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

이미순2007.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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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

 

세상에 이혼을 생각해 보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으랴.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못 살 것 같던 날들 흘러가고
고민하던 사랑의 고백과 열정 모두 식어가고...

일상의 반복되는 습관에 의해 사랑을 말하면서
근사해 보이는 다른 부부들 보면서
때로는 후회하고 때로는 옛사랑을 생각하면서...

관습에 충실한 여자가 현모양처고
돈 많이 벌어오는 남자가 능력있는 남자라고 누가 정해 놓았는지,
서로 그 틀에 맞춰지지 않는 상대방을 못마땅해 하고
자신을 괴로워하면서...

헤어지자 작정하고 아이들에게 누구하고 살거냐고 물어보면
열 번 모두 엄마 아빠랑 같이 살겠다는 아이들 때문에 눈물 짓고...

까마득한 날 흘러가도 융자받은 돈 갚기 바빠 내 집 마련 멀 것 같고
한숨 푹푹 쉬며 애고 내 팔자야 노래를 불러도...

어느 날 몸살 감기라도 호되게 앓다 보면
빗길에 달려가 약 사오는 사람은
그래도 지겨운 아내, 지겨운 남편인 걸...

가난해도 좋으니 저 사람 옆에 살게 해 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하루를 살고 헤어져도 저 사람의 배필 되게 해 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시든 꽃 한 송이 굳은 케익 한 조각에 대한 추억이 있었기에...
첫 아이 낳던 날 함께 흘리던 눈물이 있었기에...
부모 喪 같이 치르고 무덤 속에서도 같이 눕자고
말하던 날들이 있었기에...
헤어짐을 꿈꾸지 않아도 결국 죽음에 의해
헤어질 수 밖에 없는 날이 있을 것이기에...

어느 햇살 좋은 날
드문드문 돋기 시작한 하얀 머리카락을 바라보다
다가가 살며시 말하고 싶을 것 같아.

그래도 나밖에 없노라고...
그래도 너밖에 없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