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이승환│어린왕자의 코스튬을 한 슈퍼히어로
매거진t|기사입력 2007-11-26 12:01 |최종수정2007-11-26 13:30
이승환의 별명은 어린왕자였다. 40을 넘기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아니, 빅뱅의 멤버 승리가 이승환이 자신의 아버지와 동년배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아니, 그와 동갑인 김종서가 ‘신비주의’를 버리고 방송과 친해지고 싶다고 하기 전, 혹은 그가 12년 전 처음 작곡을 맡겼던 ‘신인 작곡가’ 유희열이 19살 윤하에게 옛날 가수 취급 받기 전까지는 그랬다. 예나 지금이나 그는 새로 산 피규어와 아이팟 터치를 보면서 즐거워하며, 스키니 진을 즐겨 입는다. 하지만 때론 사람보다 세상이 먼저 늙는다. 발표한지 12년이 지난 ‘천일동안’은 KBS 의 ‘불후의 명곡’에 올랐고, 이승환은 ‘불후의 명곡’에서 자신과 ‘동갑’인 김종서의 나이가 밝혀지는 것을 걱정해야 했다.
가요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젊은 남자’
‘불후의 명곡’이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40대 가수는 아직도 ‘무대진행형’이다.
‘불후의 명곡’이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히트곡을 부른 40대 가수. 하지만 ‘불후의 명곡’에서 밴드를 끌고 나와 ‘불후의 명곡’으로 선정된 모든 노래를 록 버전으로 편곡, 스튜디오 안을 폴짝 폴짝 뛰어다니며 전곡을 라이브로 부르는 율동 로커. 1990년대를 열광시켰던 그 때의 오빠들은 대부분 더 이상 오빠가 아니다. 그들은 몰락한 가요계에 점잖게 쓴소리를 던지는 선생님이 되거나, 생계의 어려움을 스스로 희화화하며 버라이어티 세계의 중년 남자들이다. 아니면 ‘3040’을 위한 음악을 하며 함께 나이 먹는 즐거움을 아는 원숙한 중년 가수가 돼야 했거나, 점잖게 뒤로 빠져 ‘사장님’이 돼야 했다. 이승환의 한참 후배인 박진영도 ‘원더걸스를 스타덤에 올린’ JYP엔터테인먼트의 타이틀을 달고 가요계에 컴백했다. 하지만 이승환은 가요계 전체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밴드를 먹여 살리기 위해”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한다며 시니컬한 농담을 하고, 그의 현재 꿈은 일본에서 소규모 라이브를 하면서 그 곳의 밴드들을 라이브 실력으로 제압하는 것이다.
어린 왕자로 남기엔 20여 년 동안 이룬 것이 너무 많고, 나이든 오빠가 되기엔 여전히 힘이 넘친다. 그래서 그는 더 이상 어린 왕자가 아니다. 대신 그는 한국 음악계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젊은 남자다. 이미 1990년대가 ‘지나간 세대’가 되고, 당대의 스타들이 그 때 그 시절의 스타가 되는 지금, 이승환은 끊임없이 신곡을 발표하고, KBS 의 OST수록곡으로 록 음악 ‘슈퍼 히어로’를 발표하며, MBC 의 ‘경제야 놀자’에서 자신의 골동품을 자랑하는 대신 피규어를 내놓았다가 ‘중년 오타쿠’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건 버라이어티 쇼에서 나도 아직 젊다며 어색하게 요즘 말투를 쓰는 중년 가수의 몸부림이 아니다.
그 언제까지 ‘현역’으로 남을 것 같은 기대감
이승환의 새 싱글 앨범 의 ‘내 맘이 안 그래’는 올해 한국 음악계에서 발표된 가장 정열적인 발라드다. ‘내 맘이 안 그래’의 뮤직비디오에서 파멸을 눈 앞에 두고도 그대로 돌진하는 남자처럼, 이승환은 이것저것 재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감정에 그대로 부딪친다.‘못 다한 내 사랑에 보낸다. I loved you / 치밀어 오르는 내 슬픔에 바친다 / 내 눈물이 내 노래가 너에겐 곧 나였다’ 뜨거운 사랑, 모든 걸 걸어도 좋을 사랑을 부정하는 시대에, 이승환은 전력을 다해 바로 지금, ‘내 헌신과 내 진심’을 담아 한 사랑의 아픔을 절절하게 노래한다. 멜로디 구성은 과거보다 훨씬 콤팩트해졌고, 곡 시작부터 치고 들어오는 오케스트라 연주는 팽팽한 긴장감을 일으킨다. 이승환은 ‘내 맘이 안 그래’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처럼 굳어버린 ‘천일동안’과 같은 대곡 지향의 발라드 대신 30초 안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지금 시대에도 현재 진행형의 노래가 될 수 있는 다이나믹한 발라드를 완성했다.
공연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 한 번에 100kg의 스쿼드를 하고, 자신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김현철과 정석원과 유희열을 거쳐 이재명에 이르는 새로운 작곡가들과 함께 일하는 40대 청년. 그는 후배들에게 과거를 헌정 받는 대신, 빅뱅과 같은 날 KBS 에서 커트 코베인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1989년생 관람객이 보는 가운데 무대 위를 뛰어다녔고, 그의 연말 공연은 예나 지금이나 국내 공연 중 가장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원숙해지되 열정은 그대로인 이 열혈남아의 모습은 언제나 한국 대중음악계의 ‘현역’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지 모를 가수에 대한 기대를 만들어낸다. 가족과 현실과 생활을 노래하면서 추억을 말하는 전설대신 지금 자신의 젊음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현역. 20여 년 동안 쌓인 원숙함으로 더 뜨거운 음악을 할 수 있는 현역. 이승환은 20대에는 수줍은 듯한 얼굴로 공연장을 뛰어다녔기 때문에 어린왕자였고, 30대에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안이어서 어린왕자였다. 하지만 지금의 이승환은 슈퍼히어로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에너지로 달리는, 어린왕자의 코스튬을 한 슈퍼히어로.
[VIP] 이승환│어린왕자의 코스튬을 한 슈퍼히어로
이승환의 별명은 어린왕자였다. 40을 넘기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아니, 빅뱅의 멤버 승리가 이승환이 자신의 아버지와 동년배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아니, 그와 동갑인 김종서가 ‘신비주의’를 버리고 방송과 친해지고 싶다고 하기 전, 혹은 그가 12년 전 처음 작곡을 맡겼던 ‘신인 작곡가’ 유희열이 19살 윤하에게 옛날 가수 취급 받기 전까지는 그랬다. 예나 지금이나 그는 새로 산 피규어와 아이팟 터치를 보면서 즐거워하며, 스키니 진을 즐겨 입는다. 하지만 때론 사람보다 세상이 먼저 늙는다. 발표한지 12년이 지난 ‘천일동안’은 KBS 의 ‘불후의 명곡’에 올랐고, 이승환은 ‘불후의 명곡’에서 자신과 ‘동갑’인 김종서의 나이가 밝혀지는 것을 걱정해야 했다.
가요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젊은 남자’‘불후의 명곡’이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히트곡을 부른 40대 가수. 하지만 ‘불후의 명곡’에서 밴드를 끌고 나와 ‘불후의 명곡’으로 선정된 모든 노래를 록 버전으로 편곡, 스튜디오 안을 폴짝 폴짝 뛰어다니며 전곡을 라이브로 부르는 율동 로커. 1990년대를 열광시켰던 그 때의 오빠들은 대부분 더 이상 오빠가 아니다. 그들은 몰락한 가요계에 점잖게 쓴소리를 던지는 선생님이 되거나, 생계의 어려움을 스스로 희화화하며 버라이어티 세계의 중년 남자들이다. 아니면 ‘3040’을 위한 음악을 하며 함께 나이 먹는 즐거움을 아는 원숙한 중년 가수가 돼야 했거나, 점잖게 뒤로 빠져 ‘사장님’이 돼야 했다. 이승환의 한참 후배인 박진영도 ‘원더걸스를 스타덤에 올린’ JYP엔터테인먼트의 타이틀을 달고 가요계에 컴백했다. 하지만 이승환은 가요계 전체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밴드를 먹여 살리기 위해”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한다며 시니컬한 농담을 하고, 그의 현재 꿈은 일본에서 소규모 라이브를 하면서 그 곳의 밴드들을 라이브 실력으로 제압하는 것이다.
어린 왕자로 남기엔 20여 년 동안 이룬 것이 너무 많고, 나이든 오빠가 되기엔 여전히 힘이 넘친다. 그래서 그는 더 이상 어린 왕자가 아니다. 대신 그는 한국 음악계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젊은 남자다. 이미 1990년대가 ‘지나간 세대’가 되고, 당대의 스타들이 그 때 그 시절의 스타가 되는 지금, 이승환은 끊임없이 신곡을 발표하고, KBS 의 OST수록곡으로 록 음악 ‘슈퍼 히어로’를 발표하며, MBC 의 ‘경제야 놀자’에서 자신의 골동품을 자랑하는 대신 피규어를 내놓았다가 ‘중년 오타쿠’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건 버라이어티 쇼에서 나도 아직 젊다며 어색하게 요즘 말투를 쓰는 중년 가수의 몸부림이 아니다.
그 언제까지 ‘현역’으로 남을 것 같은 기대감이승환의 새 싱글 앨범 의 ‘내 맘이 안 그래’는 올해 한국 음악계에서 발표된 가장 정열적인 발라드다. ‘내 맘이 안 그래’의 뮤직비디오에서 파멸을 눈 앞에 두고도 그대로 돌진하는 남자처럼, 이승환은 이것저것 재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감정에 그대로 부딪친다.‘못 다한 내 사랑에 보낸다. I loved you / 치밀어 오르는 내 슬픔에 바친다 / 내 눈물이 내 노래가 너에겐 곧 나였다’ 뜨거운 사랑, 모든 걸 걸어도 좋을 사랑을 부정하는 시대에, 이승환은 전력을 다해 바로 지금, ‘내 헌신과 내 진심’을 담아 한 사랑의 아픔을 절절하게 노래한다. 멜로디 구성은 과거보다 훨씬 콤팩트해졌고, 곡 시작부터 치고 들어오는 오케스트라 연주는 팽팽한 긴장감을 일으킨다. 이승환은 ‘내 맘이 안 그래’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처럼 굳어버린 ‘천일동안’과 같은 대곡 지향의 발라드 대신 30초 안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지금 시대에도 현재 진행형의 노래가 될 수 있는 다이나믹한 발라드를 완성했다.
공연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 한 번에 100kg의 스쿼드를 하고, 자신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김현철과 정석원과 유희열을 거쳐 이재명에 이르는 새로운 작곡가들과 함께 일하는 40대 청년. 그는 후배들에게 과거를 헌정 받는 대신, 빅뱅과 같은 날 KBS 에서 커트 코베인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1989년생 관람객이 보는 가운데 무대 위를 뛰어다녔고, 그의 연말 공연은 예나 지금이나 국내 공연 중 가장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원숙해지되 열정은 그대로인 이 열혈남아의 모습은 언제나 한국 대중음악계의 ‘현역’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지 모를 가수에 대한 기대를 만들어낸다. 가족과 현실과 생활을 노래하면서 추억을 말하는 전설대신 지금 자신의 젊음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현역. 20여 년 동안 쌓인 원숙함으로 더 뜨거운 음악을 할 수 있는 현역. 이승환은 20대에는 수줍은 듯한 얼굴로 공연장을 뛰어다녔기 때문에 어린왕자였고, 30대에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안이어서 어린왕자였다. 하지만 지금의 이승환은 슈퍼히어로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에너지로 달리는, 어린왕자의 코스튬을 한 슈퍼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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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 기획위원)
-출처 매거진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