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다 #227

김미선2008.01.04
조회43
사랑을 말하다 #227

좋은 휴일, 좋은 영화를 보러 와놓고

아까부터 저 남자는 계속 불만이 많아 보입니다

옆에 있는 친구에게 내내 말하는 내용이라는게

 

'야 내가 오늘 같은 날 너하고 영화나 보러 오다니

야 너 친구중에 예쁜 애 진짜 없어? 야 야 니가 제일 낫다니..

그게 말이 돼? 우리나라 여자들이 그렇게 이상했으면

내가 아직 여기 살고 있겠어?'

 

내내 낄낄 웃으면서 영화를 봐놓고

막상 나와서 괜히 소리나 지르죠

 

'야 뭐가 그렇게 길고 안 웃겨'

 

그런데 그러거나 말거나 옆에있는 여자는 기분이 괜찮아 보입니다

남자의 불평은 싹 무시하고 다음 코스를 정하느라 바쁘죠

 

'밥 먹자 불닭먹을래? 불닭? 찜닭 먹을래? 참고로 난 불닭'

 

내내 투덜 거리던 남자

그래도 배는 고팠는지 이제 막 메뉴 정하기에 동참하려는데

갑자기 여자가 어디론가 쪼르르 달려갑니다

'어머 선배' 라는 외마디와 함께

 

중간에 말이 잘린것도 기분 나쁜데

이 여자 '선배' 라는 남자와 뭔 말이 그렇게 긴지

기다리는 남자는 점점 혈압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몇 분후 여자가 다시 이쪽으로 돌아오자

 

'야 너 가만 보면 참 성격좋아 응?

어떻게 아무 남자하고 잘 지내냐

하 하긴 그러니까 이 때까지 애인 하나 없지

아무 남자한테나 호호호 어머 선배 호호호 오빠'

 

그런데 이쯤되면

 

'뭐? 아무남자?' 발끈해야하는 그녀가 어쩐지 조용합니다

'뭐지? 이 고요함은?'

남자는 불안스레 여자의 얼굴을 쳐다보면

여자는 오히려 배시시

 

'뭐야 너 미친거야?'

 

남자의 말에도 여자는 여전히 배실배실 웃더니

이젠 남자의 엉덩이까지 두들기며 하는 말

 

'으구 내가 그렇게 좋아? 딴 남자랑 이야기만 해도 그렇게 싫어?

질투가 나서 죽겠어? 으구 쯔쯔쯔'

 

남자는 코 웃음을 치다 못해 하마터면 코가 나올뻔 합니다

 

'컥 질투가 어젯밤에 다 얼어죽었네

어 착각도 그정도면 재앙이네'

 

궁시렁 대마왕이 되어 걸어가는 남자

그 옆에서 메롱메롱 폴싹폴싹 약올리는 여자

 

걸어가는 두 사람의 머리위로

각자의 말 풍선이 두둥실 떠올라 있습니다

 

남자의 말 풍선 속에 '정말 내가 젤 좋아하나?'

여자의 말 풍손 속엔 좀 더 짧은 문장 '어'

 

아주 작은 계기로

질투라는 이름으로

내 마음에 몰래 숨어있던

 

 

#사랑을 말하다_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