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목표에 맞춘 조기교육은 아동학대”

김남철2007.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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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목표에 맞춘 조기교육은 아동학대”[아이랑 부모랑] 육아지침서 ‘…아이심리백과’ 낸 신의진 연세대 교수 “부모 목표에 맞춘 조기교육은 아동학대” 이종규 기자 장철규 기자 “부모 목표에 맞춘 조기교육은 아동학대” »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

 

 

 

아이 키우며 겪은 어려움 해결하려
소아정신과 전공한 자신의 경험과
임상 모아 서술…‘느리게 키우기’ 강조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사진). 그는 부모들 사이에서 ‘현명한 엄마’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꼽힌다. 2000년 조기교육을 비판한 책 〈현명한 부모는 아이를 느리게 키운다〉로 많은 부모들의 공감을 자아낸 이래, 〈느림보 학습법〉 〈아이보다 더 아픈 엄마들〉 〈현명한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대화법〉 〈현명한 부모는 자신의 행복을 먼저 선택한다〉 등을 잇달아 출간해 베스트셀러 저자로서 위치를 굳혔다. 그런 그가 1년여 만에 새로운 책을 선보였다. 〈신의진의 아이심리백과〉라는 아이 키우기 지침서다.

“이전의 제 책들이 부모의 의식 개선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책은 아이를 키우는 데 실제 필요한 정보를 담았습니다. ‘우리 아이가 왜 이럴까?’ 싶을 때 언제든지 필요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도록 질문-답변 형식으로 구성했어요.” 그는 “부모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올려진 글을 보면 당장 나한테 와서 진료를 받아야 할 사례들이 꽤 많다”며 “부모와 아이 사이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아이의 발달 과정과 마음 상태를 부모가 잘 모른 채 자기 기준에 아이를 맞추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너무나도 다른 두 아들을 키운 경험은 소아정신과 전문의로서 그가 가진 큰 장점이다. 이전의 책들이 그랬듯이, 〈…아이심리백과〉에는 임상 사례와 함께 엄마로서 두 아이를 키운 경험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의 책에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인 큰아들 경모(16)와 초등학교 6학년인 작은 아들 정모(12)의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경모는 까다롭고 사회성 발달에 문제가 많아 어린이집에 보낼 때부터는 교사한테서 “언제 어떤 연락이 올지 몰라” 늘 마음 졸여야 했던 반면, 정모는 영재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뛰어나고 발달이 빠른 아이였다고 한다. 그는 “전문의이기 이전에 엄마로서 겪었던 부끄러운 시행착오와 성공 사례, 힘들었던 경험과 행복했던 경험들이 다 녹아 있기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내 책에 공감과 지지를 보내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6살 이전 교육은 부모 취미생활일뿐”

신 교수의 조기교육 비판

학업 스트레스로 진료실을 찾는 아이들이 갈수록 늘어서일까? 신의진 교수의 조기교육 비판은 최근 펴낸 〈신의진의 아이심리백과〉에서도 이어진다.

■ 교재 교구로 두뇌 개발?=신 교수는 “6살 이전의 교육은 엄마들의 취미생활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사람의 뇌는 일정한 시기가 됐을 때 순차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뇌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란한 교재 교구로 무작정 자극을 준다고 두뇌가 개발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아이에게 맞지 않는 교육을 시킬 경우 정신적 부담, 실패에서 오는 좌절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 학습지는 언제부터=아이의 뇌는 여섯돌이 지나야 인지적 학습이 가능할 만큼 발달한다. 뇌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학습지 공부를 시키면 처음 몇 번은 호기심에 풀어 볼지 몰라도 어느 정도 지나면 흥미를 잃고 버거워하게 된다. 이때 계속 억지로 시킬 경우 공부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어 초등학교 입학 뒤 학습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아이마다 발달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6살이 됐다고 해서 모두가 비슷한 학습 능력을 갖추는 것은 아니다. 신 교수는 “옆집 아이한테는 큰 성과를 거둔 교육법이 내 아이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교육보다 공감이 먼저=부모들은 대개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행동을 아이의 시각에서 이해하는 일은 뒷전이 되기 쉽다. 그러나 신 교수는 “부모가 아니어도 아이를 가르칠 사람은 많지만 아이의 편에 서서 공감해 줄 사람은 부모밖에 없다”며 선생님 노릇을 과감히 그만두라고 조언한다. 굳이 부모가 아이를 잘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아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아프게 하지 말고, 공감을 통해 자신감을 심어 주라는 것이다.

이종규 기자

 

원문 출처 : 한겨레 기사등록 : 2007-12-03 오후 06:2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