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 앞에서 파는 손난로를 사본 기억이 거세된 채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는 없을 것이다. 길어야 삼 십 분 정도 밖에 안되는 산화철로 만든 재생 불가능한 고체형 손난로는 사치품이라고 생각했기에 나의 선택은 언제나 하이포 용액으로 만들어진 재생 가능한 액체형 손난로였다. 하이포 용액은 티오황산나트륨을 주원료로 한다. 고체 상태의 티오황산나트륨 용액에 열을 가하면 용액은 열을 흡수하게 되는데 다시 식을 때는 고체 결정을 이루지 않고 과포화 상태의 액체로 남아있게 된다. 과포화 상태는 불안정한 까닭에 외부에서 충격을 가하면 고체 결정을 만들게 되고 이때 액체 내에 저장되어 있던 열이 방출된다. 손난로 안에 둥둥 떠다니는 똑딱이는 바로 외부충격을 위한 격발 장치다.
사랑과 미움은 하이포 용액의 상변이와 같다. 사람은 누구나 정념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이 정념은 상대방에 따라, 심지어 같은 상대라도 시간과 공간에 따라 표현되는 방법이 변화된다. 양자는 때론 격렬하며 때론 수그러든다. 더없이 마음을 아프게 만들기도 하며 웃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쾌감을 느끼게도 한다. 사랑이 과포화 상태의 하이포 용액이라면 미움은 고체가 되어버린 하이포 결정이다. 아주 사소한 티핑포인트 때문에 사랑은 미움이 된다. 미움이 사랑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사랑했던 당시의 뜨거움을 다시금 느껴야한다. 간단히 말해서, 죽을 듯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죽을 듯 누군가를 미워할 씨앗을 예비한다는 뜻이다.
가령,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하자. 두 시간 전에 당신은 꽃과 초콜릿을 준비했고 삽 십 분 전에 상대방은 당신이 벌인 깜짝 이벤트에 진심으로 기뻐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묵묵히 손전화기를 쳐다보고 있어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 십 이 분이 지나면서 먼저 문자를 보낼까 생각하다가 자존심 때문에 폴더를 닫고, 십 육 분 경에는 그저 괘씸한 마음에 전화기를 꺼버린다. 집에 돌아와 내가 무엇을 잘못했던가를 생각하다가 화가 치민다. 미움은 되풀이되고 사람을 잘못봤나, 내가 너무 저자세였나 따위의 생각들을 하다가 잠에 든다. 아침에 일어나서 전원을 켜보니 그제야 뭔가 도착한다. 「문자 좀 늦었지? 들어가는 길에 친구 만나서 얘기 잠시하느라. 오늘 정말 고마웠어 :)」마음이 놓인다. 이런 식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쓰게 되면 사랑과 미움은 한몸처럼 움직이기 마련이다.
연애가 일종의 기술이 필요한 게임이라고 가정한다면 어떤 상태에서도 쿨함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연애가 사람의 정념을 토대로 하는 것이라면 쿨하지 않을 수 밖에 없으며, 그것이 쿨하게 굴러 간다면 연애는 단순한 게임 내지는 전희 외에 아무 것도 될 수 없다. 치명적이게 순수한 패자가 되느냐, 기계적인 게임의 승자가 되느냐라는 선택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하게 된다. 치앙마이에서 만난 나오코는 항상 치명적인 사랑 때문에 상처받는 자신이 두렵다고 했다. 내 대답은 단순했고, 여전히 유효하다. 'Human being is natural-born hot, that means can't be cool. cool is a corpse, not an alive one. 인간은 원래 핫하니깐 쿨해질 수 없어. 쿨한 게 사람이냐? 시체지.' 그래서 여전히 정념을 안고 살며, 시도 때도 없이 똑딱이를 똑깍똑깍 꺽어 뒤집어대는 것이다. 어쩌겠나? 사람인데.
사랑/미움의 손난로
'자자, 사랑/미움을 상징
하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
는지 각각 하나씩 말해주
세용♥'
문자메시지를 받자 마자 생각나는 대로 답을 보냈다.
'빨강/빨강.'
문방구 앞에서 파는 손난로를 사본 기억이 거세된 채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는 없을 것이다. 길어야 삼 십 분 정도 밖에 안되는 산화철로 만든 재생 불가능한 고체형 손난로는 사치품이라고 생각했기에 나의 선택은 언제나 하이포 용액으로 만들어진 재생 가능한 액체형 손난로였다. 하이포 용액은 티오황산나트륨을 주원료로 한다. 고체 상태의 티오황산나트륨 용액에 열을 가하면 용액은 열을 흡수하게 되는데 다시 식을 때는 고체 결정을 이루지 않고 과포화 상태의 액체로 남아있게 된다. 과포화 상태는 불안정한 까닭에 외부에서 충격을 가하면 고체 결정을 만들게 되고 이때 액체 내에 저장되어 있던 열이 방출된다. 손난로 안에 둥둥 떠다니는 똑딱이는 바로 외부충격을 위한 격발 장치다.
사랑과 미움은 하이포 용액의 상변이와 같다. 사람은 누구나 정념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이 정념은 상대방에 따라, 심지어 같은 상대라도 시간과 공간에 따라 표현되는 방법이 변화된다. 양자는 때론 격렬하며 때론 수그러든다. 더없이 마음을 아프게 만들기도 하며 웃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쾌감을 느끼게도 한다. 사랑이 과포화 상태의 하이포 용액이라면 미움은 고체가 되어버린 하이포 결정이다. 아주 사소한 티핑포인트 때문에 사랑은 미움이 된다. 미움이 사랑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사랑했던 당시의 뜨거움을 다시금 느껴야한다. 간단히 말해서, 죽을 듯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죽을 듯 누군가를 미워할 씨앗을 예비한다는 뜻이다.
가령,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하자. 두 시간 전에 당신은 꽃과 초콜릿을 준비했고 삽 십 분 전에 상대방은 당신이 벌인 깜짝 이벤트에 진심으로 기뻐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묵묵히 손전화기를 쳐다보고 있어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 십 이 분이 지나면서 먼저 문자를 보낼까 생각하다가 자존심 때문에 폴더를 닫고, 십 육 분 경에는 그저 괘씸한 마음에 전화기를 꺼버린다. 집에 돌아와 내가 무엇을 잘못했던가를 생각하다가 화가 치민다. 미움은 되풀이되고 사람을 잘못봤나, 내가 너무 저자세였나 따위의 생각들을 하다가 잠에 든다. 아침에 일어나서 전원을 켜보니 그제야 뭔가 도착한다. 「문자 좀 늦었지? 들어가는 길에 친구 만나서 얘기 잠시하느라. 오늘 정말 고마웠어 :)」마음이 놓인다. 이런 식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쓰게 되면 사랑과 미움은 한몸처럼 움직이기 마련이다.
연애가 일종의 기술이 필요한 게임이라고 가정한다면 어떤 상태에서도 쿨함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연애가 사람의 정념을 토대로 하는 것이라면 쿨하지 않을 수 밖에 없으며, 그것이 쿨하게 굴러 간다면 연애는 단순한 게임 내지는 전희 외에 아무 것도 될 수 없다. 치명적이게 순수한 패자가 되느냐, 기계적인 게임의 승자가 되느냐라는 선택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하게 된다. 치앙마이에서 만난 나오코는 항상 치명적인 사랑 때문에 상처받는 자신이 두렵다고 했다. 내 대답은 단순했고, 여전히 유효하다. 'Human being is natural-born hot, that means can't be cool. cool is a corpse, not an alive one. 인간은 원래 핫하니깐 쿨해질 수 없어. 쿨한 게 사람이냐? 시체지.' 그래서 여전히 정념을 안고 살며, 시도 때도 없이 똑딱이를 똑깍똑깍 꺽어 뒤집어대는 것이다. 어쩌겠나? 사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