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리고 출산.

이승희2007.12.30
조회811

사회생활을 오래 하는 여자들이 많아질수록 생겨나는

이 현대사회에서 생겨난 새로운 두 가지 "변종" 여성들이 있다.

 

하나는 "골드 미스" 요즘은 골드 미스도 아닌 "알파 걸" 이라고 불린다지? 여튼, 돈 잘 벌고, 또 본인이 버는 만큼 본인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고, 일도 잘하고 뭐.. 그렇단 변종 여성들.

 

또 하나는 이렇게 골드미스들이 판을 치며 세상을 살다보니 흔히들 말하는 [20대의 결혼 적령 혼기]를  미루게 되었다.

잘 나가던 이 여자들은 2006년 쌍춘년을 맞이하여, 경쟁하듯

결혼하기 시작했고 2007년 황금돼지 해가 가기 전에 쑥쑥 애기를 낳기 시작했으니,

바로 "노산"의 대열에 참여한 "30대 출산여인" 들이다.

 

오늘, 친하게 지내는 선배 언니가 오랜 임신을 위한 노력 끝에

딸 아이 하나를 출산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결혼한지 꽤 되었고, 또, 임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것을

잘 알고 있는지라, 매우 기뻤다.

 

무슨 선물을 사 줘야 하나... 그냥 배냇저고리나 아기 내복 같은

그런 평범한것 말고 뭐 없을까? 나름 고민하고 있는데, 선배언니가

고맙게도 콕 찝어서 "육아 서적" 이 필요하다고 하는거다.

 

하여, 얼마전 조카를 나은 후 웬갖 아기, 신생아 용품에 대하여 박사 학위 논문이라도 써낼 것 같은 작은언니에게 전화했다.

어떤 육아 서적이 제일 잘 나가고 내용 튼실하냐고 하니,

무슨... 119 아기 구급대라나 뭐래나.... 그냥 서점 가면 베스트 셀러라고 찾기 쉬울거라고 한다.

 

하여, 반디앤 루니스로 향했다.

 

평생 가야 얼씬 한번 안했던 "F" 코너.. F 코너란 반디앤 루니스 서점의 육아서적 코너를 말한다...

육아서적이 그렇게 종류가 다양한지 오늘 첨 알았다.

연령대 별로도 다르고

태교에서 시작하여 출산까지

임신을 어떻게 하는 지의 방법에서 시작하여,

우리 아이 영재 만들기 까지..

 

등등 종류도 어찌나 다양하던지...

 

난생처음 가 보는 서점의 육아 코너에서 책을 고르면서

퍼뜩.. 걱정되었다.

'나 아는 사람 누군가 내가 육아 책 고르는거 보고,

결혼도 안한 아가씨가 왜 저런 책을 보는거지?' 의심하면 어쩌나.. 하는.. 말도 안되는 걱정... (하여간, 안해도 되는 것을 사서 걱정하는 데는.. 뭐 있다..)

 

무슨 책 종류가 이렇게 다양하담.. 도대체 뭘 사줘야 하나..

고민하면서 이래 저래 책 제목들을 보고 있는데,

내 눈길을 퍼뜩 끌어당기는 책 제목이 있었으니...

 

- 늦어서 더욱 아름다운 30대의 임신과 출산

- 30대에 아기 낳고도 영재로 키우는 방법

- 30대에 나은 아기가 더욱 똑똑하다

- 30대 초산을 위한 가이드 북

- 30대의 임신과 출산

 

꺄악~~~ 이게 당최 뭐냐고요....

 

도대체 언제 부터 이렇게 30대 임신에 대한 서적이 물밀듯 밀려

나오고 있었냐고요...

 

시대의 변화에 따른 두번째 변종 여성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20대의 팔팔한 산모와 달리 "늦어서 힘든" 30대 산모들을 위한

타겟 마케팅이자, 매우 컨템포러리 & 트렌디 한 서적이 아닐 수 없는데 말야...

제목들이 너무 적나라 하지 않아?

 

가장 웃긴게.. 30대에 나은 아기가 더욱 똑똑하다.. 뭐 이거였다.

 

내 어릴적, 중학교 때 가정 선생님이 "임신과 출산"이란 chapter를 가르치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산모가 젊고 건강해야, 아기도 건강한 법이란다.

그리고 아기가 건강해야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하게 되는거야.

일반적으로 여자 나이 스물 넷에 아기를 나아야 제일 똑똑한

아기가 태어난단다."

 

어린 마음에 난 매우 심히 걱정하며,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겼던 기억이 있다.

"에이~~ 큰일났네. 스물넷에 아기 나아야 똑똑하다는데,

그럼.. 대학 졸업하고 바로 애기 나으란 말인데, 아.. 그럼 언제 결혼하고, 언제 임신해서 열달 채우고 아기를 대학 졸업할때 나으란 말이야? 나 똑똑한 아기 가지고 싶은데.." 이런.. 걱정을...했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난 그 "똑똑한 아기 낳기" 프로젝트에서 이미 10년이나 뒤쳐져

있는 상태다.

가끔은 서른 다섯, 아니 며칠 후면 여섯이 되는 내 나이를 체감할 때 마다 흠칫 흠칫 놀라게 되고

결혼에 목 매진 않았어도, 은근히 "나이들어 애기 나으면..

애가 둔하다던데..." 걱정 된것 사실이다.

 

나 뿐만 아니라 내 나잇대, 그러니까 30대 초 중반의 여자애들은

모두 같은 가정 교과서를 가지고, 나와 같은 교육을 받았을 것이고

일반적인 상식, 즉 "젊은 여자가 아기를 나아야 애가 똑똑하다"라는 통념속에 시달리다 보니,

30대의 노산 산모들은 혹시라도

"다 늙어서 아기 나은 것도 애 한테 미안한데, 이 학벌 강조하는

사회에서 애가 혹시라도 둔하게 나오면 어쩌나?" 걱정하게 된다.

 

바로 이.. 걱정의 마인드를 잘도 건드려준 책이 아닐까 싶다.

 

첫번째 변종 여성인, 골드미스를 소재로 한 자기계발서와

알파걸, 골드미스를 대변하는 celeb들이 자서전 처럼 써낸 책들은

이제 너무나 흔해져 버렸고.

이러한 여성들을 소재로 하는 소설, 영화들도 모자라

케이블 채널의 유치작렬하는 토크쇼도 너무나 많다.

 

이 욕심많은 첫번째 변종 여인들이 두번째 변종으로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추어...

"30대에 아기 나아도 똑똑하게 키우기 비법" 책들도...

조만간, 아니 이미!! 나 모르는 사이 날개 돋힌듯 판매 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정말.. 너무나 직설 화법적인 이 책의 제목들을 보면서

피식~ 실소를 참지 못했는데 말야..

 

나름..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벌써 내 주변만 해도 나를 포함하여 나 보다 한 두살 어린

내 후배들.. 아직 결혼은 커녕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하고

있는 후배들 많거든..

 

지금까지의 나를 포함, 그녀들의 life-style pattern 을 돌아볼 때,

아주 아주 냉정하지만, 객관적으로 표현해서 말야,

시간이 지날 수록 매력이 add up 되긴 커녕, 나이 들면서 더 살찌고

피부 주름만 늘어가는 이 상황속에서.....

 

30대 아기 한번 나아보기는 점 점 더 힘들어지는 형국이고.

 

그래서 말인데,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누군가

"40대의 임신과 출산 - 아직 늦지 않은 당신의 아이 영재 만들기"

 

뭐 이런 책.. 내 볼 생각 없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