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도사 문희준편에 대한 단상

고상우2007.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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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도사 문희준편에 대한 단상

 

 


 

 

문희준이 무릎팍에 나오고야 말았다. 악플의 아버지, 태양계 최고의 비호감, 심지어는 '뷁'이라는 본의아닌 유행어를 만들어 티셔츠가 팔리기도 했던 그가 드디어 몇년만에 첫 방송에 나오게 된 것이다(방송에서는 '악플러 십만대군' 이라고 표현했으나,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십만명은 어림없는 수치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백만명은 가볍게 뛰어넘을 것이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동안 네티즌에 의한 심한 마음고생, 그리고 최근에 성공적으로 마친 군 복무에 대해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일단 문희준은 말을 참 잘했다. 군대 얘기, 가족 얘기, 악플 얘기까지 참으로 조리있고 솔직했다. 그랬기에 아직도 그가 말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마다 조심스러웠다. 그만큼 고통은 길고 아프게 남는 것일까.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고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한편 유머도 있고 참 웃겼다. 근 몇주만에 가장 재미있는 편이었다. 초반 유세윤의 건방과 군대 얘기 할땐 뒤집어졌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 문희준은 내게 참 고마운 사람이다. (사실 무근임이 밝혀졌지만)그의 어록 '레드제플린이 뭐에요?' 라는 말을 읽은 나는, 락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레드제플린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을 느꼈다. 막 락음악을 접하던 나는 그 이름만 얼추 들어봤지 제대로 음악을 들어보진 못한 터라 일종의 부끄러움마저 느끼게 되면서 결국 레드제플린에 입문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강박이 실은 천박한 교양주의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난 의무감과 사명감을 띤 채 레드제플린을 듣게 되었고, 결국 1년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레드제플린을 듣는 중독에 시달려야 했다. (지금 흘러나오는 노래는 무릎팍도사에서도 삽입된 레드제플린의 'Kashmir'.)   

 

무릎팍도사 문희준편에 대한 단상

함 들어보시라!


 

다만 방송을 보면서 조금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문희준이 왜 자신이 그렇게 악플에 시달렸는지 그 원인을 명쾌하게 알고있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절대다수의 악플러들은 단지 남들이 문희준 갖고 장난좀 치니깐 심심해서 덩달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찌질이들은 논외로 치고, 정말 문희준을 비판(비난이 아닌)하는 사람들의 말은 주의깊게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사실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 총체적인 한국 음악 시장의 문제점과도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단 간단히 정리해보면

 

1. 문희준은 SM출신의 아이돌 그룹 HOT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락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은 행동이

2. 락의 진정성과 저항성을 믿고 있던 인디밴드, 락음악 팬들에게는 '락음악으로 돈을 벌 의도'로 비춰졌고

3. 이후 출시된 그의 솔로앨범은 실제로 음악성 면에서 많은 이들의 혹평을 들었으며

4. 한편 잇따른 그의 어록(사실인지 거짓인과와는 관계없이), 플래쉬, 엽기사진 등도 가세하여

5. 문희준 갖고 장난좀 쳐보려는 네티즌들이 개때처럼 몰리게 되었다.

 

는 것이다.

 

먼저 문희준이 락 음악을 하기로 한 그 자체는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다. 그건 자신의 자유이고, 오히려 한국에선 비주류에 불과한 락 음악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점은 격려받아 마땅하다. 다만 그의 이전 활동 경력을 감안해 볼 때 락 음악을 선택하는 그의 의도는 분명 상업주의와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HOT 활동 시절에도 락을 하려는 시도는 꽤 있었다. 하지만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의 노래의 표절 시비, 어울리지 않는 엉터리 사회 비판 가사 등은 '이제 SM이 락 음악을 갖고 장난치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샀다.  SM이라는 거대 문화자본에 종속되어 있던 어린 가수들은 애당초 자기가 원하는 음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이의 연장선상에서 문희준의 솔로 데뷔 또한 '이제 다섯명 깨서 하나씩 돌리는 편이 더 수지가 맞는다' 라는 편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방송에서는 이러한 미묘한 관계를 언급하고 아이돌 가수를 비판하는 것을 대단히 꺼려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한가지 확실히 해둘 것은, 2번에 해당하는 락의 진정성과 저항성의 개념은 실은 일종의 허구라는 것이다. 이는 '고통의 낭만화'라는 개념과 결부시켜 생각할 수 있다. 락 음악의 불모지에 해당하는 대한민국에서는 락에 대한 사회의 이중적인 시각이 생겨나게 되었다. 한국에서 락 음악을 하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산업 구조를 통해 개선해야 할 일이지, 락음악을 하는 사람이 꼭 힘들게 살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일부 평론가들은 락 정신을 운운하면서 그들에게 경제적 빈곤을 강요한다. 그리고는 그들이 느끼는 고통을 낭만화하여 인디신에서 음악을 하는 것 자체를 고귀한 예술인 것처럼 격상시키곤 한다. 이러한 현상은 급기야 락음악에 종사하는 당사자들에게마저 마이너리티라는 정체성을 갖게끔 하였고, 락 음악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투사' 가 되어야만 했다. 반드시 사회 비판을 해야 하고, 돈보다는 예술을 추구해야 하고, 티비출연은 일종의 변절로 비춰지곤 했다.

 

무릎팍도사 문희준편에 대한 단상


 

우리는 종종 락=저항이라는 도식을 갖게 마련이다.

사진은 영국의 펑크 밴드 섹스 피스톨즈.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한때 나를 포함하여 이러한 관점에서 문희준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들게 음악을 하는 인디밴드들은 참 많다. 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문희준이 음악을 해선 안된다거나, 경제적으로 힘들게 음악을 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인디밴드나 문희준이나 궁극적인 목표는 예술이지, 혁명이 아니다.  따라서 문희준에 대해 커트 코베인 류의 락의 진정성이나 저항성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오히려 넓은 의미에서의 '장인 정신'의 개념이 필요하다. 진정 자신의 음악에 최선을 다하는 예술가 정신이 있다면 쇼프로그램에 나가서 엉뚱한 시간낭비를 할 수는 없는 거니까. 문희준이 비판받아야 하는 부분은 그의 음악이 질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었지 다른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무릎팍도사 문희준편에 대한 단상


 

 

한편 나는 이번 방송을 통해 걱정되는 것이 한가지 있다. 문희준이 제 2의 심형래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심형래가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서 들려줬던 미국 진출기는 참으로 뜨거운 감동을 주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디워라는 영화는 냉정하게 평가를 받아 마땅했다. 허나 수많은 네티즌들은 인간 심형래와 영화 디워를 동일시함으로써, 디워를 비판하는 자체를 막고 서슴없이 인터넷 테러를 저질렀다. 마찬가지로, 문희준이 그동안 했던 마음고생과 성실히 이행한 군 복무는 다른 사람의 귀감을 살 만 하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의 음악은 냉정한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적어도 그의 음악을 '나쁘다'라고 말할 자유는 존재한다는 말씀이다. 나는 문희준의 다음 앨범이 출시되었을 때, 그 음악성을 낮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되려 네티즌 다수의 온라인 테러를 당하지 않을까 진심으로 걱정이 된다(심지어 이들 네티즌은 자신들의 행위가 과거를 바로잡고 정의를 실현한다고 착각한다. 심형래의 경우처럼). 실제로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온라인 파시즘이라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위험하기 이를 데 없는 실체라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아는 사실일게다. 

 

오해하지 말자. 나는 수년간 문희준에게 인신공격을 퍼부었던 저급한 악플러들을 옹호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악플러들과 구분되는 건전한 비판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고, 그들이야말로 정말로 문희준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쓴소리들이었다. 그들을 악플러들과 한데 묶어 매도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며, 나아가 심형래 때에 행해졌던 사이버 폭력의 반복일 뿐이다. 우리는 인터넷에 우리의 의견을 올리는 데에 있어 문희준이라는 사람을 다룰 것이 아니라 그의 음악을 다루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논의 속에서 음악은 더욱 발전하고 사람들의 예술을 감상하는 안목은 점점 넓어지는 것이다.

 

무릎팍도사 문희준편에 대한 단상


 

 

문희준은 더이상 비난받아선 안된다. 미움보다 훨씬 무서운 것은 비웃음이다. 상대를 대등한 적대의 관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낱 웃음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은 그 어떤 모욕보다도 치욕스러운 것이다. 다행히 군 제대와 이번 방송으로 인해 그의 이미지가 많이 나아져 앞으로 이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음악에 대해서는 두고 보도록 하자. 훌륭하지 못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맹목적인 칭찬으로 일관하는 것은 문희준에게도 전혀 좋을 것이 없다. 잘된 것이 있으면 칭찬하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지적하되, 말할 자유를 존중하고 건전한 비판을 하자.

 

나는 그가 앞으로 좋은 음악을 했으면 한다. 문희준씨의 사회 복귀를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