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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서2007.12.17
조회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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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좋아하지 그랬어요?

너무 열심히 그 시간을 살지 말지 그랬어요?

조금뿐이었다면 안 헤어질 수도 있는데

뭔가를 너무 많이 올려놓으니까

헤어지게 되잖아요.

그래서 바꾸기로 한 건가요. 바꿔도 안 시시해지는 걸 찾아서?

 

신발이 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언젠가 신발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하지만 당장은 사지 않아도 될 거라는 생각을

얼마나 자주 하게 해요.

신고있던 신발은?

몇 달쯤, 적어도 한달은

이 신발로 너끈히 버틸 수 있다고도 생각하잖아요.

근데 어느 날, 신발을 사요.

단순히 기분 때문에 날씨 때문에 혹은 시간이 남아서일 수도 있겠죠.

새 신발을 사서 신고 나면 쇼핑백에 담겨 한쪽 손에 들린 신고있던 신발은 얼마나 시시해요?

죽을 것처럼 시시하죠. 시시하고, 도무지 시시한거에요.

그러니 누군가는 돌리는 내 등짝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시시했겠어요?

시시한게 싫다고 시시하지 않은 걸 찾아 떠나는 사람 뒷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시시해요?

 

처음에 시시하지 않을 것 같아 시작했는데 시작하고 보면 시시해요, 사랑은.

너무 많은 불안을 주고받았고, 너무 많이 충분하려했고

너무 많은 보상을 요구했고, 그래서 하중을 견디지 못해요.

그래서 시시해요, 사랑은.

그러니 어쩌죠? 신발을 사지 말까요? 옆에 아무도 못 오게 할까요?

 

하지만 그럴 순 없을 거에요. 그러니까 이런 건 어때요?

시시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확신한 그 지점,

그 처음으로 달려가세요.

그리고 당분간도, 영원히도 사랑은 사랑이기 때문에

별거 아닌 채로 계속

자나 깨나 시시할 거라고, 또박또박 말한 다음. 처음부터 다시.

 

지구 반대편에 가 있다 생각하고 세상 모든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고 처음부터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