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담임이 바라본 올해 입시

김재호2008.01.01
조회25,610

올해는 등급만을 활용한 입시가 치루어진 첫 해이고 마지막 해가 될 전망입니다.

 

등급만을 가지고 영역별로 조합해 입시를 치루다보니 소위 말하는 '운'도 따라주어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 해일 것입니다.

 

수시모집에서는 등급제에 대한 극심한 불안감으로 수험생들이 일단 넣고보자는 식의 지원이 이어졌습니다.

 

내신성적의 반영비율이 비교적 낮았던 광운대학교의 일반전형 평균 경쟁률이 101.2대 1에 이르는 등 수시모집에 지원을 하지 않은 학생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원서접수 한 건당 대략 7만원이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3~4군데씩 지원하는 경우, 가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왜냐하면 접수 기간이 한꺼번에 몰려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대학측에서 수험생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보는게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더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그렇게 비싼 돈을 들이고 치른 시험의 점수조차 알 수 없고. 워낙 지원자들이 많다보니 시험에 대한 일괄적인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시험장에 따라서 시험 시간도 약간의 차이를 보여 수험생들의 불만을 자아냈습니다.

 

정시모집으로 넘어와서는 문제가 더더욱 심각해집니다.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 원점수를 90, 93,96점을 받아 총점 279점인 학생이 1, 1, 1등급을 받고

89,100,100점을 받아 총점 289점인 학생은 2,1,1등급을 받게 되었습니다.(실제 저희반 아이의 사례입니다)

 

총점으로는 10점이나 앞서는 학생이 본인이 원하는 학교, 학과에 지원조차 불가능하게된 것은 정말이지 '운

'때문이었습니다.

 

4개 영역의 등급을 조합해 입시를 치루다보니 한 개 영역, 심지어 탐구영역의 한 과목까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수험생들은 당연히 눈치작전을 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부산교대의 경우 오후 4시 마감이었는데 3시 30분까지만해도 경쟁률이 1.5대 1정도였습니다.

 

막판 30분에 대략 300명이 한꺼번에 접수를 했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원서접수 마감시간까지 결재를 끝내야하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인데 무려 4시 30분까지 원서접수를 받았고, 대학측에서는 결재만 안해서... 라며 얼버무렸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래야하겠지만

내년 입시가 원점수,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표기로 돌아간다고 하니

올해 입시를 치루고 있는 수험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은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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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외국어 만점으로 1등급, 하지만 언어 1점 모자라 2등급을 맞은 우리반 녀석의 말한마디

'아이~ 다 재수가 없어서죠 뭐'

 

그 말은 사실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당당한 아이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본인이 노력하여 얻은 결과를 겸허히, 그리고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들로 만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입시는 아이들에게 '로또' 를 기다리는 어른들의 다소 허황된 마음을 가르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