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그럴려던 생각은 아니었다.

유승희2007.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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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그럴려던 생각은 아니었다. 단지 그 표가 아까웠을 뿐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_-


 


지난주말 평택에 내려갔을때 엄마가 잡지사에서 2년연속 본 회원에게 주는

연극 초대권이라며 나에게 티켓한장을 주었다.

2만 5천원이었다.그런데 왠지 보고 싶지가 않았다.

내용이 기대가 않되서뿐만 아니라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싫다고 하면 엄마가 서운해 할까봐 잘 보겠다고, 고맙다고 했다.  


 


화요일에 가려고 보니 화요일은 공연이 없다고 적혀있었다.

그래서 금요일에 가려고 보니 평일은 전부 4시 공연이어서 촉박했다.

토요일 4시는 여유있게 다른 볼일도 보고 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토요일 오늘, 늦잠을 잤다.

12시간 가까이 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정신상태로 청소와 빨래를 하고 밥을 먹고 바로 나갔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탔다.

다른 볼일은 시간이 모자라 할 수 없었다.


 


표에 서초어쩌구라는 글자를 보고 갔다.

그런데 왠일. 없다. 건물이. +ㅁ+!!!

깜짝놀라서 역무원 아저씨께 여쭤보자 남부터미널로 가라고 하셨다.

다시 보니 내가 현재 있는곳은 3호선 서초구청역이고 가야하는 곳은 2호선 서초역이었다.

두둥...


이미 약속된 4시는 1분을 넘겨가는 상황에 2호선으로 갈아탔다.


 


서초에 내려 7번출구로 나오자 바로 건물이보였다.

입구가 않보여서 뒤로 갔더니 아저씨가 반대방향이랬다.

갔더니 4시 공연은 이미 시작되었고 지금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7시 30분 공연 자리를 예매하고 나오니 4시 30분이었다.

고작 30분 지나서 나는 3시간을 더 기다리게 된 것이다.


 


우선 배를 채우기 위해 건물을 나왔다.

그런데 주위는 대법원, 변호사 사무실, 대법원, 강남성모병원 등

밥을 먹을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할 수 없이 역 근처의 편의점 비슷한 가게에 가서 컵라면과 생수로 저녁을 때웠다.

5시가 넘었다.

강남이 서초에서 두정거장 거리라는것을 이때서야 생각해낸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가보니 온갖맛있는 식당과 안락한분위기의 카페와 화려한 옷매장과 가게가 잔뜩 들어서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진 길이전부 그랬다. 

이단계에서는 '여기서 밥먹을걸'이라는 후회보다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한참을 넋놓고 보다가 지하에 있는 서점에 가서 책들을 구경하고 다시 서초역으로 왔다.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미어터지도록 꽉꽉 차있었다.


 


서초로 다시와보니 6시 15분이었다.

달리 갈곳이 없어 그 건물로 가서 기다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문이잠겨있었는데 몇번 돌리자 안에서 확 열어졋혀 깜짝놀랐다.

미술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의자가 있어서 앉았다.

예매해주는 언니가 신경쓰지 않도록 문앞쪽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조용한 건물에 나밖에 손님이 없어 자주 여닫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다가오자 점점 사람들이 많아지더니

문을 아예 활짝열어졌혀 놓고 아래 다리까지 받혀놓아 닫히지 않도록 해 놓았다.

사람들의 출입이 없어진 이후에도 계속 열려 있어서 나는 덜덜 떨었다.

감히 닫지 않았다.


 


드디어 7시 25분이 되어서야 입장이 허락되었다.

자리가 뒷쪽, 오른쪽 끄트머리였다.

바로 앞에는 다리보다 상반신이 더 긴남자분이 여자친구분을 대동하고 앉았다.

옆에는 여자분이 친구와,

뒤에는 아까 덜덜떨며 기다릴때 내 오른쪽에 앉으셨던 가족분들이 (부모, 아들1, 아들2, 딸 순서)로 앉았다.

연극이 시작되었지만 상반신긴 분덕택에

중간중간 편집되어 보게되었다. 검은 동그라미에 의해.

처음엔 고개를 좌우로 빼서 보았지만

포기하고 편집된 연극을 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분이 심히 재미없다는 태도를 고수하여

나도 모르게 같은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이게 왠일,

아까 30분 늦어서 3시간 기다리게 만든

중간에 들어갈 수 없음이 두 집단에게나 (적어도 7명)

허용된 것이다.

그것도 이분들은 나보다 더 늦은것 같은데.

난 예매하는 언니가 신경쓰지 말라고 덜덜떨며

문앞에서 기다렸는데 그사람은 나를 3시간을 기다리게 해서 연극을 보게 한 것이다.

화가나서 연극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서 극장을 나가고 싶었다.


 


드디어 끝나고 나가려는데

이건물의 설립자가 나와서 재밌었냐고 물었다.

대답하지 않고 무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다가 나왔다.


 


바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서초에서 방배로 가서 사당으로 간후에 4호선으로 갈아타 길음역까지 계속 가면 됐다. 

주말저녁이라 사람들이 많아 4호선으로 갈아탈때쯤엔 지쳤다.

앉으려고 하는데 의자에 종이로 보이는 하얀것이 덕지덕지 있었다.

무시하고 앉았다.

구석을 좋아하는 나였기에 더 털썩 앉았다. 

길음역까지 그렇게 왔다.

 

드디어 내리려고 일어서서 대기하는데 뒤에서 누가 툭툭 쳤다.

보니까 하얀 껌이 엉덩이에 붙어있는것이 아닌가.

 의자에서 죽- 이어져서 더욱 보기 흉했다.

창피하고 당황스러웠다.

얼른 내렸다.

1164버스에 어떤 정신으로 갔는지 모르겠다.

맨뒤로 가서 윗도리를 벗어서 보니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았다.

대강 가리면 어떻게 가려질것 같았다. 

이럴때 내 집이 이 언덕의 끝이어서 함께 내리는 사람이 얼마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느꼈다. 어두운 골목에 감사했다. 집에 와서 보니 바지에 붙은걸 떼어내는것이 여간 걱정 되는게 아니었다.

시계를 보니 10시 30분이었다.


 


이렇게 나의 토요일이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