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뭘해

이하나2007.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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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뭘해

봄이 오면 뭘해

 

 

꽃들이 무데기로 피어 마음을 흔들면 뭘해

꽃들이 발목을 덮으며 미치게 만들면 뭘해

나를 지켜줄 당신이 없는데

 

꽃들이 저마다 앞다퉈 가슴을 열면 뭘해

꽃들이 눈웃음 치며 붙잡으면 뭘해

나를 안아줄 당신이 없는데

 

꽃들이 자태를 뽐내며 유혹하면 뭘해

꽃들이 속삭이며 품에 안기면 뭘해

나를 사랑해 줄 당신이 없는데

 

꽃들이 노래를 부르면 뭘해

꽃들이 춤을 추면 뭘해

사랑을 할 수도 없는데

사랑을 받을 수도 없는데

 

-

 

 

내가 기뻐도 슬퍼도 아파도 시간은 여전히 흐른다.

내가 혼자이든 또는 둘이든 혹은 여럿과 함께이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눈이 내리고 꽃이 피는 일들이

사소하게 흘러가는 시간은 내가 서러우라고

저 혼자 가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나도 모르는 새 나와 함께 간다.

눈발을 날리고 꽃을 피워내며 나를 자라게 한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하늘이 좀 더 파래지면

나는 또 봄만큼 가있다.

 

아파도 슬퍼도 봄은 봄이다.

아파도 슬퍼도 사람은 사람이고.

 

사람은 사랑이다. 가슴 안에 내어놓아보지 못했더라도

작은 사랑하나 품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봄이 온다. 봄만 오는 것은 아니라 믿는다. 나도 봄만큼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