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번 맥코맥 칼럼]역주행한 한국 대선입력: 2008년 01월 07일 18:12:03 지난해 7월 일본 총선과 10월의 폴란드 총선, 11월 호주 총선, 6월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의 사임, 그리고 마지막으로 12월에 치러진 한국 대선 등 일련의 선거를 통해2007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감지된 정치적 변화는 과연 무엇일까?
거기에 어떤 하나의 근본적인 흐름이 있다고 본다면, 필자는 그것은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의 정책-이라크 전쟁과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 지구 온난화 외면 등-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지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미국과 ‘멀어지기’는 2006년 후반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할 때부터 일찌감치 시작되었다고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그러나 한국의 대선은 이런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 것 같다.
-이라크전·신자유주의·온난화-
미국이 주도하는 이라크전에 대한 신뢰는 전쟁 개시 5년여 만에 거의 제로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했다는 거짓 명분에 근거한 데다 국제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시작한 이라크전으로 이라크 전역은 초토화됐다. 약 100만명의 민간인이 숨졌고, 400만명이 난민으로 내몰렸다. 이를 모면한 나머지 사람들도 기본적인 편의 시설조차 없이 극심한 궁핍 속에서 연명하고 있다.
한때 미국의 이라크전을 열렬히 지지했던 영국과 일본, 폴란드, 호주는 (스페인이 그랬던 것처럼) 2007년 들어 모두 입장을 바꿨다. 고이즈미 전 총리와 아베 당시 총리가 이라크전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했는 데도 불구하고 이라크전은 지난해 7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아베 당시 총리는 해상자위대를 인도양에서 우선 철수시키라는 압력을 받았다. 부시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더 이상 이행할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인식한 순간 아베 총리는 불명예 퇴진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1945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 정부는 미국에 “노(NO)”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선 이라크전이 거의 이슈가 되지 않았다. 물러나는 노무현 정부는 최근 자이툰부대 파병 1년 연장을 승인했다. 이라크전을 적극 지지했다기보다는 미국의 기분을 상하지 않으려면 지원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이 사안을 놓고 벌어진 국민 사이의 균열 때문에 한국의 선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같은 환경이 한국인들을 재앙과 범죄의 계획에 공모했다는 책임에서 면제해주는 것은 아니다.
둘째로 한국에서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가 점점 약화되는 세계적인 추세가 감지되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한국 정치인들은 일본식 경제 모델을 따라했다고 결코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들이 일본 모델에 신경을 쏟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일본 야당인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대표는 지난해 7월 총선에서 시장의 맹위로부터 농부들의 생계를 보호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지지를 구축했다.
호주에서는 노동자가 사용자와 단체가 아닌 개별적으로 노동조건에 대해 협상하도록 함으로써 노동자들을 고립시키는 소위 ‘작업장 협정’이 하워드 보수 정부의 패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이 같은 경향이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한국에서 신자유주의가 인기 있다거나, 한국의 사회적 비용이 다른 나라보다 낮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워싱턴 컨센서스’에 10년간 협력하면서 생겨난 고통과 방향감각 상실, 불안정화의 징표는 불가피한 것들이다.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는 적어도 전체 노동력의 36%, 즉 570만명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에서는 52%(850만명)라고 주장한다.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일본보다도 조금 더 높다. 대학 졸업자의 절반 이상이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는 보도도 있다. 이런 근심과 두려움은 ‘88만원 세대’ 사이에 특히 만연해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를 되살리고 일자리 300만개를 창출하고 경제 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를 이룩하겠다고 공약했다. 법인세 감면과 규제 완화, 대운하 같은 대규모 인프라 공사를 통해서 말이다.
그러나 그의 신자유주의는 단지 다른 대선 후보들보다 더 노골적인 것이거나, 혹은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좀 덜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명박식 정책이 현재의 사회 침체를 야기한 주요 원인이 아니라 해결책일 수 있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와 자유무역, 노동시장의 꾸준한 자유화는 일시적으로 더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엔 비정규직에 대한 의존 증가와 함께 사회·환경적 정의, 복지·교육에 대한 공적 책임의 감소 등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의 신자유주의는 일본 스타일의 토건국가를 추진하겠다는 그의 비전과 공존한다. 그의 대운하 계획은 잠시 동안은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 발전의 불균형을 감소시킬지 모른다. 그러나 나중엔 이용객이 거의 없는 한국의 일부 국제공항 같은 처지가 될 것이다. 이 같은 전망은 북한과 기타 개발도상국들이 인프라 발전에 대한 필요를 절박하게 느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서글프다.
한국 대선이 세계 추세와 보조를 맞추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세번째 측면은 기후 변화와 지구 생태 위기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美와 분리’ 세계적 흐름 역행-
지구 공동체는 신자유주의적인 국내총생산(GDP)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요청에 서서히 응답하고 있다. 최근 가장 명백한 사례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회의다. 이명박 차기 정부가 신봉하는 GDP 만능주의는 지구 위기의 해결책이라기보다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는 게 낫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 민주혁명의 물결은 한국 전체를 휩쓸면서 한국 사회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한국인들은 독재를 극복하고 비극적이고 복잡한 국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법, 지역 공동체를 구축하는 방법을 세계에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이라크 전쟁과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 지구 온난화 등 핵심적인 전지구적 문제들에 대한 무시로 점철됐다. 바라건대 한국의 시민사회는 곧 이 전선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재개할 것이다. 그들은 오늘날 보편화되고 군사화된 자본주의를 대체할,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경제·사회 시스템을 창조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
〈개번 맥코맥/호주국립대·명예교수〉
▲개번 매코맥은 누구?
개번 매코맥 교수(70)는=일본의 토건국가 현상 등을 분석한 저서 ‘일본, 허울뿐인 풍요’(1996)로 유명한 일본 전문가다. 그의 관심사는 동아시아 전역에 걸쳐 있으며, 생태·환경 관련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핵 문제, 일본의 재무장 등 평화 이슈에 관해서도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북한문제 해법을 담은 ‘범죄국가 북한 그리고 미국’(2006)이 국내에 소개됐으며, 연내에 미국 품 안의 일본을 후견국가로 규정한 ‘Client State:Japan in America’s Embrace’가 번역돼 나올 예정이다. 1974년 런던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호주 국립대 태평양·아시아학부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경향신문 개번 맥코맥 칼럼]역주행한 한국대선
-이라크전·신자유주의·온난화-
미국이 주도하는 이라크전에 대한 신뢰는 전쟁 개시 5년여 만에 거의 제로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했다는 거짓 명분에 근거한 데다 국제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시작한 이라크전으로 이라크 전역은 초토화됐다. 약 100만명의 민간인이 숨졌고, 400만명이 난민으로 내몰렸다. 이를 모면한 나머지 사람들도 기본적인 편의 시설조차 없이 극심한 궁핍 속에서 연명하고 있다.
한때 미국의 이라크전을 열렬히 지지했던 영국과 일본, 폴란드, 호주는 (스페인이 그랬던 것처럼) 2007년 들어 모두 입장을 바꿨다. 고이즈미 전 총리와 아베 당시 총리가 이라크전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했는 데도 불구하고 이라크전은 지난해 7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아베 당시 총리는 해상자위대를 인도양에서 우선 철수시키라는 압력을 받았다. 부시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더 이상 이행할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인식한 순간 아베 총리는 불명예 퇴진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1945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 정부는 미국에 “노(NO)”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선 이라크전이 거의 이슈가 되지 않았다. 물러나는 노무현 정부는 최근 자이툰부대 파병 1년 연장을 승인했다. 이라크전을 적극 지지했다기보다는 미국의 기분을 상하지 않으려면 지원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이 사안을 놓고 벌어진 국민 사이의 균열 때문에 한국의 선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같은 환경이 한국인들을 재앙과 범죄의 계획에 공모했다는 책임에서 면제해주는 것은 아니다.
둘째로 한국에서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가 점점 약화되는 세계적인 추세가 감지되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한국 정치인들은 일본식 경제 모델을 따라했다고 결코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들이 일본 모델에 신경을 쏟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일본 야당인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대표는 지난해 7월 총선에서 시장의 맹위로부터 농부들의 생계를 보호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지지를 구축했다.
호주에서는 노동자가 사용자와 단체가 아닌 개별적으로 노동조건에 대해 협상하도록 함으로써 노동자들을 고립시키는 소위 ‘작업장 협정’이 하워드 보수 정부의 패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이 같은 경향이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한국에서 신자유주의가 인기 있다거나, 한국의 사회적 비용이 다른 나라보다 낮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워싱턴 컨센서스’에 10년간 협력하면서 생겨난 고통과 방향감각 상실, 불안정화의 징표는 불가피한 것들이다.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는 적어도 전체 노동력의 36%, 즉 570만명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에서는 52%(850만명)라고 주장한다.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일본보다도 조금 더 높다. 대학 졸업자의 절반 이상이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는 보도도 있다. 이런 근심과 두려움은 ‘88만원 세대’ 사이에 특히 만연해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를 되살리고 일자리 300만개를 창출하고 경제 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를 이룩하겠다고 공약했다. 법인세 감면과 규제 완화, 대운하 같은 대규모 인프라 공사를 통해서 말이다.
그러나 그의 신자유주의는 단지 다른 대선 후보들보다 더 노골적인 것이거나, 혹은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좀 덜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명박식 정책이 현재의 사회 침체를 야기한 주요 원인이 아니라 해결책일 수 있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와 자유무역, 노동시장의 꾸준한 자유화는 일시적으로 더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엔 비정규직에 대한 의존 증가와 함께 사회·환경적 정의, 복지·교육에 대한 공적 책임의 감소 등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의 신자유주의는 일본 스타일의 토건국가를 추진하겠다는 그의 비전과 공존한다. 그의 대운하 계획은 잠시 동안은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 발전의 불균형을 감소시킬지 모른다. 그러나 나중엔 이용객이 거의 없는 한국의 일부 국제공항 같은 처지가 될 것이다. 이 같은 전망은 북한과 기타 개발도상국들이 인프라 발전에 대한 필요를 절박하게 느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서글프다.
한국 대선이 세계 추세와 보조를 맞추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세번째 측면은 기후 변화와 지구 생태 위기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美와 분리’ 세계적 흐름 역행-
지구 공동체는 신자유주의적인 국내총생산(GDP)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요청에 서서히 응답하고 있다. 최근 가장 명백한 사례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회의다. 이명박 차기 정부가 신봉하는 GDP 만능주의는 지구 위기의 해결책이라기보다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는 게 낫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 민주혁명의 물결은 한국 전체를 휩쓸면서 한국 사회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한국인들은 독재를 극복하고 비극적이고 복잡한 국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법, 지역 공동체를 구축하는 방법을 세계에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이라크 전쟁과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 지구 온난화 등 핵심적인 전지구적 문제들에 대한 무시로 점철됐다. 바라건대 한국의 시민사회는 곧 이 전선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재개할 것이다. 그들은 오늘날 보편화되고 군사화된 자본주의를 대체할,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경제·사회 시스템을 창조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
〈개번 맥코맥/호주국립대·명예교수〉
▲개번 매코맥은 누구?
개번 매코맥 교수(70)는=일본의 토건국가 현상 등을 분석한 저서 ‘일본, 허울뿐인 풍요’(1996)로 유명한 일본 전문가다. 그의 관심사는 동아시아 전역에 걸쳐 있으며, 생태·환경 관련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핵 문제, 일본의 재무장 등 평화 이슈에 관해서도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북한문제 해법을 담은 ‘범죄국가 북한 그리고 미국’(2006)이 국내에 소개됐으며, 연내에 미국 품 안의 일본을 후견국가로 규정한 ‘Client State:Japan in America’s Embrace’가 번역돼 나올 예정이다. 1974년 런던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호주 국립대 태평양·아시아학부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