 뒷부분이 자못 궁금하다.
새로 만날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조금 일찍 커피숍에 들어가 책을 펼쳐든다.
맛있다.
박완서 선생님은 글을 참 맛있게 쓴다.
시대를 묘사하는 것도 그렇고, 심리를 묘사하는 것도 그렇고, 생김새를 묘사하는 것도 그렇고.
새로운 사람이 오든 말든 책에 열중한다.
목 뒷곁에서 조인숙씨세요? 하며 묻는다.
황급히 생각한다.
- 왜 뒤에 대고 인사람.
읽던 책에 책갈피를 끼워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뒤의 내용은 어떻게 될까.
새로운 사람이 앞에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내 머리속은 여전히 책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난 그이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다.
이름이랑 나이랑 어떤 조그만 사업을 한다는 것 밖엔..
내 앞에 앉은 그인 꽤나 당황한 듯하다.
무슨 뜻일까
내가 마음에 안드는 걸까? 아니면 내가 마음에 들어 부끄러움을 타는 걸까.
시켜낸 커피의 따뜻한 김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그이는 하얀 설탕을 무려 세스푼이나 넣고
가볍게 훌쩍훌쩍 마셔낸다
허공을 맴도는 대화가 공기중에 부딪힌다.
여전히 바람은 세차게 분다.
낙엽들이 휘휘 날리는 것을 보니. 그런듯하다.
할수만 있다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다.
나가서 사우나를 하든, 읽던 책을 읽든, 어찌했든 그 자리에선 벗어나고 싶었지만...
건방지다는 이미지는 주고싶지 않았다.
그이는 체크무늬 셔츠에 검은 가죽자켓을 입었다.
목을 졸라매는 듯한 목걸이는 왜 했을까.
물이 빠질대로 빠진 청바지에 검은색 구두를 신었다.
크로스로 포개어진 다리가 어쩐지 나는 순수하다. 라고 발설하고 있는 듯했다.
어색한 침묵을 깨고 그이가 질문을 했다
취미가 뭐예요
흘러나오는 "엘리제를 위하여" 곡의 피아노 소리가 너무 탕탕거리며 요란하다.
마치 치밀하게 답안을 준비해온 것처럼 책읽기요 라고 단숨에 말해버렸다.
책읽기요. 풉 -
이건 무슨 고전답안도 아니고. 유치하고 민망하다.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그인 아랫입술을 씰룩거리는 버릇이 있나보다. 거슬린다.
쉴새없이 눈동자를 굴리다 빤히 그이를 쳐다보고 있는 내눈과 마주치면 무척 당황하며
시선을 천장으로 올린다.
지루하다.
"엘리제를 위하여" 곡이 끝나고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가 울려퍼진다.
다시 침묵을 깨고 질문이 들어왔다.
아까 읽던 책은 뭐예요?
박완서가 새로 낸 소설책이예요.
아. 저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거 읽었어요
네.
메마를 때로 말라 비틀어진 황무지 벌판 같은 대화다.
갈증이 역하게 치밀어 올라 물을 벌컥 들이켰다.
그인 여전히 안절부절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겐 낯가림이 있다고한다.
앞에 놓인 커피와 물잔까지 깨끗하게 비워둔 상태이다.
아무것도 없는 커피잔을 자꾸만 후루룩 소리를 내며 마지막 끝방울까지 들이킨다
언뜻 걸린 시계를 보니 10분이 모자른 3시였다.
한시간은 있어야겠지. 아무래도 그런정도까지는 해야겠지.
강요한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없는 가운데,
나혼자서 규칙을 정해 놓고 기준을 정해 놓고있다.
한 시간은 채워야 한다는 얼토당토않은....
2시가 되도록 점심을 못먹었다고 한다.
근처 맛있는 집을 하나 둘 열거한다.
같이 가자고 하면 어떤 말로 정중하게 거절할지 머리속 세포들이 분주해진다.
그러는 사이 피아노 연주곡은 두세 곡이 지나친 듯하다.
격하게 빠른 속도로 가장 높은 옥타브부터 차례로 거칠게 내려오는 소리가
잠시 숨쉬는 타이밍을 놓치게 만들었다.
가슴이 갑갑하다.
기지개를 한번 쭉 피고 수줍게 웃었다.
그이도 따라 웃으며 말을 건다.
장소 옮길까요?
아. 이제야 호흡이 순서대로 질서정연해졌다.
계산을 하는 그를 뒤로 하고 무심히 로비로 걸어나온다.
곧 뒤따라 나온 그는 어디로 가실까요. 상기된 얼굴로 묻는다.
단어 하나하나, 숨소리 하나하나
세세하게, 정중하게, 예의바르게, 그리고 단호하게
오늘은 이만 들어가는게 좋겠습니다. 라고 대꾸한다.
당황한 그이 낯빛이 심하게 떨렸다.
상관할바 아니라는 듯. 이미 나는 정중하게 인사까지 마친 찰나였다.
조심히 들어가라는 그를 뒤로 하고 다음의 일정이 빠릿하게 머리속에 그려진다.
일단 사우나에 갔다가 집에 가서 다시 커피를 내리고 마져 책을 읽어야지.
모든 게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온 기분이다.
숨쉬는 것도 잊은채 서둘러 사우나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뜨거운 탕속에 들어갔다.
여태껏 참아온 숨이 큰 숨이 되어 한거번에 뜨거운 수증기 속으로 사라진다.
지루하고 고독했던 대낮의 만남의 기억도 함께. 후두두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