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옥2007.11.26
조회45
딸

 

 

내게 딸이 있다

잠이 오면 한 손을 입에 물고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서

다른 한 손으로 내 손등이며

얼굴  등을 만진다 그리고 까실 까실한 것이 걸리면

손톱으로 긁어 판다

더러는 딱지가 붙은 상처를 건드려

피가 나기도 한다

그러면 미안했던지 빨던 손까지 빼고는

휴지를 가져다 닦아 준다

이러는 것이 귀찮은 집사람은 번번이

소리를 지르고 야단을 치지만

고쳐지지 않는 안방 풍경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딸이 좋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눕고

딸의 손길로 인해 피부에 마찰을 일으키면

오히려 더 시원하다

월요일 집을 떠나 이곳 넙도 관사에서 잠을 청할 때면

그런 딸이 더욱 그립다.

 

딸은 잠을 자지 않는한

늘 뭔가 일통을 저지른다

잠깐이면 컴퓨터 자판을 뜯어서 흩어 놓고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장난감이며 각종 놀이기구를

온 방에 가득 쏟아 놓는다 그리고 금방 싫증을 낸다

의자며 책상을 이용해 높은 곳의

물건 등을 내려 만지니 소중한 것이 남아 돌 수가 없다.

 

그러나 언제나 당당하며 자기 주장이 분명하다

기도를 시키면 큰소리로 말한다

그날 있었던 일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말하고 아멘을 외친다

"오늘 아빠랑 엄마랑 보성에 갔고요

지금 엄마랑 아빠랑 밥을 먹을 거예요 아멘"

경비 아저씨에게 곧잘 두 손을 모아 공수 인사를 잘하고

"안녕하세요" 하고 웃으면서 성큼 성큼 돌아 다니면

아저씨는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딸은 마치 이를 즐기기라도 하듯이

새침을 떨기도하고 모르는 채 외면하기도 한다.

 

나는 딸 손을 잡고 길 건너 학교에 곧 잘 찾아 간다

불과 몇 미터를 걷기도 전에

"아빠 피곤해, 업어 주세요" 하면서 보채기 시작한다

나는 못이긴 척 딸을 업고 학교로 간다

등에 업히면 금방 노래를 시작한다

잠자리, 나비, 태극기 등 눈에 보이는 것 마다

그 낱말이 들어가는 노래를 불러 댄다

딸의 흥겨운 노래 소리에 무거운 줄도 모르고 거리를 거닌다

아마 남들이 보면 뭐가 그리 즐거우냐고 내게 묻은 것만 같다.

 

학교에 가면 언제 그랬느냐 싶게

운동장을 가로질러 그네쪽으로 달려 간다

더러 타고 있는 초등학생이 비켜 줄 것 같지 않으면

"우리 딸이 잠깐만 타고 싶단다"하면 대부분 양보를 해 준다

그네에 앉고 줄을 꼭 잡으면 등 뒤에서 내가 밀어 준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아홉까지만 센다

왜냐하면 딸은 아직 숫자를 잘 모른다

그리고 숫자를 같이 세게 한다

하지만 늘 제대로 세어 나가지 못한다

그렇게 실랭이를 하며 10여차례 밀면

발을 내딛어 신발을 흙에 끌어서 멈춘다.

 

그리곤 흙과 모래가 있는 곳으로 뛰어간다

나무 가지를 주어다가

갖가지 그림을 그리고는 "아빠 이게 뭐게"

하고 묻는다. 네모 세모 숟가락 등

대개 마음 내키는 대로 그리고는 그려진 형상을

내게 보이고 묻고 또 자기가 답한다

하지만 나는 번번이 답을 놓친다

예를 들면 쭉쭉 위 아래로 줄을 그어 놓고

무어냐고 물었는데 내가 답을 못하자 "비"라고 냉큼 답한다.

 

이내 내가 집에 가고 싶으면

미리 사다논 과자나 빵을 상기 시키고

등에 업고 집으로 돌아온다

흔히 딸을 키우느라 고생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딸이 내게 큰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이곳 관사 생황중에 가장 즐거운 일은

아침 해돋이 보는 것과 저녁 7시경 딸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다

전화를 걸면 다짜고짜 "아빠"를 부르고

그날 있었던 기쁜 일이나 짜증난 일을 얘기한다

어제는 "입이 아프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와 싸웠니 하고 묻자

솔이가 때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안아프다는 것이다

싸워서 아팠던 기억과 내가 걱정할까봐 아프지 않다는 말이

동시에 섞인 것은 아닐까

이야기 끝에 친구와는 사이 좋게 지내야 한다고

얘기를 하면 "응"하고 대답은 하지만

아마 오늘도 그 친구들과 싸움은 계속되리라 본다

딸은 힘이 세고 등치가 크지만 솔이와 송이라는 쌍둥이 형제와

동시에 맞서기에는 딸린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을 만만히 보고

그 그룹에서 대장 노릇하고 싶어하는 딸은 이런 상황에 매번

부딪치게 되고 더러는 선생님께 벌을 받기도 한다

애써 여러가지로 달래보지만 이것만은 양보를 하지 않는다

 

사랑과 기쁨의 이중주라는 말은

나의 삶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닐까

딸을 생각하며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3년 기한의 섬 생활도 이제 마감해 갑니다

오늘도 즐겁고 유쾌한 시간되시길 기원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즐겁고 유쾌한 시간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