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다 #20

김미선200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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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20

밤늦게 그녀를 집으로 바래다 주는 길

한강다리를 지나는게 검문소에서 남자의 차를 세웁니다

 

'실례합니다 운전면허증 좀 보여주십시오'

 

순순히 검문에 응하는 것은 시민의 도리

남자는 지갑에서 면허증을 꺼내 보여주고

나쁜 사람이 아니란 확인을 받고 다시 면허증을 돌려받는데

그 때 옆자리에 앉은 그녀가 팔을 쭉 뻗더니 면허증을 가로챕니다

 

'어디보자'

 

면허증에 붙어 있는 사진을 보더니 사정없이 웃기 시작하죠

 

'하하하 이게 진짜 너야? 너 왜 이렇게 말랐어?

근데 너 머리 이러고 다녔어?

완전 버섯돌이 같애 어머 어떡하니?'

 

처음엔 좀 쑥스럽기만 했던 남자

하지만 그녀가 너무 심하게 웃자 점점 마음이 상해갑니다

 

'야 이리 내놔 야 내놓으라니까 그만 봐 좀'

 

하지만 운전대를 잡고 있는 남자는

기껏해야 말로만 꽥꽥할 수 있을 뿐이죠

그만 좀 하자 싶은 남자의 제대로 삐친 표정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그후로도 한참 깔깔거리며 웃더니

차가 한강다리를 다 건너고서야 그제야 웃음을 멈춥니다

 

'왜? 이제 다 웃었냐?'

 

남자가 뾰족하게 물어보자 여자는 웃음이 다 걷힌 목소리

어쩐지 좀 촉촉해진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이 사진이 너 스무살때 맞지? 너도 이땐 정말 어렸구나

이 때쯤 나는 뭐하고 있어서 이렇게 귀여운 너도 못만났을까?'

 

그녀의 촉촉한 말한마디에 상한 맘은 금세 어디론가 사라지고

덩달아 마음이 애틋해진 남자

 

'그러게 나는 그 때부터 너 집에 바래다 주려고

열심히 운전면허 따고 그랬었는데..

넌 어디 있었나? 바보같이

 

더 빨리 만나지 못해 아쉬운 그대

하지만 이제라도 만났으니 고맙습니다

 

그대의 뾰족한 턱선이 둥글둥글해질때까지

그대의 잘록한 허리선이 뭉글뭉글해질때까지

 

#사랑을 말하다_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