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홍콩 통합

이양자2007.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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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홍콩 통합


 

 

                                  선전·홍콩 통합

 

 

중국 선전(深?) 도심의 공원 주변도로는 설(春節)과 덩샤오핑(鄧小平) 기일인 2월 19일마다 때아닌 교통체증에 시달린다. 덩의 얼굴을 커다랗게 그려놓은 입간판에 꽃을 바치러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간판엔 “당(黨)의 기본노선(개혁개방)은 100년 동안 흔들리지 않는다”는 덩의 어록도 쓰여 있다.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롄화산(蓮花山) 공원엔 덩의 쓰촨(四川) 고향 말고는 중국에서 유일한 덩의 동상이 서 있다. 덩은 자신의 기념물을 만들지 말라고 했지만 한적한 어촌을 세계적 도시로 키워 잘살게 해 준 고마움에 선전 사람들은 덩의 당부를 어겼다.


 

홍콩 북쪽 선전강 건너편 바오안(寶安)현이 중국의 첫 경제특구로 지정된 것은 1980년이다. 덩샤오핑은 개방경제 시험무대로 홍콩에 인접한 이곳을 택했다. 1992년 여든 여덟 노구(老軀)를 이끌고 두 번째 선전을 찾은 덩이 세계무역센터 49층 전망대에 올랐다. 그는 홍콩을 바라보며 “동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니 눈에 봄이 가득하다(東方風來滿眼春)”고 읊었다.


 

덩샤오핑의 계산은 적중했다. 선전에는 300억 달러가 넘는 외국 자본이 몰려들었다. 세계 500대 기업 중 100개가 선전에 투자하고 있다. 2006년 1인당 총생산(GDP)은 중국 도시 중 가장 높은 8800달러를 기록했다. 2010년까지 1만2000달러를 넘긴다는 목표다. 발명특허 건수도 전국 1위다. 선전항 컨테이너 물량은 홍콩·싱가포르·상하이항에 이어 세계 4위다.


 

중국이 2020년까지 선전과 홍콩을 통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선전 바오안 공항과 홍콩 첵랍콕 공항을 17분에 연결하는 고속전철을 놓고 교통·세관·교육·행정 각 분야에서 두 도시를 하나로 묶는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인구 1500만 명에 경제규모가 뉴욕과 도쿄에 이어 세계 3위인 초대형 국제도시가 탄생한다. 홍콩도 지난 8월 비슷한 통합 안을 내놓은 상태여서 성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홍콩도 200년 전엔 해적 소굴에 지나지 않았다. 영국이 아편전쟁을 치른 뒤 1842년 홍콩섬을 차지하고 주룽(九龍)반도와 인근 섬들을 차례로 합병하면서 근대도시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홍콩은 이후 대영제국 후광을 업고 동아시아 무역·금융 중심지로 번성했다. 선전의 천지개벽도 홍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국주의에 영토 일부를 빼앗겼던 치욕의 상징을 세계로 향한 폭발적 경제발전의 창구로 키워가는 중국의 실용 정신이 새삼 무섭다

 

 

이선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