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선샤인]

최현준2007.11.20
조회81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You can erase someone from your mind.
Getting them out of your heart is another story.

[이터널 선샤인]    어쩌면 기억이란, 인간이 만들어낸 환영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 풍진 세상에서 살아가는 자신을 달래기 위한, 그 무엇. 자신의 존재와 역사를 합리화하기 위한, 기만 같은 것. 인간이란 기억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고, 타자와의 추억을 간직하지만, 그건 어쩌면 순간의 꿈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이란,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기억을 만들어내는, 조작하는 힘마저 가지고 있으니까. 기억이란 불완전한 것이고, 말 그대로 일장춘몽이다. 아마 우리의 인생도 그런 것이겠지만.  이 가슴 아팠던 이유 하나는, 그것이었다.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그들은 기억을 지우려 한다. 지운 뒤에도, 가슴이 왜 그리 아픈지 알지 못한다. 기억이란 건 부질없는 것이다. 그보다는 비과학적인 사랑을 믿는 것이 낫다. 자신이 사랑했다는 증거보다는, 마음속 어두운 저편 어딘가에 묻혀 있는, 비논리적이고 초현실적인 무엇을 찾는 게 낫다. 그게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믿음은 존재하니까. - 씨네21 사랑은 기억을 지배한다, 중에서
7년 전 런던에서 예술가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던 미셸 공드리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 절대 그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이메일을 받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라는 상상을 하게 되고, 그 아이디어로 을 만들게 된다. - [기획] 알고 보면 더 재밌다 맥스무비 중에서      누구나 살아가면서 지우고 싶은 기억들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영화는 그런 발상에서 시작된다. 누군가 나를 자신의 기억에서 지운다면. 하지만 은 말한다. 기억에서 지운다고 마음에 남겨진 무언가는 지울 수 없다고. 기억이 우리의 마음과 우리의 존재를 연결하는 고리는 될 수 있지만, 그 고리가 끊어진다고 해서 우리의 마음이 지워지는 건 아니라고.   [이터널 선샤인]    우리에게 기억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신의 기억들을 부정하고, 지우려 할 때 우리의 존재도 함께 부정되고 말살된다. 즉, 기억은 우리의 존재를 확인 시켜주는 연결고리이다. 기억은 개인에 의해 조작되고 잊혀지기도 하지만, 결국 그 기억 속의 나는 모두 그 개인 자신인 것이다. 그 기억 속에 남겨진 우리의 모습, 우리의 감정, 그 모든 것이 모두 우리인 것이다.   [이터널 선샤인]     기억 속의 상처도, 잊고 싶은 기억의 쓰라림도 결국에는 모두 내 인생이다. 영화 속 조엘(짐캐리)이 지워지는 자신의 기억 속에서 '기억 지우기'를 취소하려함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우리의 기억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억속의 소중한 우리의 마음과 존재를 찾기 힘들테니까. 그것들을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 아픈 기억도 좋은 기억도 모두 간직하며 사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How happy is the blameless vestal's lot?
The world forgetting, by the world forgot.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Each prayer accepted and each wish resigned.

 

행복은 순결한 여신만의 것일까?
잊혀진 세상에 의해 세상은 잊혀진다.
티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살.
여기엔 성취된 기도와 체념된 소망 모두 존재한다.

 

-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의 격언
(이터널 선샤인 중에서)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독특한 구성과 인상적인 영상 기법, 그리고 결코 가볍지 않는 내용 때문이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배우들이 최고의 연기를 펼쳤고, 캐릭터들이 모두 살아있다. 복잡한 구성은, 우리 인간의 진짜 '기억'들이 제멋대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과 닮아 무척 인상 깊었다. 영화보는 내내 감탄했다. 그리고 분명 위트가 섞여 있음에도 완전 웃을 수 없었다.
 이 영화에는 무수한 최고의 장면들이 담겨 있다. 처음 봤을 때, 나는 엔딩 컷을 최고의 장면으로 꼽았었다. 'Okay,'라고 서로에게 건네는 장면. 이 장면은 그들이 다시 사랑하고, 싸우고, 다시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게 인생임을 말한다. 그렇게 사는게 인생이라고.
 하지만 오늘, 새로이 이 영화를 봤을 때, 나는 다른 장면이 더 눈에 들어왔다. 조엘이 'i wish i stay'라고 기억 속에서 클레멘타인에게 사과하는 장면. 그리고 나서 클레멘타인과 악수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아쉬운 과거 기억과 화해하는 조엘을 볼 수 있었다. 인생은 그렇게 후회하고, 좌절하면서 다시 일어서는 게 아닐까. i wish,, 수 많은 후회들을 하지만 그러면서 더욱 성장하는게 우리네 삶이 아닐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중에서

 

영화 보는데 이 시가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