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홀로 찾은 극장이야기

차성근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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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홀로 찾은 극장이야기

 

크리스마스 이브이며 난 젊다는 핑계로 윗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뒤로하고 당당하게 사무실을 나섰다.

물론 생일조차 엿먹이는데 성탄절이라고 특별히 다르겠냐만-

 

그래도 퇴근길에 나름 성탄절의 분의기를 느끼고자

캐롤이라도 들어줘야 되는거 아니냐며 영환이가 구워준

최신가요 씨디를 조수석에 던져버리고 라디오를 들었다.

경기가 예전만 못하단 것이란걸 반증하는 것인지,

늘 재수없는 타이밍과 절묘하게 들어맞은 것인지,

죈장 할 캐롤은 나오지 않았고, 주파수를 요리조리 틀어봐도

흔하디 흔한 빅뱅의 마지막 인사조차 흐르지 않았다.

(갑자기 미스터투의 하얀겨울이 듣고싶더군-)

우연히 어느 디제이의 재미없는 통계자료를 들었다.

 

크리스마스,

45%는 집에 있으며, 15%는 일을 하고, 오직 15~20%만이

연인과 함께 보낸다는 통계가 나왔다며 혼자라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지극히 평범한 평균치에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힘을 내라면서 웃으라는데 그닥 웃기진 않다.

내가 왜 서민이 살기에 엿같다고 소문이 자자한 대한민국에서

이조차 평균치에 걸려 있어야 하는지 괜한 뿔이 났다.

또 혼자 꿍시렁꿍시렁-

 

헬스클럽 주차장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 들어갈까? 말까? 들어갈까? 말까? '

담배를 한까치 물리고 5층에 위치한 헬스클럽을 올려다 보며

새어나오는 불빛에 비웃음과 한숨이 뒤엉켜 기분이 묘했다.

결국? 들어갔지 뭐-

운동후, 제발 오늘만큼은 참아달라고 부탁하는 몇 안되는

왕따놀이의 초고수 남짚시의 충고를 한 귀로 흘려버리며

극장으로 향했다.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어!!)

 

후후후-

역시나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극장은 평소보다 배로

붐볐고 기상청의 일기예보만큼이나 빗나갔을 통계였단걸

내 눈으로 증명하고 싶었다고나 할까?

부천역에 있는 극장, 커피숍, 음식점, 술집, 길바닥, 차안에서

팔짱끼고 룰루랄라하는 이 많은 사람들이 겨우 15~20%라는게

말이 되냐며 영화포스터 윌스미스에게 따졌지만 대답이 없다.

 

두달전, 상영시간 5분후쯤 예고편이 끝나갈 무렵

상영관의 조명이 어두워질 칼타이밍에 맞춰 슬그머니

들어갔으나 치즈를 듬뿍 올린 나쵸를 뒤집어 쓰고 어둠속에서

끈적함과 찌린내에 맞서 개지랄을 떤 기억에 쫄아서 예고편이

시작도 하기전에 먼저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동생이 재밌으니 읽어보라고 쫑알되던 '공중그네'를 읽으며

연신 등장하는 주사바늘과 포크의 날카로움을 상상하며

발꼬락을 꼼지락 거리며 집중하고 있는데 뒤에 누군가

나즈막한 목소리로 일행에게 소근거렸다.(애인이겠지?)

 

" 저 사람 책읽어. "

(부디 손가락으로 가르켜 말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뿐이야.)

 

물론 틀리지 않았다.

그들에게 난 삼인칭 단수 주어로 문법에 어긋나지 않았고 

손에 들린건 책이며 읽고 있음은 군더더기 없는 사실이다.

난 잘못한 것도 없었지만 한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웃음꺼리가 되지 않을까란 두려움인지,

뭐라 지껄여도 너보단 잘났다는 삐딱한 자존심인지,

책을 덮을 수 없었다.

 

 

  

조명이 어두워지길 기다리며 멍한 눈으로 책장을 응시했고

시간에 맞춰 자연스럽게 페이지를 넘겨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PS.

마지막 문장을 쓰고보니 요즘 어찌 지내냐며 웃지만 말고

솔직히 말해보라는 집요한 안부인사에 대한 나의 답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