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대소동>완벽한 애니메이션에 빠진 중요한 딱 한가지

박태규2008.01.06
조회464
<꿀벌 대소동>완벽한 애니메이션에 빠진 중요한 딱 한가지

유재석의 더빙으로 화제가 됐던 애니메이션 을 봤다. 몇해전부터 유명 연예인을 등장시킨 해외 애니메이션의 더빙판 개봉이 인기를 끌더니 이번엔 자막판보다 더빙판이 더 많은 개봉관을 통해 상영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덕분에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재석의 더빙판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밖에 없었다. 뛰어난 연기자로서의 유재석의 더빙은 큰 무리가 없었지만 평면적으로 지속되는 대사톤은 소화 안되는 영화의 설정에 합쳐져 다소 심심한 맛을 느끼게 하는 아쉬움이 따랐다.  

 

먹었으면 꿀값 내놔

호기심 많고 명랑하며 반항심 또한 당연히(?) 갖춘 꿀벌 '배리'는 꿀벌 세계의 시계에 맞춰(?) 초단기로 대학까지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바로 꿀 제조 공장 'HONEX'가 그 곳. 졸업식 날 마치 디즈니랜드 모험을 하듯이 'HONEX'의 오리엔테이션을 치르던 '배리'는 평생동안 일만 해야 한다는 꿀벌 세계의 당연한 원리에 심한 반발심을 갖게 된다. 그러던 중 꽃씨를 뿌리고 꿀을 수급해오는 '특공대 꿀벌' 틈에 끼어 인간들이 생활하는 바깥 세상에 나가게 되고 그 곳에서 우연히 인간들의 꿀 착취 현장을 발견하게 된다. 즉, 꿀벌들이 힘들게 만들어놓은 꿀을 인간들이 마치 자신들이 만든 것인냥 갈취하여 돈을 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인간들은 꿀을 훔쳐먹는 곰돌이 푸우와 동일시되기도 하는데 꿀벌 '배리'는 그런 인간과 곰 모두 꿀벌들의 노력을 공짜로 갈취하고 꿀벌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게 된다. 악동 꿀벌 '베리'는 이 오류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에 나서게 된다.

 

<꿀벌 대소동>완벽한 애니메이션에 빠진 중요한 딱 한가지


소화 불가한 상상력

사실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현실 가능성을 따진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른다. 현실 불가한 것들이 '꿈'과 '희망'이라는 이름을 빌어 상상력의 한계점을 넘어버리는 것은 극영화에서보다 애니메이션에서 더 많이 보아왔던 터였다. 하지만 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현실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기로 단단히 작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단 꿀벌이 인간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부터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꿀벌을 인간이 인정하기까지 그다지 오랜 시간이 필요치도 않고 큰 충격을 수반하지도 않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부분을 살려서 더 많은 에피소드들을 끌어낼 수도 있었겠지만 영화는 그런 과정을 과감히 삭제했다. 또한 꽃가루를 시작으로 꽃이 만개하고 꿀이 생기기까지의 자연 섭리를 너무 초간단하게 묘사하는 것이나 꿀벌떼가 마치 슈퍼맨처럼 비행기를 들고 이동하는 등의 설정은 관객을 멈칫하게 만든다. 모든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라는 식인데, 과연 성인 관객들이 거리낌없이 이 모든 설정을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이런 과장된 상상이 애니메이션을 주로 관람하게 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꿀벌 대소동>완벽한 애니메이션에 빠진 중요한 딱 한가지


엔 없는 성공한 애니메이션의 규칙

근래에 히트를 기록한 를 볼 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요소들이 유독 에서는 걸림돌이 되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아마도 인간(세계)와 동물세계(곤충세계)의 연결에 좀 더 섬세한 근거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앞서 언급한 근래에 인기를 얻었던 애니메이션들은 그 연결 부분에 있어서 영리하게도 한계점을 명확히 하거나 신중함을 부여한다. 동물 세계나 동화 속 세계 처럼 특정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일로 설정의 틀을 규정하고 들어가거나(아이스 에이지, 슈렉, 인크레더블) 신비로운 마법이나 신화같은 장치를 가미하여 메시지 수용을 수월하게 하는(하울, 센과 치히로) 영리함을 발휘했다. 동물과 인간의 연결 부분에서 은 의 영민함을 참고했어야만 했다고 생각한다. 는 인간과 동물을 연결시키고 그 안에서 비현실적인 요소를 등장시키지만 그것을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찬찬한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무리하게 그 배경을 확장하지 않고 파리의 한 레스토랑으로 배경을 국한시킨다. 적어도 관객이 소화해내지 못할 정도로 일을 벌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은 그런 기본적인 공식들을 모두 위반한 채 돌진하고 있고 그것이 그냥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꿀벌 대소동>완벽한 애니메이션에 빠진 중요한 딱 한가지

 

이런 과장된 설정의 문턱을 힘겹게 넘다보니 극의 내러티브 자체가 참으로 허술해 보이고 결말의 심한 비약을 보고 있자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난감함마저 들게 된다. 물론 뛰어난 발상의 애니메이션을 꾸준하게 만들어온 '드림웍스'라는 제작사의 노하우 덕분인지 솔솔한 웃음 요소와 화려한 볼거리라는 장점도 갖고 있다. 꿀벌 '배리'의 대인간 소송 건과 관련하여 등장하는 영화 배우 '레이 리오타'와 뮤지션 '스팅', 시사 프로그램 및 토크쇼 진행자로 유명한 '래리 킹''오프라 윈프리' 등의 카메오 출연(목소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모습 그대로 등장하는 진정한 카메오 출연)은 그들을 아는 만큼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몇가지 재치있는 요소와 장점만으로 이 애니메이션을 순순히 받아들이기에는 설명 없이 들이대는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표현이라는 걸림돌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내가 너무 나이가 많아서 머리가 굳은걸까? 이제 헐리웃산 애니메이션은 다 끊고 살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