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펜탁스포럼' 자유게시판에 연♡민진아빠 님께서 작성하신 153942번 글 '[펌]대운하의 절대적인 문제점 4가지'를 복사 후 수정하여 새로 쓴 것입니다. 원글은 전형적인 인터넷 문체로 작성되어 있어, 문장과 문단, 사사로운 표현 뿐 아니라 글의 구조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손을 봤습니다만, 각종 데이터의 사실관계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전 작성자는 덧붙인 도입부에서, 원글인 '대운하, 왜 죽어도 안 되는가?'는 네이버 대운하 관련기사 중의 댓글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다음의 그림 역시 이전 작성자의 도입부에 추가된 그림이며, 그에 따른 설명글과 함께 이곳에 올려둡니다.]
첨부그림은 독일의 기술자료를 스캔받은 것입니다. (클릭하면 원래 사이즈로 볼 수 있습니다) 세가지 운송 수단 중 어떤 것이 친환경적인지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현재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전도심구간, 대구~부산구간)가 2012년(추정) 완성되면 현재의 경부선 용량이 늘어나므로 기존의 철도를 이용하면 굳이 운하를 건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펌) 대운하, 왜 죽어도 안 되는가?
대운하의 절대적인 문제점은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1.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경제성
2. 상상을 초월할 공사비 및 유지비
3. 2500만 상수원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
4. 핵폭탄급 홍수와 환경 문제
1.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경제성
우선 당선자 측에서 주장하는 가장 큰 근거인 1번을 먼저 공략해보죠. 그들은 향후 10년 내에 물류량이 몇 배로 뛸 것이며, 당연히 물류대란이 올 것이고, 그래서 운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어떠한 경제재라도 뭔가 메리트가 있어야 사람들이 찾는 법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고등학교 사회시간에 졸지 않으셨다면, 선박이 차량이나 기차에 대해 언제 우위를 가지는지 기억하시죠? 대량운송이나, 혹은 바다를 건너는 장거리 운송에서나 우위를 가질 뿐, 단거리나 중거리 운송에서는 기본적으로 차량이나 철도에 이길 수가 없습니다. 서울-부산 운송구간이래봐야 중거리 정도에 불과하니 기본적인 유지 및 관리 비용에서 상당한 핸디캡이 있습니다. 독일에서 운하의 물류부담률이 8% 미만인 기본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폭 낮은 운임'이 아니면 경쟁력은 당연히 없겠지요. 그러나 상상을 초월하는 공사비와 유지비가 있는데,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그 돈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닙니다. 방법은 정부지출비용이나 민자유치 뿐인데, 당선자 측은 민자유치와 골재채취로 공사비용을 감당하겠다더군요. 이와 관련해서 대구-부산간, 혹은 천안-논산간 민자고속도로 타 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민간기업들은 정부가 가지는 공공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그들의 머릿 속에는 '이윤 극대화' 5글자 밖에 없지요. 그게 당연한 겁니다. 그 어마어마한 공사비는 결국 고스란히 운임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주변지역의 개발권을 준다고 하여도, 그것만으로는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지요. 더군다나, 아무 곳에서나 마구 퍼 올 수 있는 모래가 다 골재가 된다면 공사장에서는 골재를 그렇게 비싼 돈 주고 사올 필요도 없겠지요. 실제로 질 좋은, 돈 될만한 골재가 채취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운임도 문제지만, 시간 문제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독일 RMD 운하의 기본 안전속도가 시속 15km 남짓입니다. 만약 이 속도를 넘기면, 제동능력 및 배가 만드는 파랑이 제방을 침식하여 위험하다고 합니다. 낙동강에만 110개가 넘는 교량의 교각과 갑문이 있는 등, 서울-부산을 가는 동안 맞닥뜨릴 장애요소는 수도 없으며, 특히 성사된다면 희대의 코메디 공사로 남게 될 가칭 '조령(산맥터널)운하'에서는 맞은 편에서 오는 배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만 합니다. 이럴 때마다 배는 반드시 속도를 대폭 늦추어야 합니다.
선박이라는 물건이 얼마나 둔한 것인지, 아마 영화 '타이타닉'을 보신 분은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소형선박 기준으로 할 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엔진 정지 후 배 길이의 20배를 미끄러진 후 정지한다고 합니다. 대형 화물선의 경우라면 제동거리는 수 km에 이르게 됩니다. 타이타닉에서 본 역추진은 말 그대로 긴급시에나 하는 것으로, 역추진을 하면 스크류나 엔진은 폐품이 된다고 합니다. 결국 아무리 높게 잡아도 평균속도는 10~15km/h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서울-부산 간 운송시간은 최소 50시간 이상입니다. 당선자 측에서는 시속 30km으로 달린다고 하는데, 타이타닉호가 당시 전속항진하던 속도는 22노트(40km/h)입니다. 이 정도 속력이라고 한다면, 바다와는 달리 곡류가 심해 배를 통제해야만 하는 구간이 많은 남한강이나 낙동강에서 제방이나 맞은 편의 배, 갑문, 교각 등에 들이받기 딱 좋은 속도겠습니다.
그렇다고 화끈하게 대량운송을 할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한강이나 낙동강 수계에서 굴릴 수 있는 바지선은 기껏해야 2000톤급입니다. 컨테이너를 몇 층으로 쌓는다 하여도 50개 정도가 한계입니다. 참고로, 독일에서는 2600t급의 바지선이 31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다닙니다. 이렇게 느리고, 불편하고, 위험한 바지선의 물동량이 고작 트레일러 수 십대, 혹 화물열차 한 대로 커버가 된다는 얘깁니다. 물론 야간기준으로 서울-부산간 고속도로는 4시간, 철도는 6시간을 소요하니, 시간은 비교도 할 수 없지 빠르지요.
간단하게 말해, 대운하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게 됩니다. 쓰고 싶어도 오히려 비용과 시간 면에서 모두 손해를 보게 되니까요. 소화물도, 농산물도 무리고, 기껏해야 석회석과 같은 대량의 원자재가 아마도 이용할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그런 산업은 해안가, 철도변에 자리잡은 지 반 세기가 넘었습니다. 무슨 이득이 있어서 운하 옆으로 공장을 이전하려 할까요?
물론 미래에 물류량이 급증하여 물류 대란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물류의 방식 자체가 소규모로, 빠르게 이루어지는 추세입니다. 시장수요에 빠르게 대응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은 대기업이라도 피할 수 없으니까요. 이러한 상황에서 전근대적 방식의 운하는 말 그대로 '최악의 선택'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2. 공사 및 유지의 대략 난감함
일단 우리나라의 지리환경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중고등학교 지리시간에 달달 외운 대로, 우리나라는 여름에만 비가 집중되는 기후이지요. 덕분에 하상계수, 즉 여름과 겨울의 강유량 차이는 남한강이 1:360, 낙동강이 1:400 정도입니다. 하상계수가 1:16 정도인 라인강, 다뉴브강 수계에 비하면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차이입니다. 혹, 여름을 제외한 낙동강 중상류의 모습이 어떠한지, 직접 가 보신 분은 잘 아실 테지만, 대부분의 구간은 걸어서도 건널 수 있을만큼 얕고 좁습니다.
운하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항시 풍부하게 유지되는 강물을 이용하는 통로입니다. 이 엄청난 하상계수 때문에 남한강과 낙동강을 자연적으로 흐르는 강물만으로는 '죽었다 깨나도' 배를 띄울 수 없습니다. 정상적으로 운하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홍수기에 물을 저장하고 갈수기에도 물을 유지해 줄 시설이 있어야 합니다. 바로 또 하나의 난관인 댐과 유수지의 건설이지요. 그렇다면 과연 서울-부산 간 대운하의 수량은 얼마나 잡아야 할까요.
평소에 한강고수부지 앞을 흐르는 한강의 강유량은 팔당댐의 방수량인 초당 200톤 정도입니다. 대충 100 t/s으로 해보면, (초당 100톤) x (1일 86400초) x (물이 부족한 기간 약 200일) = 17억 2800만 톤이라는 멋진 숫자가 나오네요. 팔당댐의 저수량은 2억톤, 한 때 동양 최대의 댐 소리를 들었던 소양강댐의 저수량이 20억톤 남짓입니다. 그러니까, 낙동강과 남한강을 늘 배가 다닐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략 소양강댐이 하나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그 비용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소양강댐이 어느 정도 크기인지 감이 안오시는 분들은 아마 피식 웃으시겠지만, 그 어마어마한 면적을 아는 분들도 역시 피식 웃으실겁니다. 소양강을 틀어막아 만든 거대호수의 표면적은 약 70㎢입니다. 물론 이것으로도 충분히 어마어마한 면적입니다만, 덧붙여 소양강댐의 평균수심이 100m가 훌쩍 넘는 몬스터급 댐이라는 점도 함께 고려해주시기 바랍니다. 가장 깊은 수문 근처 수심은 200m가 넘습니다. 그러나, 새로이 건설될 댐이나 유수지의 깊이를 그 정도로 바랄 수는 없겠지요. 지형이나 강의 유량으로 볼 때, 이 땅에 소양강댐 만한 댐은 다시 만들기 힘들 것입니다. 댐의 수심은 기껏해야 수십m 남짓, 사실상의 저수지인 유수지의 수심은 고작 몇m가 한계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운하를 위해 만들어야 할 저수지의 표면적은 소양강댐의 표면적 70㎢에서 몇 배나 늘어나게 되는 것일까요. 제 상식으로는 상상이 잘 안 가지만, 분명한 건 '무식할 정도'의 토지보상이 불가피할 것이고 상상 이상의 건설비용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고서 300배가 넘는 하상계수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운하에 물을 항상 찰랑찰랑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은 또 다른 걱정거리를 가져다 줍니다. 2000t 급 바지선에 요구되는 안전수심은 최저 6m입니다만, 낙동강 최하류의 구포지점의 평소 수심은 무려 2.1m입니다. 자, 그럼 도대체 얼마나 땅을 파야 하는 걸까요? 일단 머리 아프니 환경문제는 차후에 논의합시다. 대체 누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400여km를 고르게 6미터로 팔 생각을 했을까요. 남한강과 낙동강 유역이 표기된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구불구불한 곡류와 그 협소한 폭에 혀를 내두르실 겁니다. 일반적으로 강폭이 100~300m 정도에 불과하며, 마치 용틀임을 하듯 휘어지는 곡류는 할 말을 잃어버리게 합니다. 강을 넓히고, 굽어진 곡류를 최소화하는 직류화 공사는 유래없는 대규모 공사가 될 겁니다.
더구나 그 '찰랑찰랑'함 때문에 필연적으로 제방은 높고, 두꺼워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제방 중 하나가 한강고수부지라고 하니, 고수부지의 규모와 건설 시간을 떠올려 보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강을 운하로 준설하면서 강유량이 대폭 늘어나는 만큼, 최소한의 안전기준에 맞춘 현재의 제방으로는 택도 없다는 얘기죠. 문경, 충주 등 상류지역에는 상류에 맞게 비교적 작고 단단한 제방이 만들어져 있는데, 이 역시 모조리 운하 기준의 두껍고 높은 제방이 되어야 합니다. 550km를 따라 양안에 지어야 하는 제방의 토지보상비용과 공사비용만으로도 20조는 가볍게 넘을 것이라 봅니다. KTX 공사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교량공사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대규모 공사에, 이미 투기꾼들이 몰린 해당 지역의 토지보상비용을 생각하면 이 비용도 많진 않을 겁니다.
순전히 제방 비용만 이정도일텐데, 추가로 설치될 갑문과 보의 건설비용, 수량조절용 댐과 유수지의 보상비용, 그 모든 건설비용까지 합친다면, 이 대운하에 투입될 돈은 얼마가 될까요. 현대판 뉴딜정책을 표방하는 만큼, 그 스케일도 감히 넘볼 수 없을 만큼 크게 만들려고 했던 걸까요.
앞서 제방건설과 댐, 유수지 건설이 워낙 큰 일이어서, 낙동강에만 110개가 넘는 교량들의 보수에 드는 비용은 아마도 애교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보수만을 거칠 다리는 사실 거의 없겠습니다. 역시 '교량 신축'이라는 표현이 걸맞겠군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모든 교량은 그 하천의 기존 여건, 즉 수심과 강폭, 유속에 맞게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기반은 거대한 시멘트덩어리나 쇳덩어리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느날 수심이 3~6배, 강폭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면, 과연 '보수' 수준에서 그칠 교량이 몇 개나 될까요? 하구의 큰 다리 몇을 제외하면 사실상 '신축'을 해야 할 겁니다. 그에 발생될 비용 및 시간, 그리고 그에 따르는 여러 손실은, 또한 공사비에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진정한 '비용'이니까요. 참고로 여기에는 부산-가덕 신항만으로 연결되는 철교와 도로교량도 포함됩니다. 수천 억의 공사비는 차치하더라도, 당장 부산신항만의 개통이 늦어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렇게 되면 100여조 이상의 비용이 증발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유지비용에 대해서 조금만 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강은 그 특유의 동고서저의 지형 덕택에 급한 경사로 유명합니다. 라인강에서 물이 완전히 빠지는 데에는 열흘~보름 가까운 시간이 걸리지만, 우리나라는 나흘이면 충분합니다. 홍수기에는 당연히 더 빠르지요. 이것은 같은 거리라도 그만큼 많은 갑문을 설치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갑문은 거저로 움직이는 게 아닙니다. 일례로 수 천 톤의 바지선이 가장 높이 올라가는 경우는 조령터널의 해발 약 130m 지점입니다. 수 천 톤의 쇳덩어리를 그 높이로 올려야 하는 에너지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설상가상으로 조령터널의 사이즈가 배에 딱 맞게 협소한 관계로 양 옆에 고정된 전기식 예인차량이 배를 붙들고 끌고 가게끔 설계됩니다. 실제 파나마 운하가 현재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 중이며, 바로 이 방식에 드는 비용이 그 엄청난 통과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갑문을 여닫고, 그 안에 물을 채우는 데에는 당연히 전기가 소요됩니다. 충주댐을 통과할 때는, 대략 50m의 높이를 한 번에 배가 오르내리는 갑문조정지를 만든다더군요. 그 전기세와 통과소요시간은 언뜻 상상이 되지 않는군요. 이쯤 되면 오히려 경제성이라기보단, '우리집에도 이런거 있어'라며 자랑하는 어린아이의 그것이 생각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유치한 발상에서 비롯된 이러한 말도 안되는 역사가 합당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곧 시작될 것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오싹하게 다가옵니다.
3. 2500만 상수원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
한강-남한강-낙동강 라인을 따라 거주하면서 그 강에 흐르는 물을 떠 먹는 사람들이 전 국민의 2/3, 어림잡아 3000만 명이 좀 넘겠군요. 일단 이러한 상수원에 정기적으로 배를 띄우겠다는 것도 거의 미친 짓에 가깝지만,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운하라는 물건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에 있습니다. 운하란 엄밀히 말하면, '물을 갑문으로 가두고, 느려진 유속 위로 배가 달리게 만드는 시설'입니다. 장강이나 아마존강처럼 거대한 강이 아니고서야, 그대로 배를 띄우게 되면 에너지 효율은 책임질 수 없게 되는 것이고, 그것은 고스란히 비용의 상승이 되기 때문에 도로나 철도와의 경쟁은 더더욱 힘들어지게 됩니다. 때문에 독일의 RMD 운하도 많은 갑문을 지은 것이랍니다.
문제는 '고인 물은 썩는다'는 단순한 진리입니다. 식수로서의 수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보다도 '용존산소량'입니다. 그런데 운하처럼 정체된 물에서는 이 용존산소량이 바닥을 치는 것이지요. 배의 스크류로 용존산소량을 늘린다는 일각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거짓말입니다. 물 속에서만 돌아가는 스크류는 당연히 물과 대기의 접촉을 도와줄 수 없습니다. 오히려 기름이나 안 쏟으면 다행이겠습니다.
고인 물이 얼마나 처참하게 썩을 수 있는지는, 시골의 농수로를 보신 분은 잘 아실 겁니다. 똑같이 고여있는 저수지 물도 만만치 않지만, 저수지에는 다름 아닌 '수초'가 광합성을 하며 수중산소량을 늘려 주기 때문에, 나름의 수중생태계도 존재할 수 있게 되고, 수질도 일정 수준 이하는 내려가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운하에서는 이것 조차도 문제가 됩니다. 수중 생태계가 존재하는 곳에 배가 떠 다니게 되면 배 밑바닥에는 온갖 녹조류가 달라붙어 운행 안전을 위협하게 됩니다. 때문에 배에는 기본적으로 방청제라는 도료를 발라 녹조류의 서식을 막고 내구성을 향상시킵니다. 문제는 이 방청제가 독성물질이라는 겁니다. 워낙 좋지 않은 물질이 사방에 도사리고 있다보니, 현대 사회는 상수원에 날마다 독극물을 희석시켜 마신다는 것조차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가 봅니다.
방청제도 문제지만, 우리의 운하에는 아예 수중 생태계가 형성되지 못할 가능성까지도 있습니다. 장강이나 미시시피 강처럼 거대한 강이라면 '자연 제방'에 가까운 주변 습지가 형성이 됩니다만, 애석하게도 한강이나 낙동강은 하구를 제외하면 이나라 강 주변에서는 그런 것을 쉽게 보기 힘듭니다. 이 때문에 거의 운하 전 지역에 조성하게 되는 제방을 그냥 양안에만 만들게 되면, 강바닥의 흙이 조금씩 물에 쓸리면서 제방의 내구성이 크게 떨어지게 됩니다. 제방의 보강을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강바닥 일부라도 제방과 이어 콘크리트로 덮어버릴 수 밖에 없고, 이는 수초들의 생존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수초 없는 고인 물이 어떤 모습인지는, 농수로를 통해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선박은 기본적으로 기름을 흘리고 다니는 물건입니다. 이것은 극복하기 힘든 기술적인 한계 때문인데, 스크류라는 물건이 물 속에서 돌아가는 한, 윤활유나 연료는 지속적으로 새어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항구 주변의 물을 유리컵에 떠보면, 도저히 물이라고는 할 수 없는 액체가 담긴다고 합니다. 수 십 년간 새어 나온 기름이 계속해서 섞이면서 '최악의 물'을 만들어 버리는 거죠. 참고로 세계에서 제일 바닷물이 더러운 수역이 마산항 앞바다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물론 친환경 선박에 관한 연구 개발은 진행중입니다만, 환경문제도 경제 법칙을 피해갈 수는 없는 세상이기에, 아마 가까운 미래에 이 연구가 완료될 가능성은 낮을 것입니다.
설령 그 연구가 가까운 시일내에 완성되어 모든 선박에 적용된다 하더라도, 어이없을 만한 작은 사고 하나에 얼마든지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얼마전 태안 부근에서 있었던 충격적인 기름 유출 사고 역시, 처음에는 상식적으로는 일어나기 힘든 작은 실수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게 바다에 쏟아놓은 10,000톤의 기름이 당장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지는 못 하겠지만, 강물에 흘린 몇 톤의 기름이나 이물질은 당장 그 물을 먹는 모든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운하에서 사고로 직결되는 변수는 말 그대로 수 백, 수 천 가지일 겁니다. 정말 무서운 문제는 이 수많은 변수 중의 하나만 잘못 되어도 2000~3000만 명이 마실 물이 끝이라는 거죠. 그 만약의 경우에 상수원을 파서 만든 운하가 가져다 줄 금전적 피해는, 그저 돈이라면, 아닌 말로 무슨 짓을 해서라도 메꿀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끝장난 상수원은, 만원짜리 돈다발을 물에 던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최악의 경우 식수를 수입하는 상황을, 혹은 평범한 4인 가정의 상수도세가 한 달에 수백 만원이 나오는 상황을 상상해 봅시다. 마실 물, 씻을 물, 설거지할 물, 밥 지을 물, 공장을 돌릴 물, ...물이 없는 상황은 오로지 죽음 뿐입니다. 그런 경우라면, 1인당 국민소득이 10만 불이 된들 무엇합니까. 정말 경제만 살리면 되는 겁니까.
4. 핵폭탄급 홍수와 환경 문제
한반도의 아열대화, 많이 들어보신 표현일 겁니다. 실제로도 온난화는 피할 길이 없는 듯 보입니다. 기껏해야 전 세계가 뭉쳐 늦추는 정도겠지요. 문제는 따뜻한 겨울과 더불어 아열대 기후의 특징인 엄청난 양의 장마비입니다.
다시 한 번 상기해보자면, 운하는 기본적으로 물을 '찰랑찰랑' 담아두는 물건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홍수에 대단히 취약한 특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2004년 독일 중부지방의 대홍수, 미국 카트리나 홍수의 직접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도시 근처를 지나가던 운하의 범람이었습니다. 물론 그만큼 강을 깊게 파거나, 혹은 제방을 더욱 올려서 홍수를 예방할 수도 있었겠습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파고 올리는 것은 어마어마한 공사비의 증가 이전에 환경의 심각한 손상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경제적 타산을 맞추고 최대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 장치의 최소화에 그쳤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는 곧 홍수 위험에 취약함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 운하가 결정적으로 홍수에 취약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은 바로 '곡류의 직강화' 때문입니다. 낙동강과 남한강의 좁은 강폭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하천이 심한 곡류이기 때문에, 자연적인 상태로는 상업적인 배가 다니기 곤란합니다. 그래서 필수적인 공사가 직강화 공사입니다. 이것은 필연적 홍수위험을 부를 수 밖에 없는 공사입니다. 곡류 자체는 물이 흐르는 길이를 길게 만들고 표면적과 수용 부피를 늘려 더 많은 물을 담아둘 수 있으며, 곡선 구간마다 형성된 범람원이 그 유속과 유량을 조금씩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강을 인위적으로 펴게 될 경우, 자연적으로 형성된 모든 안전장치(장애물)가 사라져, 유속과 유량이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하게 됩니다. 순식간에 불어난 물이 아무런 장애물 없이 거침없는 질주를 거듭하다 마을로, 도시로 들이닥치게 되는 것이죠. 몇 해 전 충주, 단양 지역에 엄청난 홍수가 닥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방제에 실패한 두 가지 원인 중 하나는 유량 통제의 실수였으며, 다른 하나는 고작 8km 남짓의 직강화 공사였습니다. 그 짧은 거리를 손댔을 뿐인데, 처참한 붕괴가 이어졌지요.
한 번 비가 오면 정말 무섭게 들이치는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과연 이러한 나라에서 '물을 항상 찰랑찰랑 채워둔 곧게 편 물길'을 운영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매년 홍수는 더욱 크고 빈번해질 것이며, 그 발생지역도 이제는 무작위가 될 것입니다. 유사시에는 하나의 강에 걸친 수십 개의 댐과 유수지가 한 번에 통합 관리되곤 하는데, 중간에 하나라도 실수하게 되면 그 하류로는 줄줄이 범람하게 되는 것이 홍수 통제의 상식입니다. 현 상황에서도 매년 인재로 추정되는 홍수가 일어나는데, 추가로 떠 안게 되는 20억톤의 물덩어리를, 과연 집중호우 때 얼마나 통제할 수 있을까요. 현재의 홍수관리 시스템은 수십 년의 경험으로 그나마 잘 다듬어져 있지만, 운하 건설로 수십 억 톤의 물이 더해지면 처음부터 다시 데이터를 작성해야 할 것이고, 아마 몇 년은 손도 못 쓰고 물난리를 바라보고만 있어야 할 겁니다.
더구나 그 문제의 지역인 조령터널 구간으로 올라가면 그야말로 점입가경입니다. 혹시 대운하 캠프 측의 사진 자료를 보셨는지요? 조령 일대가 통째로 물에 잠긴 모습을, 얼핏 보면 대재앙에 가까운 모습을 이쁘게도 그려놓았더군요. 대략 1~2억 톤에 육박하는 물을, 몇 개의 수문을 통해 통제한다고 하는데, 한순간의 집중호우가 순식간에 큰 물이 되는 산악지대에 2억 톤의 물을 가두어 둔다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습니다. 이곳에서 대량의 방류가 시작되거나, 통제 실수로 범람이 시작된다거나, 혹 최악의 경우 테러나 기타 요인으로 인한 붕괴가 있을 경우, 낙동강의 그 이남 지역에는 핵폭탄급의 에너지를 가진 거대한 물폭탄이 들이닥치게 됩니다. 독일과 미국이 운하 때문에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었듯이 말입니다.
이 고난을 이겨낸 후에라도 필연적으로 따르는 것은 생태계의 철저한 파괴입니다. 수문의 설치, 강 양안 전부와 바닥 일부의 콘크리트 작업, 늘 유출되는 기름과 윤활유, 방청제, 어쩌다가 한 건 터질 사고,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상수원을 위협합니다. 남한강과 낙동강의 수계는 외국의 큰 강에 비하면 정말 작은 편입니다. 작은 요소로도 그 생태계는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지요. 수중생물이 전멸한 강은 죽음의 강일 뿐입니다. 환경운동가의 배부른 소리가 아니라, 상수원 가치의 100% 상실을 의미할 뿐입니다. 더구나 조령 일대를 수몰시키면서 침수될 면적은 충북 보은에까지 이어질 정도라니, 문경새재의 수려한 경치는 아마 두 번 다시 못 보게 되겠지요. 대기오염을 조금 줄이는 댓가로 두 강의 생태계를 완전 박살을 낸다니, 기가 막혀 웃기지도 않습니다.
아무리 전문 지식과 좋은 말로 꾸미려고 해봐야, 운하는 결국 철도가 발전하기 이전의, 구시대적인 운송수단일 뿐입니다. 파나마와 수에즈와 같이, 살인적인 우회로를 비약적으로 줄여줄 때에야 겨우 경제적 가치가 생기는 것이 운하일진대, 북한강을 파고 태백산맥 산줄기를 뚫어 황하와 블라디보스톡을 뱃길로 있는다고 해도 비웃음을 살 마당에 경부운하라니, 이제 말도 나오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그 판타지도 욕되게 할 비현실성에도 불구하고, 30%만의 당선자가 국민 동의나 충분한 검증조차 얻지 않은 채 이 일을 밀어부치려고 한다는 사실에 심한 역겨움과 두려움까지 느껴집니다. 당선자의 신자유주의적 성향(경제 만능주의)과 정치적 입장도 그러하지만, 조금만 고민하고 찾아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거대한 문제점들을 바라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사소한 정치적 이유나 혹 개인적인 경제적 이득을 위해 표를 헌납하고 그 정책에 지지를 보내는 어리석은 국민들 또한 실망스럽기는 매일반입니다.
역사에는 항상 결정적인 시점이 존재합니다. 아무리 망가지고 잘못된 선택들로 시간이 범벅되어 한 나라의 국운이 바닥에 떨어져도, 하나의 결정적인 선택만 없었다면 최악의 상황 만큼은 피할 수 있었던 그런 시점 말입니다. 인간은 역사에서 배우고 학습하는 존재인 줄 알았는데, 이 나라 국민들은 1세기 남짓동안 자유주의자들이 무슨 짓을 저질러 왔었는지 여전히 알지 못하나 봅니다. 짐을 싸던가, 격동의 시대로 돌아가 다 함께 투쟁하던가, 우리 또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원작자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내며, 이 글을 무식한 30%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바칩니다. Juns.]
대운하, 왜 죽어도 안 되는가?
[이 글은 '펜탁스포럼' 자유게시판에 연♡민진아빠 님께서 작성하신 153942번 글 '[펌]대운하의 절대적인 문제점 4가지'를 복사 후 수정하여 새로 쓴 것입니다. 원글은 전형적인 인터넷 문체로 작성되어 있어, 문장과 문단, 사사로운 표현 뿐 아니라 글의 구조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손을 봤습니다만, 각종 데이터의 사실관계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전 작성자는 덧붙인 도입부에서, 원글인 '대운하, 왜 죽어도 안 되는가?'는 네이버 대운하 관련기사 중의 댓글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다음의 그림 역시 이전 작성자의 도입부에 추가된 그림이며, 그에 따른 설명글과 함께 이곳에 올려둡니다.]
첨부그림은 독일의 기술자료를 스캔받은 것입니다. (클릭하면 원래 사이즈로 볼 수 있습니다) 세가지 운송 수단 중 어떤 것이 친환경적인지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현재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전도심구간, 대구~부산구간)가 2012년(추정) 완성되면 현재의 경부선 용량이 늘어나므로 기존의 철도를 이용하면 굳이 운하를 건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펌) 대운하, 왜 죽어도 안 되는가?
대운하의 절대적인 문제점은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1.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경제성
2. 상상을 초월할 공사비 및 유지비
3. 2500만 상수원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
4. 핵폭탄급 홍수와 환경 문제
1.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경제성
우선 당선자 측에서 주장하는 가장 큰 근거인 1번을 먼저 공략해보죠. 그들은 향후 10년 내에 물류량이 몇 배로 뛸 것이며, 당연히 물류대란이 올 것이고, 그래서 운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어떠한 경제재라도 뭔가 메리트가 있어야 사람들이 찾는 법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고등학교 사회시간에 졸지 않으셨다면, 선박이 차량이나 기차에 대해 언제 우위를 가지는지 기억하시죠? 대량운송이나, 혹은 바다를 건너는 장거리 운송에서나 우위를 가질 뿐, 단거리나 중거리 운송에서는 기본적으로 차량이나 철도에 이길 수가 없습니다. 서울-부산 운송구간이래봐야 중거리 정도에 불과하니 기본적인 유지 및 관리 비용에서 상당한 핸디캡이 있습니다. 독일에서 운하의 물류부담률이 8% 미만인 기본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폭 낮은 운임'이 아니면 경쟁력은 당연히 없겠지요. 그러나 상상을 초월하는 공사비와 유지비가 있는데,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그 돈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닙니다. 방법은 정부지출비용이나 민자유치 뿐인데, 당선자 측은 민자유치와 골재채취로 공사비용을 감당하겠다더군요. 이와 관련해서 대구-부산간, 혹은 천안-논산간 민자고속도로 타 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민간기업들은 정부가 가지는 공공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그들의 머릿 속에는 '이윤 극대화' 5글자 밖에 없지요. 그게 당연한 겁니다. 그 어마어마한 공사비는 결국 고스란히 운임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주변지역의 개발권을 준다고 하여도, 그것만으로는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지요. 더군다나, 아무 곳에서나 마구 퍼 올 수 있는 모래가 다 골재가 된다면 공사장에서는 골재를 그렇게 비싼 돈 주고 사올 필요도 없겠지요. 실제로 질 좋은, 돈 될만한 골재가 채취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운임도 문제지만, 시간 문제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독일 RMD 운하의 기본 안전속도가 시속 15km 남짓입니다. 만약 이 속도를 넘기면, 제동능력 및 배가 만드는 파랑이 제방을 침식하여 위험하다고 합니다. 낙동강에만 110개가 넘는 교량의 교각과 갑문이 있는 등, 서울-부산을 가는 동안 맞닥뜨릴 장애요소는 수도 없으며, 특히 성사된다면 희대의 코메디 공사로 남게 될 가칭 '조령(산맥터널)운하'에서는 맞은 편에서 오는 배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만 합니다. 이럴 때마다 배는 반드시 속도를 대폭 늦추어야 합니다.
선박이라는 물건이 얼마나 둔한 것인지, 아마 영화 '타이타닉'을 보신 분은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소형선박 기준으로 할 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엔진 정지 후 배 길이의 20배를 미끄러진 후 정지한다고 합니다. 대형 화물선의 경우라면 제동거리는 수 km에 이르게 됩니다. 타이타닉에서 본 역추진은 말 그대로 긴급시에나 하는 것으로, 역추진을 하면 스크류나 엔진은 폐품이 된다고 합니다. 결국 아무리 높게 잡아도 평균속도는 10~15km/h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서울-부산 간 운송시간은 최소 50시간 이상입니다. 당선자 측에서는 시속 30km으로 달린다고 하는데, 타이타닉호가 당시 전속항진하던 속도는 22노트(40km/h)입니다. 이 정도 속력이라고 한다면, 바다와는 달리 곡류가 심해 배를 통제해야만 하는 구간이 많은 남한강이나 낙동강에서 제방이나 맞은 편의 배, 갑문, 교각 등에 들이받기 딱 좋은 속도겠습니다.
그렇다고 화끈하게 대량운송을 할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한강이나 낙동강 수계에서 굴릴 수 있는 바지선은 기껏해야 2000톤급입니다. 컨테이너를 몇 층으로 쌓는다 하여도 50개 정도가 한계입니다. 참고로, 독일에서는 2600t급의 바지선이 31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다닙니다. 이렇게 느리고, 불편하고, 위험한 바지선의 물동량이 고작 트레일러 수 십대, 혹 화물열차 한 대로 커버가 된다는 얘깁니다. 물론 야간기준으로 서울-부산간 고속도로는 4시간, 철도는 6시간을 소요하니, 시간은 비교도 할 수 없지 빠르지요.
간단하게 말해, 대운하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게 됩니다. 쓰고 싶어도 오히려 비용과 시간 면에서 모두 손해를 보게 되니까요. 소화물도, 농산물도 무리고, 기껏해야 석회석과 같은 대량의 원자재가 아마도 이용할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그런 산업은 해안가, 철도변에 자리잡은 지 반 세기가 넘었습니다. 무슨 이득이 있어서 운하 옆으로 공장을 이전하려 할까요?
물론 미래에 물류량이 급증하여 물류 대란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물류의 방식 자체가 소규모로, 빠르게 이루어지는 추세입니다. 시장수요에 빠르게 대응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은 대기업이라도 피할 수 없으니까요. 이러한 상황에서 전근대적 방식의 운하는 말 그대로 '최악의 선택'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2. 공사 및 유지의 대략 난감함
일단 우리나라의 지리환경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중고등학교 지리시간에 달달 외운 대로, 우리나라는 여름에만 비가 집중되는 기후이지요. 덕분에 하상계수, 즉 여름과 겨울의 강유량 차이는 남한강이 1:360, 낙동강이 1:400 정도입니다. 하상계수가 1:16 정도인 라인강, 다뉴브강 수계에 비하면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차이입니다. 혹, 여름을 제외한 낙동강 중상류의 모습이 어떠한지, 직접 가 보신 분은 잘 아실 테지만, 대부분의 구간은 걸어서도 건널 수 있을만큼 얕고 좁습니다.
운하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항시 풍부하게 유지되는 강물을 이용하는 통로입니다. 이 엄청난 하상계수 때문에 남한강과 낙동강을 자연적으로 흐르는 강물만으로는 '죽었다 깨나도' 배를 띄울 수 없습니다. 정상적으로 운하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홍수기에 물을 저장하고 갈수기에도 물을 유지해 줄 시설이 있어야 합니다. 바로 또 하나의 난관인 댐과 유수지의 건설이지요. 그렇다면 과연 서울-부산 간 대운하의 수량은 얼마나 잡아야 할까요.
평소에 한강고수부지 앞을 흐르는 한강의 강유량은 팔당댐의 방수량인 초당 200톤 정도입니다. 대충 100 t/s으로 해보면, (초당 100톤) x (1일 86400초) x (물이 부족한 기간 약 200일) = 17억 2800만 톤이라는 멋진 숫자가 나오네요. 팔당댐의 저수량은 2억톤, 한 때 동양 최대의 댐 소리를 들었던 소양강댐의 저수량이 20억톤 남짓입니다. 그러니까, 낙동강과 남한강을 늘 배가 다닐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략 소양강댐이 하나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그 비용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소양강댐이 어느 정도 크기인지 감이 안오시는 분들은 아마 피식 웃으시겠지만, 그 어마어마한 면적을 아는 분들도 역시 피식 웃으실겁니다. 소양강을 틀어막아 만든 거대호수의 표면적은 약 70㎢입니다. 물론 이것으로도 충분히 어마어마한 면적입니다만, 덧붙여 소양강댐의 평균수심이 100m가 훌쩍 넘는 몬스터급 댐이라는 점도 함께 고려해주시기 바랍니다. 가장 깊은 수문 근처 수심은 200m가 넘습니다. 그러나, 새로이 건설될 댐이나 유수지의 깊이를 그 정도로 바랄 수는 없겠지요. 지형이나 강의 유량으로 볼 때, 이 땅에 소양강댐 만한 댐은 다시 만들기 힘들 것입니다. 댐의 수심은 기껏해야 수십m 남짓, 사실상의 저수지인 유수지의 수심은 고작 몇m가 한계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운하를 위해 만들어야 할 저수지의 표면적은 소양강댐의 표면적 70㎢에서 몇 배나 늘어나게 되는 것일까요. 제 상식으로는 상상이 잘 안 가지만, 분명한 건 '무식할 정도'의 토지보상이 불가피할 것이고 상상 이상의 건설비용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고서 300배가 넘는 하상계수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운하에 물을 항상 찰랑찰랑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은 또 다른 걱정거리를 가져다 줍니다. 2000t 급 바지선에 요구되는 안전수심은 최저 6m입니다만, 낙동강 최하류의 구포지점의 평소 수심은 무려 2.1m입니다. 자, 그럼 도대체 얼마나 땅을 파야 하는 걸까요? 일단 머리 아프니 환경문제는 차후에 논의합시다. 대체 누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400여km를 고르게 6미터로 팔 생각을 했을까요. 남한강과 낙동강 유역이 표기된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구불구불한 곡류와 그 협소한 폭에 혀를 내두르실 겁니다. 일반적으로 강폭이 100~300m 정도에 불과하며, 마치 용틀임을 하듯 휘어지는 곡류는 할 말을 잃어버리게 합니다. 강을 넓히고, 굽어진 곡류를 최소화하는 직류화 공사는 유래없는 대규모 공사가 될 겁니다.
더구나 그 '찰랑찰랑'함 때문에 필연적으로 제방은 높고, 두꺼워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제방 중 하나가 한강고수부지라고 하니, 고수부지의 규모와 건설 시간을 떠올려 보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강을 운하로 준설하면서 강유량이 대폭 늘어나는 만큼, 최소한의 안전기준에 맞춘 현재의 제방으로는 택도 없다는 얘기죠. 문경, 충주 등 상류지역에는 상류에 맞게 비교적 작고 단단한 제방이 만들어져 있는데, 이 역시 모조리 운하 기준의 두껍고 높은 제방이 되어야 합니다. 550km를 따라 양안에 지어야 하는 제방의 토지보상비용과 공사비용만으로도 20조는 가볍게 넘을 것이라 봅니다. KTX 공사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교량공사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대규모 공사에, 이미 투기꾼들이 몰린 해당 지역의 토지보상비용을 생각하면 이 비용도 많진 않을 겁니다.
순전히 제방 비용만 이정도일텐데, 추가로 설치될 갑문과 보의 건설비용, 수량조절용 댐과 유수지의 보상비용, 그 모든 건설비용까지 합친다면, 이 대운하에 투입될 돈은 얼마가 될까요. 현대판 뉴딜정책을 표방하는 만큼, 그 스케일도 감히 넘볼 수 없을 만큼 크게 만들려고 했던 걸까요.
앞서 제방건설과 댐, 유수지 건설이 워낙 큰 일이어서, 낙동강에만 110개가 넘는 교량들의 보수에 드는 비용은 아마도 애교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보수만을 거칠 다리는 사실 거의 없겠습니다. 역시 '교량 신축'이라는 표현이 걸맞겠군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모든 교량은 그 하천의 기존 여건, 즉 수심과 강폭, 유속에 맞게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기반은 거대한 시멘트덩어리나 쇳덩어리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느날 수심이 3~6배, 강폭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면, 과연 '보수' 수준에서 그칠 교량이 몇 개나 될까요? 하구의 큰 다리 몇을 제외하면 사실상 '신축'을 해야 할 겁니다. 그에 발생될 비용 및 시간, 그리고 그에 따르는 여러 손실은, 또한 공사비에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진정한 '비용'이니까요. 참고로 여기에는 부산-가덕 신항만으로 연결되는 철교와 도로교량도 포함됩니다. 수천 억의 공사비는 차치하더라도, 당장 부산신항만의 개통이 늦어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렇게 되면 100여조 이상의 비용이 증발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유지비용에 대해서 조금만 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강은 그 특유의 동고서저의 지형 덕택에 급한 경사로 유명합니다. 라인강에서 물이 완전히 빠지는 데에는 열흘~보름 가까운 시간이 걸리지만, 우리나라는 나흘이면 충분합니다. 홍수기에는 당연히 더 빠르지요. 이것은 같은 거리라도 그만큼 많은 갑문을 설치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갑문은 거저로 움직이는 게 아닙니다. 일례로 수 천 톤의 바지선이 가장 높이 올라가는 경우는 조령터널의 해발 약 130m 지점입니다. 수 천 톤의 쇳덩어리를 그 높이로 올려야 하는 에너지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설상가상으로 조령터널의 사이즈가 배에 딱 맞게 협소한 관계로 양 옆에 고정된 전기식 예인차량이 배를 붙들고 끌고 가게끔 설계됩니다. 실제 파나마 운하가 현재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 중이며, 바로 이 방식에 드는 비용이 그 엄청난 통과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갑문을 여닫고, 그 안에 물을 채우는 데에는 당연히 전기가 소요됩니다. 충주댐을 통과할 때는, 대략 50m의 높이를 한 번에 배가 오르내리는 갑문조정지를 만든다더군요. 그 전기세와 통과소요시간은 언뜻 상상이 되지 않는군요. 이쯤 되면 오히려 경제성이라기보단, '우리집에도 이런거 있어'라며 자랑하는 어린아이의 그것이 생각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유치한 발상에서 비롯된 이러한 말도 안되는 역사가 합당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곧 시작될 것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오싹하게 다가옵니다.
3. 2500만 상수원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
한강-남한강-낙동강 라인을 따라 거주하면서 그 강에 흐르는 물을 떠 먹는 사람들이 전 국민의 2/3, 어림잡아 3000만 명이 좀 넘겠군요. 일단 이러한 상수원에 정기적으로 배를 띄우겠다는 것도 거의 미친 짓에 가깝지만,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운하라는 물건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에 있습니다. 운하란 엄밀히 말하면, '물을 갑문으로 가두고, 느려진 유속 위로 배가 달리게 만드는 시설'입니다. 장강이나 아마존강처럼 거대한 강이 아니고서야, 그대로 배를 띄우게 되면 에너지 효율은 책임질 수 없게 되는 것이고, 그것은 고스란히 비용의 상승이 되기 때문에 도로나 철도와의 경쟁은 더더욱 힘들어지게 됩니다. 때문에 독일의 RMD 운하도 많은 갑문을 지은 것이랍니다.
문제는 '고인 물은 썩는다'는 단순한 진리입니다. 식수로서의 수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보다도 '용존산소량'입니다. 그런데 운하처럼 정체된 물에서는 이 용존산소량이 바닥을 치는 것이지요. 배의 스크류로 용존산소량을 늘린다는 일각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거짓말입니다. 물 속에서만 돌아가는 스크류는 당연히 물과 대기의 접촉을 도와줄 수 없습니다. 오히려 기름이나 안 쏟으면 다행이겠습니다.
고인 물이 얼마나 처참하게 썩을 수 있는지는, 시골의 농수로를 보신 분은 잘 아실 겁니다. 똑같이 고여있는 저수지 물도 만만치 않지만, 저수지에는 다름 아닌 '수초'가 광합성을 하며 수중산소량을 늘려 주기 때문에, 나름의 수중생태계도 존재할 수 있게 되고, 수질도 일정 수준 이하는 내려가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운하에서는 이것 조차도 문제가 됩니다. 수중 생태계가 존재하는 곳에 배가 떠 다니게 되면 배 밑바닥에는 온갖 녹조류가 달라붙어 운행 안전을 위협하게 됩니다. 때문에 배에는 기본적으로 방청제라는 도료를 발라 녹조류의 서식을 막고 내구성을 향상시킵니다. 문제는 이 방청제가 독성물질이라는 겁니다. 워낙 좋지 않은 물질이 사방에 도사리고 있다보니, 현대 사회는 상수원에 날마다 독극물을 희석시켜 마신다는 것조차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가 봅니다.
방청제도 문제지만, 우리의 운하에는 아예 수중 생태계가 형성되지 못할 가능성까지도 있습니다. 장강이나 미시시피 강처럼 거대한 강이라면 '자연 제방'에 가까운 주변 습지가 형성이 됩니다만, 애석하게도 한강이나 낙동강은 하구를 제외하면 이나라 강 주변에서는 그런 것을 쉽게 보기 힘듭니다. 이 때문에 거의 운하 전 지역에 조성하게 되는 제방을 그냥 양안에만 만들게 되면, 강바닥의 흙이 조금씩 물에 쓸리면서 제방의 내구성이 크게 떨어지게 됩니다. 제방의 보강을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강바닥 일부라도 제방과 이어 콘크리트로 덮어버릴 수 밖에 없고, 이는 수초들의 생존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수초 없는 고인 물이 어떤 모습인지는, 농수로를 통해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선박은 기본적으로 기름을 흘리고 다니는 물건입니다. 이것은 극복하기 힘든 기술적인 한계 때문인데, 스크류라는 물건이 물 속에서 돌아가는 한, 윤활유나 연료는 지속적으로 새어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항구 주변의 물을 유리컵에 떠보면, 도저히 물이라고는 할 수 없는 액체가 담긴다고 합니다. 수 십 년간 새어 나온 기름이 계속해서 섞이면서 '최악의 물'을 만들어 버리는 거죠. 참고로 세계에서 제일 바닷물이 더러운 수역이 마산항 앞바다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물론 친환경 선박에 관한 연구 개발은 진행중입니다만, 환경문제도 경제 법칙을 피해갈 수는 없는 세상이기에, 아마 가까운 미래에 이 연구가 완료될 가능성은 낮을 것입니다.
설령 그 연구가 가까운 시일내에 완성되어 모든 선박에 적용된다 하더라도, 어이없을 만한 작은 사고 하나에 얼마든지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얼마전 태안 부근에서 있었던 충격적인 기름 유출 사고 역시, 처음에는 상식적으로는 일어나기 힘든 작은 실수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게 바다에 쏟아놓은 10,000톤의 기름이 당장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지는 못 하겠지만, 강물에 흘린 몇 톤의 기름이나 이물질은 당장 그 물을 먹는 모든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운하에서 사고로 직결되는 변수는 말 그대로 수 백, 수 천 가지일 겁니다. 정말 무서운 문제는 이 수많은 변수 중의 하나만 잘못 되어도 2000~3000만 명이 마실 물이 끝이라는 거죠. 그 만약의 경우에 상수원을 파서 만든 운하가 가져다 줄 금전적 피해는, 그저 돈이라면, 아닌 말로 무슨 짓을 해서라도 메꿀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끝장난 상수원은, 만원짜리 돈다발을 물에 던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최악의 경우 식수를 수입하는 상황을, 혹은 평범한 4인 가정의 상수도세가 한 달에 수백 만원이 나오는 상황을 상상해 봅시다. 마실 물, 씻을 물, 설거지할 물, 밥 지을 물, 공장을 돌릴 물, ...물이 없는 상황은 오로지 죽음 뿐입니다. 그런 경우라면, 1인당 국민소득이 10만 불이 된들 무엇합니까. 정말 경제만 살리면 되는 겁니까.
4. 핵폭탄급 홍수와 환경 문제
한반도의 아열대화, 많이 들어보신 표현일 겁니다. 실제로도 온난화는 피할 길이 없는 듯 보입니다. 기껏해야 전 세계가 뭉쳐 늦추는 정도겠지요. 문제는 따뜻한 겨울과 더불어 아열대 기후의 특징인 엄청난 양의 장마비입니다.
다시 한 번 상기해보자면, 운하는 기본적으로 물을 '찰랑찰랑' 담아두는 물건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홍수에 대단히 취약한 특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2004년 독일 중부지방의 대홍수, 미국 카트리나 홍수의 직접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도시 근처를 지나가던 운하의 범람이었습니다. 물론 그만큼 강을 깊게 파거나, 혹은 제방을 더욱 올려서 홍수를 예방할 수도 있었겠습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파고 올리는 것은 어마어마한 공사비의 증가 이전에 환경의 심각한 손상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경제적 타산을 맞추고 최대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 장치의 최소화에 그쳤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는 곧 홍수 위험에 취약함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 운하가 결정적으로 홍수에 취약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은 바로 '곡류의 직강화' 때문입니다. 낙동강과 남한강의 좁은 강폭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하천이 심한 곡류이기 때문에, 자연적인 상태로는 상업적인 배가 다니기 곤란합니다. 그래서 필수적인 공사가 직강화 공사입니다. 이것은 필연적 홍수위험을 부를 수 밖에 없는 공사입니다. 곡류 자체는 물이 흐르는 길이를 길게 만들고 표면적과 수용 부피를 늘려 더 많은 물을 담아둘 수 있으며, 곡선 구간마다 형성된 범람원이 그 유속과 유량을 조금씩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강을 인위적으로 펴게 될 경우, 자연적으로 형성된 모든 안전장치(장애물)가 사라져, 유속과 유량이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하게 됩니다. 순식간에 불어난 물이 아무런 장애물 없이 거침없는 질주를 거듭하다 마을로, 도시로 들이닥치게 되는 것이죠. 몇 해 전 충주, 단양 지역에 엄청난 홍수가 닥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방제에 실패한 두 가지 원인 중 하나는 유량 통제의 실수였으며, 다른 하나는 고작 8km 남짓의 직강화 공사였습니다. 그 짧은 거리를 손댔을 뿐인데, 처참한 붕괴가 이어졌지요.
한 번 비가 오면 정말 무섭게 들이치는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과연 이러한 나라에서 '물을 항상 찰랑찰랑 채워둔 곧게 편 물길'을 운영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매년 홍수는 더욱 크고 빈번해질 것이며, 그 발생지역도 이제는 무작위가 될 것입니다. 유사시에는 하나의 강에 걸친 수십 개의 댐과 유수지가 한 번에 통합 관리되곤 하는데, 중간에 하나라도 실수하게 되면 그 하류로는 줄줄이 범람하게 되는 것이 홍수 통제의 상식입니다. 현 상황에서도 매년 인재로 추정되는 홍수가 일어나는데, 추가로 떠 안게 되는 20억톤의 물덩어리를, 과연 집중호우 때 얼마나 통제할 수 있을까요. 현재의 홍수관리 시스템은 수십 년의 경험으로 그나마 잘 다듬어져 있지만, 운하 건설로 수십 억 톤의 물이 더해지면 처음부터 다시 데이터를 작성해야 할 것이고, 아마 몇 년은 손도 못 쓰고 물난리를 바라보고만 있어야 할 겁니다.
더구나 그 문제의 지역인 조령터널 구간으로 올라가면 그야말로 점입가경입니다. 혹시 대운하 캠프 측의 사진 자료를 보셨는지요? 조령 일대가 통째로 물에 잠긴 모습을, 얼핏 보면 대재앙에 가까운 모습을 이쁘게도 그려놓았더군요. 대략 1~2억 톤에 육박하는 물을, 몇 개의 수문을 통해 통제한다고 하는데, 한순간의 집중호우가 순식간에 큰 물이 되는 산악지대에 2억 톤의 물을 가두어 둔다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습니다. 이곳에서 대량의 방류가 시작되거나, 통제 실수로 범람이 시작된다거나, 혹 최악의 경우 테러나 기타 요인으로 인한 붕괴가 있을 경우, 낙동강의 그 이남 지역에는 핵폭탄급의 에너지를 가진 거대한 물폭탄이 들이닥치게 됩니다. 독일과 미국이 운하 때문에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었듯이 말입니다.
이 고난을 이겨낸 후에라도 필연적으로 따르는 것은 생태계의 철저한 파괴입니다. 수문의 설치, 강 양안 전부와 바닥 일부의 콘크리트 작업, 늘 유출되는 기름과 윤활유, 방청제, 어쩌다가 한 건 터질 사고,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상수원을 위협합니다. 남한강과 낙동강의 수계는 외국의 큰 강에 비하면 정말 작은 편입니다. 작은 요소로도 그 생태계는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지요. 수중생물이 전멸한 강은 죽음의 강일 뿐입니다. 환경운동가의 배부른 소리가 아니라, 상수원 가치의 100% 상실을 의미할 뿐입니다. 더구나 조령 일대를 수몰시키면서 침수될 면적은 충북 보은에까지 이어질 정도라니, 문경새재의 수려한 경치는 아마 두 번 다시 못 보게 되겠지요. 대기오염을 조금 줄이는 댓가로 두 강의 생태계를 완전 박살을 낸다니, 기가 막혀 웃기지도 않습니다.
아무리 전문 지식과 좋은 말로 꾸미려고 해봐야, 운하는 결국 철도가 발전하기 이전의, 구시대적인 운송수단일 뿐입니다. 파나마와 수에즈와 같이, 살인적인 우회로를 비약적으로 줄여줄 때에야 겨우 경제적 가치가 생기는 것이 운하일진대, 북한강을 파고 태백산맥 산줄기를 뚫어 황하와 블라디보스톡을 뱃길로 있는다고 해도 비웃음을 살 마당에 경부운하라니, 이제 말도 나오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그 판타지도 욕되게 할 비현실성에도 불구하고, 30%만의 당선자가 국민 동의나 충분한 검증조차 얻지 않은 채 이 일을 밀어부치려고 한다는 사실에 심한 역겨움과 두려움까지 느껴집니다. 당선자의 신자유주의적 성향(경제 만능주의)과 정치적 입장도 그러하지만, 조금만 고민하고 찾아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거대한 문제점들을 바라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사소한 정치적 이유나 혹 개인적인 경제적 이득을 위해 표를 헌납하고 그 정책에 지지를 보내는 어리석은 국민들 또한 실망스럽기는 매일반입니다.
역사에는 항상 결정적인 시점이 존재합니다. 아무리 망가지고 잘못된 선택들로 시간이 범벅되어 한 나라의 국운이 바닥에 떨어져도, 하나의 결정적인 선택만 없었다면 최악의 상황 만큼은 피할 수 있었던 그런 시점 말입니다. 인간은 역사에서 배우고 학습하는 존재인 줄 알았는데, 이 나라 국민들은 1세기 남짓동안 자유주의자들이 무슨 짓을 저질러 왔었는지 여전히 알지 못하나 봅니다. 짐을 싸던가, 격동의 시대로 돌아가 다 함께 투쟁하던가, 우리 또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원작자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내며, 이 글을 무식한 30%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바칩니다. Juns.]