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용칸? 대한민국의 성인 여성으로서.

이은지2008.01.02
조회39,730

저는 여자입니다.

대한민국의 성인 여성입니다.

네이*에서 기사들을 보다가 여성 전용칸이 실현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싸이에도 올라왔네요.

 

기사에서 말하는 지하철의 변화 중에서 여성 전용칸에 대한 부분을 간추려보자면,

<6, 7호선에서 우선 실시하는데 2번째칸과 7번째칸에 설치하고,

시트는 연보라색이나 분홍색과 같은 화사한 색으로 하며

손잡이 높이를 낮추고 거울을 설치한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월 말부터 시행하여 여론을 수렴해 2월 말부터 6, 7호선 전체로 확대한다고 합니다.

 

리플을 죽 읽어보았지만 혁신적인 대안을 말하기 보다

갑론을박 여성과 남성으로 갈라서서 싸우고 있습니다.

(사실 즉각 실현 가능한 대안은 없을 듯 해 보입니다.)

중간 중간 깨어있는 객관적인 사람도 있지만 욕설이 태반이고 무논리가 판을 칩니다.

조금 마음 아픈 일입니다.

 

 

그래요, 일단 만든다고 하니까 저도 생각은 해봅니다.

학교에 등하교하면서 매일 1,2호선을 이용하고 있으니까

제게도 강건너 불구경만 할 일은 아닌 듯 합니다.

 

 

1. 우선 여성 전용칸은 많은 남성들이 제기하는 가장 큰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성 전용칸은 남성을 잠재적 성 범죄자로 단정짓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취급을 받는다면 누구라도 기분이 좋을 리 없습니다.

좋게 보면 '여성 보호'이지만 솔직히 긍정적으로 볼 수 만은 없는 게 사람이 아닌가요?

 

2. 그리고 출퇴근길 만원 전철에서 여성전용칸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남성이 탈 수 있는 객차가 8량에서(6, 7호선 기준) 6량으로  줄었기에

일반칸들은 오히려 더 인구밀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여성들이 '차라리 여성들 사이에서 끼이는게 낫다'라며 

여성전용칸을 선호해서 여성전용칸만이 미어터지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서울도시철도와 서울메트로는 과연 어떻게 대처할 셈일까요?

 

3. 여성전용칸이 성범죄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위해 만들어진거라면,

일반칸에 탔다는 것은 <나는 성범죄를 당해도 괜찮습니다> 라는 반증입니까?

모든 여성을 여성 전용칸에 수용할 수 없는 것은 누가 보아도 자명합니다.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간주한다'는 느낌을 줄 위험까지도 감수하면서

지키려했던 '여성 보호'의 취지는 100% 지켜질 수 있을까요?

여성전용칸은 모든 여성이 아니라 일부 여성만을 지킬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4. 8량 중 2량에는 시트가 교체되고 벽면에는 거울이 설치됩니다.

그리고 서울도시철도는 여성 전용칸의 앞 뒤와 스크린 도어에

여성 전용칸을 알리는 로고를 붙인다고 합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전철을 더 자주 운행하면 안됩니까?

물론 자세한 운행 사정이라든가,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간격을 모르기에

얼마나 실현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1대의 전철이 더 운행하면 그 만큼 각 객차 안의 인구밀도는 낮아지고,

인구밀도가 낮아지면 성범죄의 발생도 더 힘들다고 봅니다.

밀도가 낮아져 몸이 닿거나 하지 않는다면 남녀 서로 얼굴 붉힐 일도 없지 않을까요?

 

5. 왜 여성 '전용'칸입니까?

여성 우대칸이면 안됩니까?

그리고 무슨 일이있어도,

출근시간 일반칸에 남성들이 다 탑승하지 못하더라도,

여성 '전용'칸이 텅텅 비더라도,

남성은 여성 '전용'칸에 탑승 할 수 없는 것인가요?

여성이 8량 모두 탑승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남성은 8량 중 2량을 탑승할 수 없다면

이것은 여성과 남성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봅니다.

 

6. 이건 좀 논외일 수도 있지만..

여성이 여성전용칸을 이용하는 대신 돈을 더 내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고 봅니다.

돈을 더 내는 만큼 확실히 여성전용칸을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어떤 여성에게는 100원 200원이 크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여성전용칸을 이용하지 않을테니 일반 요금을 내겠다는 여성에 대해서

서울도시철도와 서울메트로가 어떤 방법을 취해줄 지 궁금합니다.

개찰구를 따로 만드나요? 모든 역에???

아니면 표를 확인하나요? 카드는요? 새로 기기를 만드나요???

 

 

 

두서도 없이 하고싶은 말을 적어내렸습니다.

요지는, 여성 전용칸이 필요없다는 겁니다.

물론 지하철 성범죄를 옹호하거나 두둔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여성 전용칸이 그 대안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울도시철도와 서울메트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생각에 이의가 있으신 분은 바르고 고운 말로 의견을 제시해주세요.

(군대와 임신을 동일선상에 놓는 비논리적인 논지를 펴시는 분은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