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처럼 보이는 것

이현주200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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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처럼 보이는 것

내게 찾아드는 것은 햇빛 뿐이다

재 되어갈 고결한 눈송이도

타는 심장을 재울 빗물마저도 자취없이

그저 밝기만한 아침 뿐이다

 

너무 싸늘한 그 태양이 나는 싫다

낮보다 환하게 솟은 그 어둠이 나는 싫다

 

소리들의 천국에서 선사받은 적막함이

고요의 성벽을 쌓을 때마다

내 세상에서 잠들어가는 생의 정체

완전한 거짓 탓에 자백은 아프다

 

전신의 모든 말을 닫아 걸고

귀를 스치는 무언을 끌어 모은다

진실한 공명만이 내 것이고 싶은데

하늘이 지은 열기마다 내 목소리이고픈데

목숨을 가두어내는 빛, 존재를 밟아내는 독

 

찬란한 태양이라면 내게 들지 마라

빛처럼 보이는 모든 것에 갈길마저 눈 멀고

더듬어 닿을 수 없어 돌아가는 문

 

지독한 밝음이 무모한 운명이었다 해서

그 칠흙같은 무덤을 걸어냈다 해서

소경의 아침이 시간표를 놓을까마는

 

빛의 그늘에 숨어가는 법

참을 수 없는 호흡이 가르쳐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