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다 124

김미선200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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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124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슬프지만 우리를 슬프게 하지는 않는다

호퍼의 예술의 중심 주제는 외로움이다

 

호퍼의 인물들은 집에서 멀리 떠나온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호텔 침대 가장자리에 서서 편지를 읽거나

바에서 술을 마신다

창밖의 움직이는 기차를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호텔 로비에서 책을 읽는다

상처받은 듯 자기 내부를 응시하는 표정이다

 

알랭드 보통의 [동물원에 가기]중에서

 

'호퍼를 좋아하세요?'

 

내가 호퍼의 그림이 인쇄된 그림 엽서들을 고르고 있을 때

그녀가 나에게 그렇게 물었다

내가 호퍼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그녀는 나에게 호퍼의 화집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여행에서 사온 것이라며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마침 지금 가지고 있어요 커피 한 잔이면 되요

당신을 위해 미술관을 열어 드릴께요'

 

그녀의 어깨에는 커다란 가방이 위태롭게 걸려있었다

 

두 사람은 호피의 사진을 한 장씩 넘겼다

혹시 지문이라도 묻어 그림을 더럽힐까 걱정하며

그들은 그림속에 있는 주인공들을 보며 이야기를 지어내기 시작했다

 

'이 여자는 지금 좋지 않은 일에 휩싸여 있는 겁니다

이 여자는 지금 자기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겁니다

그래서 혼자 있는거죠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을땐

혼자 있게 되거든요'

 

여자가 말을 이었다

 

'난 이 여자의 이야기를 알 것 같아요

이 여자 아마 이렇게 말할거에요

난 조금전에 사랑을 잃었어요

 세상의 끝에 있는 기분이고

이 기분이 영원히 계속 될것 같아 두려워요

발끝을 볼 수 없어요 거기에 절벽이 있을 것 같아요

더이상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나는 그 사람의 연인 외에 아무것도 되고 싶은것이 없었거든요'

 

말하는 동안 그녀의 눈빛은 떨렸고

커피잔은 비워졌고 테이블은 조금 밀려났다

의자가 불편한건지 마음이 불편한건지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위로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그녀가 대답했다

 

'조금 후에 우리 사귈까요?'

 

사람이 사람이 만난다

그 사이엔 공통의 얘기가 있다

쓸쓸하거나, 지독하거나,

 

 

#사랑을 말하다_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