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바라는 배우자감 1위 여교사, 그 진실과 오해

신진희2007.12.04
조회1,247
‘요즘 신붓감 1위는 그냥 교사가 아니다. 예쁜 여교사다. 2위는 못생긴 여교사다. 3위는 이혼한 여교사고, 4위는 애 딸린 여교사란다. 5위부터 다른 직업이 따라 온다.’ 한때 몸값 높은 신붓감 1위인 여교사를 빗댄 유머다. 상황은 조금 바뀌었지만 지금도 상당부분 유효하다.

“어떤 스타일의 여성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하얀 피부에 생머리를 가진 순수한 이미지의 여자”나 “내 얘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잘 웃어주는 여자”란 대답이 돌아오는 것은 옛날 얘기. 요즘은 “교사면 좋겠다”는 동문서답의 단답형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여교사 인기 고공행진속 주춤

신붓감으로 교사의 인기는 여전하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신랑감 1위 직업은 의사, 검사에서 한창 벤처 열풍이 불 땐 벤처 사업가, 대기업 직원에서 공무원 등으로 시대에 걸맞게 변화무쌍하지만 남성들이 바라는 신붓감 1위는 오로지 교사가 독차지해 왔다.

그러나 올해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설문조사에서 신붓감 1위 자리가 교사에서 공무원으로 넘어갔다. 1996년 설문을 시작한 이후 10년 연속 부동의 ‘1등 신붓감’ 자리를 지켜온 교사가 2위로 밀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일방적인 오해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는 징조일까.

사실 올해 1위 자리를 공무원에게 넘겨주긴 했지만 교사가 10년간 신붓감 1위 자리를 지켜온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직업의 안정성 때문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년까지 길게 갈 수 있고, 상대적으로 시간적인 여유의 폭도 커서 생활의 만족도가 높다.

안양의 한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이미영(33) 교사는 최근 3년간 육아휴직을 마치고 학교로 복귀했다. 이씨는 “육아를 함께하기에 교사만한 직업이 없다”며 “현재 여교사의 육아 휴직은 자녀 1명당 3년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주변에 아이가 2명 있는 동료 교사는 4년 휴직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남편이 해외 발령을 받거나 집안 사정이 있을 때는 8년까지 휴직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여성의 출산 휴가가 3개월에 한정돼 있고, 장기 휴직을 신청하면 자리를 비운 사이 책상을 빼버리는 건 아닐까 노심초사하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일반 직장인들보다 평소 시간 활용도도 높다.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김선미(34) 교사는 오후 5시면 퇴근한다. “젖먹이 아이가 있는 여교사의 경우 출근시간을 한 시간씩 늦춰주고 퇴근도 한 시간 빨리 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여름과 겨울에 주어지는 한 달여의 방학이 다른 직장인과 가장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겨울방학은 봄방학과 이어지기 때문에 1, 2월 합쳐 두 달을 방학처럼 보낼 수 있다.

이 밖에 교감, 교장에 대한 목표가 뚜렷이 없는 한 승진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고, 치열한 경쟁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노후 대비도 확실해 만 62세에 정년퇴직하면 매달 200만원이 넘는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인기는 맞벌이 시대에 그만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남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한다. 배우자의 직업으로 일종의 ‘보험’을 들어두는 셈이다.

여교사라면 무조건 OK? NO!

그렇다면 이런 불안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여교사라면 모든 면에서 ‘오케이’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현실에서 돌아온 대답이다. 밝은 부분만큼 그늘이 드리워져 있지만 간과되기 십상이다. 어느 정도 포장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외환 위기 이후 취업전선에서 여교사의 인기가 더 치솟으면서 여교사만을 지정해 맞선을 주선해 달라는 고객이 있을 정도지만 몇 번의 만남을 가져본 후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우선 만남을 가지기 시작할 때부터 깨지기 시작하는 부분이 있다. 마치 상대를 가르치는 아이 취급하는 것 같은 태도와 말투나 세상 물정에 어둡고 인간관계의 폭이 상대적으로 좁은 것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이다. 교사가 신붓감으로 인기 직업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콧대가 너무 세진 것도 지속적인 만남을 갖는데 장애가 된다.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초등학교 교사와 세 번째 만남을 가진 최형일(32) 씨는 “일반 회사원인 내게 이전에 사귀었던 사람들은 모두 의사 아니면 한의사들이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이 자존심 상했다”고 털어놓았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김수인 씨는 “여교사를 원하는 남성들은 가장 경제나 가정적으로 현실적인 면을 가장 먼저 고려하는 사람들이지만 동시에 참한 이미지만 갖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엔 오히려 그런 모습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먼저 실망한다”고 말했다.

고교교사.비정규직 현실은 달라

실제 여교사들이 마주한 현실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 초.중등학교와는 달리 고등학교는 보충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으로 밤늦게 끝나는 날이 많고, 학급 성적이나 대학 진학률로도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

공립과 사립의 사정도 엄연히 다르다. 특히 비정규직인 기간제와 시간제 교사 가운데 여교사 비율이 60% 이상일 정도로 사립학교 여교사들의 고용불안은 높은 수준이다.

한때 사립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던 서모(36) 씨는 현재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서씨는 “남자교사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되는 비율이 절반 정도 되지만 여자교사의 경우엔 정규직 전환이 힘들다”며 “젊었을 때 몇몇 학교를 전전하다 결국 학원가로 빠지는 경우를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사립학교의 경우 3년은커녕 3개월의 출산휴가도 퇴직을 각오하고 내야 할 만큼 눈치를 봐야 하는 실정이다. 중ㆍ고등학교의 경우 국ㆍ공립학교 여교사 비율이 70%에 이르지만 사립학교는 30%에 머물고 있는 수치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승진에 대한 부담이 없다지만 변하고 있는 교사의 위상에 대한 스트레스도 승진 스트레스 못지않다. 지난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발표한 ‘교권침해 사건 및 교직상담처리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학부모나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건수는 89건으로 2004년(40건)에 비해 배 이상 급증했다. 또 학부모들이 제기한 소송으로 인해 교사들이 상담한 건수도 2005년 40여건에서 지난해 80여건으로 배가량 치솟았다. 특히 여교사를 상대로 한 교권침해 86건 중 폭행이 51.2%를 차지할 정도로 위협이 되고 있다.

결혼전선은 물론 취업전선에서도 여전히 교사라는 직업은 인기 상한가다. 그러나 교사가 안정적인 배우자의 조건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전문직으로 인정받을 때, 인기 과열과 함께 의도하지 않은 거품 논란도 식을 것으로 보인다.

윤정현 기자(hit@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