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말하다: 경쾌한 스윙재즈에 몸을 실은 구국혁명의 길 '경성스캔들'> 흰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온몸을 붉게 물들이며 쓰러진 채 그의 눈앞에서 가뿐 숨을 몰아쉬며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의 '원수'로서 맞이한 죽음이었기 때문에 남자는 쓰러진 그녀를 차마 안아줄 수 없었다. 조국독립과 구국혁명따윈 개나 물어가라며 꽤나 도발적으로 시작했던 '경성스캔들'은 마지막회에 즈음하여 주요한 등장인물 다수를 죽음으로 처리하며 그간의 경쾌했던 연애소동을 비장하게 만들어버린다. 경성 최고의 바람둥이 선우완이 장난처럼 시작했던 내기의 희생양이자 그를 구국혁명의 전사로 각성시킨 나여경. 그리고 또 한쌍의 운명적인 완소커플 차송주와 이수현은 일제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사뭇 어색하게 만드는 라이프스타일과 어휘구사력을 발휘하며 그런 시대에도 청춘은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고 있다. 남모르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을 망정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인 선우완과 '조선시대 마지막 여자'(조마자)라는 별명의 나여경 사이의 간질간질한 연애담의 달콤함을, 경성최고의 기생이자 비밀결사 '애물단'의 저격수인 차송주와 조선총독부 보안과 간부이자 '애물단'의 수장 이수현 사이의 결코 꺼내보일 수 없는 애틋한 사랑으로 중화시킨 이 드라마의 전체 줄거리는 차송주가 읊조린 다음의 시로 요약된다. 그대의 연인은 독립투사 나의 그대는 변절자 청춘은 언제나 봄 조국은 아직도 겨울 아아, 해방된 조국에서 연애나 실컷 해봤으면! 그러나 막상 연애를 실컷 하고 싶어도 식민지 조국이 뿜어내는 혹한의 냉기를 피해갈 수는 없는지라, 성공적인 연애를 위해서는 먼저 조국부터 해방시켜야 한다는 메세지가 현실적으로 엮여 들어가며 그는, 그녀는, 그들은 그렇게 조국의 독립을 위해 만주행 기차에 몸을 싣게 되었다. 중간중간 엉성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되 이 드라마의 미덕은 시대적 특수성이 청춘과 사랑을 즐기고픈 인간의 보편성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일깨워준 데 있다. 그간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시대의식의 과잉이랄까, 아무튼 지나치게 무거워서 그 시간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상가에서 울다가도 때되면 밥먹고 화투를 치는 게 인간사다. 죽겠다고 생각했다가도 거울을 보고 얼굴을 가다듬는게 인간이란 말이다. 아무리 비참한 시대라고 해도 사람들은 내일을 꿈꾸고 사랑에 설레한다. "위험 속에서도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는 게 혁명입니다." 그렇지. 혁명이 뭐 그리 멀리 있겠어?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의미를 찾을 줄 알게 된다면 그게 내 삶의 혁명 아니겠어? 그래, "그래서 사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사는 것"이지. 대단한 무엇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별볼 일 없는 삶이라도 아끼고 사랑하며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게 혁명이고 구국이지. 지나간 드라마를 보면서 삶의 진리를 배운다.
<드라마를 말하다: 경쾌한 스윙재즈에 몸을 실은 구국혁명의 길 ''경성스캔들''>
<드라마를 말하다:
경쾌한 스윙재즈에 몸을 실은 구국혁명의 길 '경성스캔들'>
흰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온몸을 붉게 물들이며 쓰러진 채
그의 눈앞에서 가뿐 숨을 몰아쉬며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의 '원수'로서 맞이한 죽음이었기 때문에
남자는 쓰러진 그녀를 차마 안아줄 수 없었다.
조국독립과 구국혁명따윈 개나 물어가라며
꽤나 도발적으로 시작했던 '경성스캔들'은
마지막회에 즈음하여
주요한 등장인물 다수를 죽음으로 처리하며
그간의 경쾌했던 연애소동을 비장하게 만들어버린다.
경성 최고의 바람둥이 선우완이 장난처럼 시작했던
내기의 희생양이자 그를 구국혁명의 전사로 각성시킨 나여경.
그리고 또 한쌍의 운명적인 완소커플 차송주와 이수현은
일제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사뭇 어색하게 만드는
라이프스타일과 어휘구사력을 발휘하며
그런 시대에도 청춘은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고 있다.
남모르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을 망정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인
선우완과 '조선시대 마지막 여자'(조마자)라는 별명의 나여경
사이의 간질간질한 연애담의 달콤함을,
경성최고의 기생이자 비밀결사 '애물단'의 저격수인 차송주와
조선총독부 보안과 간부이자 '애물단'의 수장 이수현 사이의
결코 꺼내보일 수 없는 애틋한 사랑으로 중화시킨
이 드라마의 전체 줄거리는
차송주가 읊조린 다음의 시로 요약된다.
그대의 연인은 독립투사
나의 그대는 변절자
청춘은 언제나 봄
조국은 아직도 겨울
아아, 해방된 조국에서
연애나 실컷 해봤으면!
그러나 막상 연애를 실컷 하고 싶어도
식민지 조국이 뿜어내는
혹한의 냉기를 피해갈 수는 없는지라,
성공적인 연애를 위해서는
먼저 조국부터 해방시켜야 한다는 메세지가
현실적으로 엮여 들어가며
그는, 그녀는, 그들은 그렇게 조국의 독립을 위해
만주행 기차에 몸을 싣게 되었다.
중간중간 엉성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되
이 드라마의 미덕은 시대적 특수성이
청춘과 사랑을 즐기고픈 인간의 보편성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일깨워준 데 있다.
그간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시대의식의 과잉이랄까,
아무튼 지나치게 무거워서 그 시간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상가에서 울다가도 때되면 밥먹고 화투를 치는 게 인간사다.
죽겠다고 생각했다가도 거울을 보고 얼굴을 가다듬는게
인간이란 말이다.
아무리 비참한 시대라고 해도
사람들은 내일을 꿈꾸고 사랑에 설레한다.
"위험 속에서도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는 게 혁명입니다."
그렇지.
혁명이 뭐 그리 멀리 있겠어?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의미를 찾을 줄 알게 된다면
그게 내 삶의 혁명 아니겠어?
그래, "그래서 사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사는 것"이지.
대단한 무엇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별볼 일 없는 삶이라도 아끼고 사랑하며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게 혁명이고 구국이지.
지나간 드라마를 보면서 삶의 진리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