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나는 고시생이었다. 고시를 준비하던중 근 4년을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녀는 두번째 1차에 낙방했을 때 나를 떠났다. 대한민국에서 고시생사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야 누가 모르겠는가. 힘들었을테지. 헌데 그게 전부였을까. 제작년 시험직후 이번도 좀 어려울것 같다던 말에 별다른 대답을 안하던 그녀. 이번에도 안되면 힘들것 같다던 그녀. 그때부터 발표때까지 다른 남자를 종종 만나던 그녀. (헤어지고 안 사실이다.) 발표후 죄지은 마음으로 어머니를 찾아가 한 번만 더 믿어달라 말씀드리고 며칠 내려가 있는 동안 그주 주말에 친구들과 엠티를 간다던 그녀. 친구가 아는 남자들과 같이 가는데 거짓말하는 건 싫어 솔직히 말할테니 가게 해달라던 그녀. 믿고 허락했으나 엠티간 그날 밤, 아니 다음날 새벽 4시가 다되어서야 연락이 되어 결국 크게 싸웠다. 걱정스러우니 연락은 꼭 하고 놀아달라는게 단 한가지 부탁이었는데.. 그 일로 내가 헤어지자 했는데 이렇게 헤어지는 것은 도저히 아니다 싶어 5일쯤 후에 다시 연락했다. 허나 이미 마음이 돌아 섰고, 다른사람을 사귀고 있다는 말에 더이상 할말이 없었다.
그 사귄다던 사람이 연초 시험직후부터 만나왔던 사람이고, 엠티때 같이 갔던 사람이라는걸 알고 나서는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5월초에 그렇게 헤어지고 7월에 결혼얘기가 나오더니 그해 말에 결혼하더라. 결혼하고 바로 임신했단 얘기를 들었으니 지금쯤 돐이 됐겠구나.
이이제이라 했던가. 몇달간 폐인처럼 집밖을 나서지도 못하다가 이럴 시간에 차라리 공부를 하자, 달리 몰두할 것이 있으면 좀 덜 힘들겠지 싶어 정말 미친듯이 고시에만 매달렸다. '그래 더럽고 치사한 세상, 그렇게 조건이 중요하면 얼마든지 만들어주마'
운이 좋았는지 그 다음해에 동차로 합격하게 되었다. 이래저래 시간이 생겨 친구들도 만나고, 취미도 이것저것 하다보니 헤어진 상처도 많이 치유되고 이제 다른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소개로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20대 중후반의 나와는 세살차이인 직장인. 서로 죽이 잘맞았는지 바로 사귀게 되었고 간만에 찾아온 행복에 난 더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만남이 계속되면서 그녀의 친구들도 알게 되고, 가족들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헌데 그녀의 주변사람들은 나의 조건과 앞으로의 위치(연수원후 어느쪽으로 갈 생각인지등) 에 관한 얘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해했다. 난 그저 예전에 그랬듯이 잡다한 신변잡기들이나 농담이 훨씬 편했지만 이제 나이가 나이인 만큼 아무래도 저런것들이 민감할 수밖에 없나 싶어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평소 그녀와 난 이런저런 농담을 잘 주고 받았다. 어느날은 그녀가 이런 농담을 했다. -"오빠는 못생겨가지고 볼거 한개두 없어" --"잘 찾아보면 두개쯤은 좋은것도 있을건데"
-"그래 뭐 예비판사님이니 그거 두개로 쳐 주지" --"아냐 그건 한개로 하고 키도 크니까 합해서 두개는 어때?"
-"엄밀히 말하면 예비판사님3점에 못생겼으니까 -1해서 2점. 땅땅땅" --"웃기네 그럼 만약에 내가 그냥 학생이기만 한거면 -인생이냐?" -"당연한걸 뭘" --"하이킥 100만대로 마무리 하자" / 당시 학기가 남아있어 연수원연기하고 복학한 상태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농담이었다. 저런 얘기를 했다는것도 돌아서면 잊어버릴 그런 농담. 그날 밤 처음 소개팅을 주선했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녀가 내가 진짜 합격생인가를 물었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해서 그냥 문제가 있으면 나와 해결하라고 하고 바로 나에게 알려준 것이다.
다음날 그녀를 만났고 맥주한잔 하자 해서 술집을 찾았다. 표정도 별로 안좋았고, 난 들은 얘기가 있어서 대충 예상은 했지만 먼저 꺼내지 않는 이상 내가 먼저 말을 하기도 뭐해서 그냥 있었다. 그녀가 혹시 어제 한 말이 진실이냐고 물었다. 그래, 내가 그녈 만나기 위해 사실은 거짓말을 했다는 그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이다. 그 순간 정말 가슴이 파악하고 주저앉는 것이 너무 상심해서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헌데 그녀는 한숨을 쉰 것이 내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본 모양이다.(실은 합격생이라고 거짓말을 해서 한숨을 쉰 것으로...)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일어서면서 한마디 하고 나가버렸다.
-"오빠는 10년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멋지다. 어디 싸구려 트렌드 드라마에서 들었던 것 같은 대사. "니가 뭐해서 벌어먹고 살 건지 확실하지 않잖아" 를 짧고 간결하게 듣기 좋게 꾸며놓은 말.
그날 뭔가 변명의 여지라도 주었다면 어떤 말이든 했겠지만, 그녀 혼자 앉아서 저런 말을 하고는 그냥 나가버렸다. 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바보되고 그냥 끝내기엔 너무 억울해서 그녀에게 몇몇 오해에 대한 얘기들을 해 주었다. 물론 얼굴을 보고 싶진 않았기에 전화로.
--"**한테 전화했었다면서. 걔 너한테 아무말도 한거 없다더만. 그리고 어제 나도 너한테 한마디 한거 없었어. 뭘로 내가 거짓말했다고 확신하고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법무부홈페이지가서 @@@, 수험번호 *********확인해봐 뭐. 이미 이말 한 순간 완전히 끝인건 아는데 그냥 조건없이는 못만난다고 해. 10년후의 모습따위 갖다붙히지 말고"
그렇게 끝났다. 그 후에 몇번 연락이 왔던 것이 더 미치게 만들긴 했지만 그렇게 끝났다. 차라리 10년어쩌고 하지 말고 거짓말을 한 것이 나빴다고 했다면 그냥 끝나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렇겠지...요즘 결혼은 영업이니까. 그럴 수 밖에 없겠지.
그 후 몇달간 혼자지내기를 만끽(?)하던 중 과 후배의 술자리에 우연히 합석하게 되었다. 그녀석은 현재 박사과정중인데 대학원의 같은과 모임자리중에 날 부른 것이다. 뭐 나도 과선배이니 술값좀 분담하라는 의미도 있었고. 그때 같은과이기는 하지만 다른 학부출신의 여자가 한 명 있었다. 그 대학원은 **학 대학원이 아니라 **학과 대학원이었기에 타대학출신은 정말 보기 힘들다. 그런 고로 어떻게 **학 대학원이 아닌 **학과 대학원에 왔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관심도 가고 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그녀와 사귀게 되었고 집도 가까워서(둘다 학교근처에서 자취중이었다) 거의 하루 종일을 함께 지냈다. 그렇게 5개월정도를 사귀었고 결혼에 관한 얘기도 조금씩 구체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더불어 문제도 이때 생기게 된다.
그녀와 생겼던 유일한 문제이자 전부인 문제는 "집"이었다. 사실 집은 없었지만 장만하기에 충분한 자산은 있었다. 아버지께서 키워보라고 주신 암사동의 작은 땅(거의 10여년 전쯤 주신 것이고 당시 시가로 2천정도)을 주식과 선물계통에 능한 전 은행직원이던 대학동기에게 맡겼고 그게 고시한다고 잠수탄 동안 꽤나 불어서 서울에 작은 아파트하나 살 정도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집을 바로 살 생각은 없었다. 부모님께서 이혼하시고 어머니는 가게가 있어 경제력을 가지고 계시지만(실질적인 가장이셨다) 아버지는 지방에서 힘들게 살고 계셨기에 일단 아버지거처부터 마련해 드리고 나머지는 집살만큼에서 모자라니 더 묵혀놓고 불릴 생각이었다.
집문제는 그녀의 한마디로부터 시작되었다. -"오빠 결혼하면 살 집은 어떻게 할거야?" --"어쩌긴 돈모아서 사야지" -"지금 돈 없잖아" <그녀는 내 주식자금에 관해서는 몰랐다> --"뭐 없으면 없는대로. 지금까지 고시한다고 내도록 있었는데 이제부터 모아야지 방법있냐" -"오빠 형은 어머니가 해주셨다면서?" <살던집 반쪼개서 형장가갈 때 해 주고 반으론 어머니 살집 구하셨다.> --"우리형은 고시한다고 까먹은게 없잖아. 난 5년준비했는데 그동안 1억은 해먹었을걸" -"그런게 어디있어 대신 오빠는 형보다 더 잘 벌수 있게 됐잖아." --"아 그얘긴 그만하자. 형한테 집해준거고 나한테는 고시밀어준거고 끝. 집에 신세지긴 싫다." -"하다못해 전세라도 있어야지 아예 아무것도 없이 시작을 어떻게 해...."
이러쿵 저러쿵 말다툼 하다, 따로 해놓은 주식얘기를 하기로 했다. 아버지께서 주신 거였으니 그만큼 아버지 거처하는데 쓰고 나머지는 더 모일 때 까지 두는쪽으로 얘기하면 이해해줄거라 생각했으니까.
--"주식모아놓은거 좀 있어. 그걸로 당장 집은 못사니까 일단 작은데 임시로 하고 천천히 모아서 보태면 몇년안에 살 수 있을거야." -"뭐야 그런게 있으면서 말도 안하고. 얼마나 되는데?" --"아버지 살실데 해드리고 나면 얼마 안되. 전세 간신히 들어갈 정도" -"아버지 살데라니? 지금 ***에 사시잖아." --"그게 아버지집이 아냐. 잠깐 빌려계시는거라 빼줘야되. 주식도 아버지께서 해보라고 주신걸로 키운거니까 아버지 안심하고 사실데는 해드려야지. 지방이라 아주 많이는 안들거야." -"그럼 나는 어쩌고..남들은 다들 집갖고 시작하는데..그냥 우리집 사면 안되?" --"아버지 ***쪽에 알아본게 있는데 그게 8천정도 하면 남는게 9천이잖아. 그거면 전세로 충분해" -"남들은 집에서 해주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있는것도 쪼개서 오히려 보내야되....?" --"아니 9천이 작냐? 게다가 대출지장없는 직장이고 몇년 모은거 하면 금방 살 수 있잖아" -"어쨋든 오빠는 내생각은 전혀 안하는거네." --"원래는 나머지에서 어머니한테도 좀 드릴 생각이었어. 남들 3년이면 한다는거 난 5년을 뭉기적댔으니까. 근데 니생각해서 남는걸로 전세라도 할까 하는거아냐....제발좀..." -"하...나도 모르겠다. 집없이 사는게 얼마나 힘든건데."
더이상 싸우기 싫어서 이날은 더 얘기하지 않았다. 허탈하기도 하고, 뭐이리 생각할께 많은가 싶기도 하고. 결국 그 다음번 만났을 때 이건 아니다 싶어서 또 혼자가 됐다.
-"아버지 해드리는것 까지는 양보할께. 대신 한가지 오빠도 양보해줘." --"어 그래 고맙다 뭔데?" -"대출은 결국 우리몫이 되는거니까, 9천 오빠걸로 하고 그만큼(9천)어머님이 해서 시작하는걸로 했으면 좋겠어." --"내 결혼자금은 이걸로 끝이라니까 자꾸 왜이래?" -"형도 해줬다면서? 우리는 반만해달라는게 나쁜건 아니잖아?" --"그러는 넌 얼마나 있냐 대체? 결혼할 때 지참금 얼마가져올래? 나 9천있으니까 너도 9천해올래? 울 어머니가 9천더 해주면 넌 1억8천 해올래? 뭘 자꾸 욕심을 부려 그만하자고 좀" -"5천정도는 해주신데. 그정도면 여자치고 보통이상은 하는거야." --"그래 넌 5천 난 1억8천? 퍽이나 공평하다." -"왜 자꾸 삐딱하게 굴어?" --"니가 그렇게 만들잖아. 솔직히 내가 뭐 크게 부족하냐? 당장 학생이라 벌고있진 않지만 직장확실하게 생길거고 이정도면 모아놓은 것도 여느 직장인 못지 않고, 너한테 조건가지고 시비건 적도 없는데 왜 자꾸 너부터 조건조건 안달을 하냐고." -"조건조건하는게 아니라 기본적인 부분을 얘기하는거아냐. 사는데 집없이 뭐가되" --"됐다. 그만하자. 너 5천해주신다고 했지? 그거 필요없으니까 그걸로 그냥 넘어가자." -"오빠가 자꾸 억지잖아 그게 무슨말이야." --"그럼 여기서 그만두자. 난 땡전한푼 없어도 집문제, 돈문제로 고민 안해도 되는 사람 만날테니까 넌 집사다줄 사람 찾아."
결혼이 현실이다?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다. 조건조건 도대체 어느정도 조건이 되어야 만족할까. 적어도 나에게 조건이란 부록같은거다. 사람좋으면 최고지만 조건이 부록처럼 딸려오면 그건 그거대로 좋은것. 헌데 여자에겐 그렇지 않은가보다. 조건이 본질이요, 사람이 부록. 성급한 일반화를 한다 성토하는 분이 있을까봐 말을 바꾸겠다. 적어도 내가 만나본 여자의 상당수와, 내가 사귀었던 여자의 전부는 그러하다.
이수일보다는 김중배. 김중배도 그냥 김중배가 아닌 10캐럿쯤 되는걸 내놓을만한 김중배. 작년 중순까지만 해도 난 대한민국 하위1%라는 고시생이었다. 그때 난 나를 만나주지도 않는 것에 좌절했다. 지금 나는 결혼시장에서 선두주자라고 하는 소위 "사"자 직업을 100%가질 수 있는 합격생이다. 지금 난 나를 상품으로 보는 것에 좌절한다.
차라리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미칠 것 같았던 고시생시절이 여자문제에 관한 한 훨씬 즐거웠던것 같다. 이제 결혼적령기의 한국여자 누굴 믿을 수 있을까. 싱글로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난 사지멀쩡한 수컷이기에 본능적으로 여자를 원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더 불안하다. 누군가를 선택했을 때 과연 그녀가 나를 사랑해줄 사람일까.
제가 보기로는 님은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자신감으로 충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자분의 입장에서는 결혼을 생각할때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져야 합니다. 님이야 마음속으로 판검사든 변호사든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계시겠지만 여자분한테 사시합격이란 말로 두리뭉실하게 모든것이 다 해결된것처럼 말하면서 거만을 떠는것 같습니다. *직업을 떠나 여자분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없이 나는 능력을 갖췄으니 내가 좋은지 안좋은지는 여자가 알아서 해봐~~~선택권을 줄게* 이런식!! 사시합격이란 미명하에 구체적인 미래를 설계하지않고 사랑하는 마음도 표현하지 않고 거만떠는 당신모습에 오히려 여자분이 정떨어지겠어요~ ===================================================================
이건 뭐.....사시합격에 1억모아놓은게 구체적 계획도 없고 두리뭉실하게 해결된 것 처럼
거만떠는거군요. 뭐 이젠 산으로 가는구나........
한국의 모든 여자가 남자의 재산에 연연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글의 원작성자는 그런여자만 만났네요...
대한민국 상위, 그리고 하위1%라는 사법연수생과 일반 고시생이라는 두가지 직업으로말이죠...
(퍼온글)김중배의 다이아만을 찾는 한국여자들
작년까지 나는 고시생이었다. 고시를 준비하던중 근 4년을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녀는 두번째 1차에 낙방했을 때 나를 떠났다. 대한민국에서 고시생사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야 누가 모르겠는가. 힘들었을테지.
헌데 그게 전부였을까. 제작년 시험직후 이번도 좀 어려울것 같다던 말에 별다른 대답을
안하던 그녀.
이번에도 안되면 힘들것 같다던 그녀. 그때부터 발표때까지 다른 남자를 종종 만나던 그녀.
(헤어지고 안 사실이다.) 발표후 죄지은 마음으로 어머니를 찾아가 한 번만 더 믿어달라
말씀드리고 며칠 내려가 있는 동안 그주 주말에 친구들과 엠티를 간다던 그녀.
친구가 아는 남자들과 같이 가는데 거짓말하는 건 싫어 솔직히 말할테니 가게 해달라던 그녀.
믿고 허락했으나 엠티간 그날 밤, 아니 다음날 새벽 4시가 다되어서야 연락이 되어 결국
크게 싸웠다. 걱정스러우니 연락은 꼭 하고 놀아달라는게 단 한가지 부탁이었는데..
그 일로 내가 헤어지자 했는데 이렇게 헤어지는 것은 도저히 아니다 싶어 5일쯤 후에
다시 연락했다. 허나 이미 마음이 돌아 섰고, 다른사람을 사귀고 있다는 말에 더이상 할말이
없었다.
그 사귄다던 사람이 연초 시험직후부터 만나왔던 사람이고, 엠티때 같이 갔던 사람이라는걸
알고 나서는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5월초에 그렇게 헤어지고 7월에 결혼얘기가 나오더니 그해 말에 결혼하더라.
결혼하고 바로 임신했단 얘기를 들었으니 지금쯤 돐이 됐겠구나.
이이제이라 했던가. 몇달간 폐인처럼 집밖을 나서지도 못하다가 이럴 시간에 차라리 공부를
하자, 달리 몰두할 것이 있으면 좀 덜 힘들겠지 싶어 정말 미친듯이 고시에만 매달렸다.
'그래 더럽고 치사한 세상, 그렇게 조건이 중요하면 얼마든지 만들어주마'
운이 좋았는지 그 다음해에 동차로 합격하게 되었다.
이래저래 시간이 생겨 친구들도 만나고, 취미도 이것저것 하다보니 헤어진 상처도 많이 치유되고
이제 다른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소개로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20대 중후반의 나와는 세살차이인 직장인.
서로 죽이 잘맞았는지 바로 사귀게 되었고 간만에 찾아온 행복에 난 더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만남이 계속되면서 그녀의 친구들도 알게 되고, 가족들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헌데 그녀의 주변사람들은 나의 조건과 앞으로의 위치(연수원후 어느쪽으로 갈 생각인지등)
에 관한 얘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해했다.
난 그저 예전에 그랬듯이 잡다한 신변잡기들이나 농담이 훨씬 편했지만 이제 나이가 나이인 만큼
아무래도 저런것들이 민감할 수밖에 없나 싶어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평소 그녀와 난 이런저런 농담을 잘 주고 받았다. 어느날은 그녀가 이런 농담을 했다.
-"오빠는 못생겨가지고 볼거 한개두 없어"
--"잘 찾아보면 두개쯤은 좋은것도 있을건데"
-"그래 뭐 예비판사님이니 그거 두개로 쳐 주지"
--"아냐 그건 한개로 하고 키도 크니까 합해서 두개는 어때?"
-"엄밀히 말하면 예비판사님3점에 못생겼으니까 -1해서 2점. 땅땅땅"
--"웃기네 그럼 만약에 내가 그냥 학생이기만 한거면 -인생이냐?"
-"당연한걸 뭘"
--"하이킥 100만대로 마무리 하자" / 당시 학기가 남아있어 연수원연기하고 복학한 상태였다.
-"오호 뭐 찔리는거 있나보지 갇자기 때리려는거 보니"
--"님이 하도 이뻐서 학생이면 안만나줄까봐 거짓말쳤어요 한 번만 봐주삼"
-"-인생 저리 가삼!"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농담이었다. 저런 얘기를 했다는것도 돌아서면 잊어버릴 그런 농담.
그날 밤 처음 소개팅을 주선했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녀가 내가 진짜 합격생인가를
물었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해서 그냥 문제가 있으면 나와 해결하라고 하고
바로 나에게 알려준 것이다.
다음날 그녀를 만났고 맥주한잔 하자 해서 술집을 찾았다.
표정도 별로 안좋았고, 난 들은 얘기가 있어서 대충 예상은 했지만 먼저 꺼내지 않는 이상
내가 먼저 말을 하기도 뭐해서 그냥 있었다.
그녀가 혹시 어제 한 말이 진실이냐고 물었다. 그래, 내가 그녈 만나기 위해 사실은 거짓말을
했다는 그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이다. 그 순간 정말 가슴이 파악하고 주저앉는 것이
너무 상심해서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헌데 그녀는 한숨을 쉰 것이 내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본 모양이다.(실은 합격생이라고 거짓말을 해서 한숨을 쉰 것으로...)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일어서면서 한마디 하고 나가버렸다.
-"오빠는 10년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멋지다. 어디 싸구려 트렌드 드라마에서 들었던 것 같은 대사. "니가 뭐해서 벌어먹고 살 건지
확실하지 않잖아" 를 짧고 간결하게 듣기 좋게 꾸며놓은 말.
그날 뭔가 변명의 여지라도 주었다면 어떤 말이든 했겠지만, 그녀 혼자 앉아서 저런 말을 하고는
그냥 나가버렸다. 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바보되고 그냥 끝내기엔 너무 억울해서 그녀에게 몇몇 오해에 대한 얘기들을 해 주었다.
물론 얼굴을 보고 싶진 않았기에 전화로.
--"**한테 전화했었다면서. 걔 너한테 아무말도 한거 없다더만. 그리고 어제 나도 너한테
한마디 한거 없었어. 뭘로 내가 거짓말했다고 확신하고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법무부홈페이지가서 @@@, 수험번호 *********확인해봐 뭐. 이미 이말 한 순간
완전히 끝인건 아는데 그냥 조건없이는 못만난다고 해. 10년후의 모습따위 갖다붙히지 말고"
그렇게 끝났다. 그 후에 몇번 연락이 왔던 것이 더 미치게 만들긴 했지만 그렇게 끝났다.
차라리 10년어쩌고 하지 말고 거짓말을 한 것이 나빴다고 했다면 그냥 끝나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렇겠지...요즘 결혼은 영업이니까. 그럴 수 밖에 없겠지.
그 후 몇달간 혼자지내기를 만끽(?)하던 중 과 후배의 술자리에 우연히 합석하게 되었다.
그녀석은 현재 박사과정중인데 대학원의 같은과 모임자리중에 날 부른 것이다.
뭐 나도 과선배이니 술값좀 분담하라는 의미도 있었고.
그때 같은과이기는 하지만 다른 학부출신의 여자가 한 명 있었다.
그 대학원은 **학 대학원이 아니라 **학과 대학원이었기에 타대학출신은 정말 보기 힘들다.
그런 고로 어떻게 **학 대학원이 아닌 **학과 대학원에 왔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관심도 가고
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그녀와 사귀게 되었고 집도 가까워서(둘다 학교근처에서 자취중이었다)
거의 하루 종일을 함께 지냈다. 그렇게 5개월정도를 사귀었고 결혼에 관한 얘기도 조금씩
구체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더불어 문제도 이때 생기게 된다.
그녀와 생겼던 유일한 문제이자 전부인 문제는 "집"이었다.
사실 집은 없었지만 장만하기에 충분한 자산은 있었다. 아버지께서 키워보라고 주신 암사동의
작은 땅(거의 10여년 전쯤 주신 것이고 당시 시가로 2천정도)을 주식과 선물계통에 능한
전 은행직원이던 대학동기에게 맡겼고 그게 고시한다고 잠수탄 동안 꽤나 불어서
서울에 작은 아파트하나 살 정도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집을 바로 살 생각은 없었다. 부모님께서 이혼하시고 어머니는 가게가 있어
경제력을 가지고 계시지만(실질적인 가장이셨다) 아버지는 지방에서 힘들게 살고 계셨기에
일단 아버지거처부터 마련해 드리고 나머지는 집살만큼에서 모자라니 더 묵혀놓고 불릴
생각이었다.
집문제는 그녀의 한마디로부터 시작되었다.
-"오빠 결혼하면 살 집은 어떻게 할거야?"
--"어쩌긴 돈모아서 사야지"
-"지금 돈 없잖아" <그녀는 내 주식자금에 관해서는 몰랐다>
--"뭐 없으면 없는대로. 지금까지 고시한다고 내도록 있었는데 이제부터 모아야지 방법있냐"
-"오빠 형은 어머니가 해주셨다면서?" <살던집 반쪼개서 형장가갈 때 해 주고 반으론 어머니
살집 구하셨다.>
--"우리형은 고시한다고 까먹은게 없잖아. 난 5년준비했는데 그동안 1억은 해먹었을걸"
-"그런게 어디있어 대신 오빠는 형보다 더 잘 벌수 있게 됐잖아."
--"아 그얘긴 그만하자. 형한테 집해준거고 나한테는 고시밀어준거고 끝. 집에 신세지긴 싫다."
-"하다못해 전세라도 있어야지 아예 아무것도 없이 시작을 어떻게 해...."
이러쿵 저러쿵 말다툼 하다, 따로 해놓은 주식얘기를 하기로 했다. 아버지께서 주신 거였으니
그만큼 아버지 거처하는데 쓰고 나머지는 더 모일 때 까지 두는쪽으로 얘기하면 이해해줄거라
생각했으니까.
--"주식모아놓은거 좀 있어. 그걸로 당장 집은 못사니까 일단 작은데 임시로 하고 천천히
모아서 보태면 몇년안에 살 수 있을거야."
-"뭐야 그런게 있으면서 말도 안하고. 얼마나 되는데?"
--"아버지 살실데 해드리고 나면 얼마 안되. 전세 간신히 들어갈 정도"
-"아버지 살데라니? 지금 ***에 사시잖아."
--"그게 아버지집이 아냐. 잠깐 빌려계시는거라 빼줘야되. 주식도 아버지께서 해보라고 주신걸로
키운거니까 아버지 안심하고 사실데는 해드려야지. 지방이라 아주 많이는 안들거야."
-"그럼 나는 어쩌고..남들은 다들 집갖고 시작하는데..그냥 우리집 사면 안되?"
--"아버지 ***쪽에 알아본게 있는데 그게 8천정도 하면 남는게 9천이잖아. 그거면 전세로 충분해"
-"남들은 집에서 해주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있는것도 쪼개서 오히려 보내야되....?"
--"아니 9천이 작냐? 게다가 대출지장없는 직장이고 몇년 모은거 하면 금방 살 수 있잖아"
-"어쨋든 오빠는 내생각은 전혀 안하는거네."
--"원래는 나머지에서 어머니한테도 좀 드릴 생각이었어. 남들 3년이면 한다는거 난 5년을 뭉기적댔으니까. 근데 니생각해서 남는걸로 전세라도 할까 하는거아냐....제발좀..."
-"하...나도 모르겠다. 집없이 사는게 얼마나 힘든건데."
더이상 싸우기 싫어서 이날은 더 얘기하지 않았다.
허탈하기도 하고, 뭐이리 생각할께 많은가 싶기도 하고.
결국 그 다음번 만났을 때 이건 아니다 싶어서 또 혼자가 됐다.
-"아버지 해드리는것 까지는 양보할께. 대신 한가지 오빠도 양보해줘."
--"어 그래 고맙다 뭔데?"
-"대출은 결국 우리몫이 되는거니까, 9천 오빠걸로 하고 그만큼(9천)어머님이 해서 시작하는걸로
했으면 좋겠어."
--"내 결혼자금은 이걸로 끝이라니까 자꾸 왜이래?"
-"형도 해줬다면서? 우리는 반만해달라는게 나쁜건 아니잖아?"
--"그러는 넌 얼마나 있냐 대체? 결혼할 때 지참금 얼마가져올래? 나 9천있으니까 너도
9천해올래? 울 어머니가 9천더 해주면 넌 1억8천 해올래? 뭘 자꾸 욕심을 부려 그만하자고 좀"
-"5천정도는 해주신데. 그정도면 여자치고 보통이상은 하는거야."
--"그래 넌 5천 난 1억8천? 퍽이나 공평하다."
-"왜 자꾸 삐딱하게 굴어?"
--"니가 그렇게 만들잖아. 솔직히 내가 뭐 크게 부족하냐? 당장 학생이라 벌고있진 않지만
직장확실하게 생길거고 이정도면 모아놓은 것도 여느 직장인 못지 않고, 너한테 조건가지고
시비건 적도 없는데 왜 자꾸 너부터 조건조건 안달을 하냐고."
-"조건조건하는게 아니라 기본적인 부분을 얘기하는거아냐. 사는데 집없이 뭐가되"
--"됐다. 그만하자. 너 5천해주신다고 했지? 그거 필요없으니까 그걸로 그냥 넘어가자."
-"오빠가 자꾸 억지잖아 그게 무슨말이야."
--"그럼 여기서 그만두자. 난 땡전한푼 없어도 집문제, 돈문제로 고민 안해도 되는 사람
만날테니까 넌 집사다줄 사람 찾아."
결혼이 현실이다?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다.
조건조건 도대체 어느정도 조건이 되어야 만족할까.
적어도 나에게 조건이란 부록같은거다.
사람좋으면 최고지만 조건이 부록처럼 딸려오면 그건 그거대로 좋은것.
헌데 여자에겐 그렇지 않은가보다.
조건이 본질이요, 사람이 부록.
성급한 일반화를 한다 성토하는 분이 있을까봐 말을 바꾸겠다.
적어도 내가 만나본 여자의 상당수와, 내가 사귀었던 여자의 전부는 그러하다.
이수일보다는 김중배.
김중배도 그냥 김중배가 아닌 10캐럿쯤 되는걸 내놓을만한 김중배.
작년 중순까지만 해도 난 대한민국 하위1%라는 고시생이었다.
그때 난 나를 만나주지도 않는 것에 좌절했다.
지금 나는 결혼시장에서 선두주자라고 하는 소위 "사"자 직업을 100%가질 수 있는 합격생이다.
지금 난 나를 상품으로 보는 것에 좌절한다.
차라리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미칠 것 같았던 고시생시절이 여자문제에 관한 한 훨씬 즐거웠던것
같다. 이제 결혼적령기의 한국여자 누굴 믿을 수 있을까.
싱글로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난 사지멀쩡한 수컷이기에 본능적으로 여자를 원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더 불안하다. 누군가를 선택했을 때 과연 그녀가 나를 사랑해줄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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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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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로는 님은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자신감으로 충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자분의 입장에서는
결혼을 생각할때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져야 합니다.
님이야 마음속으로 판검사든 변호사든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계시겠지만 여자분한테 사시합격이란 말로 두리뭉실하게 모든것이
다 해결된것처럼 말하면서 거만을 떠는것 같습니다.
*직업을 떠나 여자분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없이 나는 능력을 갖췄으니
내가 좋은지 안좋은지는 여자가 알아서 해봐~~~선택권을 줄게* 이런식!!
사시합격이란 미명하에 구체적인 미래를 설계하지않고 사랑하는 마음도
표현하지 않고 거만떠는 당신모습에 오히려 여자분이 정떨어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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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사시합격에 1억모아놓은게 구체적 계획도 없고 두리뭉실하게 해결된 것 처럼
거만떠는거군요. 뭐 이젠 산으로 가는구나........
한국의 모든 여자가 남자의 재산에 연연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글의 원작성자는 그런여자만 만났네요...
대한민국 상위, 그리고 하위1%라는 사법연수생과 일반 고시생이라는 두가지 직업으로말이죠...
개념있는 여성들은 중산층에서만 만날수 있는걸까요...
현재 중산층정도의 수입을 가지고 있는 제경우도
백수기간에서부터 개인사업까지... 여러단계의 직업을 거쳐왔지만...
그래서 지금은 조그만 회사하나를 운영하고있지만...
여성문제에서만큼은... 여성이 돈만 밝히는 비참하고 불쌍한 경험밖에 없습니다....
저만 이렇게 비참할정도로 된장냄새나는 여자들만 만나지는건지...
아직 제나이 30이 조금 안된시점에서...
이런글 볼때마다 불안합니다...
과연 내가 행복한 결혼을 할수 있을까...
아니면 차라리 혼자 살아야 하는건가...
여성분들... 아니 모두는 아닐테니 돈만 밝히는 젊은 여성분들...
남자의 꿈과 미래를 바라보고 현재를 인내해줄수 있는,
현명하고 사려깊은 여성이 되고싶지는 않은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